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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Author: 이화대왕
원래 건덕제는 배현진에게 강남으로 가서 조운 업무를 감독하라고 명하며 한 달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일 처리가 영민한 배현진은 예정보다 일찍 임무를 완수했다.

마음만 먹으면 강남에 며칠 더 머물며 경치도 구경하고 여유를 부릴 법도 했다.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배현진은 마음 한구석이 줄곧 불안했고, 마치 무슨 중요한 일이라도 벌어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는 일을 마치자마자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곧장 수하들을 데리고 경성으로 돌아갔다.

경성 거리에 들어선 마차는 그리 빠르지 않은 속도로 달렸고, 배현진은 차분히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배현진의 가장 유능한 호위무사인 도람이 마차의 휘장을 걷어 올리고 몸을 굽히며 물었다. "왕야, 이미 경성에 도착했습니다. 배씨 저택으로 먼저 가시겠습니까, 아니면 왕부로 가시겠습니까?"

배현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배씨 저택으로 먼저 가고 싶었다. 떠나 있는 동안 내내 서청아가 눈에 밟혀 하루라도 빨리 그녀를 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태자의 혼례날이었고, 황자로서 마땅히 동궁에 가서 축하하고 연회에 참석해야 했기에, 배씨 저택에 먼저 들렀다가는 자칫 시간을 지체할까 우려되었다.

"왕부로 먼저 가자꾸나." 배현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동궁으로 갈 것이다."

도람이 대답하고 휘장을 내린 뒤, 마부에게 속도를 높이라고 지시했고 마차는 계속해서 앞으로 달렸다.

골목 두어 개를 지났을 때쯤, 앞에서 갑자기 흥겨운 풍악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배현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조금 짜증스러운 듯 휘장을 살짝 걷어 올리고 밖을 내다보았다.

멀지 않은 곳에서 성대한 혼례 행렬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고, 붉은 혼례 가마가 유독 눈에 띄었다.

가마꾼들은 보폭을 맞춰 가마를 메고 있었고, 그 주변으로 수많은 시위와 어멈, 노비들이 따랐으며 풍악을 울리는 악사들까지 가세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훤칠한 말 위에 올라 가슴에 붉은 비단을 두른 사람인데, 그는 바로 칠황자였다.

배현진은 그 가마 안에 타고 있는 이가 태자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 액막이로 간택된 신부임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태자의 몸이 약해 직접 신부를 맞이하러 나올 수 없으니, 궁에서 혼인하지 않은 다른 황자를 보내 대행하게 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남방으로 떠나기 전, 건덕제가 태자를 위해 액막이 신부를 구했다는 소식은 들었으나 워낙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민간 여인이며 신분이 평범하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그때, 배현진의 시선이 무심코 혼례 행렬 옆에서 걷던 한 몸종에게 머물렀다.

연녹색 치마를 입은 그 몸종의 옆모습이 왠지 낯익었는데 설하 같았다.

그는 순간 멍해져 무의식적으로 자세히 살피려 했으나, 마차는 이미 행렬을 스쳐 지나갔고 몸종의 모습은 금세 시야에서 사라졌다.

"설하?"

배현진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

'설하일 리가 없어.'

설하는 서청아의 몸종으로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수발을 드는데, 어찌 태자의 혼례 행렬에 나타날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저 가마에 타고 있는 신부가 서청아일 리는 없었고, 그것은 더더욱 불가능한 일이었다.

'청아는 나에게 깊이 빠져 있는데 어떻게 태자에게 시집을 간단 말인가.'

그녀 역시 환생한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하지만 이미 여러 번 떠보았으나 전혀 그런 기색이 없었다. 만약 정말로 환생했다면 서청아는 절대로 그를 속일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세상에서 그보다 서청아를 잘 아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는 의구심을 억누르며 휘장을 내리고 마차 벽에 기댔다. 눈을 감은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빨리 왕부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동궁에 갔다가, 연회가 끝나면 곧장 배씨 저택으로 달려가 서청아를 만날 생각뿐이었다.

그는 알지 못했다. 저 가마 속에 앉아 있는 이가 바로 그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서청아라는 사실을, 그리고 방금 본 몸종이 정말로 설하라는 사실을 말이다.

가마 안에서 풍악 소리를 듣던 서청아는 가마의 휘장을 살짝 들어 올려 바깥 거리를 내다보았다.

"아가씨, 이제 곧 황궁입니다." 가마 밖에서 추월이 나지막이 속삭였다.

서청아는 휘장을 내리고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허리를 꼿꼿이 펴고 가마 문이 열릴 순간을, 그리고 자신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될 순간을 기다렸다.

가마가 동궁 전각 앞에 멈춰 서자, 궁녀가 조심스럽게 가마 휘장을 걷어 올렸다.

서청아는 칠황자의 손을 잡고 붉은 나무 발판을 밟으며 가마 밖으로 나왔다.

곁에서 소년의 쾌활한 목소리가 들렸다. "형수님, 문턱을 조심하십시오."

서청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치맛자락을 들고 높은 문턱을 넘었다.

정전에서.

문무백관이 모두 모여 축하를 건네느라 전각 안은 시끌벅적했다.

그러다 칠황자가 서청아를 이끌고 들어서자, 들끓던 모든 소음이 단번에 멎으며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전각 입구로 쏠렸다.

서청아는 붉은 면사포 너머로도 자신에게 집중되는 시선들이 느껴졌고, 가슴이 조여오는 듯한 긴장감을 감출 수 없었다.

중앙에 이르자 흠천감의 웅장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길시로다! 신부가 입궁하여 천지에 절을 올리니 예법을 행하라!"

서청아는 칠황자의 안내에 따라 몸을 돌려 바닥에 엎드려 절을 올렸다.

"재배—"

"삼배—"

상석에 나란히 앉은 건덕제와 황후가 서청아의 절을 받았다.

절이 끝나자 흠천감이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예가 끝났으니 태자비 마마께서는 일어나십시오."

건덕제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제부터 네가 동궁의 태자비이니, 동궁의 모든 안살림은 네가 직접 주관하도록 하거라."

"신첩, 본분을 다하여 태자 전하를 잘 보필하겠사오니, 부황과 모후께서는 부디 심려 놓으시옵소서."

서청아는 정중히 몸을 굽혀 예를 갖추었고, 목소리는 맑고 기품이 있었으며 태도에는 조금의 위축됨도 없었다.

황후는 한 번도 본 적 없던 민간 출신의 며느리가 꽤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

황후가 온화하게 말했다. "태자비를 방으로 모셔가 쉬게 하고, 정성을 다해 보살피도록 하거라."

칠황자는 서청아를 다시 설하와 추월에게 인계했고, 두 사람은 혹여 실수라도 할까 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막 자리를 뜨려던 찰나, 설하는 곁눈질로 전각 밖에서 걸어오는 익숙한 그림자를 보았다.

보랏빛 관복에 옥대를 두른, 하얗고 수려한 얼굴, 바로 배현진이었다!

설하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아 슬쩍 팔꿈치로 추월을 쳤고, 추월 역시 그를 발견하고는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두 사람은 서둘러 고개를 숙이고 시선을 아래로 둔 채, 서청아를 부축하며 정전을 빠져나갔다.

신부가 떠나자 전각 안은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칠황자는 배현진을 발견하고 반갑게 맞이하러 나갔다. "여섯째 형님! 어떻게 벌써 오셨습니까? 남방에 한 달은 계실 거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배현진이 웃으며 답했다. "조운 업무가 순조롭게 풀려 예정보다 일찍 돌아왔다."

"마침 잘 되었습니다. 부황과 모후께서 정전에 계십니다!" 칠황자는 그의 팔을 끌며 안으로 들어갔다.

건덕제를 알현하고 강남 조운 업무에 대해 보고하자, 황제의 칭찬이 이어졌다. "연왕은 역시 일 처리가 빠르구나. 고생 많았다. 마침 오늘이 태자의 혼례날이니 어서 자리에 앉아 대신들과 함께 술을 즐기도록 하거라."

곧이어 연회가 시작되었고, 하객들이 술잔을 주고받으며 분위기는 무르익어 갔다.

칠황자와 같은 자리에 앉은 배현진은 술기운이 적당히 오르자 태자비가 대체 어떤 인물인지 궁금해진 그는 넌지시 물었다. "일곱째야, 오늘 태자 황형 대신 신부를 맞이했으니 태자비의 얼굴을 보았겠지?"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곁에 있던 관원 하나가 비웃음 섞인 어조로 끼어들었다. "태자비가 민간 출신이라는데 신분도 불분명하니, 필시 평범한 시골뜨기일 겁니다."

다른 관원도 거들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듣자하니 태자비의 용모가 흉측한데, 오직 사주가 액막이 조건에 맞아서 간택되었다더군요. 태자 전하 같은 분이 그런 아내를 맞이하시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 말을 듣던 칠황자가 발끈하며 상을 내리쳤다. "무슨 소릴 하는 것이냐! 형수님은 전혀 못생기지 않았다. 얼마나 아름다우신데! 만약 태자 황형께 시집오신 게 아니었다면, 내가 성인이 되었을 때 부황께 청해 내 왕비로 삼았을 것이다!"

이 말에 자리에 앉아 있던 하객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동시에 사람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었다. "칠전하, 그렇다면 태자비 마마께서 도대체 얼마나 아름다우신지 말씀해 보십시오."

"형수님은 피부가 눈처럼 희고 서시보다 고우시며, 그 자태는 비에 젖은 해당화보다 절묘하니 마치 그림 속에서 걸어 나온 선녀 같으셨다! 그리고 또…"

칠황자는 눈을 반짝이며 세상의 온갖 좋은 수식어를 가져다 서청아를 찬양했다.

서청아의 미모가 그의 이상형에 딱 맞았기 때문이었다.

옆에 있던 누군가가 참지 못하고 웃으며 말했다. "칠전하, 말씀이 너무 과하십니다."

"과하긴 뭐가 과하단 말이냐!" 칠황자가 그 관원을 쏘아붙였다. "나중에 직접 뵙게 되면 알게 될 것이다. 내 말이 단 한 마디도 틀리지 않았음을!"

"게다가 본래 강남에 미인이 많지 않느냐? 형수님뿐만 아니라 곁에 있던 몸종 두 사람도 어찌나 곱고 이름까지 예쁘던지."

설하와 추월을 보았던 한 관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거들었다. "칠전하 말씀이 맞습니다. 그 두 몸종도 참으로 단아하더군요. 한 명은 연녹색, 한 명은 분홍색 옷을 입었는데 이름이 아마…"

관원이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손뼉을 쳤다. "아, 생각났습니다! 설하와 추월이라고 하더군요!"

"뭐라고 했느냐?"

배현진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의 손에 들려 있던 술잔이 '쾅' 소리를 내며 탁자 위에 떨어졌고, 술이 사방으로 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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