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등은 분했지만 그냥 떠나려고 했다. 그런데 동혁의 한마디를 듣고 그들 마음속에서 즉시 더 큰 화가 치밀어 올랐다. “저 쓸모없는 인간 놈이, 네놈이 뭔데? 우리가 가겠다는데 네놈 허락이 있어야 해?” 대니얼 등이 고개를 돌려 동혁을 노려보았다. 레이첼 역시 두 눈 가득 불을 뿜으며 욕설을 퍼부었다. “야, 이 H국 인간놈아, 우리가 넓은 아량으로 추궁하지 않겠다고 했잖아. 그런데 뭘 어쩌자는 건데? 하등한 H국 인간 놈이 아직...” 동혁의 눈빛이 갑자기 사나워지더니 레이첼의 뺨을 흘끗 쳐다보았다. 순간 놀란 레이첼은 표정이 굳어져 뒷말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계속 거들먹거리며 동혁을 노려보았다. 동혁은 레이철을 무시하고 마리를 데리고 와서 금발 머리와 파란 눈을 가진 외국 아이들을 가리켰다. “가기 전에 당신들 아이들에게 내 딸에게 와서 한 명씩 사과하라고 하세요.” 대니얼 등은 멍하니 있다가 곧 크게 화를 냈다. “오 마이 갓! 저 개X식이 지금 우리 아이에게 저 여자애에게 사과하라고 한 거야?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젠장, 우리 아이가 하등한 H국 애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라니, 절대 안 돼.” “저놈이 지금 다시 정신이 어떻게 된 거 아니야?” 대니얼 등은 얼굴에 냉소를 머금고 동혁에게 빈정거렸다. 또한 몇 명의 외국인 아이들 표정에도 동혁의 말에 따를 수 없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아빠, 엄마, 예전에 제게 H국 아이는 하등한 인간이라고 놀지 말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내가 사과를 해요?” “엄마, 우리는 그냥 저 애와 놀고 싶지 않아서 그런 거야. 자꾸 다가오니까 어쩔 수 없이 밀었는데...” 외국 아이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했다. “전 저 H국 애가 싫어요. 전 절대 사과하지 않을 거예요.” 니엘이 상기된 얼굴로 소리쳤다.“걱정하지 마, 아들. 아빠는 절대 네가 저 하등한 H국 애에게 사과하게 하지 않을 거니까.” 대니얼은 니엘의 어깨를 툭툭 치더니 고개를 돌려 차가운 눈빛으로 동혁을 쳐다보았
“지금 H국 사람인 네가 날 때리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대니얼은 동혁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동혁을 바라보며 가만히 그 자리에 서서 냉소를 머금고 말했다. “아까 네놈이 내 아내의 뺨을 때렸지? 하지만 난 네놈을 관대하게 봐주고 추궁하지 않겠다고 했어.” “그런데 이제는 감히 나에게 손을 대려고 하는 거야? 그 결과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있고?” “네놈이 무슨 투자회사의 사장이라고 했나? 돈 좀 있으면 뭐든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보지? 네놈이 감히 내 몸에 손을 댄다면 난 너를 평생 후회하게 해 줄 거야.” 대니얼은 외교 특권을 믿고 동혁을 무시하며 계속 거들먹거렸다. “당신이 말대로 될지 두고 보죠.” 동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 “마리야, 눈 가리고 있어.” “네, 아빠.” 마리는 동혁의 말을 듣고 작은 두 손을 들어 눈을 가렸다. 그 순간 동혁은 손을 움직였다. 번개처럼 날아오는 동혁의 손은 대니얼이 도저히 반응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고 이내 그의 뺨을 때리며 “짝”하고 맑은 소리를 냈다. 대니얼은 키가 크고 체격이 건장해서 몸이 조금 흔들렸지만 쓰러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는 큰 고통을 느꼈다. 입가에 금세 핏자국이 흘러내렸고 입을 벌리자 치아 위아래 사이에는 핏방울이 맺혀 있었다. 대니얼은 얼굴을 가리고 미칠 듯이 화가 나 리펑을 노려보았다. 그는 분노로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동혁을 향해 소리쳤다. “쳐 죽일 H국 인간 놈, 네놈이 정말 감히 나를 때리다니. 넌 나를 완전히 열받게 했어.” “Y국 영사관과 골스 가문이 네놈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 “내 반드시 네놈에게 복수해 주지. 네놈 아내, 네놈 식구들 모두 죽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게 만들어 주겠어.” 분노에 휩싸인 대니얼은 자신이 믿고 의지하는 조력자들을 언급하면 동혁이 놀랄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의 생각은 틀렸다. 오히려 그는 동혁의 아내에게 복수하겠다고 말하지 말았어야
동혁의 말에 사람들은 조용히 혀를 내둘렀다. ‘Y국의 왕실 가문이 자기 눈에는 쓰레기라고?’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다니.’ 대니얼 등은 미쳐버릴 정도로 화가 났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바닥에 쓰러진 채 괴로워 끙끙거리는 것 외에는 한마디 반박도 하지 못했다. 대니얼은 고통을 참으며 피가 섞인 침을 삼키고 무기력하게 물었다. “너, 너 도대체 원하는 게 뭐야?” 대니얼은 더 이상 동혁과 다툴 생각이 없었고 싸울 의지마저도 꺾였다. 동혁은 가만히 담배에 불을 붙였다. 대니얼의 얼굴에 연기를 내뿜고서 현장에 있던 외국인들에게 말했다. “이제라도 당신들 아이를 대신해 내 딸에게 머리 숙여 사과하세요.” “사과하면 보내드리죠.” 대니얼 등은 모두 달갑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방금 전 아이들 앞에서 저 소녀에게 절대 사과시키지 않겠다고 말했는데.’ ‘그런데 우리가 사과를 한다면 완전 체면을 구기는 거잖아.’ ‘그러면 앞으로 부모로서 우리 아이를 어떻게 본다는 말이야?’ “만약 내 말을 따른다면 아까 전에 내 팔다리를 부러뜨려 무릎 꿇리고 사과시키라고 지시한 일을 따지지 않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처리할 수밖에 없겠죠?” 동혁이 담담하게 한마디 했다. 대니얼 등이 갑자기 몸서리를 쳤다. 너무 무서워 이제 어린 마리에게 사과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외국인들 모두가 대니얼을 바라보았는데 그가 이 무리의 리더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대니얼은 눈을 감고 이를 악물었다. “알겠어요. 우리가 사과하겠습니다.”이 말을 듣고 땅에 쓰러져 가만히 있던 양유성은 완전히 절망했다. 그는 동혁이 당하는 것을 보고 싶었지만 대니얼이 사과하는 바람에 희망이 물거품이 되었다. 이어서 대니얼 등은 자식들 앞에서 줄지어 얌전히 허리를 숙여 마리에게 사과했다. “이동혁, 아주 멋 졌어.” “아주 잘했어. 저 외국 쓰레기들이 우리나라에서 설치더니 아주 싸다 싸.” 사람들의 환호에 대니얼 등은 자신들의 아이들을 데리고
“H시 사람들은 모두 이동혁이 처가집에서 공짜 밥을 먹는 데릴사위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들 무시하는 인간이죠.”서진만은 J시 출신이었고 제원화가 H시에 투자회사를 설립했을 때 함께 따라왔다.동혁이 원화투자회사의 사장으로 온다는 소식을 들은 후 서진만은 이미 동혁의 상황을 속속들이 살피고 있었고 데릴사위인 그를 경멸했다.“대니얼 씨, 이동혁이 원화투자회사의 사장을 맡은 것도 다 그놈의 아내의 인맥 때문입니다. 그저 이름뿐인 사장에 불과해요.”서진만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난 쓸모없는 인간이든 뭐든 지금 그놈을 죽이고 싶어요.”대니얼은 여전히 안색이 좋지 않았다.그는 H시 사람들이 무시하는 동혁에게 당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서진만은 좋은 생각이 있다는 듯이 말했다.“대니얼 씨, 육체적으로 공격하는 것보다 정신적으로 공격하는게 고통이 더 크지 않을까요?”“당신 H국 사람들은 빙빙 돌려 말하는 걸 좋아하나보군요. 대체 그게 무슨 뜻인가요?”대니얼은 짜증을 내며 말했다.서진만이 말했다. “이동혁이 내일 원화투자회사에 사장으로 부임합니다. 전 약간의 꼼수를 부려서 허위로 그놈에게 충성하는 척 할겁니다. 그리고서 그놈에게 회사 계좌에 있는 몇 천억의 자금을 전부 대니얼 씨의 프로젝트에 투입하도록 하는거지요. 그때 우리는 그 돈을 가지고 떠나면 됩니다.”“그렇게 큰 손실을 입으면 투자자들은 날리가 날테고, 그의 아내는 그놈과 이혼할겁니다. 그렇게 그놈 인생을 망치면 죽이는 것보다 더 낫지 않겠습니까?”서진만은 원래 제원화가 H시에 몰래 심어둔 또다른 심복이나 마찬가지였다. ‘원화투자회사의 자금을 빼돌리기 위해 고심을 하고 있었는데 이 방법을 쓰면 심리적 부담도 그만큼 덜 수도 있지.’‘오늘 대니얼 일행과 이동혁에게 마찰이 있었으니 내일 그놈이 부임하면 분명히 나를 알아볼거야. 그럼 어떻게 내게 복수할지 몰라.’‘당하기 전에 차라리 내가 먼저 손을 쓰는게 나아.’“여보, 진만 씨가 좋은 제안을 한 거 같아.
원화투자회사의 직원은 많지 않았고 수십 명에 불과했다. 그래서 모든 직원이 함께 모이는 것이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었다. 송소빈은 마침 이 기회를 이용해 회사의 인사 상황을 파악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럼 서 이사님께 감사하다고 해주세요. 저녁에 꼭 제시간에 참석한다고도 전해주시고요.” “송 실장님께서 흔쾌히 응해주셔서 저희가 고맙죠. 그럼 업무를 계속 보세요.” 유연수가 깍듯이 인사하며 한마디 했다. 사장실을 나선 그녀의 얼굴에 비웃음이 번졌다. “저런 젊은 나이에 항난그룹 사장의 비서로 일했었다고? 그럼 그동안 많은 남자 임원들을 꼬셔서 거기까지 올라갔겠구먼. 무슨 대단한 능력이 있는 척은.” 서진만의 사무실로 돌아온 후 유연수는 송소빈에 대한 질투심을 접고 애교스럽게 서진만에게 송소빈이 저녁 환영회에 참석하기로 약속했다는 걸 알렸다. 서진만은 얼굴에 냉소를 띠며 손짓을 했다. “지명박 씨와 나영배 씨 두 사람 좀 오라고 해.” 곧 저녁 8시가 되었다. 송소빈은 원화투자회사의 환영회 장소인 회사 근처 호텔에 제시간에 나타났다. “송 실장님, 환영합니다.” 직접 호텔 입구에서 마중하며 환하게 웃는 서진만의 모습은 사람으로 하여금 경계심을 풀게 만들었다. 송소빈이 재빨리 말했다. “이사님 너무 감사해요. 저보다 연배도 높은 신데 이렇게 직접 나오셔서 환영해 주실 줄 몰랐어요.” 서진만이 손을 흔들었다. “아, 당연한 일을 무슨 감사까지야. 내일 이 사장님께서 새로 부임하지 않습니까? 송 실장님이 사장님의 비서로 일하게 됐으니 앞으로 모두 한 식구나 다름없어요. 저는 회사 원로이니 솔선수범해야지요.” 송소빈은 마음이 좀 놓였다. 그녀는 이곳으로 오기 전 원래 조금 걱정을 했다. 원화투자회사의 임원들은 대부분 J시에서 왔고 일반 직원들만 H시 사람이었다.동혁이 낙하산 인사로 사장을 맡게 되어서 다른 임원들이 불만을 품고 암암리에 문제를 일으키거나 심지어 오늘 바로 그녀에게 텃세를 부릴 수도 있었다
“저희 회사의 많은 직원들은 H시 출신이 아니에요. 심지어 이전에 회장님과 새로 오시는 이 사장님 사이에 적지 않은 다툼도 있었고요. 지금 회사의 주인이 새로 바뀌게 됐으니 기존 직원들도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동료들은 다른 뜻이 없어요. 이 사장님이 취임하면 그저 모두가 똑같은 대우를 받기를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서진만이 이어서 말했다. “그런데 실장님이 선물을 받지 않게 되면 모두가 불안해할 겁니다.” 서진만이 언급한 건 틀림없는 원화투자회사 많은 직원들의 진심이었다. 마침 서진만이 사람을 보내 선물을 준비하라고 했고 각 부서 사람들은 만장일치로 송소빈을 위한 환영 선물을 준비해 불안을 줄여보려고 했다. 서진만의 말을 듣고 송소빈은 어쩔 수 없이 선물을 받았다. 이어 다른 부서 직원들도 환영 선물을 건넸는데 그다지 값비싼 선물이 아니었기에 송소빈은 안심하고 받았다. 그때 두 명의 남자 직원이 송편 두 상자를 들고 다가왔다. “송 실장님, 전 지명박이고 이쪽은 제 물류부 동료인 나영배입니다. 이건 저희 물류부에서 드리는 선물이에요.” 지명박의 말이 끝나자마자 사람들 사이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 여직원이 말했다. “명박 씨, 이번 추석은 벌써 지났는데 송 실장님에게 송편 두 상자를 드리는 거예요? 설마 지난 명절에 보내지 못한 물건이 남은 건가요? 물류부에서 재고처리를 할 겸 가져온 건 아니죠?” “하하하.” 환영회장에 한바탕 웃음꽃이 피었다. 다들 추석이 지났는데 송편을 선물하는 건 너무하다고 생각했다. 지명박과 나영배 두 사람은 얼굴이 붉어져 몸 둘 바를 모르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송소빈이 난처하게 있는 두 사람을 도와주려고 재빨리 말했다. “그럼 이 송편 두 상자를 고맙게 받을게요. 마침 이번 추석 이틀 동안 일이 너무 바빠서 송편을 못 먹었거든요.” “감사합니다. 송 실장님. 정말 감사해요.” 지명박과 나영배 두 사람이 송소빈에게 재차 감사를 표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눈빛에는 뜻 모를 냉소가 담겨 있
서진만이 말했다. “안녕하세요. 전 서진만입니다. 현재 원화투자회사의 사업부 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예.” 동혁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사장실로 들어갔다. “모두들 이렇게 저를 환영하러 오신 김에 여기서 간단한 회의를 하시죠. 모두를 알 겸 해서요.” “회의는 천천히 하시죠.” 서진만이 갑자기 말했다. 동혁은 인상을 쓰며 고개도 돌리지 않고 물었다. “서 이사님께서 무슨 용건이라도 있나요?” “거창하게 용건까지는 아닙니다. 전 그저 회의 전에 먼저 처리해야 하는 일 하나가 있어서 그럽니다.” 서진만은 낮게 웃으며 사장실로 들어와 동혁의 맞은편에 서서 갑자기 박수를 쳤다. “가져와요!” 척! 척! 선물 상자 두 개를 유연수가 들고 와서 동혁의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 놓았다. 송소빈은 동혁의 비서로서 당연히 가장 먼저 나서 동혁의 권위를 지켜주려 했다. 유연수의 무례한 태도를 보고 즉시 화를 내며 말했다. “연수 씨, 이 사장님께 예의를 좀 보여주세요.” 유연수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 무심히 웃기만 했다. “송 실장님, 됐어요.” 동혁은 손을 내저었고 유연수의 무례한 행동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서진만이라는 인간이 외국인의 앞잡이처럼 굴었으니 그의 부하 직원도 당연히 좋은 사람은 아니겠지.’ 서진만은 동혁이 차분하게 반응하자 어제와는 달라 다소 의외라는 생각에 눈살을 찌푸렸다. “이 사장님, 이게 뭔지 아시나요?” “알아요, 송편이잖아요.” 동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추석도 다 지났는데 서 이사님께서 저에게 송편을 사주고 싶은 건가요?” “서 이사님, 이걸 왜 가져오신 거죠?”송소빈도 서진만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건 어젯밤에 지명박 씨와 나영배 씨가 물류부를 대표해 내게 선물로 준 그 송편 상자잖아? 서 이사가 비서에게 왜 이걸 사장님 앞으로 가져온 거지?’ “왜 가져왔냐고요?” 유연수가 비웃는 얼굴로 말했다. “송 실장님께서 직접 받은 선물이잖아요. 모르시겠어요? 왜 갑자기
직원이 몇 십억의 자금을 가지고 잠적한 일은 어느 회사이든 아주 큰 사건이었다.동혁이 원화투자회사에 취임하자마자 이런 큰일이 일어났다‘재미있네.’동혁은 잠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서진만, 저 인간이 도대체 무슨 일을 꾸몄는지 한번 볼까?’송소빈은 서진만의 말처럼 능력은 있었지만 아직 어려서 사회 경험이 그렇게 풍부하지는 않았다.그래서 유연수의 말을 듣고 흥분해 화를 가라앉히지 못했다.“연수 씨, 지금 뭐라고 했어요? 설마 지명박 씨와 나영배 씨 두 사람이 돈을 가지고 잠적한 게 제가 지시했다고 생각하는 건가요?”송소빈이 화를 내며 말했다.“송 실장님, 왜 흥분하시고 그러죠? 그건 실장님이 말씀하신 거지 저는 그렇게 말한 적이 없어요.”유연수가 말했다.“하지만 실장님이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실장님과 관계가 없다고는 할 수 없어요. 실장님이 그 두 사람의 돈을 받자마자 그들이 돈을 가지고 도망쳤잖아요.”“그 두 사람이 그냥 도망가면 돼지 왜 송 실장님에게 일부러 돈을 건넨걸까요? 정말 이번일이 실장님과 관련이 없다기엔 설명이 안돼잖아요.”유연수는 이번엔 현장에 있던 다른 직원들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여러분도 한번 말해봐요. 제 추리가 맞지 않나요? 그 두 사람이 함께 일한 여러분도 아니고 나도 아닌 이 송 실장님에게 돈을 줬을까요?”유연수의 물음에 직원들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하긴 명박 씨와 영배 씨 둘 다 돈을 가지고 도망가면서 굳이 왜 송 실장님에게 선물을 줬을까? 정말 말이 안 돼긴 해.’“지금 괜히 증거도 없이 생사람 잡지마요.”송소빈은 화가 나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유연수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어젯밤 내가 송편 상자를 선물 받을 때 연수 씨도 그 자리에 있었고 다른 동료들도 그 상자를 열어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돈이 있는지 내가 어떻게 알겠어요?”그러나 이 설명은 유연수에게 아무런 설득력이 없었다.그녀는 히죽거리며 말했다.“그때 몰랐다고 해서 나중에도 몰랐다는 건 아니죠. 어젯밤 환영회가 끝났을 때 모
이 강 대표는 당연히 이전에 H시에 와서 세화를 만났던 강경영이다.거의 바닥에 엎드릴 듯한 자세의 우대평을 힐끗 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오늘 나는 사해상공회의소의 전권대표 자격으로 H시상공회의소에 왔어. H시상공회의소를 재편성하고 분회로 만드는 문제를 토론하기 위해서 말이야.”말을 하던 강경영이 소윤석 등을 힐끗 보고 무심한 듯이 물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왔는데 모두 H시상공회의소의 회원이야? 거 참 공교롭네. 한 명씩 통지할 필요는 없는데.”강경영의 말 속에는 확신이 가득했다.마치 H시상공회의소가 사해상공회의소의 분회가 되는 문제는 이미 결정되었기에, 다른 사람의 의견에 전혀 아랑곳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눈알을 굴리던 우대평은 소윤석 등에게 망신을 주기로 했다.곧바로 겸연쩍은 표정으로 말했다.“공교롭게도 강 대표님이 오시기 전에, 이 100명이 넘는 회원들이 마침 이 세 가주의 인솔 하에 단체로 H시상공회의소에서 탈퇴했습니다.”“지금의 H시상공회의소는 사령관인 저 우대평 한 사람만 남았습니다!”우대평은 체면이 깎이는 것도 마다 않고 거침없이 나불거렸다.세 가주에게 망신을 주기 위해서, 사해상공회의소의 전권대표 앞에서 자신의 무능함을 드러내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그러나 우대평은 소윤석 등이 갑자기 회원들과 함께 집단적으로 탈퇴했다는 사실을 강경영이 알게 하려는 것이다.‘사해상공회의소가 곧 H시상공회의소를 합병하려는 마당에 말이야,’‘그럼 고의로 사해상공회의소에 대항하는 행위라고 생각하겠지.’우대평의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재주가 뛰어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이 능청스러운 말을 듣자, 강경영은 곧바로 표정이 무거워지면서 냉소했다.“허허, 재미있네, 재미있어.”“누군가 일부러 우리 사해상공회의소와 손을 잡지 못하게 하겠다는 거야?”“우 회장, 방금 누가 앞장섰다고 했지?”원한이 가득한 눈빛으로 세 사람을 쓸어본 우대평이 흥분을 억누르며 말했다.“H시 세 일류 가문의 가주들입니다. 소윤석, 오종천...”“됐어, 됐어
그 말을 듣고도 우대평이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다면, 정말 나이를 헛먹은 것이다.‘소씨, 오씨, 정씨 이 세 일류 가문의 가주들이 결국 이동혁만 신뢰하고 그 말을 따른다는 거야!’지금 우대평은 이미 진상을 알았지만, 왜 그런 지는 때려 죽여도 알 수가 없었다.“나는 불복해! 받아들일 수 없어!” “너는 새파란 양아치에 불과한데,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네 말을 따르는 거야?”비통한 표정으로 일어선 우대평이 동혁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이 개자식, 세 가문이 네가 시키는 대로 한다고 대단한 거야?” “나 우대평의 머리 위에 올라타고 사람을 마구 업신여기겠다고?”“웃기지 마!”“그리고 소윤석, 오종천 이 개X끼들, 나 우대평이 늙어서 쓸모가 없다고 멋대로 내 얼굴을 때렸지?”“너희들은 나를 너무 얕본 거야!“내가 전력을 다해 추진해서, H시상공회의소가 곧 사해상공회의소의 분회가 될 거라는 사실을 알기나 해?” “나는 앞으로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가 돼!”“이 신분이 있는데, 무슨 일류 가문이나 투자개발회사 모두 쥐뿔도 아니야!”“이동혁 저 개자식하고 나를 때린 이 개X끼들, 모두 대가를 치러야 해!”우대평은 미친 듯이 모두를 향해 고함을 쳤다.먼저 이동혁이라는 한 새파랗게 어린 놈에게 미친 듯이 따귀를 맞았다. 게다가 자신이 직접 부른 회원들에게 따귀를 맞았기에, 우대평은 이미 완전히 이성을 잃을 정도로 화가 났다.그러나 우대평의 이 말은 사람들을 두렵게 만들었다.사해상공회의소라는 이 말을 듣자, 세 가주를 포함해서 그 자리에 있던 회원들 모두 표정이 갑자기 변했다.‘사해상공회의소, 그건 재계에서 두말이 필요 없는 거두야.’‘N도 재계 전체에 공포스러운 영향력과 통치력을 가지고 있지!’일부 S시 명문 가문의 핵심 구성원들도 모두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다. 예를 들어 S시 사씨 가문의 가주 사세충처럼.이런 거대 단체는 H시처럼 작은 곳에서는 절대로 건드릴 수 없는 존재다.지금 우대평이 자신이 곧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가 될 거라
연이어 뺨을 네 대나 맞자, 우대평은 완전히 멍해졌다.뒤에 있던 백 명 가까운 회원들도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세 가문의 가주와 류진광을 보았다.이어서 눈빛은 홀 뒤편의 소파로 향했다.찻잔에서 조용히 김이 올라오고 차의 향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모습은, 마치 같은 세상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짝!한 회원이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와서 우대평의 따귀를 때렸다.“나는 H시상공회의소를 탈퇴합니다!”“나도 탈퇴합니다!”“탈퇴합니다...”한 마디씩 울릴 때마다 한 대씩 뺨을 맞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10여 차례나 뺨을 맞은 우대평은, 끝내 버티지 못했다. 털썩 바닥에 주저앉은 채 멍하니 넋을 잃은 모습이었다.그의 늙은 얼굴은 이미 맞아서 흐물흐물해질 정도였다.‘다른 회원들이 계속 앞으로 나오는데, 이대로 가면 우대평은 정말 산 채로 맞아 죽을 거야.’자기도 모르게 우대평을 동정한 소윤석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여러분도 한 사람만 때리지 마세요. 옆에 두 사람이 더 있지 않습니까?”‘뭐, 두 사람?’우시연과 나건성이 설마 하면서 주저하는 사이에 한 사람이 앞으로 다가왔다.짝!손바닥 소리가 나면서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렸다.그리고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이어서 여기저기서 낭랑한 따귀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렸다.매를 맞은 두 사람이 울면서 용서를 빌어도 소용이 없었다. 그래도 따귀를 때리는 건 계속되었다.모든 회원들이 한 명씩 앞으로 나가서 뺨을 때리고 H시상공회의소에서 탈퇴한다고 선포했다.우시연과 나건성 두 사람은 죽은 개처럼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얼굴에는 성한 곳이 한 군데도 없이!‘이건 진짜 맞아서 흐물흐물해진 거야!’비록 두 사람을 나눠 때리느라 한 사람이 50대도 안 되게 따귀를 맞았다 해도, 이 역시 정상적인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지금 두 사람은 마치 영혼이 가출한 듯 절망하면서 허공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우대평도 멍하니 앉아 있었다.“우 회장, 이게 바로
거의 100명에 달하는 회원들은 모두 H시 각 업계의 선두주자들이다.소씨, 오씨, 정씨의 3대 가문 가주의 인솔하에 일제히 H시상공회의소 본부로 몰려들었다.H시상공회의소가 설립되었을 때에도 이렇게 떠들썩하지는 않았다.이런 장관인 장면을 보자, 늙은 우대평의 마음은 큰 위안을 받았다. 흥분해서 피에 묻은 수염이 마구 떨릴 정도로!거들먹거리는 우시연과 나건성도 오늘처럼 의기양양했던 적이 없었다.우대평이 눈짓하자 나건성이 앞으로 나섰다.“회원 여러분, 오늘 여러분을 부른 이유는, 덕망 높으신 회장님이 뜻밖에도 자신의 근거지인 H시상공회의소에서 다른 사람에게 맞았기 때문입니다!”“여러분, 회장님의 얼굴을 보세요. 모두 저 새끼가 때린 겁니다.” “연세도 많은 회장님인데, 저놈은 노인에게 이렇게 무자비하게 손을 댄 겁니다!”“여러분 중에 우리 회장님과 연세가 비슷한 분들도 적지 않을 겁니다.” “오늘 만약 저놈이 참혹한 대가를 치르지 못하게 한다면, 앞으로 저놈은 점점 더 심하게 머리 꼭대기에 올라서서 여러분을 업신여기지 않겠습니까!”“저런 흉악하고 악랄한 극악무도한 흉악범은 바로 눌러서 일벌백계해야 합니다!”나건성은 더없이 슬프고 분개한 목소리로 사람들을 선동했다.단 몇 마디 말로 동혁을 극악무도한 흉악범으로 만든 것이다.“맞아요, 바로 눌러버려야 해요!”우시연도 튀어나와서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며 고함을 질렀다.“저희 큰아버지는 H시의 1세대 기업가입니다. 1세대 갑부로 H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아서, H시 재계의 발전을 위해서 헤아릴 수 없는 발전을 이루었습니다.”“저 이동혁이 저희 큰아버지에게 불경한 짓을 한 건 바로 H시상공회의소를 도발한 겁니다.”“그리고 이 자리에 계신 여러 회원들을 도발하는 겁니다. 절대 쉽게 용서할 수 없습니다!”“큰아버지가 여러분이 한 사람씩 이동혁의 뺨을 때리라고 하셨어요. 얼굴이 문들어질 때까지!”“소씨, 오씨, 정씨 세 가문의 가주들께서 먼저 모범이 되어 주시기를 바랍니다!”우시연은 선두에 선 소
다행히 차는 한 모금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시연의 얼굴은 망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큰아버지, 저 개자식이 감히 끓는 물을 나한테 끼얹었어요. 저 자식을 죽여요! 죽여버려요!”우시연은 감히 더 이상 동혁에게 소란을 피우지 못한 채, 멀찌감치 숨어서 우대평의 팔을 잡아당기며 소리를 질렀다.우대평은 냉혹한 눈빛으로 동혁을 바라보며 말했다.“시연아, 걱정 마라. 회원들이 도착하면 바로 저 나쁜 놈은 죽어!”“우리 H시상공회의소는 H시 최고의 기업가들을 망라하고 있지. 저놈은 그게 얼마나 공포스러운 힘인지 전혀 몰라!”우시연을 달래면서 동시에 동혁을 협박하는 것이다.그러나 동혁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단지 여유롭게 앉아서 진득하게 세화에게 차를 끓여 주었다.“회장님, 전화 다 했습니다!”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건성이 핸드폰을 들고 달려왔다.우대평은 동혁을 일끗 보고는 일부러 침착하게 물었다.“오고 싶지 않다는 회원이 있으면 바로 노트북에 기록해 둬.” “저 이가 놈 양아치를 해치운 뒤에, 내가 바로 그자들과 결판을 내겠어. 몽땅 다 H시상공회의소에서 쫓아낼 거야!”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 그 역시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올지 알고 싶었다.이는 자신의 체면과 관계된 중대한 일이기에.“회장님, 노트북에 기록할 필요도 없어요!”나건성이 자기도 모르게 흥분해서 말했다.“제가 일단 몇몇 일류 가문의 가주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이동혁이 H시상공회의소에서 또 소동을 피우고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러자 그 가주들 모두 두말없이 즉시 달려오겠다고 했습니다.”“H시에 있는 다른 회원들도 모두 두말하지 않고 곧바로 출발했습니다.”“가까운 곳에 있던 회원들은 아마 벌써 도착했을 겁니다!”“하하하...”나건성의 말에 우대평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거들먹거리면서 동혁을 노려보던 우대평이 이를 갈며 말했다.“나쁜 자식, 들었지! 이게 바로 나 우대평의 체면이야! 이게 바로 H시상공회의소 회장인 내 권위야!”“
“어? 이 늙은이가, 이제는 체면도 내팽개쳤네. 아예 필요 없다는 거야?”동혁은 오히려 이전과 다름없이 침착했고 심지어 웃기도 했다.“다행히 나는 진작에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어. 네 뺨을 때리면, 이 일이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지.”“개X끼, 이제 보니 이게 잘못됐다는 걸 알고 있었어!”손으로 입가의 혈흔을 닦아낸 우대평이 이를 갈면서 동혁을 노려보았다.“방금 나를 때린 행동이 네게 얼마나 큰 재앙을 가져올지 알려주겠어!”지금 우대평은 이미 동혁을 평생 가장 증오하는 사람으로 여겼다.만약 동혁의 무서움을 경험하지 않았다면, 우대평 자신의 손으로 동혁의 가죽을 벗기고, 동혁의 살을 씹어 먹고 피를 마시고 싶을 정도였다!“재앙? 이번 100년 만의 엄청난 폭우와 비교할 수 있겠어?”갑자기 앞으로 나간 동혁이 우대평을 집어서 한쪽으로 집어 던졌다. 그리고 몸을 돌려 세화에게 손을 흔들었다.“여보, 이리 와.”“왜?”동혁의 속내를 알 수 없었지만, 세화는 그래도 동혁에게 다가왔다.“우대평 저 늙은이는 기본적인 예의도 몰라. 당신이 그렇게 오랫동안 서 있는데도, 자리도 마련하지 않고 말이야.”“이제 이 자리가 당신 자리야, 앉아!”동혁은 다짜고짜 세화를 우대평이 앉았던 소파에 앉게 했다.이 자리는 바로 H시상공회의소의 우대평 회장 자리다.“목마르지, 내가 차를 끓여 줄게.”동혁은 옆의 쟁반에 있던 주전자를 들고 찻잔을 데운 뒤에 차를 추가했다. 곧 우롱차 한 주전자를 끓여서 두 사람의 잔에 따랐다.우대평 일행은 모든 과정을 빤히 지켜보았다. 두 눈에서는 불을 뿜었지만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동혁의 발이 우대평의 가슴을 계속 밟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들 모두는 동혁이 조심하지 않아서 우대평을 산 채로 밟아 죽일까 봐 두려웠다!그제서야 동혁은 우대평의 가슴에서 발을 뗀 뒤에 찻잔을 쥐고 세화의 옆에 앉았다.“이 차는 괜찮네.”동혁은 천천히 한 모금 음미한 뒤 고개를 들고 우대평을 힐끗 보았다.“내게 재난
우대평은 이미 동혁에게 맞아서 정신이 혼미했다.소파에 멍하니 앉은 채 동혁의 손바닥이 매번 뺨을 때려도 그저 가만히 있었다.“이동혁, 그만해! 또 때리면, 회장님은 너한테 산 채로 맞아서 죽을 거야!”나건성의 두려움과 공포가 섞인 고함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저 쓰레기는 자기 은사가 맞고 있는데도, 감히 가까이 오지도 못하고 멀리 숨어 있네.’ 방금 동혁에게 뺨을 맞았기에, 나건성은 동혁의 손이 얼마나 매운지 깨달았다.‘이미 60세가 다 된 우대평이 얼마나 맞고 견딜 수 있을까?’동혁은 당연히 자신의 힘을 당연히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었다. 비록 우대평의 얼굴이 아릴 정도로 아팠지만, 그렇다고 맞아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그러나 우대평이 맞아서 정신을 못 차리는 데다가, 이제는 동혁도 화가 많이 풀렸기에 때리던 손을 멈췄다.털썩!동혁이 손을 멈추자 우대평은 곧장 바닥으로 쓰러졌다.원래 동혁이 백핸드로 끊임없이 때리면서 우대평의 몸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대평은 일찌감치 쓰러졌을 것이다.동혁이 더는 손을 대지 않는 걸 본 뒤에야 우시연과 나건성이 허둥지둥 달려왔다. 그리고 땅바닥에 엎어진 채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우대평을 일으켜 세웠다.“큰아버지, 괜찮으세요? 제발 죽지 마세요, 흑흑...”“회장님 제발 버티세요. 제가 바로 구급차를 부를게요!”우시연과 나건성은 우대평의 늙은 몸을 끊임없이 흔들었다.한쪽에 서서 냉담하게 방관하던 동혁도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어서 담담하게 말했다.“이 뻔뻔한 늙은이, 너도 사람을 볼 면목이 없을 때가 있어?”“또 죽은 척하면서 나한테 누명을 덮어씌우려는 거지? 내가 두 대만 더 때려봐야겠어!”“어?”우시연과 나건성은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무슨 소리야, 우대평이 진짜 죽어가는 게 아니라 죽은 척하는 거야?’그런데 영혼이 없는 산송장처럼 보였던 눈꺼풀이 떨리더니, 우대평이 갑자기 눈을 떴다.우대평은 감히 더 이상 엄살을 부리지 못했다.“아아! 이 개자
동혁의 말을 듣고 우대평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우대평!H시에서 가장 오래 된 기업가이자 1세대 갑부! H시의 많은 기업가들의 존경을 받는 H시상공회의소 회장!‘동혁 씨가 아무리 간이 배밖에 나왔다 해도, 우대평에게 손을 대겠다는 터무니없는 말을 내뱉다니!’“동혁 씨, 하지 마...”세화가 동혁을 막으려고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동혁이 정말 그렇게 한다면, 틀림없이 큰 파문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기에.‘지금 여론이 이미 동혁 씨한테 온통 욕설을 퍼붓고 있는데, 또 일을 저지르면 큰일이야!’“괜찮아, 여보, 그저 아무 능력도 없는데, 늙은 티를 내며 거만하게 행세하는 걸 좋아하는 늙은이일 뿐이야. 때리면 때리는 거지.”동혁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세화를 안심시키면서, 우대평을 향해 계속 다가갔다.그때 갑자기 나건성이 달려들어 우대평의 앞을 가로막았다.“이동혁, 네 주제를 똑똑히 파악해! 네가 뭔데 감히 회장님에게 손을 대겠다는 거야!”“네가 회장님에게 폭언을 하고 불경한 짓을 한다면, 너는 더 이상 H시에서 설 곳이 없어!”나건성은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성난 목소리로 질책했다.“말 다 했어? 말 다 했으면 꺼져.”동혁은 나건성을 힐끗 보고는 손을 들어 따귀를 때렸다.‘내가 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이 나건성은 줄곧 성가시게 굴었지.’동혁은 줄곧 상대하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또 앞으로 달려 나와서 난리를 치자, 동혁도 더 이상 사양하지 않았다.“아...”피를 토하며 날아간 나건성이 땅바닥에 떨어졌다.이제 동혁은 아무 장애물도 없이 우대평과 얼굴을 맞대게 되었다!우대평은 무의식 중에 손에 든 찻잔을 움켜쥐었다.그러나 동혁의 앞에서 비겁한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에, 여전히 그대로 앉아 있었다.우뚝 솟은 산처럼 굳건한 모습은 그래도 꽤나 기백이 있어 보였다.심지어 동혁을 쳐다보지도 않았다.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찻잔을 들고서, 우대평이 무심코 말했다.“어린 놈이 감히 내게 손
“이동혁, 어서 무릎을 꿇고 시연 양에게 사과하고, 회장님에게 사과해. 어쩌면 회장님의 용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이 말을 들은 세화가 바로 나건성을 노려보았다.‘나도 맞았는데 왜 동혁 씨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는 거야?’동혁은 나건성을 보지도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우 회장, 이것도 당신의 뜻이야?”“당연하지.”동혁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자, 우대평은 다시 소파에 앉았다.옆에 있던 찻잔을 들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일을 잘못했는데, 또 다른 사람의 용서를 얻으려면 당연히 대가를 치러야 해.”“하지만 무릎을 꿇고 시연이에게 사과하는 건 네가 방금 뺨을 때린 것에 대한 대가일 뿐이야.”“내가 너를 용서할지 말지는 너의 후속 태도와 표현에 달려 있지.”짧디짧은 2분 간의 접촉에서 우대평은 동혁이 오만불손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냈다.그래서 이 기회를 빌어서 동혁의 성질을 고치고 길들일 생각이었다.‘그러면 나중에는 내가 시킨 대로 성실하게 리성투자회사와 천용훈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겠지.’‘그러면 오한민이 내게 신세를 지게 되는 거야.’“잘못했다고? 내가 뭘 잘못했는데?”동혁이 냉담하게 말했다.“우 회장, 당신 수하가 당신은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고 하던데, 그럼 내가 오히려 우 회장에게 묻고 싶은데.”“내 아내가 우시연에게 뺨을 맞았을 때 당신은 뭘 하고 있었지?”“이 H시 상공회의소의 당당한 회장이 나와서 막을 수 있었을 텐데?”“그리고 저 우시연은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지만, 내 아내는 두 그룹의 회장이야.” “나는 저 여자가 무슨 백이 있길래 내 아내의 뺨을 때렸는지 모르겠어. 도대체 누구의 힘을 믿는 거야!”“우시연이 맞으니까, 그제서야 튀어나와서 신분과 경력으로 사람을 억누르겠다고?”“그게 바로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는 거야?”동혁은 냉혹하고 매서운 말투로 연거푸 질문했다.동혁이 결국 자신을 깎아내리는 말을 하자, 우시연이 갑자기 불쾌한 듯이 욕설을 퍼부었다.“개X 끼, 내가 네 마누라를 때렸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