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137화
지빌라는 찻잔을 들었다가 아주 잠깐 멈췄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입가에 미소를 더했다.
“릴리아트.”
“예, 전하.”
“정성이 느껴져서… 아껴 마셔야겠어.”
그 말에 릴리아트는 안도한 표정을 지었다.
지빌라는 그 얼굴을 더 보지 않았다. 잔을 내려놓는 손끝에 아주 미세한 힘이 실렸다. 이건, 실수로 섞인 것이 아니었다.
‘이 성 안에서―’
지켜야 할 선이 어디까지인지, 그리고 누군가 이미 그것을 넘었다는 사실만은 분명해졌다.
지빌
138화말은 담담했지만, 에르나는 그 안에 담긴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 한 걸음 다가와 조심스럽게 말했다.“전하의 탓이 아니에요. 아직은 때가 아닐 뿐이죠. 북부의 겨울이 길 듯, 아이도…… 시간을 고르는 법이니까요.”지빌라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다 작게 숨을 내쉬었다.“머리로는 알아. 그런데 마음은 그렇지 않네.”에르나는 더 말하지 않았다. 대신 물잔을 따뜻하게 채웠다.반면, 레오노라는 다른 의미로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었다.엘제가 전한 말, 대공비가 여전히 차를 좋아했고,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는 말은 그녀의 마음을 한결 가볍게 만들었다.‘역시…….’그녀는 창가에 서서, 드레스 안쪽에 숨겨 둔 주머니를 만지작거렸다.차를 마시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이렇게 안심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결과만 놓고 보면 대공비의 몸은 여전히 아이를 품지 못하고 있었다.‘멈춰선 안 돼.’레오노라는 스스로를 설득했다. 이것은 악의가 아니라 필요였다. 북부에서 제 자리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기 위한 마지막 안전장치였다.“전하, 에스텔 바르켄 자작이 찾아오셨습니다.”두 번째 만남이었다.에스텔은 화려하지 않았다. 북부 귀족 특유의 절제된 차
137화지빌라는 찻잔을 들었다가 아주 잠깐 멈췄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입가에 미소를 더했다.“릴리아트.”“예, 전하.”“정성이 느껴져서… 아껴 마셔야겠어.”그 말에 릴리아트는 안도한 표정을 지었다.지빌라는 그 얼굴을 더 보지 않았다. 잔을 내려놓는 손끝에 아주 미세한 힘이 실렸다. 이건, 실수로 섞인 것이 아니었다.‘이 성 안에서―’지켜야 할 선이 어디까지인지, 그리고 누군가 이미 그것을 넘었다는 사실만은 분명해졌다.지빌라는 다시 장부로 시선을 돌렸다.“신년맞이로 바쁠 텐데… 직접 다녀오다니, 릴리아트에게 포상이라도 해야겠어.”릴리아트는 눈썹을 치켜들었다. 대공비의 성의가 과분하다는 생각에 솔직히 말했다.“전하 말씀대로 신년맞이로 바빠, 하녀 한 명을 시켜서 가져오라 했을 뿐입니다.”“신경 써 준 릴리아트가 아니었다면 이런 찻맛을 보지 못했을 거야. 그럼 그 하녀에게도 함께 포상해야겠네.”릴리아트는 곤란한 표정을 지어 보이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엘제입니다.”“엘제? 아… 레오노라의 뒤를 따르던 하
136화프레데리크의 시선이 문득 그녀의 목덜미에 머물렀다. 그새 흘러내린 목걸이가, 두 사람의 체온 사이에서 여전히 은은한 빛을 내고 있었다.그는 손끝으로 그 진주를 조심스럽게 매만졌다.“……이것도, 당신한테는 놓을 수 없는 거겠지.”말끝을 흐렸지만, 지빌라는 그 뒤에 담긴 뜻을 알 것 같았다. 쉽게 놓아줄 수 없다는 것.그녀는 대답 대신 그의 손 위에 제 손을 겹쳤다.달빛이 커튼 사이로 스며들어, 두 사람의 맞잡은 손 위에 내려앉았다.***한편, 수도 황실.일황자 레나토는 스트라톤에서 온 편지를 접으며 낮게 웃었다. 그 웃음에는 기쁨도, 놀라움도 없었다. 오직 예상 범위 안이라는 냉정뿐이었다.멜레아 아가스티아.공을 넘기는 척했지만, 결국 왕후의 자리를 노리는 여인에 불과했다. 욕망은 분명했으나, 포부는 분수에 넘칠 만큼 컸다.레나토는 코웃음을 쳤다.“쯧. 계집들이란.”그에 비해, 그의 누이는 어떠한가.지빌라.한때 황태녀가 되고도 남았을 자질을 지녔으면서도, 스스로 그 자리를 내려놓고 북부로 향한 여자였다.고작 대공비가 되겠다고.황실을 떠난 선택은 지금도 이해하기 어려웠다.&nb
135화프레데리크는 지빌라의 얼굴을 들어 아랫입술을 슬며시 빨았다. 곧 서로 입을 크게 벌려 혀를 얽었다. 그 순간, 끝이 다시 한 번 깊숙이 닿았다.“으흐……!”프레데리크는 그녀의 숨을 모두 삼켰다. 그는 허리를 빼 입구에 걸쳤다가 뿌리 끝까지 거칠게 몰아붙였다. 두꺼운 감각이 섬뜩하게 긁었다.“아읏!”그는 숨도 흐트러뜨리지 않은 채 점점 깊이를 늘렸다. 빠져나갈 때마다 허전함이 남았고, 다시 들어올 때마다 숨이 막혔다.깊숙이 들어찰 때마다, 그는 그녀 안에 새겨지는 듯한 희열이 차올랐다. 비스듬히 각도를 바꾸며 내벽을 파고들었다. 가는 발목을 붙잡아 더 깊이 몰아붙였다. 찰박찰박, 물웅덩이를 밟는 소리가 방 안을 채웠다.“으, 으응!”묵직한 가슴이 아래위로 아프게 흔들렸다. 그는 큰 손으로 부드럽게 움켜잡았다.전신이 쾌감에 잠식되었다. 밀고 빠질 때마다 소리가 울렸고, 지빌라는 엉덩이를 조이며 응답했다. 빈틈없이 들어온 감각이 정신없이 그녀 안을 오갔다.그의 치골과 복근, 날렵한 허리를 본 순간 그녀의 안이 움찔거리며 성기를 조였다. 젖은 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더 크게 울렸다.“읏, 흐으, 흐읏……!”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녀의 목덜미를 물고, 허리를 둥글게 돌리며 안쪽을 짓뭉개며, 버틸 틈도 주지 않고 몰아붙였다. 지빌라는 또다시 절정에 휘말렸다.“아아, 하읏!”지빌라는 눈앞이 번쩍이며 안쪽을 조였다. 쾌감에 경련하며 골반을 들어 올렸다.“아! 아응!”고개가 젖혀지고, 입술 사이로 숨이 흘렀다. 젖은 곳이 집요하게 조여왔다. 그는 멈추지 않고 밀어 넣으며 달궜다.“읏, 으으, 읏……!”그는 엉덩이를 움켜쥔 채 끝까지 파고들었다. 안쪽 깊은 곳에 뜨겁게 쏟아냈다. 목젖이 천천히 움직이며 혈관이 선명히 드러났다.안쪽에서 넘쳐난 것이 구멍 사이로 흘러내렸다. 힘이 풀린 그녀가 늘어졌지만, 그는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탈진한 지빌라는 그의 어깨에 이마를 기댄 채, 흐린 눈으로 그의 가슴을 손으로 밀었다. 한동안 숨도 제대로 고
134화프레데리크의 입술은 계속해서 아래로 향했다. 가슴께에 닿는 순간, 지빌라는 등을 휘며 짧은 비명 같은 신음을 흘렸다.“……프레데리크, 손— 놔줘요.”“싫은데.”낮은 웃음이 섞인 목소리였다. 손목을 붙잡은 손에는 힘이 풀리지 않았다. 오히려 자유롭지 못한 채 그의 손길을 그대로 받아내야 한다는 사실이, 감각을 더욱 예민하게 만들었다.지빌라는 결국 눈을 질끈 감았다. 시각이 차단되자, 청각과 촉각만이 남아 온몸으로 밀려들었다. 그의 숨소리, 입술이 스치는 소리, 그리고 손끝이 닿는 자리마다 번지는 열기까지.빠른 속도로, 그녀는 그 모든 감각에 잠식되어 갔다.이미 그는 그녀 안에 깊이 자리한 채였다. 붙잡고 있던 손목은 어느새 놓아준 뒤였다. 대신 그의 두 손은 그녀의 발목을 각각 그러쥐고, 다리를 넓게 벌린 채 위로 들어 올리고 있었다.“……읏, 이렇게—”낯선 자세에 지빌라는 짧게 숨을 삼켰다. 그러나 밀어내지도, 거부하지도 않았다. 그저 그가 이끄는 대로, 몸을 내맡긴 채였다.그는 개의치 않고 허리를 움직이며, 조금씩 각도를 바꿔 파고드는 그의 분신이 신중했다. 마치 그녀가 가장 크게 반응하는 지점을 찾아내려는 사람처럼.“여기…?”낮게 물으며 허리를 깊이 밀어 넣자, 지빌라의 몸이 순간 크게 떨렸다.&nb
133화프레데리크는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한구석에서, 지빌라가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 아니,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졌다.그녀의 시선은 오래도록 목에 걸린 목걸이에 머물러 있었다.“그 목걸이가… 마음에 드는 거라면.”그가 낮고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얼마든지 더 사줄 수 있어.”지빌라는 잠시 짧게 웃음을 흘렸다. 아주 짧고, 가벼운 웃음이었다.“마음에 들긴 해요. 하지만 더 갖고 싶어서 보고 있던 건 아니에요.”그녀는 목걸이를 조심스레 풀어 손바닥 위에 올렸다. 마치 부서질까 두려운 것을 다루듯, 손끝에 힘을 주지 않은 채였다.“한 번도 본 적 없는 어머니의… 유품이에요.”프레데리크는 말없이 그녀의 손을 덮었다. 차가운 진주와 그녀의 체온이 동시에 느껴졌다.“가엾군.”그는 잠시 고개를 숙였다.“어머니의 얼굴조차 본 적이 없다는 건…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종류의 상실이겠지.”목소리는 낮았고, 동정이 아닌 이해가 담겨 있었다.“나는 다섯 살까지는 기억이 있어.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그 기억 하나가, 살아가면서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알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