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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4화

Author: 마루콩
산에서 내려온 뒤, 강이주는 백초아의 전화를 받았다.

백초아는 전화로 강이주를 한번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강이주는 백초아와 다음 날 오전, 한 전통 찻집에서 보기로 약속했다.

...

강이주가 찻집에 도착했을 때, 백초아는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백초아는 아직 발에 깁스를 한 채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강이주를 본 백초아가 가볍게 웃었다.

“난 네가 안 올 줄 알았어.”

“미안. 오는 길이 좀 막혔어.”

강이주는 있는 그대로 말했는데, 백초아는 그저 웃기만 했다.

강이주는 여전히 초췌한 모습의 백초아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이렇게 차분히 앉아서 백초아와 이야기를 나누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날 보자고 한 이유가 뭐야?”

강이주는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 말을 들은 백초아는 강이주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했다.

“네 도움이 필요해.”

강이주의 목소리는 서두르지도, 날카롭지도 않았다.

“네가 부탁하면 내가 도와줄 거라고 생각한 거야?”

‘지금껏 우리가 서로를 향해 날을 세웠던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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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제257화

    장숙연은 딸의 손을 잡고 식당으로 데려가 국을 떠 주었다.그리고 나서 장숙연은 곧장 위층으로 올라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통장 하나를 가지고 내려와서 강이주에게 내밀었다.“이 통장... 네가 가지고 있어. 예전에 가지고 있던 보석이랑 부동산 몇 군데 팔았어. 네가 써.”장숙연은 강이주가 회사를 운영하는 데 돈이 부족할까 봐, 그동안 계속 매수자를 알아보고 있었다.부동산도 몇 채 처분했고, 강서규가 선물해 준 값비싼 보석들도 모두 팔았다.원래는 내일이나 모레쯤 이 돈을 딸에게 가져다줄 생각이었다.그런데 마침 오늘 강이주가 집에 온 것이다.강이주는 통장을 다시 장숙연에게 돌려주었다.“이런 걸 파시면서 왜 저한테 미리 말씀을 안 하셨어요? 엄마, 저 돈 있어요. 회사 일은 걱정 안 하셔도 돼요.”강이주는 장숙연의 돈을 받을 생각이 없었지만 장숙연은 끝까지 주겠다고 고집했다.모녀는 한참 동안 실랑이를 벌였다. 결국 장숙연은 딸의 뜻을 꺾지 못하고 통장을 다시 집어넣어야 했다.“어쨌든 이 돈은 너한테 줄 거니까 그대로 남겨 둘 거야. 필요하면 꼭 말해.”장숙연은 이 돈을 쓸 생각이 없었다. 나중에 딸이 결혼하게 되면, 이 돈을 혼수 겸 결혼 자금으로 챙겨 보내면 된다고 마음먹었다.즉 마음속에는 이미 나름의 계획이 서 있는 것이다.강이주는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제가 예약해 드린 상담은 다녀오셨어요?”“갔어, 갔어.”장숙연이 빠르게 대답했다.“나도 치료 열심히 받고 있어. 네 아빠도 내가 돌봐야 하잖아.”장숙연의 말을 듣고서야 강이주는 마음을 조금 놓을 수 있었다.강이주는 잠시 말을 고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엄마, 예전에 엄마랑 친했다던 그 친구분 이야기 좀 해 주실 수 있어요?”장숙연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장숙연은 그 사람 이야기를 꺼내고 싶지 않은 듯했다.그 모습을 본 강이주는 엄마가 자극을 받을까 걱정이 돼, 먼저 설명을 해야 할지 망설였다.그러나 장숙연은 이내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눌렀다.장숙연은

  •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제256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강이주는 백초아가 준 USB를 노트북에 꽂아 확인했다.영상은 길지 않았다. 화면에는 지정애가 그 여자에게 카드 하나를 건네는 장면만 담겨 있었다.촬영 거리가 꽤 멀어서 지정애와 그 여자가 무슨 말을 나누는지는 들리지 않았다.백초아도 당시에는 감히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던 모양이었다.생각해 보면, 백초아는 강이주를 찾아오기로 마음먹고 나서 강이주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조사를 했을 것이다.백초아가 내민 ‘성의’는 확실히 강이주에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되었다.강이주는 임설에게 돈을 준비해 두라고 지시했다. 내일 백초아 손에 들어가도록 하라는 말도 덧붙여서.백초아가 심씨 집안에 들어가기만 한다면, 심씨 집안은 반드시 시끄러워질 것이다.강이주의 시선이 재생이 끝난 영상 위에 머물렀다.‘심씨 집안이 강중그룹의 파산을 꾸민 걸 할아버님은... 알고 계셨을까?’심현목은 강이주에게 잘해 주었다. 때로는 강이주가 부담스러울 정도였다.‘만약 다 알면서도 내게 그렇게 잘해 준 거라면...’강이주는 더 깊이 들어가려던 생각을 서둘러 멈췄다. 등줄기를 타고 서늘한 기운이 올라왔다.결국 강이주는 본가로 돌아가서 장숙연을 만나기로 했다. 적어도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 또 그 말로만 듣던 절친이라는 여자가 누구인지 알아야 했다.그리고 본가에 도착했을 때, 장숙연은 막 외출하려던 참이었다.“집에 오면서 왜 미리 말도 안 했어?”장숙연은 손에 들고 있던 가방과 보온백을 내려놓았다.“네 아빠 보러 가려던 참이었어.”집 안으로 들어선 강이주는 내부가 달라진 것을 알아차렸다.거실이 전보다 훨씬 휑한 모습이었다.1층 손님방은 아직 공사 중이었다.강이주가 의아한 눈으로 장숙연을 바라보았다.“엄마, 집에 도둑이라도 들었어요?”장숙연은 원래 깔끔한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강이주가 며칠 돌아오지 않았다고 집 안이 이렇게 어수선해질 리가 없었다.“아이고, 내가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네. 집 좀 손보고 있어. 위층 안방을 1층 손님방 쪽으로 옮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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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는 어리지만, 백초아는 순진한 게 아니라 오히려 계산이 빠른 편이었다.백초아는 그때 접대 일을 할 때마다 몰래 영상을 켜 두거나, 핸드폰 녹음 기능을 켜 놓곤 했다.생각은 단순했다. 정말 무슨 일이 생기면 자신을 지킬 수 있어야 했다.혹은 그런 녹음 파일로 적당한 이득을 챙길 수도 있을지 몰랐다.그 시절의 백초아는 벌써 그런 것까지 생각할 정도로 영악했다. 그런데 심원후에게 길들여져 멍청해진 탓인지, 아니면 연애에 눈이 먼 강이주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 탓인지...백초아는 강이주를 상대할 때 단 한 번도 녹음이나 촬영을 떠올리지 않았다.백초아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를 자기 손으로 남겨 둘 이유도 없었다.백초아는 가방을 열고 안에 든 물건들을 전부 테이블 위로 쏟아냈다.“걱정 마. 오늘 너 만나면서 녹음도 안 했고, 영상도 안 찍었어.”백초아는 원피스 하나만 입고 있었고, 액세서리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오직 강이주에게 자신을 믿어 달라는 뜻이었다.강이주는 백초아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원하는 게 뭐야?”백초아의 붉은 입술이 천천히 벌어졌다.“2억 원. 나 2억 원이 필요해.”“돈은 어디에 쓰려고?”강이주의 경계심이 곧바로 올라갔다.백초아가 강이주를 바라보며 말했다.“심씨 집안에 들어가야 해. 그런데 돈이 없어. 돈이 필요해. 심원후가 나한테 줬던 돈을 전부 다시 가져갔거든. 지금은 지낼 곳도 마땅치 않아.”강이주는 백초아를 똑바로 응시했다.“심씨 집안에 들어가겠다고?”역시 백초아는 강이주를 실망시키지 않았다.“심씨 집안 사람들은 지금 널 피하기 바쁜데, 어떻게 들어가려고?”강이주가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백초아의 계획이 실현되는 건 하늘의 별을 따는 일만큼 어려울 터였다.게다가 심씨 집안이 절대 쉽게 받아들일 리 없었다.“어떤 방법을 쓰든 그건 내 일이야. 난 문을 두드릴 돈이 필요하고, 네가 그 돈을 줄 수 있어.”백초아는 확신에 차서 말했다.“어차피 그게 네가 그날 병원까지 찾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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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에서 내려온 뒤, 강이주는 백초아의 전화를 받았다.백초아는 전화로 강이주를 한번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강이주는 백초아와 다음 날 오전, 한 전통 찻집에서 보기로 약속했다....강이주가 찻집에 도착했을 때, 백초아는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백초아는 아직 발에 깁스를 한 채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강이주를 본 백초아가 가볍게 웃었다.“난 네가 안 올 줄 알았어.”“미안. 오는 길이 좀 막혔어.”강이주는 있는 그대로 말했는데, 백초아는 그저 웃기만 했다.강이주는 여전히 초췌한 모습의 백초아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이렇게 차분히 앉아서 백초아와 이야기를 나누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날 보자고 한 이유가 뭐야?”강이주는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그 말을 들은 백초아는 강이주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했다.“네 도움이 필요해.”강이주의 목소리는 서두르지도, 날카롭지도 않았다.“네가 부탁하면 내가 도와줄 거라고 생각한 거야?”‘지금껏 우리가 서로를 향해 날을 세웠던 걸 떠올리면...’‘백초아는 무슨 근거로 내가 도와줄 거라 여기는 거야?’‘게다가 내가 백초아를 어떻게 믿어?’백초아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한참 뒤에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지 여사가 보석으로 풀려났어. 내가 제출한 증거가 충분하긴 했지만, 심씨 집안에서 지 여사를 빼내는 건 정말 너무 쉬운 일이더라.”백초아의 목소리에는 원망의 기색이 살짝 배어 있었다.사실 지정애를 고소할 때부터 백초아는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걸 예상했다.지정애는 아직 보석 기간이라 백초아에게 함부로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심씨 집안 쪽에서는 계속 백초아와 접촉해서 합의를 보려고 했다.심씨 집안은 돈으로 백초아를 무마하려는 것이다.백초아는 심씨 집안 사람과 만나는 것 자체를 거부했다. 심씨 집안 사람들에게 들킬까 봐 계속 몸을 숨기고 있었다.백초아가 현재 처지를 털어놓는 동안에도 강이주는 침묵을 지켰다.강이주는 애초에 백초아가 지정애를 감옥에 넣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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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기빈이 유천훈을 바라보았다.“천훈아, 넌? 이 ID 들어 본 적 있어?”구기빈은 질문을 곧장 유천훈에게 던졌다. 시선도 자연스럽게 유천훈에게 고정됐다.유천훈은 서두르지 않고 끝까지 써 내려간 뒤에야 붓을 벼루 위에 내려놓았다.어떤 흐트러짐도 없는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가볍게 몸을 풀며 말했다.“기빈이 형도 알잖아요. 저 평소에 인터넷 거의 안 해요. 온라인에서 떠도는 일에도 별 관심 없고요. 그 ID도 처음 들어요.”“기빈이 형이랑 이주 누나가 찾는 데 제 도움이 필요하면, 학교에 돌아가면 인터넷 많이 하는 동기들한테 한번 물어볼게요.”“그런 애들은 소식도 빠르고 커뮤니티도 잘 아니까, 사람 찾는 건 금방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 거예요.”유천훈은 차분한 목소리로 제안했다.유천훈에게도 그쪽으로 알아볼 만한 사람들이 있었다. 구기빈이 필요로 한다면 유천훈도 당연히 도울 생각이었다.구기빈과 강이주는 유천훈에게서 이상한 낌새를 전혀 읽을 수 없었다.보통이라면 ID가 언급됐을 때, 정체를 들키고 싶지 않은 당사자는 바로 반응을 보이기 마련이었다. 당황한 기색이 조금이라도 묻어나올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유천훈은 당황한 기색은 전혀 찾아볼 수도 없었고 감정도 아주 안정적이었다.정말 ‘두루미’를 모르는 사람처럼 보였다.강이주는 그제서야 자신의 추측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내 느낌만 믿고 짚은 건데, 정말 틀린 건가?’구기빈이 앞으로 다가가 유천훈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그래. 그럼 너도 좀 알아봐 줘.”그러다 구기빈은 유천훈에게 말했다.“천훈아, 이주 연락처도 받아 둬. 뭐라도 나오면 바로 이주한테 말해 주면 돼.”구기빈은 말을 마친 뒤 강이주를 바라보았다.“이주야, 천훈이 톡 추가해 둘래?”구기빈은 강이주의 의견을 묻고 있었다.강이주는 곧바로 구기빈 말의 뜻을 알아들었다.아까 강이주가 확인한 프로필 사진은 유천훈이 아니었다. 그래도 연락처를 받아 두는 것만으로 손해 볼 일은 없었다.강이주는 맞춰 주듯 핸드폰을

  •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제252화

    하지만 유예준이 행동에 옮기기도 전에, 구기빈과 강이주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결국 따지려던 걸 접은 유예준이 구기빈을 바라보며 물었다.“기빈아, 언제 내려갈 거야?”산 위에 머무는 건 유예준에게는 정말 따분했다.유예준은 올 때마다 오래 버티지도 못했고, 그때마다 구기빈을 졸라 일찍 산을 내려가자고 했다.유천훈은 달랐다. 한 번 올라오면 보통 하루 이틀쯤 머물다가 돌아갔다.유예준은 유천훈이 함께 내려가든 말든 그다지 신경도 쓰지 않았다.구기빈이 익숙하다는 듯 대답했다.“볼일 끝나면 알아서 내려가겠지.”차갑기 짝이 없는 대답에 유예준은 입을 다물었다.유천훈은 손에 들고 있던 붓을 내려놓고 두 사람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러고는 다시 하던 일에 집중했다.구기빈이 가볍게 목을 가다듬고 유예준에게 말했다.“내가 전에 투즈키 키링 물어봤었잖아. 진호가 공장을 하나 찾아냈는데, 거기서 판다더라. 내려가서 몇 개 사러 가자.”그 말을 듣자마자 유예준의 눈에 흥미가 돌았다.“어딘데? 진호 그 자식 진짜 일 잘하네. 괜히 네 오른팔 비서가 아니라니까.”“심흥로 심북2길 8에 있는 ‘만능도’라는 제조 공장이야.”구기빈은 정확한 주소를 말하면서 브랜드 이름까지 덧붙였다.말을 이어 가는 동안 구기빈의 시선은 유천훈을 향해 있었다.유천훈은 구기빈의 말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그 모습을 본 구기빈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정말 아닌 건가?’구기빈뿐만 아니라 강이주도 티를 내지 않고 조용히 유천훈을 살피고 있었다.구기빈은 유예준과 대화하는 척하며 두 가지 정보를 흘렸다.하나는 투즈키 인형 키링.다른 하나는 브랜드 이름과 주소.정말 우연히 꺼낸 말처럼 자연스럽게 흘린 정보였다.만약 유천훈이 ‘두루미’라면, 분명 뭔가 반응이 나왔을 터였다.아주 미세한 변화라도 괜찮았다.하지만 강이주가 보기에도 유천훈은 지나치게 담담했다. 구기빈의 말을 듣지 못한 사람처럼 고개를 숙인 채 글씨를 써 내려갈 뿐이었다.강이주는 곧 시선을 거두었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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