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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내 말만 들어

Penulis: 케사르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9-09 14:44:37

솔의 손끝이 아주 미세하게 굳었다.

준경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아니, 신경 쓰지 않았다.

그에게는 너무 당연한 말이었다.

하지만 솔에게는 아니었다.

계약된 적은 여러 번 있었다.

누군가의 예언자였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방금의 내 예언자는 이전과 같은 말로 들리지 않았다.

에드윈이 돌아간 뒤 서재가 조용해졌다.

문이 닫히자 준경이 솔을 봤다.

“아까.”

솔이 시선을 들었다.

“왜 가만히 있었지.”

“무엇을 말씀하십니까.”

“에드윈이 너한테 손대려고 했을 때.”

솔은 잠깐 생각했다.

정말 이유를 묻는 것 같았다.

“문양을 확인하려고 하셨으니까요.”

준경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

“그럼 만지게 둬?”

“필요하면 그렇습니다.”

대답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그게 더 마음에 들지 않았다.

“늘 그랬나.”

“예.”

솔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예언 뒤에는 문양을 확인합니다. 상태가 나쁘면 맥박이나 상처도 보고요.”

“누가.”

“계약자나 담당자가 합니다.”

준경이 잠시 말이 없었다.

“아무나?”

솔이 이번에는 조금 망설였다.

“필요한 분이요.”

이상한 대답이었다.

필요하면 된다.

그 말대로라면 자신이 처음 솔의 턱을 잡았을 때도,

손목을 돌려 흉터를 봤을 때도,

그녀에게는 특별할 게 없었다.

준경의 기분이 더 나빠졌다.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해?”

솔은 오히려 그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예언자는 원래 그렇게 관리합니다.”

준경은 낮게 혀를 찼다.

관리.

자기가 쓰던 말이었다.

그런데 남의 입을 통해 들으니 이상하게 거슬렸다.

준경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솔 앞까지 걸어가 멈췄다.

이번에는 아무 말 없이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솔의 턱을 잡았다.

솔은 익숙하게 고개를 들었다.

바로 그 반응이 준경의 신경을 건드렸다.

“이것도?”

솔이 그의 손 안에서 눈을 깜빡였다.

“예?”

“다른 사람한테도 이렇게 있었냐고.”

잠깐의 침묵.

솔은 사실대로 답했다.

“확인할 때는 그렇습니다.”

준경의 손끝에 힘이 조금 더 들어갔다.

그제야 솔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준경은 그 흔들림을 놓치지 않았다.

“다른 사람한테도 이렇게 있었냐고.”

다시 물었다.

솔은 잠깐 숨을 삼켰다.

“예.”

그 한마디였다.

준경의 시선이 낮아졌다.

턱을 잡은 손가락이 천천히 미끄러졌다.

목선을 지나,

쇄골 위를 스쳤다.

솔의 어깨가 굳었다.

이번엔 달랐다.

이전의 확인과는 달랐다.

준경의 손바닥이 그대로 내려와 솔의 가슴 위에 얹혔다.

옷 위로.

그러나 분명한 압력으로.

솔의 숨이 끊겼다.

몸이 앞으로 기울지 않도록 버티려는 듯, 발끝에서부터 힘이 들어갔다.

준경은 그 반응을 내려다봤다.

처음으로 솔이 굳었다.

문양을 볼 때도,

손목을 잡을 때도,

입술을 겹칠 때도

그녀는 이렇게까지 굳지 않았다.

지금은 달랐다.

준경의 손끝에 전해지는 미세한 떨림이 그것을 증명했다.

다른 사람들은 확인이라고 했고,

솔도 확인이라고 받아들였다.

그런데 지금은 확인이 아니었다.

솔도 알고 있었다.

준경의 손바닥에 힘이 조금 더 실렸다.

옷감 너머로 온기와 결이 느껴졌다.

솔의 눈이 커졌다.

입술이 벌어졌지만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물러서지 않았다.

손을 쳐내지도 않았다.

그저 굳은 채, 그의 손 아래에 있었다.

준경은 그 사실을 확인하듯 손길을 아주 짧게 움직였다.

솔의 숨이 거칠게 새어 나왔다.

그제야 준경이 손을 거뒀다.

갑작스럽게.

마치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다는 듯.

솔은 그대로 서 있었다.

가슴에 남아 있는 손의 잔열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준경이 낮게 말했다.

“앞으로.”

솔이 고개를 들었다.

아직 호흡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은 얼굴이었다.

“내 허락 없이 아무도 너한테 손대게 하지마.“

솔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신탁청에서도요?”

“누구든.”

준경은 더 설명하지 않았다.

이미 결정은 내려진 뒤였다.

솔은 입술을 달싹였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예언자의 몸을 확인하는 것은 일의 일부였다.

그런데 준경은 그 일부를 자기 허락 아래로 끌어들였다.

그리고 방금,

아무 명분도 없이 자신의 가슴에 손을 올렸다.

솔은 그 행동을 기존 규칙 안에 넣을 수 없었다.

준경이 한 발 물러났다.

그제야 솔의 시선이 그의 오른손으로 향했다.

소매 아래로 검은 저주 표식이 아주 미세하게 옅어져 있었다.

준경도 그것을 봤다.

확인하려고 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저주가 반응했다.

준경의 입가가 잠깐 굳었다.

그리고 이내 평소의 표정으로 돌아왔다.

“가봐.”

솔은 잠시 움직이지 못했다.

준경이 다시 말했다.

“가.”

그제야 솔이 몸을 돌렸다.

문을 향해 걸음을 옮기면서도,

가슴에 남은 손의 감각만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그리고 한 가지 사실이 더 남아 있었다.

방금,

준경이 명분 없이 자신을 만졌을 때,

자신은 물러서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솔은 문고리에 손을 얹었다가 멈췄다.

돌아보지는 않았다.

“한 가지 여쭤봐도 됩니까.”

“말해.”

솔이 천천히 몸을 돌렸다.

“아까처럼 다른 분이 저를 부르시면요.”

준경이 그녀를 봤다.

“무슨 뜻이지.”

“예언을 묻거나, 상태를 확인하거나, 다른 일을 지시하실 수도 있습니다.”

솔에게는 당연한 문제였다.

이 저택에서 공작만 귀족인 것은 아니었다.

지금까지는 필요한 사람이 부르면 갔다.

시키는 일이 있으면 했다.

그게 가장 쉬웠다.

누구의 말까지 듣고, 누구의 말부터 거절해야 하는지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준경은 잠깐 침묵했다.

“듣지 마.”

솔의 눈이 조금 커졌다.

“전부요?”

“그래.”

“하지만 공작가의 가신분들도 계시고, 신탁청에서 사람이 오면 제가 직접 답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답하는 거랑 명령 듣는 건 다르지.”

준경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네가 대답할 일은 대답해.”

한 박자 뒤.

“시키는 대로 움직이지는 마.”

솔은 그 말을 가만히 받아들였다.

이상했다.

귀족의 명령에 따르지 말라는 말을 들어본 적은 없었다.

더구나 그 말을 하는 사람 역시 귀족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

솔이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준경은 어렵다는 듯 생각하지도 않았다.

“나한테 와.”

짧은 대답이었다.

“내가 결정해.”

솔의 시선이 그의 얼굴에 머물렀다.

대가도.

자신이 머물 방도.

누구의 손을 허락할지도.

이제는 누구의 말을 들을지까지.

준경은 하나씩 자기 판단 아래로 가져가고 있었다.

답답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묻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먼저 들어왔다.

솔은 그 감각을 오래 들여다보지 않았다.

대신 확인하듯 물었다.

“공작님의 지시만 따르면 됩니까.”

준경의 대답은 빨랐다.

“그래.”

솔은 잠시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이번에는 정말 문을 열었다.

복도로 나와 문을 닫은 뒤에도 방금 들은 말이 남아 있었다.

살면서 수없이 많은 명령을 들었다.

그런데 누군가에게 복종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들은 것은 처음이었다.

그것도,

명령의 형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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