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도시 / 전신이 깨어났다 / 제11화 업무상 귀한 손님

Share

제11화 업무상 귀한 손님

Author: 우주멍
“허풍을 치다니, 바보가 ‘여신의 마음’을 살 돈이 어디 있어.”

화란은 세화를 향해 과시했다.

“아, 3일 뒤에 이걸 하고서 생일 파티를 해야지. 또 이걸 하고 천룡투자그룹의 계약을 체결하러 가는 걸 상상만 해도 너무 행복해…….”

뒤질세라 진태휘의 딸랑이가 마구 울려댔다.

“화란아, 그때면 너는 H시에서 가장 빛나는 여자일 거야! 누구도 너 발 밑에 못 따라와.”

모두들 부러워했다.

‘역시 방세한이야. 수십억 원의 ‘여신의 마음’을 선물하다니.’

‘그야말로 호기롭기 그지없어!’

인내심이 거의 바닥난 동혁이 주먹을 꽉 쥐고 한 걸음 나아가는 순간, 세화가 그를 부둥켜 안았다.

“동혁 씨, 진정해요!”

“어머, 저 바보 표정 좀 봐, 사람을 때리려고 해?”

화란이 짐짓 겁에 질린 목소리로 외치자, 진씨 집안 식구들이 나서서 진화란을 거들었다.

“감히 사람을 때리면, 내일 할아버지께 너를 진씨 가문에서 쫓아내라고 하겠어!”

“이 바보 멍청이가 간덩이가 부었나? 사람을 때리려고 해?”

태휘가 휴대전화를 들고 위협했다.

“감히 내 동생을 건드려? 내 전화 한 통이면 세화 회사는 차압당해! 당장 보여줄까?”

동혁은 차갑게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 아내 회사를 차압해? 죽고 싶으면 한번 해 봐.”

“어유, 그러셔? 아주 무서워 죽겠네?”

태휘가 빈정대며 곧 어디론가 전화했다.

곧 세화의 핸드폰이 울렸다.

“진 사장님, 큰일났습니다. 은행에서 갑자기 회사 기물들을 압수하고 있습니다!”

……

세화가 황급히 회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달이 중천에 떠 있었다.

회사에 들어가니 아수라장이 된 회사 사무실 안, 컴퓨터들이 사라진 채 휑한 사무용 데스크 위에는 볼펜이나 종이쪼가리 같은 것들만 마구 널려있었다.

“오 과장님, 이 낡은 컴퓨터도 등록해야 합니까?”

작업복을 입은 낯선 사람들이 물자를 점검하고 있다.

“모두 우리 은행의 재산인데, 왜 등록하지 않습니까? 모두 꼼꼼하게 체크하세요. 누락되면 절대 안 돼요!”

빡빡한 인상의 중년 여자가 두 손으로 팔짱을 낀 채 가운데 서 있었다.

세화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 그녀에게 다가갔다.

“오 과장님, 상환 기한은 며칠 더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누구예요, 당신은?”

오 과장은 고개를 돌려 세화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누군데 나서는 거야? 저리 비켜. 정상적인 업무 진행을 방해하지 마세요!”

“이렇게 날뛰다니, 당신 어느 은행이야?”

동혁이 차가운 얼굴로 앞으로 나아갔다.

오 과장은 동혁의 길거리표 옷차림을 보고 시큰둥하게 코웃음을 쳤다.

“눈이 멀었지, 그렇지?”

그녀는 손가락을 들어 가슴에 있는 작업 카드를 켜고 또박또박 말했다.

“가, 란, 은, 행, 네 눈을 크게 뜨고 똑똑히 봐!”

세화는 상황을 보고 재빨리 동혁을 뒤로 끌고 가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

“오 과장님, 화 푸세요. 날씨가 너무 더워서 좀 짜증이 난 모양이에요. 당신에게 그러는 게 아니에요.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

“제가 이 회사 사장 진세화입니다.”

세화가 웃음을 지으며 사정했다.

“오 과장님, 며칠만 더 유예할 수 없는지 좀 봐 주세요. 지금 차압하지 말아 주세요. 제가 틀림없이 돈을 갚을 수 있습니다.”

“당신이 사장이예요? 회사가 대출금을 갚을 능력이 전혀 없다는 제보가 있어 미리 압류하는 거예요.”

오 과장이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회사 기물은 이미 모두 은행에서 차압했으니, 저리 가세요. 귀찮게 하지 말고! 이런 낡아빠진 회사 때문에 내가 지금 야근을 해야겠어요?”

세화는 노여움을 금치 못하였다.

“내가 은행 고위 간부를 찾아가서 알아보겠어요.”

세화는 동혁을 끌고 헐레벌떡 성남지점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이미 굳게 잠긴 은행 문만 보일 뿐이었다.

세화는 전화를 몇 통 걸었지만 다음 날에야 업무를 볼 수 있다는 대답을 받았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쪼그리고 앉아 자조의 웃음을 지었다.

갑자기 눈앞에 물 한 병이 나타났다.

동혁이 뚜껑을 따서 열어 주었다.

“괜찮아, 나는 이미 은행 고위 간부에게 전화를 걸었어. 내일 출근하면 우리 다시 오자.”

가란은행 은행장 임보검은 조금 전에 엠파이어 호텔에서 만났을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지존블랙카드 한 장을 주기도 했었다.

동혁은 이미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대방은 가슴을 치며 답하기를, 내일 아침에 은행 사람들을 입구에서 기다리게 하고, 우선적으로 그들을 도와 처리하겠다고 했다.

……

이튿날 아침.

동혁과 세화는 다시 성남지점으로 달려갔다.

어젯밤의 그 오 과장이 은행 직원과 함께 문 앞에서 공손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추워서 덜덜 떨면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동혁은 눈썹을 찌푸린 채 세화를 데리고 앞으로 나아갔다.

“임 행장이 배치한 사람이 당신이야?”

“어디서 너, 나 하고 있어, 저리 가!”

오 과장이 짜증을 내며 욕설을 퍼붓고 고개를 돌려 세화에게 냉소하였다.

“아이고, 이 악덕 채무자가 정말 또 왔네. 잠을 못 자서 추레한 모습을 보니, 틀림없이 돈을 구하지 못했겠지? 시간 낭비하지 말아요. 우리 은행이 자선단체도 아니고, 가난뱅이를 위한 업무는 하지 않아!”

세화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이 쓰라렸다.

억지로 웃는 얼굴을 하고서 좋은 말을 몇 마디 하려고 한다.

별안간 그녀 곁에 나타난 동혁이 차갑게 호통을 쳤다.

“어디서 나타난 개가 길을 막고 서 있어. 꺼져!”

“X자식…… 너!”

동혁의 차가운 칼날 같은 눈빛에, 오 과장이 흠칫 몸을 떨었다.

“쯧쯧, 세화야. 차압당하는 기분이 별로지!”

갑자기 괴상한 여인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고개를 들던 오 과장은 순간 눈을 반짝이더니 얼른 앞으로 나가 연신 굽실거렸다.

“어머, 방세한 이사님과 진화란 씨가 오셨네요. 우리 임 행장님이 밤에 전화로 아침 일찍 큰 인물이 와서 업무를 처리할 것이라고 얘기하셨어요. 제가 아침 일찍 와서 두 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서 오세요. 두 분 같은 고위급 인사가 바로 제 서비스 업무의 대상이십니다. 제가 두 분을 최우선으로 처리하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방세한의 표정이 오만하다.

화란은 턱을 치켜 들며 말했다.

“안내해 주세요.”

그리고 나서 그녀는 오만한 표정으로 방세한을 끼고 앞으로 걸어갔다.

세화의 곁을 지날 때, 진화란은 비웃었다.

“이렇게 일찍 온들 무슨 소용이야. 밥 먹으려고 자리 싸움이나 하고 말이지.”

동혁은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말했다.

“그때 누가 밥을 달라고 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

한걸음 내딛던 방세한이 불쾌한 눈빛으로 동혁을 주시하고 있었다.

오 과장은 두 사람이 계속 소란을 피울까 봐 앞으로 나서서 위로했다.

“방 이사님, 고객님처럼 귀하신 분이 이런 한심한 사람들에게 화를 내실 필요도 없습니다.”

“저기, 김미경 씨. 조금 있다가 저들을 데리고 가서 업무를 보세요. 나는 먼저 방 이사님과 진화란 씨를 모시고 갈 테니!”

말을 마치자마자 굽실거리며 화란과 방세한을 데리고 들어갔다.

“두 분, 따라오시죠.”

갓 입사해서 아직 앳된 기색을 띤 김미경이 앞으로 나서며 두 사람을 안내했다.

“두 분은 무슨 업무를 보러 오셨습니까?”

“우리는 회사 대출금을 갚으러 왔습니다.”

동혁이 태연하게 말하자, 세화가 경악하며 급하게 동혁을 잡아당겼다.

“함부로 말하지 마요, 내가 돈이 어디 있어…….”

그녀는 본래 오 과장에게 이틀만 더 유예해 달라고 부탁하려고 했다.

김미경은 신입이라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입을 열지 못한 채 망설였다.

“내게 있으니 괜찮아.”

그녀의 손을 끌어당긴 동혁은 위로의 뜻으로 힘주어 꽉 쥐었다.

“대출금을 갚겠습니다.”

동혁은 주머니에서 검은 카드 한 장을 꺼냈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전신이 깨어났다   제1284화 태성쇼핑센터 사장

    “네가 이렇게 기고만장해서 날뛰는 걸, 너희 사장은 알고 있어?”고개를 저은 동혁은 핸드폰을 꺼내서 수소야에게 전화를 걸었다.“태성쇼핑센터의 사장 이름이 정한강인데요. 정한강의 아내가 마구 날뛰면서, 남편에게 경비원을 시켜서 나를 때리라고 하는군요.”“정한강도 그런 생각인지는 모르겠어요. 당신이 한번 알아보고 처리해 주세요.”말을 마친 동혁이 전화를 끊었다.‘태성쇼핑센터를 인수해서 백마리에게 선물한 뒤로는 처음 여기 왔네.’‘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갓 부임한 사장은 이미 이곳의 황제처럼 설치고 있어.’‘게다가 노스폴구스처럼 고객을 업신여기는 브랜드도 입점하게 했어.’잠시 생각하던 동혁은 사람을 바꿔야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그러나 동혁이 전화하는 행동은 임민옥의 눈에는 한낱 허장성세로만 보였다.“호호, 마누라 덕에 사는 기생충이 잘난 척하네! 어디서 잘난 척하고 있어!”“우리 남편이 와도 네가 잘한 척할 수 있는지 보겠어!”임민옥은 거리낌 없이 조롱했다.“비켜! 비켜!”임민옥이 한창 말하고 있는데, 사람들 사이에서 큰 고함소리가 들려왔다.곧이어 수십 명이나 되는 백화점 제복을 입은 경비원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흉악한 표정의 경비원들은 구경하던 사람들을 모두 몰아낸 뒤 일제히 매장을 에워쌌다.“정 사장님!”또 누군가가 소리쳤다.곧바로 정장 차림에 머리카락도 거의 없는 배불뚝이 중년남이 거들먹거리며 들어왔다.“한강 씨, 누가 우리 가게에서 소동을 부리고 있는데, 당신이 무슨 대단한 사람이라고 아직도 허세를 부리고 있어!”“마누라가 죽든 말든 상관없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늦게 온 거지!”남편이 나타나자, 임민옥은 한바탕 욕설을 퍼부었다.하지만 입으로는 욕을 하지만, 책망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생글생글 웃으면서 득의양양한 표정이었다.‘자기 남편이 허세를 부릴수록 더 체면이 선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험험...”임민옥에게 욕을 먹자, 정한강은 쑥스러운 표정으로 화를 내면서 소리쳤다.“누가 감히 노스폴구스에서

  • 전신이 깨어났다   제1283화 최고 보스야

    임민옥이 대답하고 있을 때 전화가 연결되었다.“한강 씨, 어떤 자식이 우리 가게에서 소란을 피우고 있어. 게다가 사람도 때렸어.” “빨리 경비원을 전부 오라고 해. 내가 그 개자식을 때려 죽여버리겠어!”말을 마친 임민옥은 상대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개X끼, 내가 사람을 불렀어!”“여기가 어떤 곳인데, 감히 내 앞에서 설치고 있어. 내가 오늘 어떻게 사람 노릇을 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겠어!”좀 전에 뺨을 맞았던 두 직원도 얼굴을 가린 채, 증오감에 불타는 시선으로 노려보았다.“이동혁, 점장님이 누구를 불렀는지 알아? 바로 점장님의 남편이자 태성쇼핑센터의 사장인 분이야!”“감히 우리 노스폴구스에 몰려와서 소란을 피우고 사람마저 때렸어!” “오늘 너와 네 마누라가 손해를 배상하지 않으면, 태성쇼핑센터를 벗어날 수 없어!”두 여자 직원은 무지막지하게 날뛰면서 소란을 피웠다.임민옥은 직원들이 남편의 신분을 밝힌 걸 탓하는 건 고사하고 오히려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동혁의 눈살을 찌푸렸다. “태성쇼핑센터 사장이라...”옆에 있던 세화와 류혜진 자매의 표정도 약간 바뀌었다.‘임민옥의 남편이 태성쇼핑센터 사장일 줄은 몰랐는데.’‘다시 말해서, 여기서는 상대방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거잖아!‘지금 임민옥은 태성쇼핑센터의 경비원을 다 불러달라고 했어.’‘태성쇼핑센터 정도의 규모라면, 경비원 수백 명을 동원하는 것도 가능해.’ ‘동혁 씨가 아무리 초인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해도 다 상대할 수는 없을 거야.’“여보, 여기서 싸움을 그만두는 건 어때...”세화가 동혁을 잡아 끌면서 작은 소리로 말했다.원래 세화는 두렵지 않았다.다만 지금은 H시상공회의소에 쌓인 구질구질한 일들 때문에 골치가 아파서,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류혜진도 뭔가 두려운 표정으로 말했다.“세화 말이 맞아. 아니면 우리가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면 그만이야.” “임민옥 저 여자가 저렇게 날뛰는 걸 보니, 남편도 틀림없이 쉬운

  • 전신이 깨어났다   제1282화 눈에는 눈으로

    임민옥의 표정이 싸늘해지면서 매섭게 말했다.“누군데 감히 내게 이렇게 말하는 거야!”“임 점장님, 이쪽은 제 남편 이동혁 씨입니다.” “당신은 아주 고귀한 신분인가요? 왜 이렇게 당신과 말하면 안 되나요?”동혁이 오자, 세화의 마음속에도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생겼다.세화도 가차 없이 임민옥에게 반격했다.“원래 진 회장의 남편이라면, 그 데릴사위?”임민옥은 동혁을 흘겨보면서 혐오하는 표정으로 말했다.“왜? 당신도 당신 마누라처럼 소란을 피우고 싶어서?”“미리 말해 두지만, 가게에서 나간 뒤에는 일체 반품하지 않는다는 게 우리 본사의 명확한 규정이야.” “당신의 장모와 이모도 교환 약관에 서명했어.”“반품하고 싶으면, 우리 본사에 가서 소란을 피워!”임민옥의 말투에는 조롱이 가득했다.‘노스폴구스는 다국적 대기업이야. 이동혁이 감히 본사에 가서 소란을 피웠다가는 두 다리가 부러질지도 몰라.’동혁은 임민옥을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그 직원들을 쳐다보면서 냉담하게 소리쳤다.“너희들 중 누가 우리 장모님을 때렸어?”동혁의 이 갑작스러운 물음에, 두 직원의 표정이 변했다.그 중 한 명은 바로 임민옥의 옆에 서서, 줄곧 세화와 대치했던 그 여직원이다.동혁에게 무시당하자, 임민옥의 표정에는 불만이 드러났다.“이동혁 씨? 지금 내가 당신하고 이야기하고 있는데!”그러나 동혁은 여전히 거들떠보지도 않고서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갔다.짝!동혁이 그 직원의 따귀를 때리자, 바로 피부가 찢어지면서 입가에 피가 흘렀다.“아...”비명을 지른 여직원은 얼굴을 가린 채 동혁을 향해 날카롭게 소리쳤다.“개자식, 네가 감히 나를 때려!”“흑흑, 점장님이 저 대신 나서 주세요!”동혁이 감히 자신의 면전에서 손을 쓸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에, 임민옥은 분노가 치솟았다.“건방지게!”“이동혁, 감히 내 면전에서 내 직원을 때렸어, 어떤 결과를 빚을지 알아!”두 눈에 불을 뿜으면서 동혁을 노려보던 임민옥이 날카롭게 소리쳤다.“결과, 무슨 결과?”임민

  • 전신이 깨어났다   제1281화 차별 대우입니다

    임민옥의 얼굴에는 오만함이 가득했고, 말도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세화는 H시에서도 얼굴이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바로 이 점 때문에, 임민옥은 세화를 자신의 사무실로 데리고 가서 비밀리에 해결하려고 했다.그러나 세화가 사리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굳이 사람들 앞에서 해결하겠다고 하니, 세화를 탓할 수밖에 없었다.세화가 얼굴이 잘 알려졌지만, 임민옥도 전혀 배경이 없는 평범한 사람은 아니다.그리고 노스폴구스라는 다국적기업을 등에 업고 있기에, 임민옥은 세화의 신분과 지위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겼다.세화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임 점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왜 H국 경내에서 판매된 제품은 반품할 수 없나요? 다른 지역도 그렇습니까!”임민옥은 웃으며 말했다.“아니, H국만 그래요. 이건 우리가 약간을 바꿀 때 명문화한 거예요.”“참, 고객이 우리 매장에서 옷을 살 때는 교환 약관에 서명합니다.”“진 회장 어머니도 아까 서명하셨을 텐데요...”류혜진 자매는 모두 답답한 표정이었다.“무슨 교환 약관인지 우리는 전혀 몰라.”임민옥은 입가에서 냉소를 지으면서 옆의 직원을 힐끗 보았다.곧바로 카운터로 간 직원은 서명을 한 명세서 두 장을 가지고 와서 류혜진 자매에게 들이댔다.“늙어서 멍청해진 모양이지! 당신들이 분명히 교환 약관에 서명해 놓고도, 뭘 모르는 척하는 거야!”“눈을 크게 뜨고 똑똑히 봐요. 여기 두 사람이 서명했잖아요!”점장이 태도를 분명히 하자, 다시 믿는 구석이 생긴 직원들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저, 저건. 우리가 계산할 때, 신용카드 서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서명한 거야.”류혜진 자매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두 사람 모두 옷을 고른 뒤 계산을 마치고 가는데, 무슨 교환 약관 따위에 신경을 쓸 수 있겠는가!결국 이것이 지금은 상대방이 반품을 하지 않는 이유가 되었다.세화가 그 명세서를 가지고 와서 보니 교환할 수 없다는 약관이 맞지만, 이는 분명한 불공정 약관 조항이다.“이건 분명히 불공정

  • 전신이 깨어났다   제1280화 이게 무슨 경우야

    세화는 비즈니스계를 직접 겪으면서, 이미 이전처럼 긍정적으로만 생각하지는 않았다.‘노스폴구스의 직원들이 이렇게 제멋대로 날뛰면서 고객을 무시하는 건, 임민옥이라는 이 점장과 관계가 있는 게 분명해.’‘이 여자가 지금 생글생글 웃고 있지만 아마도 속은 시커먼 사람일 거야.’세화는 비공식적으로 일을 처리하고 싶지 않았다.‘일단 상대방의 구역에 들어가면, 무슨 일이 있을지 분명하게 알 수 없어.’임민옥은 세화가 바로 거절할 줄은 몰랐다. 분노한 기색이 스쳤지만, 헛웃음을 지으면서 물었다.“그래요, 그럼 여기서 처리하죠.”“진 회장은 어떻게 해결하고 싶은지 모르겠네요?”세화가 대답했다.“간단합니다. 우리가 산 패딩 점퍼들 중 불량품은 모두 반품하겠어요.”“방금 우리 엄마와 이모를 쫓아낸 직원에게 사과하라고 하세요.”“우리 엄마의 뺨을 두 대 때린 직원을 불러내세요. 나도 그 여자의 뺨을 두 대 때릴 테니까요.”만약 이전이었다면, 세화는 틀림없이 이렇게 눈에는 눈으로 대응하지 못했을 것이다.기껏해야 상대방이 사과하게 하는 걸로 끝났을 것이다.하지만 이번에 맞은 사람이 바로 자신의 엄마인 류혜진이라서, 세화는 정말 화가 났다.‘게다가 이 직원들이 멋대로 군 걸 사과한다 해도, 그다지 성의를 보이지도 않겠지.’세화의 말을 듣자, 방금 처음 나서서 세화와 대치하던 그 여직원이 무의식 중에 얼굴을 가렸다. 그리고 다소 화난 표정으로 세화를 주시했다.세화는 그 여직원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임민옥만 쳐다보았다.“임 점장님, 제 조건이 지나치진 않겠죠?”“아이고, 진 회장님, 이건 좀 우격다짐인데요?”임민옥이 고개를 저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솔직히 말해서, 당신이 말한 첫 번째 조건은 저를 매우 난처하게 만들었어요.”“제품에 하자가 있는데, 교환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세화가 불쾌한 듯이 말했다.임민옥은 고개를 저었다.“누가 말한 당연한 이치인지 모르겠네요. 게다가 우리 제품에 문제가 있는지는 말할 것도 없고요.” “정말 문제가

  • 전신이 깨어났다   제1279화 규모가 크다고 손님을 업신여긴다고

    “미리 말해두지만, 우리 점장님 남편 분은 태성쇼핑센터의 사장님이셔.”“또 사고 치기만 해 봐. 죽을 줄 알아!”임민옥이 나타나자, 갑자기 다시 자신감을 찾은 직원들도 배짱을 부리면서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댔다.“흥, 감히 우리 노스폴구스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간이 배밖에 나온 모양이지!”시퍼렇게 질린 표정으로 코웃음을 친 임민옥이 앞에 있는 직원에게 비키라고 손짓했다.그리고 카리스마 넘치는 워킹으로 세화에게 다가왔다.“누가 난동을 부렸어?”방금 그 직원이 곧바로 세화를 가리키며 말했다.“점장님, 바로 이 여자입니다. 소동을 일으킨 두 나이 든 여자들은 이 여자의 어머니와 작은 이모랍니다.”냉랭하게 세화를 바라보던 임민옥의 눈가에 갑자기 질투가 스쳤다.임민옥 자신도 미모가 좀 되는 편이고 성숙한 기질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했다.그러나 세화 앞에서는 결국 좀 부끄러운 느낌이 들었다.그러나 곧바로 눈썹을 찡그린 임민옥은 왠지 이 여자가 낯이 익다고 느꼈다.“당신은 혹시 혜성그룹의 진세화 회장인가요?”임민옥이 떠보려고 질문을 던졌다.세화가 고개를 끄덕였다.“안녕하세요, 제가 진세화입니다.”“오, 정말 진 회장님이 왕림하셨군요.”싸늘한 표정이었던 임민옥이 곧바로 봄바람을 쐬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게다가 앞으로 나와서 먼저 세화에게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이 장면을 보자, 직원들의 표정이 순간 좀 일그러졌다.자신들의 앞에 있는 여자가 혜성그룹 회장 진세화라서, 배경이 대단한 점장 임민옥도 예의를 갖춰서 대해야 한다는 사실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매장의 직원들은 앞서 류혜진을 쫓아냈을 뿐만 아니라 때리기도 했다.만약 세화가 그 얘기를 한다면, 점장은 반드시 직원들을 엄벌에 처할 것이다.“임 점장님, 우리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합시다.”악수한 손을 거둔 세화가 다소 분개한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엄마와 이모가 당신의 매장에서 산 패딩에 품질 문제가 있었어요.” “매장에 와서 클레임을 제기했지만, 직원들은 판매만 하고 문제를 해결하지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