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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Author: 누몽
그러면서 주 사장은 재빠르게 송청아가 요구한 향약들을 포장해 그녀의 손에 건넸다.

상황이 워낙 순식간에 뒤바뀐 탓에 배윤호와 송채리는 물론이고, 송청아마저 얼떨떨할 정도였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배윤호가 곧장 따져 물었다.

“주 사장, 이게 무슨 뜻이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일품 고관, 황족과 고위 귀족에게만 판다고 하지 않았소?”

주 사장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맞습니다. 이 종이에 귀인의 인장이 찍혀 있으니까요.”

“귀인이라니? 그게 누구요?”

주 사장은 잠시 말을 멈췄다. 그 귀인은 지금 별실에 있으면서도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사람을 시켜 종이만 보내왔다. 분명 자신의 정체를 알리고 싶지 않은 것이리라.

그는 적당히 얼버무렸다.

“저도 잘 모릅니다. 헌데 이것이 귀인의 인장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이건 틀림없이 가짜요!”

배윤호가 앞으로 나서 종이를 빼앗으려 했으나, 주 사장이 재빨리 뒤로 물러나는 바람에 허공만 움켜쥐었다.

“제가 이 장사를 한 세월이 얼만데 잘못 알아보겠습니까. 더구나 제 목숨을 걸고 장난을 칠 만큼 간이 크지도 않습니다.”

배윤호는 여전히 믿지 못했다.

“말도 안 돼! 저 여자가 어떻게 귀인의 인장을 가지고 있단 말이오?”

송청아가 화미에게 물었다.

“누가 준 것이냐?”

화미가 목소리를 낮춰 대답했다.

“큰부인, 저도 모릅니다. 아까 마차에 앉아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창막 아래로 이 종이를 밀어 넣었습니다. 그러고는 어떤 사내가 큰부인께 전해 드리라고 했습니다. 헌데 제가 창막을 걷고 내다보았을 때는 이미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송청아 역시 기이하게 여겼지만, 지금으로서는 하늘이 도운 셈이었다.

당장 그 내막까지 캐물을 여유는 없었다. 그녀는 구입한 향료를 든 채 눈을 내리깔고 두 사람을 업신여기듯 바라보았다.

“용연향은 결국 제 손에 들어왔네요. 보아하니 소용장군부를 떠나더라도, 제가 원하는 것은 얼마든지 얻을 수 있겠어요.”

배윤호는 분노로 얼굴이 잿빛이 된 채 떨리는 목소리로 불렀다.

“송청아…….”

송채리는 황급히 배윤호의 팔을 어루만지며 달랬다.

“형부, 화내지 마세요. 어쩌면 저 인장이 가짜일지도 몰라요. 청아 언니가 우리를 약 올리려고 일부러 위조한 것일 수도 있잖아요. 윗선에서 조사하면 분명 밝혀질 거예요…….”

하지만 송청아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고개를 꼿꼿이 든 채 두 사람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

“고맙습니다, 주 사장. 봉 어멈, 화미야. 가자.”

운수향재를 나서는 송청아의 마음은 더없이 통쾌했다.

단지 두 사람의 콧대를 꺾어 놓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며칠 뒤면 송채리의 몸에 정말로 과민 반응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었다.

전생의 경험으로 송청아는 송채리가 목련을 견디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외출하기 전, 제향방에서 보내온 목련 향로를 손목과 목덜미에 일부러 발라 두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문을 나서자마자 송채리와 마주칠 줄이야.

아마 송채리 자신도 아직은 제 몸이 목련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 터였다.

사흘 뒤면 얼굴 가득 붉은 발진이 돋을 것이고, 아무리 빨라도 이레는 지나야 가라앉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송채리는 배씨 가문에서 여는 그 연회에 참석할 수 없게 된다. 전생에서 그녀의 이름을 도성에 널리 알렸던 바로 그 연회에.

그리고 송청아는 그 기회를 빌려 순조롭게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제 앞날을 위한 또 하나의 길을 마련할 수 있었다.

운수향재를 나온 뒤, 배윤호와 송채리는 더 이상 거리를 둘러볼 마음이 들지 않았다. 용연향도 끝내 사지 못한 채, 두 사람은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송씨 가문으로 돌아갔다.

점심때가 되었지만 배윤호는 조금도 입맛이 없었다. 머릿속에는 온통 조금 전 향료점에서 송청아에게 체면을 구긴 장면만 맴돌았다.

송씨 부인이 송씨 가문에서 점심을 먹고 가라고 붙잡았으나, 그는 식사조차 하지 않은 채 작별을 고하고 장군부로 돌아갔다.

장군부에 돌아온 배윤호는 송청아를 찾아가 그 인장을 어떻게 손에 넣었는지 물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서재에 들어가 차 한 모금을 마시기도 전에, 그를 곁에서 모시는 시종 영안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큰도련님, 큰부인과 관련해 드릴 말씀이 하나 있습니다만…… 말씀드려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송청아에 관한 일이라는 말에 배윤호가 찻잔을 쥔 손을 멈췄다.

“말하거라.”

영안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최대한 완곡한 표현을 골라 조용히 말했다.

“큰도련님께서 두약을 뽑으라고 명하신 집안 하인들이 조금 전에 제게 말해 주었습니다. 사시에 두약을 뽑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큰부인께서 그 모습을 보셨다고 합니다. 큰부인 곁의 봉 어멈이 뽑지 못하게 막아서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큰부인께서 그냥 뽑도록 내버려 두셨답니다.”

배윤호는 깊이 생각하지 않은 채 짤막하게 대꾸했다.

“그래도 분수는 아는군.”

영안은 순간 멍해졌다. 아무래도 배윤호는 자신이 무슨 뜻으로 한 말인지 알아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영안은 소용장군부에서 벌써 팔 년을 지냈으며, 어린 시절부터 배윤호의 곁을 지켜 왔다.

그는 배윤호가 올곧고 고지식한 성품이라는 것을 잘 알았다. 에둘러 말해서는 그 속뜻을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또한 배윤호가 도성을 떠나 전쟁터를 누빈 지난 이 년 동안, 송청아가 장군부에서 어떤 나날을 보냈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혼인 첫날밤, 배윤호가 일부러 송청아와의 합방을 피하자 하인들은 금세 눈치를 보며 태도를 바꾸었다. 송청아가 총애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는 갖가지 방법으로 그녀를 곤란하게 했다.

하지만 송청아는 그 모든 일을 묵묵히 견뎌 냈다. 고씨의 명을 받들어 집안일을 세심히 돌보고, 자신의 혼수로 장군부의 살림을 메웠다. 밤낮없이 새로운 향을 조제하는 한편, 장군부 소유의 향료점 네 곳까지 관리했다.

그 덕분에 궁색하던 장군부의 살림은 점차 넉넉해졌고, 체면도 되찾았다.

그들 같은 하인들마저 녹봉이 오르고 의식주도 한결 나아졌다.

이제 배윤호가 돌아왔으니, 영안은 당연히 배윤호와 송청아가 금슬 좋게 지내기를 바랐다.

송청아가 자식만 낳는다면 집안에서 고개를 들 수 있을 테고, 앞으로의 삶도 한결 나아질 터였다.

그런데 배윤호가 돌아온 지 고작 며칠 만에 두 사람 사이가 틀어질 줄은 몰랐다.

그래서 영안은 위험을 무릅쓰고 굳이 이런 말을 꺼낸 것이었다. 두 사람의 오해가 풀려 앞으로는 화목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영안이 이번에는 좀 더 분명하게 설명했다.

“봉 어멈이 막아선 것은 큰부인께서 날마다 두약을 약재로 쓰시기 때문입니다. 비위가 허한 것을 따뜻하게 보해 주는 데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들은 배윤호는 그제야 흠칫하며 무언가를 깨달았다.

“그 사람, 비위가 좋지 않으냐?”

영안은 배윤호보다도 장군부에서 오래 지낸 사람이었기에, 송청아가 앓고 있는 병증을 훤히 알고 있었다.

그는 지난 이 년 동안 송청아의 몸이 얼마나 상했는지, 비위에는 또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를 하나하나 배윤호에게 들려주었다.

그제야 배윤호는 송청아가 오늘 운수향재에서 자신에게 그토록 날을 세운 이유를 깨달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그녀의 두약을 모조리 뽑게 한 데다, 송채리와 한가롭게 거리를 거니는 모습까지 들켰으니, 상심하고 질투한 끝에 그런 행동을 벌인 것이리라.

참으로 속이 좁고 뒤틀린 여자였다. 조금 더 대범하게 굴 수는 없는 것인가. 저래서야 어디 장군부 큰며느리다운 기품이 있다고 하겠는가.

그러나 생각을 달리해 보니, 그토록 질투한 것도 결국 자신을 너무 마음에 두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배윤호의 가슴에서 세차게 타오르던 분노가 조금씩 잦아들었다.

그러다 문득 장군부로 돌아온 첫날 밤, 고씨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윤호야, 너도 그 아이가 너를 얼마나 마음에 품고 있는지 알지 않느냐. 혼인 첫날밤에 네가 합방하지 않았는데도 불평 한마디 하지 않고, 이 집에서 목이 빠지게 네가 돌아오기만 기다렸다. 이제 네가 돌아왔으니 그 아이와 좀 더 가까이 지내거라. 그래야 우리 배씨 가문에도 하루빨리 후사를 더하지 않겠느냐.”

배윤호의 가슴속에 문득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감정이 피어올랐다.

그는 오늘 밤 송청아를 찾아가 보리라 마음먹었다.

*

그날 밤, 둥근 달이 하늘 높이 걸려 있었다.

비단결처럼 잘게 부서진 달빛이 녹음재 별채 밖의 배나무 위로 고요히 쏟아졌다.

별채 안에는 등불이 밝혀져 있었다. 송청아는 창가의 책상 앞에 앉아 밝은 황금빛을 내는 등잔 몇 개에 의지한 채 분주히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는 오늘 사 온 향약 재료들을 말리고, 물에 불리고, 불에 덖은 뒤 곱게 빻아 가루로 만들었다. 그런 다음 걸쭉하게 졸인 꿀을 넣어 고루 섞고, 손안에서 몇 번이고 주물러 반죽했다.

이 별채는 본래 그녀가 향을 조합하고 만드는 공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의 거처가 되기도 했다.

오늘 장군부로 돌아온 뒤, 그녀는 곧장 이곳에 틀어박혔다. 식사할 때를 제외하고는 잠시도 쉬지 않고 향을 만들었다. 날이 완전히 저물어서야 비로소 일이 마무리되어 가고 있었다.

송청아가 향을 만드는 데 온 정신을 쏟고 있을 때, 창밖 배나무 아래에는 키가 크고 훤칠한 사내가 말없이 서 있었다.

그는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눈으로 창 안의 그녀를 바라보았다.

송청아는 소매가 좁은 수수한 옷차림에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 먹빛처럼 검고 긴 머리도 수수한 댕기로 단정히 틀어 올렸지만, 풍성하게 흘러내린 귀밑머리가 오히려 고운 얼굴을 한층 돋보이게 했다.

환한 등불이 그녀의 옆얼굴을 비스듬히 비추며 얼굴 위로 선명한 명암을 드리웠다. 짙은 눈썹과 또렷한 눈매가 한층 도드라져, 마치 그림 속 여인이 그대로 걸어 나온 듯했다.

송청아는 손바닥 사이에 향 반죽을 놓고 여러 번 굴려 동그란 향환을 빚고 있었다.

희고 가느다란 섬섬옥수에는 꿀이 묻어 손가락마다 맑고 윤이 났으며, 손바닥은 티 하나 없이 희고 매끄러웠다.

무어라 형언하기 어려운 향기가 그토록 멀리 떨어진 곳까지 흘러와 배윤호의 코끝을 스쳤다.

한참 동안 그 모습을 바라보던 배윤호는 저도 모르게 상상에 잠겼다.

그녀의 손을 끌어다 잡고, 그 부드러운 섬섬옥수를 코끝에 가져가 가만히 향을 맡는다면…… 과연 얼마나 황홀한 향이 날까.

그런 생각을 하며 배윤호는 발걸음을 옮겨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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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다 무슨 변고라도 당하면 그녀의 인생은 그대로 끝장이었다.송세안은 진심으로 송청아를 위한다고 믿었다.송청아는 그 말이 역겨워 속이 뒤집힐 지경이었다.“모두에게 좋은 방안이라고요? 송채리는 첩이 될 수 없는데, 저는 왜 되어야 하죠? 송씨 집안의 피가 흐르지 않아서요?”송세안은 이미 수없이 되풀이했던 말을 또 꺼냈다.“네가 언니니 동생에게 양보해야지. 게다가 채리는 너 대신 십팔 년이나 고생하지 않았느냐. 네가 조금 참으면 어디가 덧나느냐?”송청아는 문득 웃음을 터뜨렸다. 웃는 사이 눈물과 콧물이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렸다.송씨 집안의 핏줄이 아니니, 이 모든 일을 감내하는 게 당연하다는 것인가.송채리가 뒤바뀌어 변방에서 십팔 년을 고생한 것이 자신의 잘못인가. 제가 일부러 꾸민 일도 아니지 않은가.송관산 부부가 자신을 도성으로 데려올 때, 단 한 번이라도 좋으냐고 물었던가.그런 말을 전하라고 보낸 사람이 하필 송세안이었다. 한때 자신을 손안의 보물처럼 아끼던 오라버니의 입을 빌려, 기어이 가슴속까지 도려내려는 것이었다.생각할수록 서러웠다. 견딜 수 없이 억울했다.송청아의 울음이 거세지자 송세안은 다시 어찌할 줄을 몰랐다.그는 천천히 다가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으려 했다. 어릴 때처럼 품에 안고 다정한 말로 달래 주고 싶었다.그러고 보니 그녀를 안아 본 지도 오래였다. 향긋하고 부드러운 몸과 한 팔로도 감싸 안을 수 있던 가느다란 허리가 문득 그리워졌다.그러나 손이 어깨에 닿기 무섭게 송청아가 소매를 휘둘러 떨쳐 냈다.“손대지 마세요! 나가요! 다시는 보고 싶지 않으니까, 나가라고요!”송세안의 가슴이 더욱 아파 왔다. 커다란 손에 심장을 꽉 붙들린 듯 숨조차 쉬기 어려웠다.하지만 송청아는 곁에 다가오는 것마저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결국 별 위로도 되지 못할 말 몇 마디를 남긴 채, 쫓기듯 돌아섰다.송씨 부저로 돌아가는 내내 송청아의 모습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울어서 붉어진 눈, 가냘프게 떨리던 어깨, 희고 긴 손가락

  • 장군님이나 잘하세요   제95화

    송세안이 흠칫했다. 그제야 말실수를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이 모든 일이 송씨 집안의 잘못이라고 인정할 생각은 없었다.“인정하다니, 무슨 소리냐? 향낭에 문제가 있었으면 버리면 될 것 아니냐. 왜 하필 채리에게 준 것이냐? 네 동생이잖아. 어떻게 그런 악독한 수를 써서 그 애의 순결도 명성도 망가뜨릴 수 있어!”송청아가 코웃음을 흘렸다.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는 눈에 서늘한 조소가 어렸다.“큰오라버니 말씀대로라면, 부모님과 할머님이 저를 해치려 한다는 걸 알아도 얌전히 그 향낭을 차고 있어야 했겠네요. 약효가 돌면 준비해 둔 방에 들어가, 그분들이 골라 놓은 사내와 순순히 몸을 섞고요.”그녀의 목소리가 차츰 날을 세웠다.“그런 다음에는 부모님과 시부모님께서 손님들을 데리고 들이닥치실 때까지 기다려야 했나요? 제 명절을 짓밟고 집 밖으로 내쫓으시기 좋게요. 송채리의 명예만 소중하고, 제 명예는 아무것도 아닌가요!”송세안은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굳었다.눈물이 어린 송청아의 눈을 바라보자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 안에 뒤엉킨 분노와 억울함, 상처와 고집이 가시 돋친 덩굴처럼 천천히 가슴을 휘감았다.가슴속으로 쓰라림과 미안함, 안쓰러움이 밀려들었다. 특히 붉어진 눈꼬리를 보니 심장 한구석이 뻐근해졌다. 손을 뻗어 맺힌 눈물을 닦아 주고 싶었다.“오라비는 그런 뜻이 아니었다…… 울지 말거라.”송세안이 손을 내밀자 송청아가 홱 쳐 냈다. 그러나 그 바람에 팔의 상처가 당겼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숨을 들이켜고, 저도 모르게 다친 팔을 감쌌다.“왜 그러는 것이냐?”송세안이 걱정스레 다가왔다.송청아는 몸을 살짝 돌리며 무심히 답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그러나 송세안은 물러서지 않았다. 다시 그녀 앞으로 돌아와 손목을 붙들더니 소매를 걷어 올렸다.드러난 팔뚝은 온통 붕대로 감겨 있었다. 그 사이사이로 붉은 핏자국이 희미하게 배어 나왔다.“이건…….”그 광경이 송세안의 눈을 아프게 찔렀다. 가슴도 덩달아 움켜쥐듯 조여들었다.송청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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