بيت / 로맨스 / 전처의 브랜드가 세계를 사로잡았다 / 2화. 완벽한 부부의 불완전한 결혼(2)

مشاركة

2화. 완벽한 부부의 불완전한 결혼(2)

مؤلف: 노에빌
last update تاريخ النشر: 2026-10-29 23:05:39

식탁을 정리하는 데는 십 분도 걸리지 않았다. 네 시간이 넘도록 준비하고 기다렸던 저녁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치우는 데는 고작 십 분이면 충분했다.

해원은 음식물 쓰레기통 앞에 서서 한참이나 움직이지 못했다. 접시 위에는 도겸이 좋아하는 안심 스테이크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굽기 정도까지 신경 써서 준비한 음식이었다. 그가 좋아하는 소스도 따로 만들었다.

해원은 포크로 식어 버린 고기를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 버리면 그만이었다. 도겸의 말대로.

하지만 차마 버릴 수가 없었다. 아까웠다. 비싼 고기가 아니라, 그것을 준비하며 혼자 행복해했던 자신의 마음이.

해원은 결국 고기를 밀폐 용기에 담았다. 수프도 버리지 못하고 냉장고에 넣었다.

혹시 내일 아침에는 먹어 주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작은 기대를 완전히 버릴 수 없었다.

해원은 냉장고 문을 닫고 한동안 그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식탁 위에 남은 선물 상자를 집어 들었다. 짙은 남색 포장지에 은색 리본이 묶여 있었다. 해원은 손끝으로 리본을 한 번 쓸어내린 뒤 침실로 향했다.

도겸은 침대 옆에 앉아 태블릿으로 업무 자료를 확인하고 있었다.

“도겸 씨.”

“네.”

그는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해원은 잠시 기다렸다. 그가 고개를 들어 자신을 바라볼 때까지. 하지만 도겸은 여전히 자료를 넘기고 있었다. 결국 그녀가 먼저 상자를 내밀었다.

“이거요.”

그제야 도겸이 고개를 들었다.

“뭡니까?”

“결혼기념일 선물이에요.”

도겸의 시선이 상자로 향했다.

“아.”

그는 상자를 받아 들었다.

“고맙습니다.”

해원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 지었다. 그가 선물을 받아 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놓였다. 도겸은 포장을 풀어 넥타이핀을 확인했다.

“괜찮네요.”

“마음에 드세요?”

해원이 조금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

“네. 잘 쓰겠습니다.”

그는 상자를 닫아 서류 가방 옆에 두었다. 그리고 다시 태블릿을 집어 들었다. 그뿐이었다.

해원은 한동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조금 더 무슨 말을 해 주지 않을까. 어떻게 골랐느냐고. 고르느라 힘들지 않았느냐고. 아니면 자신은 선물을 준비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그런 말을 기다렸다. 하지만 도겸은 이미 업무에 집중하고 있었다.

해원은 천천히 미소를 거두었다. 문득 자신이 우스워졌다. 결혼 삼 주년이었다. 그녀는 남편의 선물을 준비했고, 그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었으며, 몇 시간이나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정작 자신에게 돌아온 것은 고맙다는 짧은 인사 한마디였다. 그마저도 서운하다고 말할 수 없었다. 선물을 받고 고맙다고 했는데. 더 무엇을 바란단 말인가.

해원은 스스로를 달랬다.

‘도겸 씨는 원래 표현이 서툰 사람이니까.’

늘 그렇게 이해해 왔다. 그러나 오늘은 그 말이 조금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도겸 씨.”

그녀가 다시 불렀다.

“네.”

“이번 주말에는 시간 있으세요?”

도겸은 태블릿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

“아직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토요일에 작은 전시가 하나 있어서요.”

해원은 손가락을 조심스럽게 맞잡았다.

“오래전부터 준비했던 건데... 같이 가 주셨으면 해서요.”

그제야 도겸이 고개를 들었다.

“전시요?”

“네.”

“무슨 전시입니까?”

해원은 잠시 망설였다. 사실 이 이야기를 꺼내기까지도 여러 번 고민했다.

결혼 전 자신이 만들었던 옷이 작은 전시에 걸리게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도겸이었다.

그에게 보여 주고 싶었다. 결혼하기 전의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무엇을 좋아했고, 무엇을 꿈꾸었는지. 그가 한 번쯤은 궁금해해 주기를 바랐다.

“예전에 제가 작업했던 옷도 전시될 예정이에요.”

“그렇습니까?”

“네.”

해원은 애써 웃었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저한테는 조금 의미 있는 자리라서요.”

도겸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태블릿으로 시선을 내렸다.

“주말에 봅시다. 일정 확인해 보겠습니다.”

“네.”

해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확실한 약속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하려 했다.

그가 바쁜 사람이니까. 자신의 작은 전시보다 중요한 일이 많을 테니까. 그녀는 끝내 어느 것도 말하지 못했다. 혹시 그가 부담스러워할까 봐. 혹시 자신 때문에 일정을 바꿔야 할까 봐. 무엇보다, 그렇게까지 부탁했는데도 오지 못한다는 대답을 듣게 될까 봐.

“늦었는데 먼저 주무세요.”

도겸이 말했다.

“네. 도겸 씨도 너무 늦게까지 일하지 마세요.”

그녀는 끝까지 웃으며 대답했다. 그가 다시 태블릿을 내려다보자 해원은 조용히 돌아섰다. 욕실에 들어간 뒤에야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

욕실 거울 속에는 낯익은 여자가 서 있었다.

한해원. 스물아홉. 태성그룹의 장남 서도겸의 아내. 그녀는 거울 속 자신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결혼 전에는 사람들이 그녀를 한해원이라고 불렀다. 학교에서는 디자인을 잘하는 학생이었고, 친구들 사이에서는 무엇이든 직접 만들어 내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결혼한 뒤로는 달라졌다. 서도겸 대표의 아내. 태성그룹 며느리. 사모님. 언제부턴가 자신의 이름보다 그런 호칭에 익숙해졌다.

해원은 천천히 손을 들어 결혼반지를 만졌다. 삼 년 전 도겸이 직접 끼워 준 반지였다. 그날 그는 그녀에게 말했다.

“잘 부탁합니다.”

그 짧은 말이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평생 함께 살아갈 사람에게 건네는 진지한 약속처럼 느껴져서.

그때 해원은 생각했다. 이 사람과 함께라면 어떤 일도 견딜 수 있을 거라고. 조금 무뚝뚝해도 괜찮았다. 표현이 서툴러도 괜찮았다. 그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사실만은 의심하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그녀는 문득 자신이 언제 마지막으로 남편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들었는지 떠올려 보았다. 기억나지 않았다.

해원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녀는 아직 도겸을 사랑했다. 아침마다 그가 무사히 출근하기를 바랐고, 늦게 돌아오는 밤이면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걱정했다. 그가 좋아하는 음식은 여전히 기억했고, 피곤해 보이는 날이면 먼저 따뜻한 차를 준비했다.

사랑하는 마음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는데. 왜 행복했던 기억은 자꾸만 멀어지는 걸까.

해원은 손등으로 눈가를 눌렀다. 울지 않으려고 했다. 결혼기념일을 잊었다고 우는 아내가 되고 싶지 않았다. 선물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서운해하는 아내도. 그가 바쁘다는 이유로 사랑을 의심하는 아내도 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눈물이 떨어졌다. 한 방울. 그리고 또 한 방울. 해원은 급하게 수도꼭지를 틀었다. 물이 세면대에 부딪히는 소리가 욕실 안을 채웠다. 그녀는 그 소리에 숨어 조용히 울었다. 소리 내어 울면 남편이 들을까 봐. 그가 왜 우느냐고 물으면, 자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전부 말해 버릴 것 같아서.

하지만 그보다 더 두려운 것은 따로 있었다. 그가 자신의 눈물을 보고도 어쩔 줄 몰라 하다가, 결국 아무 말 없이 돌아서 버리는 일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게 된다면. 정말로 견디기 어려울 것 같았다.

해원은 한참 뒤에야 물을 잠갔다. 그리고 붉어진 눈가를 찬물로 씻었다. 거울 속의 여자는 여전히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 그녀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려 보았다.

한 번. 두 번.

평소처럼 웃는 얼굴이 될 때까지.

***

다음 날 아침.

도겸은 평소처럼 일찍 출근할 준비를 마쳤다. 해원은 그의 넥타이를 정리해 주었다. 늘 하던 일이었다. 도겸은 가만히 서서 그녀의 손길을 받았다.

“오늘도 늦어요?”

해원이 물었다.

“아마 그럴 것 같습니다.”

“네.”

그녀는 넥타이 매듭을 반듯하게 고쳤다. 도겸은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이제 가 봐야겠습니다.”

해원은 한 걸음 물러났다.

“네. 조심히 다녀오세요.”

“수고하세요.”

현관문이 닫혔다. 해원은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방금 전까지 남편이 서 있던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어제와 똑같은 아침이었다. 도겸은 출근했고, 자신은 그를 배웅했다. 그는 오늘도 늦을 것이고, 자신은 아마 저녁 무렵 그의 귀가 시간을 궁금해할 것이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갈 것이다.

해원은 천천히 식탁으로 향했다. 냉장고에는 어제 먹지 못한 음식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밀폐 용기를 꺼냈다. 차갑게 굳은 스테이크. 표면에 얇은 막이 생긴 버섯 수프. 그녀는 잠시 그것들을 바라보았다.

어제는 차마 버리지 못했다. 혹시 오늘 아침에는 먹어 주지 않을까 싶어서. 하지만 도겸은 냉장고를 열어 보지도 않았다.

해원은 조용히 용기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스테이크를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렸다.

툭.

작은 소리가 났다. 그뿐이었다.

그녀가 며칠 동안 고민하며 준비한 결혼기념일 저녁은 그렇게 끝났다.

해원은 빈 용기를 씻었다. 차가운 물이 손등을 타고 흘렀다. 이상하게 눈물이 나지 않았다. 어젯밤 너무 많이 울어서일까. 아니면 이제는 조금 지쳐 버린 걸까.

그녀는 천천히 서재로 향했다. 책장 가장 아래쪽. 오랫동안 열어 보지 않았던 상자가 있었다. 그녀는 바닥에 앉아 상자를 꺼냈다. 뚜껑을 열자 오래된 스케치북과 원단 조각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손끝으로 스케치북 표지를 쓸었다. 먼지가 조금 묻어났다.

해원은 조심스럽게 첫 장을 펼쳤다. 익숙한 필체가 눈에 들어왔다.

[HAN HAEWON.]

해원은 스케치북 표지에 쓰인 본인의 이름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득 웃음이 났다.

해원은 스케치북을 한 장씩 넘겼다. 서툴지만 정성스럽게 그린 디자인들이 이어졌다. 어떤 페이지에는 원단의 종류가 적혀 있었고, 어떤 페이지에는 수정해야 할 부분이 빼곡하게 쓰여 있었다.

그녀는 어느 순간 손을 멈췄다. 한 장의 스케치가 눈에 들어왔다. 결혼하기 전, 마지막으로 그렸던 디자인이었다. 완성하지 못한 채 덮어 둔 그림. 그 이후로는 새로운 스케치를 그리지 않았다.

자신이 꿈을 포기했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저 잠시 미뤄 두었다고 믿었다. 언젠가 시간이 나면. 결혼생활이 조금 안정되면. 도겸이 덜 바빠지면.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자신은 삼 년 동안 남편의 시간을 기다리면서, 정작 자신의 시간은 멈춰 세워 두고 있었다는 것을.

해원은 고개를 숙였다. 눈물이 스케치북 위로 떨어졌다. 급하게 손끝으로 닦아 냈지만 종이에는 작은 얼룩이 남았다. 그녀는 그 얼룩을 바라보다 조용히 중얼거렸다.

“...미안해.”

누구에게 하는 사과인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오래전 꿈을 꾸던 자신에게인지. 아니면 그 꿈을 끝까지 지켜 주지 못한 지금의 자신에게인지.

해원은 오래된 스케치북을 품에 꼭 끌어안았다. 어제는 남편이 자신을 잊었다는 사실이 서러워 울었다. 그런데 오늘은. 자신마저 자신을 잊고 살았다는 사실이 너무 슬펐다.

استمر في قراءة هذا الكتاب مجانا
امسح الكود لتنزيل التطبيق

أحدث فصل

  • 전처의 브랜드가 세계를 사로잡았다   21화. 가장 가까운 타인

    태성어패럴 본사 회의실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대형 스크린에는 해외 캠페인 계약서의 수정 조항이 띄워져 있었다. 백유라는 차분하게 서류를 넘겼다.“문제는 이 부분이에요.”그녀가 화면을 가리켰다.“현지 에이전시에서 제 초상권 사용 범위를 변경했어요. 기존에는 아시아 지역 광고에 한정되어 있었는데, 이번 수정안에는 유럽 온라인 플랫폼까지 포함되어 있거든요.”홍보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계약 조건을 확대하려는 것 같습니다.”“단순한 확대가 아니에요.”유라는 서류를 한 장 넘겼다.“이대로 계약하면 제 이미지가 다른 브랜드의 프로모션에도 간접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어요.”회의실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도겸이 물었다.“대안이 있습니까?”유라는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네.”그녀는 준비해 온 자료를 스크린에 띄웠다.“초상권 사용 범위를 지역이 아니라 매체별로 제한하는 거예요. 그러면 태성은 글로벌 캠페인을 진행할 수 있고, 저도 이미지 사용을 관리할 수 있어요.”도겸은 자료를 살폈다.“현지 에이전시가 받아들이겠습니까?”“받아들이게 만들어야죠.”유라는 미소 지었다.“제가 직접 협의할게요.”홍보팀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하지만 상대 측에서 추가 비용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그 부분도 생각했어요.”유라는 또 다른 자료를 내밀었다.“제가 유럽 일정 중에 진행하기로 했던 개인 화보가 있거든요. 그 촬영을 태성 캠페인과 연계하면 추가 제작비를 줄일 수 있어요.”도겸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개인 일정을 조정하겠다는 겁니까?”“네.”“그럴 필요까지는 없습니다.”유라는 고개를 저었다.“필요해요. 이번 캠페인은 저한테도 중요하니까요.”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 차분하게 덧붙였다.“저도 태성의 얼굴로 계약한 사람이잖아요. 제 역할은 제대로 해야죠.”도겸은 그녀를 잠시 바라보았다.유라는 오늘 한 번도 사적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평소처럼 농담을 건네지도 않았고, 불필요하게 친근한 태도를 보이지도 않았다.

  • 전처의 브랜드가 세계를 사로잡았다   20화. 당신이 지키겠다는 그 선

    저녁 일곱 시. 도겸이 예약한 곳은 조용한 프렌치 레스토랑이었다. 해원은 안내받은 자리에 앉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은은한 조명과 정갈하게 놓인 식기. 창가 너머로 서울의 야경이 펼쳐져 있었다.“여기 예쁘네요.”“마음에 듭니까?”“네.”도겸은 메뉴판을 펼쳤다.“먹고 싶은 걸로 고르세요.”해원은 그를 바라보았다.“도겸 씨는요?”“저는 아무거나 괜찮습니다.”“그럼 제가 골라도 돼요?”“물론입니다.”해원은 메뉴판을 살폈다. 오랜만에 둘이서 외식하는 자리였다. 그녀는 조금 설렜다. 도겸이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어쩌면 두 사람 사이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아서.식사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겸이 물었다.“디자인 공부는 잘되고 있습니까?”해원이 고개를 들었다.“네. 재미있어요.”“그렇습니까.”“요즘은 시간 가는 줄 모르겠어요.”그녀는 잠시 망설이다 덧붙였다.“예전에 학교 다닐 때 생각도 나고요.”도겸은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렇게 좋아했습니까?”해원은 조금 놀란 듯 웃었다.“네. 정말 좋아했어요.”도겸은 잠시 생각했다. 결혼 전 해원이 디자인을 공부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일이 그녀에게 얼마나 중요한 의미였는지는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계속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해원의 눈빛이 밝아졌다.“정말요?”“본인이 좋아하는 일 아닙니까.”“…네.”해원은 작게 웃었다.“그렇게 말씀해 주시니까 좋네요.”도겸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해원이 이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본 것이 언제였을까. 그는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식사를 마치고 레스토랑을 나섰을 때였다. 도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최현석이었다.“네, 최 실장님.”—대표님, 죄송합니다. 급하게 확인하실 일이 생겼습니다.“무슨 일입니까?”—백유라 씨가 참여하는 해외 캠페인 계약 건입니다. 현지 에이전시에서 조건을 변경하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도겸의 표정이 굳었다.“계약서 보내 주세요.”—네. 그런데 백유라 씨 측

  • 전처의 브랜드가 세계를 사로잡았다   19화. 선을 지키는 여자

    백유라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서도겸의 목소리가 귓가에 남아 있었다.‘앞으로 제 아내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하지 마세요.’‘제 아내와 관련된 일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유라는 천천히 와인잔을 내려놓았다.“도겸 씨.”—네.“혹시 화나셨어요?”—화가 난 건 아닙니다. 다만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저는 사모님이랑 친하게 지내고 싶었을 뿐인데요.”—그 마음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해원 씨가 원하지 않는다면 개인적으로 만나실 필요는 없겠죠.유라의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졌다.“사모님이 뭐라고 하셨어요?”—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유라 씨와 저는 업무로 만나는 사이입니다. 앞으로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업무로 만나는 사이. 유라는 그 말을 속으로 되뇌었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 함께 해외 행사에 참석한 적도 있었고, 중요한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뒤 둘이서 축하한 적도 있었다. 도겸은 언제나 선을 지켰다. 그런 남자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유라는 자신만큼은 조금 다를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고작 한해원 때문에.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한다고? 유라는 손가락으로 와인잔의 가장자리를 천천히 쓸었다.“알겠어요.”목소리는 놀라울 만큼 부드러웠다.“제가 생각이 짧았네요.”—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앞으로 조심할게요. 사모님께도 불편하게 해 드려서 죄송하다고 전해 주세요.”—알겠습니다.“그리고 도겸 씨.”—말씀하세요.유라는 잠시 숨을 골랐다.“저희 사이도 괜히 오해받지 않게 조심해야겠네요.”도겸은 대답하지 않았다. 유라는 작게 웃었다.“그럼 다음 회의 때 뵐게요, 대표님.”통화가 끝났다. 유라는 한동안 휴대전화를 내려다보았다. 대표님. 일부러 그렇게 불렀다. 그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업무적인 관계로 돌아가 줄 생각이었다. 적어도 겉으로는.유라는 천천히 소파에 등을 기댔다.“좋아요, 서도겸 씨.”그녀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번졌다.“그렇게 선을 지키고 싶다면...”잠

  • 전처의 브랜드가 세계를 사로잡았다   18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오후 세 시. 청담동의 한 호텔 라운지.백유라는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해원이 들어서자 그녀는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사모님, 여기예요.”“안녕하세요.”“갑자기 연락드렸는데 와 주셔서 감사해요.”“아니에요.”해원은 맞은편에 앉았다. 유라는 그녀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연한 베이지색 블라우스와 검은색 스커트. 화려한 장신구도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눈에 거슬릴 만큼 단정했다.“지난번보다 얼굴이 좋아 보이세요.”“그런가요?”“네. 요즘 디자인 공부하시느라 바쁘시죠?”해원은 조금 놀랐다.“기억하고 계셨네요.”“그럼요. 사모님이 직접 옷을 만드신다고 하셔서 인상 깊었거든요.”유라는 웃으며 커피잔을 들었다.“도겸 씨도 알고 계세요?”“네.”“아, 말씀하셨구나.”해원은 잠시 시선을 내렸다. 정확히는 자신이 말한 것이 아니었다. 도겸은 유라에게서 그 사실을 들었다. 유라는 그 미묘한 표정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사실 도겸 씨가 사모님 이야기 잘 안 하시거든요.”해원의 손이 멈췄다.“그러세요?”“네. 워낙 사적인 이야기 안 하는 분이잖아요.”유라는 아무렇지 않게 웃었다.“저랑은 오래 알고 지내서 그런지 가끔 개인적인 이야기도 하시지만요.”해원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유라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마치 이제야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아, 맞다. 어제 사진 보셨어요?”“...네.”“아휴, 댓글 때문에 정말 놀랐어요.”유라는 민망하다는 듯 웃었다.“사람들이 도겸 씨랑 저를 자꾸 엮더라고요.”해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혹시 사모님, 저 때문에 불편하셨어요?”그 질문은 지나치게 다정했다. 그래서 오히려 대답하기 어려웠다. 해원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업무 때문에 함께하신 거잖아요.”“그렇죠.”유라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도 제가 괜히 신경 쓰여서요. 도겸 씨가 워낙 표현이 없는 분이라 사모님이 오해하실까 봐.”해원은 천천히 눈을 들었다.“제가 오해할 일이 있나요?”유라의 미소가 잠깐 멈췄다

  • 전처의 브랜드가 세계를 사로잡았다   17화. 내가 한번 빼앗아 볼까

    밤 열한 시. 도겸이 집으로 돌아왔다. 해원은 소파에 앉아 책을 보고 있었다.“오셨어요?”“네.”“행사는 잘 다녀오셨어요?”도겸이 잠시 멈췄다.“알고 있었습니까?”“사진을 봤어요.”“아.”도겸은 넥타이를 풀었다.“협찬사 행사였습니다.”“네. 알아요.”해원은 책을 덮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백유라 씨랑 많이 친하세요?”도겸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오래 알고 지낸 사이입니다.”“그렇군요.”“왜 묻습니까?”해원은 잠시 그를 바라보았다. 사진 속 두 사람이 떠올랐다. 그녀는 입술을 열었다가 다시 다물었다. 괜한 오해를 하고 싶지 않았다.“아니에요. 그냥 궁금해서요.”도겸은 고개를 끄덕였다.“업무상 자주 만날 뿐입니다.”“...네.”그의 대답은 간결했다. 해원은 더 묻지 않았다.하지만 그날 밤. 그녀는 쉽게 잠들지 못했다.며칠 전 자신을 끌어안으려던 남편의 손길이 떠올랐다. 그리고 오늘 사진 속에서 백유라가 그의 팔을 자연스럽게 잡고 있던 모습도.그녀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자신이 예민한 것일까. 아니면 정말. 두 사람 사이에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 것일까.***한편, 같은 시각.백유라는 침대에 누워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다. SNS에 올린 사진은 빠르게 퍼지고 있었다.그녀는 댓글을 하나씩 읽었다. 그러다 문득 해원의 얼굴이 떠올랐다.청담동 쇼룸에서 만났던 여자. 차분한 목소리로 자신에게 말하던 모습.‘저는 제 힘으로 해 보고 싶어요.’유라는 천천히 미소 지었다.“한해원 씨.”그녀가 작게 중얼거렸다.“생각보다 재미있어지겠는데.”그녀는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처음에는 그저 궁금했을 뿐이었다. 서도겸이 선택한 여자가 어떤 사람인지.하지만 이제는 조금 달라졌다. 자신이 그토록 가까워지고 싶었던 남자의 곁에,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 듯 서 있는 여자. 그 자리가 문득 거슬리기 시작했다.유라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걸었다.‘그렇게 당연하게

  • 전처의 브랜드가 세계를 사로잡았다   16화. 남편 옆에 선 여자

    미팅은 예상보다 빨리 끝났다. 도겸은 마지막 보고서를 덮었다.“오늘 논의한 내용대로 진행해 주세요. 수정안은 최 실장님 통해서 전달하겠습니다.”“네.”유라는 서류를 정리하다 문득 물었다.“도겸 씨, 이번 주 금요일 저녁에 시간 있으세요?”“무슨 일입니까?”“제가 참석하는 브랜드 행사요. 태성어패럴에서도 관계자 몇 분 오시잖아요.”“확인해 봐야겠습니다.”“가능하면 도겸 씨도 오셨으면 좋겠어요.”유라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이번 캠페인에 중요한 자리니까요.”도겸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일정 확인 후 말씀드리겠습니다.”“기다릴게요.”유라는 웃었다.그의 대답은 언제나 비슷했다. 가능하다고도, 불가능하다고도 쉽게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라는 알고 있었다. 서도겸은 업무상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결국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그 점을 이용하면 됐다.***같은 날 오후. 해원은 윤정숙의 작업실에서 첫 번째 블라우스를 완성하고 있었다.“해원 씨, 마지막 단추만 달면 되겠네요.”정숙이 말했다. 해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바늘을 움직였다.연회색 원단으로 만든 블라우스였다. 과하지 않은 볼륨의 소매와 부드럽게 떨어지는 어깨선이 특징이었다. 마지막 단추를 단 뒤 해원은 옷을 마네킹에 걸었다.정숙이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어머.”해원은 긴장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어때요?”“예쁜데요?”정숙은 옷의 옆선을 살펴보았다.“특히 이 부분이 좋아요. 허리선을 너무 강조하지 않으면서도 실루엣이 살아 있네요.”해원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정말요?”“네. 첫 작품치고 아주 잘했어요.”해원은 마네킹 앞에 섰다. 오랜만에 자신의 손으로 완성한 옷이었다.아직 부족한 부분도 많았다. 봉제선이 조금 고르지 못한 곳도 있었고, 소매 끝은 한 번 더 수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분명 자신이 만든 옷이었다.“사진 찍어도 될까요?”“그럼요.”해원은 휴대전화를 꺼내 옷을 여러 각도에서 촬영했다. 그리고 민지에게 사진을 보냈다. 잠시 후 답장이 도

فصول أخرى
استكشاف وقراءة روايات جيدة مجانية
الوصول المجاني إلى عدد كبير من الروايات الجيدة على تطبيق GoodNovel. تنزيل الكتب التي تحبها وقراءتها كلما وأينما أردت
اقرأ الكتب مجانا في التطبيق
امسح الكود للقراءة على التطبيق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