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 connecter132화
바람에 흩날리는 눈이, 아직 비워진 땅과 대비되어 그림처럼 남았다.
‘유리 온실… 날씨와 유리판 운송을 고려하면, 빠른 공사라도 최소 반년은 걸릴 것이다.’
그는 속으로 계산하며 시종장을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빠른 시일 내에… 완공될 수 있도록 해.”
그의 목소리는 낮고 담담했지만, 명령이라기보다 그가 해야 할 일을 마음속에서 다짐하는 듯했다.
지빌라는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날 산책은 단순한 구경이 아니었다. 북부의 땅과 미래를 함께 걷는 결심을, 둘만의 방식으로 나눈 뜻 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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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화바람에 흩날리는 눈이, 아직 비워진 땅과 대비되어 그림처럼 남았다.‘유리 온실… 날씨와 유리판 운송을 고려하면, 빠른 공사라도 최소 반년은 걸릴 것이다.’그는 속으로 계산하며 시종장을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빠른 시일 내에… 완공될 수 있도록 해.”그의 목소리는 낮고 담담했지만, 명령이라기보다 그가 해야 할 일을 마음속에서 다짐하는 듯했다.지빌라는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날 산책은 단순한 구경이 아니었다. 북부의 땅과 미래를 함께 걷는 결심을, 둘만의 방식으로 나눈 뜻 깊은 시간이었다.***스트라톤의 강철전당은 왕국의 궁정이라기보다 전장의 연장선에 가까웠다. 대리석 대신 철과 나무가 쓰였고, 벽에는 휘장 대신 오래된 전투 깃발이 걸려 있었다.이곳에서는 왕후 후보를 맞이하는 자리조차 연회가 아니라, 용병의 의식으로 치러진다.“멜레아 아가스티아.”카이사르는 왕좌에 앉아 있었지만 몸을 기대지 않았다.멜레아는 두 걸음 앞으로 나왔다. 화려하지 않은 차림이었으나, 재단과 장식은 한눈에 봐도 최상급이었다.가장 강력한 가문.카이사르는 이미 알고 있었다.“스트라톤의 왕께 인사를 올립니다.”그녀는 고개를 숙였지만 시선을 피하지
131화서부 변경백은 지빌라에게 말을 선물로 건네려 했다. 그러나 그녀는 받지 않았다. 거절한 것은 물건이었지만, 끝내 남은 것은 말이었다.요제파가 그녀를 따르는 것은 예사롭지 않았다. 길고 험한 여정을 스스로 택한 끝에, 말은 결국 주인을 따라 북부까지 와 버렸다.프레데리크는 말이 그들 곁을 택한 이상, 그에 대한 보상만큼은 필요하다고 여겼다.그러나 변경백 조프루아는 서신으로 분명히 전해왔다. 그가 받은 선의는 값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크다고 정중히 사양했다. 마치 처음부터, 대가를 바라지 않고 내준 듯이.프레데리크는 수도에 있는 델보 후작가에서, 지빌라의 연기에 발맞춰 대륙의 보석을 사들였을 뿐이었다. 뜻하지 않게 그녀에게 건네진, 그것이 전부였다.프레데리크는 이미 떼어낼 수 없을 만큼 몸의 일부가 된 검을 받았다. 살아남으라는 명령과 함께.그도 그녀에게 무언가를 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고, 원하는 것은 더더욱 알 수 없었다.프레데리크가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는 것을 미처 느낄 새 없이, 지빌라는 요제파를 바라보고 있었다.말은 조용히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깊고 검은 눈. 회귀 전 요제파가 새끼를 두고 먼저 숨을 거두었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 눈에 남아 있던, 설명할 수 없는 원통함.‘그땐… 너무 늦었지.’이번에는 다를 수 있었다.요제파가 제 새끼를 곁에 두고, 그 성장을 지켜보는 모습을 그녀 역시 함께 볼
130화유리안은 고개를 숙였다.“우연히 마주친 자리였습니다. 북부 대공비의 소식을—”“그만.”아빌라 황후가 말을 끊었다. 그녀는 천천히 돌아섰다.“네 혼사는, 내가 알아서 할 것이다.”단정한 말투였다. 질문도, 여지도 없었다.“델보 후작 가문은—”황후는 미간을 아주 작게 찌푸렸다.“내가 탐탁지 않게 여기는 집안이다.”유리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금 황실에는,”황후는 말을 고르듯 잠시 멈췄다가,“우리 이벨레트 공작가에 더 우호적인 가문이 필요하다. 권력을 가진 집안, 그리고 불필요한 소문을 만들지 않을 집안.”그녀의 시선이 유리안을 정확히 꿰뚫었다.“그러니, 소문이 날 만한 만남은 자제하도록 해라.”명령이었다.유리안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명심하겠습니다, 어머니.”아들은 그렇게 말하며 물러났다. 그러나 궁을 나서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아빌라는 알고 있었다. 이 간섭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 시작에
129화지빌라는 품위를 잃지 않으려는 듯 잠시 말을 고르다가, 낮게 말했다.“…농담이라도 그런 말은 말아요.”지쳐서 잠든 것과 숙면은 달랐다. 관계를 하더라도 수면 시간이 보장된다면 회복에는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아직은, 적응의 문제라고 여겼다.두 사람은 그렇게 마지막 합의에 도달했다. 관계를 하되, 잠은 온전히 잘 수 있도록.프레데리크는 오늘 밤을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것이 그가 가장 경계해야 할 감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시종장이 물러나자, 집무실에는 다시 정적이 내려앉았다. 프레데리크는 잠시 펜을 내려놓고, 책상 위의 서류를 바라보았다.방금 들은 보고의 내용이 아니라, 그 이면에 남은 여운을 정리하는 시간이었다.“랑베르.”랑베르는 조용히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대공비의 일정에,”프레데리크가 말했다.“불필요한 소음이 섞이지 않도록 해.”명령은 간결했다. 그러나 뜻은 분명했다.“접견하는 인물들—”그는 잠시 말을 고르다 덧붙였다.“의도가 불분명한 자가 없는지도 살펴보고.”랑베르의 시선이 아주 잠깐
128화“바르켄 가문은,”지빌라가 말했다.“수도와 북부 사이에 오래 머물러 있었죠. 눈에 띄지 않게, 그러나 늘 정보를 먼저 접하는 자리에서.”칭찬이 아닌, 정확한 위치 규정이었다.“당장 가문으로 돌아가기보다는,”지빌라는 말을 끊지 않고 부드럽게 이어갔다.“이 근방에 머물러 주었으면 합니다.”명령은 아니었지만, 선택지는 하나뿐이었다.“초대장을 드릴 생각은 없어요.”지빌라도 숨기지 않았다.“대신 이 성에는 늘 차가 준비되어 있을 겁니다.”에스텔은 잠시 침묵했다. 주기적으로 오라는 뜻이었고, 올 때마다 말하라는 의미였다.“전하께서 원하시는 건,”에스텔이 조심스럽게 정리했다.“제가 보고 듣는 것들을, 여과 없이 전하는 일입니까?”지빌라는 고개를 끄덕였다.“필요한 것만요.”그녀는 덧붙였다.“그리고 제가 묻기 전에 먼저.”요청이 아니라, 역할 부여였다.
127화에스텔은 대공비의 말 한마디로 어떤 인물인지 가늠했다. 소문과는 다른 인상이었다. 그녀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대공비의 말에 수긍했다는 몸짓이었다.대공비의 접견이 어려웠던 이유를 에스텔은 몸 상태 때문이라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직접 마주한 지빌라는 병색보다는 피로가 더 짙었다.‘…합방이라도 한 건가?’여자 특유의 직감이 스쳤다. 하루 이틀이면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이 자리에 오기까지는 꼬박 한 주가 걸렸다.“먼 길이셨을 텐데요.”지빌라의 말에 에스텔은 길어지던 생각을 접었다.“그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에스텔은 앞에 놓인 차를 마시며 웃었다. 입꼬리만 움직이는 웃음이었다. 사교적인 미소는 아니었다.“전하께서 보석 세공 공방을 구상 중이라는 소문을 들었습니다.”지빌라의 시선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공식적으로 공개된 적 없는 계획이었다. 다만 샤를로트의 편지. 수도에서 장인들을 보내겠다는, 봄을 기약한 문장만이 있었을 뿐이었다.“…소문이 빠르군요.”“빠른 게 아니라, 예민한 쪽입니다.”에스텔은 그렇게 말하며 제가 가져온 상자를 시종에게서 받아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상자는 작았지만 봉인은 단단했다.“저희 바르켄 가문은 광산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