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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는 더 이상 피를 흘리지 않는다
장미는 더 이상 피를 흘리지 않는다
ผู้แต่ง: 가을연

제1화

ผู้เขียน: 가을연
“예전엔 제가 어려서 철이 없었어요. 사과하는 뜻으로 한미연 씨에게 드릴 약혼 선물을 준비했어요.”

말을 마친 신희애가 손뼉을 두 번 치자 경호원들이 선물을 연달아 들여왔다. 백 개가 넘는 상자가 금세 작은 산처럼 쌓였다.

연회장은 숨소리조차 들릴 만큼 조용해졌고 하여빈의 눈에도 뜻밖이라는 기색이 스쳤다.

반면 신희애의 눈앞에는 댓글이 폭발하듯 쏟아졌다.

[희애야, 안 돼! 네가 이 로맨스 소설의 여주인공이잖아! 한미연은 악역이고, 남주인공인 하여빈 대표는 한미연을 사랑하지도 않는다고!]

[한미연은 하 대표의 돌아가신 은사님이 잃어버린 친딸이야. 진해시에 자리를 잡게 지켜 주려고 결혼하는 것뿐이야.]

[한 달 뒤에 한미연이 유언장에 적힌 25살 생일을 지나 유산을 상속받고 나면 하 대표는 바로 헤어질 거라고!]

[답답해 죽겠어! 희애야, 우리 하 대표 좀 봐. 저기 서 있는데 완전히 무너지기 직전이잖아. 너한테 차갑게 구는 건 경호원들이 제대로 돌보지 않아서 상처도 덜 나은 네가 여기까지 돌아다니게 뒀다고 화난 거야.]

[네가 총 맞고 과다출혈 왔을 때 하 대표도 직접 수혈해 주다가 자기가 먼저 쓰러질 뻔했어! 자기 손으로 키운 애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

[...]

빽빽한 댓글이 엄청난 속도로 지나가면서 눈앞을 뒤덮었지만 신희애는 가슴 한가운데의 통증을 눌러 삼키며 못 본 척했다.

신희애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하여빈에게 손을 내밀었다. 웃고 있는데도 눈가가 시큰했다.

“저, 이분을 숙모로 인정할게요. 그러니까 삼촌도 우리 집안에서 내려온 펜던트 돌려주세요.”

댓글창은 다시 비명을 질렀다.

[희애야, 18살에 고백하면서 건넨 그 펜던트를 왜 돌려받아?! 하 대표가 그걸 얼마나 아끼는지 너는 몰라. 다른 사람은 손도 못 대게 한다고!]

바로 그때 한미연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희애 씨가 말하는 게 이거예요?”

한미연이 핸드폰을 꺼냈다. 신씨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오던 펜던트가 핸드폰 케이스에 매달려 있었다.

신희애는 정면으로 뺨을 맞은 듯 머릿속이 멍해졌다.

귀 안쪽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계속 떠들썩하던 댓글창마저 말을 잃었다.

신희애가 입을 열기도 전에 한미연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당황한 표정으로 다급히 말했다.

“정말 미안해요, 희애 씨. 제가 이걸 만지는 게 싫었다면 지금 바로 떼서 돌려줄게요. 화내지 말아요...”

한미연은 펜던트를 떼어 신희애에게 건네는 척하다 손에서 놓쳐 버렸다.

쨍!

짙은 초록빛 에메랄드 펜던트가 바닥에 떨어져 산산이 깨졌다.

연회장 곳곳에서 숨을 삼키는 소리가 터졌다.

18살에 신희애가 모두가 지켜보는 고백 자리에서 하여빈에게 했던 맹세를 모르는 이는 없었다.

“우리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온 이 펜던트를 받아 주면, 이제 제 사람이 되는 거예요. 이 펜던트가 멀쩡히 있는 한 우리도 계속 함께인 거고요. 만약 이게... 깨지는 날이 오면, 그땐 저도 다시는 당신을 보지 않을 거예요!”

신희애는 핏기 없는 얼굴로 바닥에 떨어진 펜던트의 깨진 조각들만 바라봤다.

한미연은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하여빈의 소매를 꼭 붙들고 눈물을 쏟았다.

“죄송해요. 제가 또 일을 망쳤어요... 지금 바로 사람 불러서 복원할게요...”

떨리는 손으로 조각을 줍던 한미연의 손가락이 날카로운 모서리에 베였다.

붉은 피가 옥 조각 위로 떨어졌다.

“손대지 마요!”

신희애가 한미연 쪽으로 손을 뻗었다.

하지만 하여빈이 신희애의 손목을 거칠게 움켜잡았다. 미간을 깊게 찌푸린 채 엄한 목소리로 내뱉었다.

“너 갈수록 너무하잖아. 미연 씨도 일부러 그런 게 아닌데, 펜던트 하나 깨졌다고 사람한테 손까지 올리려고 해?”

싸늘하던 하여빈의 시선이 붉게 젖었으면서도 이상하리만치 고요한 신희애의 눈과 마주치자 말끝이 흐려졌다.

“너... 왜...”

“삼촌이 오해했어요.”

신희애는 쓰린 감정을 억누르며 웃었다. 손목을 빼낸 뒤 손바닥을 펼치자 작은 밴드 하나가 놓여 있었다.

“펜던트 하나잖아요. 깨진 건 괜찮아요. 한미연 씨 손가락이 베였으니 삼촌이 얼른 치료해 줘야죠.”

하여빈의 가슴이 이유 없이 조여 왔다.

신희애가 소리를 지르고 난리를 치며 다른 여자와는 절대 결혼하지 말라고 협박할 거라고 예상했지, 이렇게 순순히 물러설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신희애의 익숙하지 않은 태도가 하여빈을 불안하게 했다.

마치 아주 귀한 무언가가 손가락 사이에서 빠져나가고 있는 듯했다.

하여빈은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누그러뜨렸다.

“의사가 상처 회복을 위해서 잘 쉬라고 했잖아. 방에 올라가서 쉬어.”

신희애의 웃음이 더 환해졌다.

“네. 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그 말을 끝으로 신희애는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돌아섰다.

뒷정원 깊숙이 들어서자 약혼식의 소란도 완전히 멀어졌다.

주변에 아무도 남지 않자 신희애는 끝내 참았던 눈물을 쏟아 냈다.

곁에서 김자영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아가씨, 이렇게 마음 아파하면서 왜 한 번 더 붙잡아 보지 않으세요? 대표님이 지난 세월 아가씨를 아껴 온 마음만큼은 거짓이 아니었잖아요.”

그랬다. 13살에 부모를 잃고 하씨 집안에 들어온 뒤, 10년 동안 하여빈이 신희애에게 베푼 다정함은 분명 진심이었다.

밖에서는 차갑고 위압적인 남자였지만 신희애 앞에서만큼은 인내심 많고 부드러운 얼굴을 보여주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전생의 신희애는 댓글들의 부추김에 휩쓸려 약혼식을 엉망으로 만들었고, 돌아가신 아버지 이야기까지 꺼내며 울고 소리쳤다.

결국 하여빈은 마음이 약해져 한미연과의 약혼을 깨고 신희애와 결혼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결혼식 날, 한미연은 아버지의 유산을 노리던 악독한 친척들에게 몰려 바다로 뛰어내려 목숨을 잃었다.

비보를 들은 하여빈은 크게 무너졌다.

은사의 유일한 혈육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짓눌렸고, 질투에 눈이 멀었던 신희애까지 원망했다.

그 뒤로 하여빈은 신희애와 제대로 말을 섞지 않았다.

신희애가 울면서 매달려도, 목숨을 끊겠다고 협박해도 차갑기만 했다.

신희애가 임신한 뒤에는 아예 추모공원 근처 별채로 옮겨 한미연의 묘를 매일 찾았다.

신희애는 끝내 무너졌다. 정신이 흐릿한 상태로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아이까지 잃었다.

소식을 들은 하여빈은 눈썹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체념한 듯 말했다.

“미연 씨한테 목숨으로 갚았다고 생각하자.”

그제야 신희애는 자신이 얼마나 끔찍하게 잘못된 길을 걸어왔는지 깨달았다.

그날 밤, 신희애는 아이의 작은 유골함을 품에 안은 채 집에 불을 질렀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한미연이 진해일보 정규직이 되기 위해 하씨 집안의 비밀 연구시설 위치를 일부러 흘려 무장 괴한을 끌어들인 날로 돌아와 있었다.

10년 동안 키워 준 은혜를 갚기 위해 신희애는 이번 생에서도 하여빈을 대신해서 총을 맞았다.

다만 다시 주어진 삶에서는 집착을 내려놓고 두 사람을 놓아주기로 마음먹었다.

...

정신을 가다듬은 신희애는 눈물을 닦고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할머니께 데려다주세요.”

집 안의 불당에서 강숙원 회장은 눈을 감은 채 경전을 읊고 있었다.

신희애는 반듯하게 무릎을 꿇고 깊이 고개를 숙였다.

“할머니, 집안의 다른 미혼 여자들 대신 제가 동남아로 가서 정략결혼을 할게요.”

강숙원이 염주를 굴리던 손을 멈췄다. 안쓰러움과 체념이 뒤섞인 목소리가 흘렀다.

“참 모진 인연이구나...”

강숙원 회장은 카드 한 장을 꺼내 신희애에게 내밀었다.

“여기 네 부모가 너에게 남긴 유산 4천억 원이 있다. 내가 혼수로 6천억 원을 더 보탰어. 정말 내려놓기로 했다면, 앞으로는... 네 삶을 잘 살거라.”

신희애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다시 한번 깊이 절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할머니와 삼촌이 그동안 저를 돌봐 주신 것, 정말 감사해요. 제가 동남아로 시집가는 일은 당분간 삼촌에게는 말하지 말아 주세요.”

강숙원 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신희애가 몸을 일으켰다.

불당 문을 열고 나오려던 신희애는 문 옆에 서 있는 큰 체격의 남자를 발견했다.

하여빈이 신희애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낮은 목소리는 묘하게 잠겨 있었다.

“나한테 뭘 말하지 말라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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