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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Author: 경옥
계연수 뒤에 서 있던 용춘은 그 말을 듣고 화가 나서 몸을 떨었다.

‘이명유가 해당화의 냄새를 맡지 못한다고 한 건, 일이 부인 뜻대로 되는 것이 보기 싫어서 그랬던 것이었다. 나으리와 소부인의 관계가 조금이라도 좋아지면 이명유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방해를 하려고 했다. 소부인이 해당화를 좋아하는 건 가주 부인께서 해당화를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계 씨 가문의 가주께서 직접 부인을 위해 정원을 가꾸셨고, 당시 가주님과 부인께서도 해당화로 인해 인연을 맺었던 것이었다. 해당화는 소부인의 정신 의탁이었는데 이명유의 말 한마디에 나으리께서는 소부인께서 직접 심은 해당화를 전부 뽑으라고 명령했지. 거의 2년이 다 된 일인데 굳이 끄집어내는 건 소부인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 아닌가?’

계연수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사 씨 가문으로 시집온 그 해에 그녀는 어머니와 아버지처럼 사옥현과 알콩달콩 평생을 함께 살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왜냐하면 사옥현은 청렴하고 단정해서, 그녀는 진작에 그의 명성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녀가 해당화를 심은 것은 자신이 여기서 평생을 편안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직접 심은 모든 꽃에는 정성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지금 창밖은 이미 아무것도 없어졌고, 한눈에 평평한 흰색만 있을 뿐 다른 색깔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계연수는 고개를 돌려 여전히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처음엔 그녀도 슬퍼했지만 아무도 그녀를 위로하지 않았고, 어머니와 외조모가 함께 슬퍼하게 할 수는 없으니 밤에 혼자 마음의 상처를 달랠 수밖에 없었다.

계연수의 손끝은 여전히 약간 차가웠고 따뜻한 차도 온몸을 녹일 수가 없었다.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해당화는 어디서나 볼 수 있으니 사람 마음이 가장 중요하지.”

계연수의 태도에 이명유는 화를 낼 수도 없었다. 이명유는 그녀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끝까지 잡고 놓지 않을 줄은 몰랐다.

다만 가세가 기울었을 뿐인데 자존심도 없다니.

이명유는 그런 사람을 가장 경멸했다.

이명유가 여기에 온 이유는 계연수의 체면을 구기려 온 것이었다. 그녀는 이미 성인이 되었으니 더 이상 기다리기 싫었다.

이명유는 몸을 약간 곧게 펴고 더 이상 경멸하고 오만한 눈빛을 숨기지 않았다.

“네가 10년 전 혼서를 들고 오지 않았다면 난 이미 옥현 오라버니의 부인이 되었을 것이야. 네가 사 씨 가문으로 시집을 온 지도 2년이 되었으니 내가 옥현 오라버니 마음속의 자리를 알 수 있겠지.”

말을 마친 이명유는 몸을 일으켜 계연수에게 경멸의 시선을 보냈다.

“그러니 자존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화리를 해. 그럼 내가 오라버니와 이모를 설득해서 너에게 보상을 줄 테니까. 사람이 주제를 알아야지. 너무 욕심을 부리면 안 돼. 오라버니가 형수를 밤새 눈 속에 방치한 걸 보면 모르겠어? 오라버니는 널 좋아하지 않아.”

이명유는 휘장을 열어 떠났고, 발자국 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그녀는 손을 소매에 넣고 마당에 아직 녹지 않은 눈을 바라보았다. 마당 구석에 이미 크게 자란 배나무를 보더니 그녀는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다시 웃었다.

그 배나무는 이명유가 어린 시절, 처음 사 씨 가문에 왔을 때 사옥현과 함께 심은 것이었다. 사옥현은 그 배나무가 남아 있는 한, 그녀는 영원히 가장 중요한 존재이고, 그도 영원히 그녀를 보호할 것이라고 했다.

이명유가 계연수를 경멸하는 이유는 그녀가 자존심도 없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매달린다는 것이었다.

방에 남은 계연수는 이명유의 부드러운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용춘의 분한 표정을 보고 웃으며 그녀의 손등을 토닥이며 먼저 뜨거운 목욕물을 준비하라고 했다.

뜨거운 물이 그녀 몸의 찬 기운을 씻어냈고, 오랫동안 몸을 담그고 나서야 몸이 조금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용춘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눈 속에서 밤새 기다리며 찬바람까지 맞았으니, 소부인께서는 십중팔구 추위에 병이 날 것입니다. 그러니 의원을 불러서 맥을 짚어 보시지요.”

계연수는 목구멍의 가려운 기운을 참지 못하고 몇 번 기침을 하고 나서야 응수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의원이 왔고, 미간을 찌푸리며 탄식했다.

“부인께서 어떻게 이런 추위를 견딜 수 있겠습니까? 감기도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습니다.”

용춘이 옆에서 눈시울을 붉히자 계연수는 용춘을 위로했다.

“감기일 뿐이니 걱정하지 말거라.”

그러자 용춘이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소부인께서 언제 이런 억울함을 당한 적이 있습니까? 예전엔 비를 조금 맞아도 가주 어르신과 부인께서 그렇게 걱정하셨는데. 밤새 눈을 맞다니.”

계연수의 손끝은 잠깐 멈칫하더니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용춘아. 지금은 예전과 다르지 않느냐.”

계씨 가문은 이미 가세가 기울었고,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더 이상 누군가가 와서 관심을 해주기를 기대할 수 없었다.

이때 큰 부인 옆에서 시중을 들던 마마가 왔다. 큰 부인께서도 어젯밤의 일을 알게 되었는지 보양식들을 잔뜩 보내왔다. 그리고 요 며칠 동안 몸조리를 잘 하라며 인사를 하러 오지 않아도 괜찮다고 전했다.

계연수는 물건을 받고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마마가 떠난 후, 그녀는 다시 용춘에게 보내온 물건들을 모두 잘 받아두라고 했다.

지금은 가세가 기울었지만 예전엔 그녀도 귀한 것들만 먹어서 보내온 물건이 모두 값싼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계연수는 따지고 싶지 않았다. 사 씨 가문은 워낙 청렴하고 조상들이 모두 진사출관하여 규칙과 예절을 중히 여기기 때문에 대놓고 사람을 난처하게 하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큰 부인께서는 규칙선에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형식적인 태도를 취하는 방식을 잘 알고 있었다.

밤에 사옥현은 방에 들어서자마자 약 냄새를 맡아 미간을 찌푸렸다.

그가 들어서자 계연수는 침대에 기대앉았다. 예전에는 항상 한 올도 남김없이 묶어 올렸던 긴 머리카락이 지금은 그녀의 어깨 위로 느슨하게 내려앉았고, 처진 눈썹 아래의 얼굴은 약간 창백했다.

방안에는 촛불을 밝게 켜지 않았고, 어두운 불빛이 그녀의 홀옷 위에 드리웠다. 그가 들어오는 순간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책을 닫고 머리맡에 놓았다.

사옥현이 밤에 돌아와 계연수가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을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를 마중 나가지 않고 뒤에서 그가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보기만 했다.

사옥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침대 위에 앉아 있는 계연수를 보며 물었다.

“오늘 명유가 널 보러 왔는데 쫓아냈다면서?”

간단한 진술과 차가운 말투엔 아무런 기복이 없었다.

대리시(大理寺)에 오래 머물러서 그런지 진술하는 어조도 심문처럼 들렸다.

‘죄를 묻듯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니, 이명유에게 먼저 갔었나 보군. 이명유가 온갖 수단을 써서 사옥현이 자신을 가장 걱정한다고 하더니, 정말이네.’

계연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이런 대화방식과 사옥현에게 지루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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