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최상급 홍삼이랑 보양식 좀 골라서 보내.”윤모가 지시했다. 하지만 몇 초 뒤 생각을 바꿨다.“아니다. 네가 직접 가. 내 장모님 될 분이니까 잘 보여 둬.”민찬은 ‘장모님’이라는 말을 듣자 제 귀를 의심했다.‘우리 대표님... 하경서 이사님과 결혼까지 생각하시는 건가?’‘정말 결혼하실 생각이라고?’ ‘회장님이 손자에게 드디어 결혼할 마음이 생겼다는 걸 알면, 얼마나 기뻐하실까.’윤모는 민찬의 놀란 표정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경서가 늘 진춘심을 ‘엄마’라고 불렀으니, 진춘심은 당연히 자신의 예비 장모님이나 다름없었
시호와 용훈이 정말 이헌을 이길 수만 있다면 하늘은 별장에서 당장 나가고 싶었다. 왜냐하면 그날 밤 일을 떠올리기만 해도 얼굴이 화끈거리니까.용훈의 입꼬리가 씰룩였다. “상대가 네 삼촌이면 최소 연간권은 끊어야 해. 우리 열세 명이 팀 짜서 풀로 붙어서 밤낮없이 기습하면 어떻게든 잡을 수는 있겠다.”재무 조간 리포트를 보고 있던 이헌이 갑자기 재채기를 했다. 등 뒤가 묘하게 서늘했다.“와, 그렇게까지 해야 해?” 하늘은 입을 떡 벌렸다.경서는 끝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병실 밖.윤모는 복도 그늘에 큰 몸을 기대
“누가 너한테 책임져 달라고 했어? 이거 놔, 심윤모!” 경서의 눈가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그때 병실 문이 밖에서 벌컥 열렸다.“지금 뭐 하는 거야!”아침 식사가 든 봉투 두 개를 들고 돌아온 하늘이 두 사람이 엉켜서 실랑이하는 모습을 발견했다.하늘은 바로 상황을 파악하고 달려들었다.“심윤모, 이 미친 자식아! 당장 경서 놔!”하늘이 세게 밀자 윤모가 비틀거리며 한 걸음 물러났고, 그제야 팔을 풀었다.힘이 빠진 경서의 몸이 휘청이자 하늘이 얼른 붙잡았다.경서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경서가 아픈 건 윤
“자기야, 이제 화 풀어.”인우가 다시 한번 사과하며 턱을 혜니의 정수리에 얹고 살짝 비볐다.“이거 놔.”“놓기 싫어.”인우는 뻔뻔하게 버티며 팔에 힘을 더 줬다. 그대로 제 몸 안에 녹여 넣기라도 할 기세였다.꼬박 10분을 그렇게 끌어안고, 몰래 몇 번이나 입까지 맞춘 뒤에야 마지못해 혜니를 놓아줬다.조금 떨어진 건물 그늘에는 진정과 경호원 두 명이 서 있었다.세 사람은 조용히 그 모습을 훔쳐보고 있었다.누구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우리 대표님도 참 쉽지 않네.’‘꼬맹이 달래고, 전처 달래고, 그리고 이제는
이헌은 병실 안을 한 번 바라본 뒤, 시선을 옆에 서 있던 윤모에게로 돌렸다.“하늘이 꼼꼼한 애야. 걱정하지 마. 하경서 씨 잘 챙길 거야.”“지금은 네 얼굴 보기 싫어하잖아. 괜히 심기 건드리지 말고 일단 돌아가.”말이 끝나기 무섭게 엘리베이터 쪽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상민이었다.상민의 얼굴에는 여기저기 다친 흔적이 선명했고, 입가도 퍼렇게 멍들어 있었다. 뒤를 따라온 시호 역시 얼굴에 상처가 남아 있었다.상민이 곧장 달려왔고, 시호도 뒤따라왔다.인우가 재빨리 한 걸음 앞으로 나서서 상민을 막았다.“하경서 씨
큰 체격의 인우가 혜니를 완전히 감싸안았다. 따뜻한 숨결이 목 옆에 닿았다.“여보, 오늘은 내가 잘못했어. 그만 화 풀어.”혜니의 몸이 굳었지만 대꾸하지 않았다.“놔.”“용서한다고 하면 놓을게.”인우는 팔에 더 힘을 줬다. 쉽게 벗어날 수 없을 만큼 단단한 힘이었다.“한인우.”혜니의 목소리는 서늘했다.“원준 오빠를 때릴 때도, 나랑 원준 오빠 사이를 의심할 때도 이런 태도 아니었잖아.”“그건 내가 너 때문에 너무 예민해져서 그랬어!”인우가 답답하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우리 좀 떨어져서 당분간 생각할 시간이 필
인우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 다시 물었다.“아이는?”“없습니다.”“좋군.”인우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혜니는 그런 인우를 한 번 바라보았다.‘좋긴 뭐가 좋아.’‘그때 남겨 놓은 네 ‘보물’ 때문에 내가 죽을 뻔했어!’“됐어. 회의 있습니다.”인우가 새연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소 비서, 따라와.”“네, 대표님.”새연은 기쁜 얼굴로 회의록을 적을 노트를 챙기러 갔다....결국 회의는 세 시간이나 이어졌다.새연의 키보드는 불꽃이라도 튈 듯 쉴 새 없이 두드려졌다.‘우리 새 대표님... 확실히
엘리베이터 안의 공기가 그대로 굳어 버린 듯했다.사실 혜니는 어젯밤에도 인우의 꿈을 꾸었다....은행나무 아래, 매트, 별빛, 이혼하던 날의 마지막 작별. 혜니가 울부짖었고, 인우는 뜨거운 숨을 귓가에 뿌리며 끝을 정하는 건 자신이라고 했다. “한인우, 이제 그만해.”혜니가 참다못해 목소리를 높였다.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고, 마음까지 산산이 부서지는 기분이었다.인우는 낮게 숨을 내쉬며 혜니를 내려다보았다.뜨거운 기운이 가까이 닿았지만, 인우의 눈빛은 이상하리만큼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그렇게 소리칠 힘은 남아 있
“공주님, 얼른 신발 신자. 늦겠다!” 바쁜 아침, 시간에 쫓기는 윤혜니의 목소리에는 초조함이 묻어 있었다.“싫어! 오늘 어린이집 안 갈래!” 나래는 미꾸라지처럼 몸을 비틀며 말랑한 목소리로 항의했다.“아이고, 우리 착한 아가. 오후에 엄마가 딸기 생크림 케이크 사 줄게. 딸기 맛이야.” 혜니는 온갖 방법을 다 써 목소리를 한껏 부드럽게 낮췄다.달콤한 회유가 통하자 나래는 마지못해 조그만 발을 내밀었다.혜니는 잽싸게 신발을 신기고 아이를 안아 들었다. 계단을 내려가며 핸드폰을 꺼내 소새연에게 전화를 걸었다.“새연아,
‘내가 취한 건가?’샴페인 한 잔 마셨다고 이럴 리가 없었다.혜니는 접시를 내려놓고 서둘러 인우를 찾았다.인우는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하지만 또다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그때 키 큰 남자 하나가 갑자기 혜니의 앞을 가로막았다.“아가씨, 정말 아름다우시네요. 저랑 잠깐 얘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죄송합니다. 지금 급한 일이 있어서요.”혜니는 남자를 피해 지나가려 했다.그러나 남자는 웃으며, 휘청이는 혜니의 몸을 덥석 붙잡았다.“좀 취하신 것 같은데요. 제가 정원에 모시고 나가서 바람 좀 쐬게 해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