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13화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황녀에게 쏠렸다. 그녀는 미소를 잃지 않고 카이사르에게 다가갔다.
“대륙의 용병왕 카이사르 경. 당신의 명성은 여기까지 자자합니다. 오늘, 그 이름이 이 축복연회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연회의 격이 높아졌지요.”
카이사르의 눈빛이 깊어졌다. 그는 황녀를 꿰뚫어보듯 바라봤다.
지빌라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이 손을 잡아주시겠어요? 제국과 왕국의 우정의 의미로… 그리고 오늘 밤 평화를 약속하기 위해서…….”
순간, 연회장은 숨소리조차 사라진 듯 고요해졌다.
카이사르는 끓던 분노가 스르르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몇 초간 더 그녀를 바라봤다. 혹시 다른 의도가 숨겨져 있는지 가늠해 보았다.
그러나 지빌라의 눈빛은 맑고 투명했다. 설령 그것이 연기일지라도, 이 모욕적인 자리에서 그를 배려해주는 단 한 사람이었다.
그는 조용히 숨을 고르고, 거대한 손으로 그녀의 손을 감쌌다. 이윽고 한쪽 무릎을 꿇고, 손등에 경건한 입맞춤을 올렸다.
지빌라는 조용히 다짐했다.
‘카이사르. 회귀 전에는 무기력하게 당신 앞에 무너졌었지. 하지만 이번에는 다를 거야. 내가 아는 모든 미래를 꺾어낼 거야. 전쟁도, 패망도— 절대 반복되지 않도록.’
황녀가 자리로 돌아가는 모습을 찬찬히 바라보며, 카이사르는 생각했다. 제국의 축복연회에 초대된 것 자체가 의문투성이었다. 이곳은 그의 성향과도 맞지 않았다. 우월감으로 하늘을 찌르는 자들이 모인 자리, 그는 처음부터 이 연회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참석한 것에 의의를 두고 조용히 떠나려 했다. 그러나 황녀의 약혼을 목격한 이상, 축하의 인사 정도는 전해야 할 것 같아 자리에서 일어섰던 것이다. 그것이 문제의 시작이 될 줄은, 미처 몰랐다.
어쩌면 그는 오늘, 제국을 향한 굴욕감을 안고 돌아갔을 것이다. 지워지지 않을 쓰디쓴 기억만을 남긴 채. 하지만 내심, 낯선 무언가가 스쳤다.
제법 탐나는 여인이었다. 그는 처음으로, 이름 붙일 수 없는 열망을 느꼈다.
한편, 프레데리크는 일련의 상황을 지켜보며 저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쥐고 있었다. 카이사르가 황녀의 손등에 입맞춤을 하는 순간, 그것이 단지 외교적 제스처에 불과하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그러나 그 광경은 생각보다 훨씬 그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녀가 품위 있게 연회장의 소란을 잠재우고, 초대된 손님을 자연스럽게 추켜세우는 모습은 마치 물 흐르듯 유려하고 당당했다. 이런 문제쯤은 당연히 해결할 수 있다는 듯이.
이제는, 사치스럽게 가벼웠던 황녀의 모습 따위는 온데간데없었다. 프레데리크는 설명할 수 없는 이 감정을 가늠하려다, 일순 눈빛이 서늘해졌다.
‘……이성적이지 못하군.’
그는 어금니를 지그시 물며, 그답지 않은 충동을 꾸짖었다. 마음 한구석에서 움트는, 작고도 강렬한 감정은 애써 외면하기로 했다.
약혼예식이 끝나고 연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황후는 대공과 황녀를 불러 세웠다. 약혼이 성사된 것을 기뻐한다는 덕담을 건넨 뒤, 자연스럽게 다른 의중을 담은 말을 건넸다.
“결혼식은 가을 끝 무렵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대공, 수도에 머무르며 황녀와 좋은 시간을 많이 보내주길 바라요. 특히 황실을 대표해 외부 행사에도 함께 얼굴을 비춰주길 바라고.”
황후는 부드럽게 웃었지만, 그 미소 뒤에 거절이란 선택지는 없다는 뜻이 또렷이 담겨 있었다.
프레데리크는 짧게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숙고하겠습니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는, 이 관계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황후는 자리를 비우기 전, 연회가 무르익도록 두 사람이 첫 춤을 열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첫 춤을 시작해야 다른 이들도 제대로 연회를 즐길 수 있답니다.”
대공은 차가운 표정으로 황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황녀, 춤을 신청 드려도 되겠습니까?”
“대공. 저는 그대의 약혼자인데… 편히 대해 주세요. 아직도 제가 황녀이기만 한 것 같잖아요.”
그는 못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지빌라… 나와 함께 춤을 추겠습니까?”
“좋아요.”
지빌라는 두 사람만 남으면 이 적막감을 어떻게 해소하나 걱정이었는데 춤이라도 함께 추면 좀 나을 것만 같았다. 춤을 추기 시작한 그녀는 대공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오늘 연회와 약혼식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건 대공의 협조 덕분이에요.”
프레데리크는 황녀를 이렇게 가까이 두고 보는 것이 어색했다. 큰 키와 늘씬한 체형, 그에 비해 작은 얼굴에 오밀조밀 자리 잡은 이목구비.
손바닥에 얹힌 작은 손과, 은은히 스치는 향기가 낯설어 손끝이 간질거렸다. 정신은 차가운데, 몸은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가녀린 등허리를 받친 손에 불필요하게 힘이 들어갔다가 느슨해졌다.
한참을 침묵하다가, 그는 낮게 말했다.
“약혼 전에는… 이름을 부르더니.”
102화프레데리크의 손이 먼저 조심스럽게 그녀의 목선에 닿았다. 부드러움 속에 느껴지는 힘, 놓칠 생각이 없는 사람의 손이었다.정수리부터 발끝까지, 낯익은 감각이 훑고 지나갔다. 몸이 먼저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지빌라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둘 사이는 이미 좁힐 수 없을 만큼 가까웠다.그는 그녀의 대답을 재촉하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 그녀의 마음이 지금, 자신과 같은 곳에 있다는 걸. 그저 그녀가 스스로 그것을 인정할 틈을, 잠시 내어주고 있을 뿐이었다.지빌라는 대답 대신 스스로 그의 어깨에 얼굴을 살짝 기댔다. 프레데리크는 숨을 깊게 들이켰다. 그대로 걸려 멈춘 사람처럼.그의 손이 지빌라의 허리로 천천히 미끄러져 그녀를 감싸 안았다. 손가락 하나하나가 천을 쓸어내리듯 조용했지만 확실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맞닿은 가슴 사이로, 그의 숨이 거칠어지는 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지빌라는 그것을 밀어내지 않았다. 숨기려 해도, 이미 숨길 수 없는 것들이 있었다.프레데리크는 잠시 눈을 감았다. 여기까지 오는 데 망설임은 없었다 — 이 순간을 만든 건 다름 아닌 그 자신이었으니까. 다만 그녀 역시 순순히 이 흐름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이, 그를 더 확신하게 만들었다.“지빌라…….”이번에는 이름을 완전히 품은 목소리였다. 그러나 그 목소리 끝에는, 그마저도 다 내려놓지 못한 작은 망설임이 남아 있었다.지빌라는 그 틈을 알아챘다. 먼저, 그의 목덜미를 살며시 끌어당겼다. 가볍지만 확실하게.
101화지빌라는 잠시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들을 위해 놓아둔 술 한 병이 눈에 들어왔다. 잔에 나누어 따르자 따뜻한 기운이 목을 타고 스며들었다.두세 잔을 연달아 비운 지빌라는 금세 볼이 붉게 물들었다.“하르트라라고 얕보면 안 돼.”“달콤해서 그만…….”프레데리크는 조용히 웃었다.사슴 젖으로 빚은 하르트라는 북부 사람들에게 익숙한 토속술이지만 지빌라에게는 생소했다. 그래서인지 은근한 단맛에 취기가 더 빠르게 올랐다.평소엔 보기 어려운, 유난히 부드러운 미소가 그의 입가에 스쳤다.“오늘 정도는 괜찮겠지.”그 말이 술보다 더 뜨겁게 그녀의 귓가를 스쳤다.그는 술잔을 기울이기보다 지빌라 곁에 조용히 앉았다. 평소라면 흐트러짐 하나 없던 그녀였는데, 지금은 볼이 발갛게 물든 채 눈매가 살짝 풀려 있었다. 낯선 얼굴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낯섦이 싫지 않았다.풍경도, 축제도, 불꽃도―지금의 그는 단 하나만 바라보고 있었다.“피곤하면 말해.”“아니에요. 괜찮아요.”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하늘에 터지는 불꽃을 바라보았다. 북부의 불꽃은 더 까만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고, 손끝으로 전해지는 온도는 그보다도 더 솔직했다.
100화연날리기가 끝나고 마지막 춤까지 지나자, 축제는 서서히 밤의 정점으로 향하고 있었다. 하늘에는 잔불처럼 흩어진 연의 불빛이 남아 있었고, 광장은 춤이 끝났다는 여운으로 들뜬 열기를 토해내고 있었다.오늘 축제의 진짜 마지막은 불꽃축제였다. 랑베르를 주축으로 일행은 하튼 백작성에 미리 도착해 있었다. 성은 대공 부부의 방문 소식으로 분주했다.사람들은 성의 가장 높은 곳, 불꽃을 가장 잘 내려다볼 수 있는 자리를 꾸미느라 분주히 오르내렸고, 곳곳에서 바람에 실린 흙냄새와 횃불의 열기가 섞여 흘렀다.랑베르는 성문 앞에서 인파를 정리하며 마지막 준비를 챙기고 있었다. 그의 어깨 위로 밤이 내려앉았다. 곧 시작될 절정을 앞두고, 성 전체가 긴장을 모으는 듯했다.그때, 레오노라는 누군가를 발견하자마자 숨을 삼켰다.‘왜 하필… 지금?’어둠 속에서 끌려 들어간 그녀는 기척도 없이 모습을 드러낸 사내를 마주했다.하인 복장이었지만, 어둠에서도 드러나는 표식은 단 하나, 허리끈 안쪽에 숨긴 아주 작은 금빛 인장.황가의 비밀을 뜻하는 일황자의 인장.사내는 주변을 한 번 훑어보고 조용히, 시선조차 마주치지 않은 채 레오노라에게 접근했다.“레오노라 양.”목소리는 낮고 절제돼 있었다.“일황자 전하께서 보내셨습니다.”그는 허리를 숙여 작은 검은 상자를 그녀의 손
99화프레데리크는 지금 자신의 상태를 알고 있었다. 이상했다. 아니, 낯설었다. 축제는 짧고, 대공성은 바로 코앞인데… 왜인지 오늘만큼은 조금 더 머물고 싶었다.그는 말없이 랑베르와 시선을 주고받더니 가볍게 턱짓했다.“짐은 하튼 백작성에 풀도록.”랑베르는 눈을 크게 뜨고 되물었다.“지금… 말씀이십니까? 대공성까지는—”“오늘은 여기서 밤을 보낸다.”결정이 내려지자, 곁에 있던 피엘은 잠시 굳은 듯하더니 조심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그는 부임 이후 누구보다 빠르게 대공의 성품을 파악하려 애써온 사람이었다.‘대공께서 이렇게까지 표정이 밝았던 적이 있었던가…?’랑베르 또한 거의 감동에 가까운 마음이 들었다. 자신의 성에서 대공이 쉬겠다니 영광이었지만, 그보다 더 명확한 사실이 있었다.프레데리크의 시선이 자꾸, 너무 자주, 대공비를 따라갔다. 풍경을 바라보듯 부드럽고, 오랫동안 씌워졌던 어둠이 벗겨진 사람처럼 가벼워 보였다.랑베르는 그 모습을 오래 보지도 못하고 곧 고개를 숙여 예를 갖추었다.“준비해두겠습니다, 각하.”프레데리크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행렬은 여전히 움직였고, 축제의 열기와 노을빛이 뒤섞여 퍼지고 있었다. 그 모든 소리 속에서도 그는 지빌라의 숨결만 또렷하
98화레오노라는 가만히 시선을 돌렸다. 프레데리크는 지금, 너무도 자연스럽게 웃고 있었다. 그 미소가 누구를 향한 것인지도 너무 명확했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떨구었다.피엘이 낮게 말했다.“전하께서… 저렇게 누군가에게 맞춰 움직이시는 걸 처음 봅니다.”레오노라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그러게요. 아주… 철저하게 맞추셨네요.”살짝 눌린 목소리 속에는 놀람과 인정, 그리고 어쩌지 못하는 작은 서운함이 섞여 있었다.광장에 다시 아이들 웃음이 크게 터졌다. 하지만 레오노라의 귓가에는 단 하나의 생각만 맴돌았다.‘정말로… 지빌라 전하를 위해 온 걸까? 아니면… 이제는 그럴 수밖에 없어진 걸까.’그 깨달음이 겨울 바람보다 더 서늘하게 스쳤다.축제는 무르익어갔다. 인파 속을 가로지르는 동안 누군가 뒤에서 밀치는 바람에 지빌라가 휘청였다.프레데리크는 반사적으로 그녀의 손목을 잡아 끌어 안정시켰다. 손가락이 감기는 순간 둘 사이의 거리도 자연스레 좁혀졌다.“사람이 많군.”그의 짧은 말이 의외로 진정 효과를 냈다.“…고마워요.”지빌라는 잡힌 손에 신경이 쓰여 시선을 피했다.
97화의식이 끝나자 아이들 무리가 광장을 뛰어다니며 작은 부적을 나눠주기 시작했다.흰 실과 파란 실을 엮어 만든 ‘생명의 매듭’.한 아이가 지빌라 앞에 다가와 매듭을 내밀었다. 작고 단단한 매듭은 손 위에 놓이자마자 따뜻한 숨결을 품은 듯했다.“요람에 걸어두면 복이 온대요!”아이의 밝은 목소리가 퍼졌다.지빌라가 대꾸하기도 전에 프레데리크가 손을 내밀어 대신 받아들였다. 짧은 순간, 그의 손가락이 지빌라의 손등을 스쳤다. 의도치 않은 접촉이었는데, 왜인지 지빌라는 숨을 들이켰다.프레데리크는 부적을 바라보다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대대로 태어날 아이들을 위한 거지.”말이 끝나자, 그의 표정에 옅게 금이 갔다. 지빌라는 그 금이 어떤 감정에서 비롯된 것인지 읽을 수 없었다. 그러나 문득 떠올랐다.북부를 지배해온 오래된 저주, 베라트 가문의 가주는 스물다섯이 되면 죽는다는 전승.프레데리크의 아버지는 스물다섯이 되던 해, 마치 사슬이 끊어지듯 급작스럽게 숨을 거두었다. 대공비의 운명은 더 잔혹했다. 프레데리크가 다섯 살이던 해, 한 잔의 독이 모든 것을 끝냈다. 범인은 밝혀지지 않았다.결국 어린 프레데리크는 고아나 다름없는 신세가 되었고, 그를 지켜낸 건 혈육이 아닌 북부 그 자체였다. 레오노라의 아버지, 동부의 클레브 백작이 손을 내밀지 않았다면 그는 황실의 견제에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