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얼마 지나지 않아 바이올린 소리가 뚝 끊겼다.경서는 어느새 울고 있었다.손등으로 눈가에 맺힌 눈물을 거칠게 훔친 경서는 말없이 바이올린을 정리한 뒤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현실에서 ‘바람 오빠’를 위해 연주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바람 오빠’가 들었든 못 들었든, 경서는 끝까지 곡의 연주를 마쳤다.상민은 경서의 뒷모습만 바라볼 뿐 뒤따라가지 않았다.하지만 가녀린 뒷모습과 쓸쓸한 선율은 상민의 마음을 완전히 뒤흔들어 놓았다....감정을 한바탕 쏟아내고 나니 경서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배고팠다.경서는 핸드폰
“네 남자친구가 그렇게 돈 많으면 새 바이올린 사 달라고 해. 어쨌든 내 물건 또 함부로 만지면 네 손목 비틀어 버릴 거야.”“얘, 경서야. 동생한테 말을 어떻게 그렇게 해?”은서의 어머니 최채숙이 바로 끼어들어 은서 앞을 막아섰다.“이번에 회사가 다시 살아난 건 전부 우리 은서 덕분이야. 심 대표님이 은서한테 연주까지 맡긴 건 상류층 사람들 앞에서 우리 하씨 집안을 세워주려는 거잖아. 한집안이면 잘될 때도 같이 잘되고, 어려울 때도 같이 힘을 합쳐서 버텨야지!”경서는 최채숙과 길게 말다툼할 생각이 없었다.“은서가 어떻게
인우가 빠르게 따라붙었다. “제가 모셔다드리겠습니다.”“됐어!”진춘심은 혜니를 인우에게서 확 떼어 냈다.“그렇게 비싼 차는 부담스러워서 못 타. 만에 하나 긁기라도 하면 우리가 감당 못 해.”진춘심은 여전히 사나운 눈으로 인우를 노려봤다. “괜히 흠집 냈다고 덤터기 씌울 생각 하지 마. 그리고 우리 혜니한테서 떨어져!”그 말을 끝으로 진춘심은 혜니와 나래를 데리고 택시를 잡아탔다. 문을 세게 닫았다.차 안에서 혜니가 작은 목소리로 엄마를 달랬다.“엄마, 이제 화 풀어. 인우도 나래한테 또 무슨 일 생길까 봐 걱정해서
혜니는 고개를 조금 들어 인우의 깊은 눈을 바라봤다. 마음이 어지러웠지만 작은 목소리로 달랬다.“이따 집에 전화해서 떠볼게. 오늘 네 집에서 자도 될지...”인우의 눈 안에 웃음이 환하게 번졌다. 기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혜니의 말은 곧 허락이나 마찬가지였다.‘혜니도 나랑 같이 있고 싶었던 건가? 내 몸까지도 원하고?’혜니가 말을 더 잇기도 전에 핸드폰 벨 소리가 갑자기 울렸다.혜니는 가슴이 철렁해 발신자를 확인하고 곧바로 전화받았다.“엄마.”전화 너머에서는 사람들 목소리가 뒤엉켜 시끄럽게 들렸다.“뭐? 경찰서?
같은 시간, 최고급 브랜드 KK 매장 VIP룸.인우는 소파에 느긋하게 기대 긴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압박감이 자연스럽게 흘렀다.두꺼운 벨벳 커튼이 천천히 양옆으로 열렸다.혜니가 별빛을 닮은 푸른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밖으로 걸어 나왔다.치맛자락에는 작게 박힌 다이아몬드들이 가득했다. 크리스털 조명 아래에서 작은 빛들이 쏟아졌고, 혜니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은하수 전체를 몸에 두른 듯 반짝였다.드레스는 가느다란 허리선을 완벽하게 살렸고, 드러난 어깨와 목선은 부드럽게 이어졌다. 피부는 조명 아래서
“있어요. 진짜 있어요!” 혜니는 바로 신이 났다. 머릿속에는 경서의 얼굴이 바로 떠올랐다.혜니는 핸드폰을 꺼내 들고 들뜬 채 상민 쪽으로 다가가려 했다.“우리 연락처 교환해요. 제가 나중에 제 친구 소개해 드릴게요...”“안 돼!” 큰 손 하나가 뻗어 와 혜니의 손목을 잡고 몸을 뒤로 확 끌어당겼다.“우리 먼저 갈게.” 인우는 그렇게 말하고 혜니를 거의 안다시피 끌고 밖으로 나갔다.“연상민 씨, 저 진심이에요!” 혜니는 뒤를 돌아보며 외쳤다.문밖으로 나온 인우는 고개를 숙여 혜니를 바라봤다. 눈빛이 위험했다.“
‘내가 취한 건가?’샴페인 한 잔 마셨다고 이럴 리가 없었다.혜니는 접시를 내려놓고 서둘러 인우를 찾았다.인우는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하지만 또다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그때 키 큰 남자 하나가 갑자기 혜니의 앞을 가로막았다.“아가씨, 정말 아름다우시네요. 저랑 잠깐 얘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죄송합니다. 지금 급한 일이 있어서요.”혜니는 남자를 피해 지나가려 했다.그러나 남자는 웃으며, 휘청이는 혜니의 몸을 덥석 붙잡았다.“좀 취하신 것 같은데요. 제가 정원에 모시고 나가서 바람 좀 쐬게 해 드릴게요.
인우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 다시 물었다.“아이는?”“없습니다.”“좋군.”인우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혜니는 그런 인우를 한 번 바라보았다.‘좋긴 뭐가 좋아.’‘그때 남겨 놓은 네 ‘보물’ 때문에 내가 죽을 뻔했어!’“됐어. 회의 있습니다.”인우가 새연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소 비서, 따라와.”“네, 대표님.”새연은 기쁜 얼굴로 회의록을 적을 노트를 챙기러 갔다....결국 회의는 세 시간이나 이어졌다.새연의 키보드는 불꽃이라도 튈 듯 쉴 새 없이 두드려졌다.‘우리 새 대표님... 확실히
엘리베이터 안의 공기가 그대로 굳어 버린 듯했다.사실 혜니는 어젯밤에도 인우의 꿈을 꾸었다....은행나무 아래, 매트, 별빛, 이혼하던 날의 마지막 작별. 혜니가 울부짖었고, 인우는 뜨거운 숨을 귓가에 뿌리며 끝을 정하는 건 자신이라고 했다. “한인우, 이제 그만해.”혜니가 참다못해 목소리를 높였다.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고, 마음까지 산산이 부서지는 기분이었다.인우는 낮게 숨을 내쉬며 혜니를 내려다보았다.뜨거운 기운이 가까이 닿았지만, 인우의 눈빛은 이상하리만큼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그렇게 소리칠 힘은 남아 있
“공주님, 얼른 신발 신자. 늦겠다!” 바쁜 아침, 시간에 쫓기는 윤혜니의 목소리에는 초조함이 묻어 있었다.“싫어! 오늘 어린이집 안 갈래!” 나래는 미꾸라지처럼 몸을 비틀며 말랑한 목소리로 항의했다.“아이고, 우리 착한 아가. 오후에 엄마가 딸기 생크림 케이크 사 줄게. 딸기 맛이야.” 혜니는 온갖 방법을 다 써 목소리를 한껏 부드럽게 낮췄다.달콤한 회유가 통하자 나래는 마지못해 조그만 발을 내밀었다.혜니는 잽싸게 신발을 신기고 아이를 안아 들었다. 계단을 내려가며 핸드폰을 꺼내 소새연에게 전화를 걸었다.“새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