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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화

Author: 유리구슬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6-07 18:01:04

“헉……! 허억, 헉……!”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마치 거친 사포로 기도를 박박 긁어내는 듯한 끔찍한 고통에 눈이 번쩍 뜨였다.

입을 쩍 벌리고 물 밖으로 내동댕이쳐진 물고기처럼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아, 아아……!”

전신이 산산조각 나는 듯한 끔찍한 파열통.

차가운 강물 속으로 가라앉으며 허파에 물이 차오르던 그 생생한 감각이 온몸을 휘감고 있었다.

지안은 비명을 지르며 제 목을 부여잡았다.

하지만 손끝에 닿은 것은 차갑고 날카로운 계곡의 암초가 아니었다.

부드럽고 푹신한 최고급 구스다운 이불의 촉감이었다.

귓가를 때리던 미친듯한 폭우와 천둥소리도 온데간데없었다.

대신 짹짹거리는 평화로운 새소리와 함께, 커튼 틈새로 눈이 부실 만큼 따스한 아침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여기, 어디야.”

지안은 덜덜 떨리는 양손을 들어 허공을 더듬었다.

피투성이가 되어 손톱이 다 빠져버렸던 손가락이 멀쩡했다.

흉터 하나 없이 깨끗하고 하얀 두 손.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을 부여잡고 상체를 일으켰다.

시야에 들어온 풍경은 너무나도 익숙해서 오히려 이질적이었다.

연한 크림색의 실크 벽지.

방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캐노피 침대.

그리고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고풍스러운 화장대와 수많은 향수병들.

이곳은 가평의 별장이 아니었다.

결혼 전, 자신이 평생을 살아왔던 한남동 서 회장 저택의 본가, 바로 자신의 방이었다.

강민우와 결혼하면서 신혼집으로 분가한 이후로는 명절에만 가끔 들르던 곳.

지안은 홀린 듯이 침대에서 벗어났다.

다리에 힘이 풀려 카펫 위로 맥없이 쓰러졌지만, 아픔을 느낄 새도 없었다.

그녀는 네 발로 기다시피 화장대 앞으로 다가갔다.

화장대 거울 속에 비친 여자는 지안이 아는 자신의 모습이 아니었다.

결혼 후 그룹의 후계자 자리를 지키기 위해 밤낮없이 일에 치여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앉았던 피곤한 30대의 서지안이 아니었다.

생기가 돌고, 볼살이 미세하게 남아 있는, 그 어느 때보다 눈부시게 빛나던 20대 후반의 앳된 모습.

“말도 안 돼…….”

환상인가? 죽기 직전에 보는 주마등이라는 건가?

지안은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뺨을 세차게 내리쳤다.

짝!

얼얼한 통증과 함께 하얀 뺨이 붉게 달아올랐다.

고통이 느껴진다.

꿈이 아니었다. 주마등도 아니었다.

지안은 비틀거리며 일어나 침대 협탁 위에 놓인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민우가 제 발로 짓밟아 산산조각 내버렸던 그 최신형 스마트폰이 아니었다.

몇 년 전에 썼던, 지금은 구형이 되어버린 모델이었다.

떨리는 손가락으로 액정을 두드렸다.

[202X년 8월 18일 금요일]

[오전 7시 30분]

날짜를 확인한 순간, 지안의 숨이 턱 막혔다.

결혼식 날짜는 11월 18일.

지금은 강민우와 결혼하기 정확히 3개월 전이었다.

“내가…… 돌아왔다고? 과거로?”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다리가 다시 한번 꺾였다.

바닥에 주저앉은 지안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절벽에서 밀려 떨어지던 순간.

자신을 내려다보며 비열하게 웃던 강민우와 서유라의 얼굴.

온몸의 뼈가 으스러지는 고통.

그 모든 것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뇌리에 박혀 있는데, 눈을 떠보니 가장 행복하다고 믿었던 3년 전의 과거로 돌아와 있었다.

마치 신이 그녀의 마지막 절규를 듣고 장난이라도 치는 것 같았다.

“우욱……!”

갑자기 속에서부터 지독한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다.

지안은 입을 틀어막고 욕실로 뛰어 들어갔다.

변기를 부여잡고 위액이 섞인 쓴 물을 토해냈다.

먹은 것도 없는데 계속해서 헛구역질이 났다.

강민우. 그리고 서유라.

그 두 사람의 이름만 떠올려도 오물이 식도를 타고 역류하는 것처럼 끔찍한 혐오감이 몰려왔다.

자신은 지난 3년 동안, 제 목에 칼을 겨누고 있는 살인마와 한 침대를 쓰고, 저를 파멸시키려는 악마를 친동생처럼 품어 안고 살았던 것이다.

바보처럼 웃으며, 그들이 건네는 독배를 달콤한 사랑이라 착각하며 마셨다.

그 결과가 바로 비참한 추락사였다.

“하아, 하아…….”

찬물로 입을 헹구고 세면대 거울을 노려보았다.

창백하게 질린 얼굴 위로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이내 굵은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억울함. 분노. 그리고 자신을 향한 지독한 혐오.

모든 감정이 뒤섞여 폭발할 것 같았다.

똑똑똑.

그때, 방문을 두드리는 가벼운 노크 소리가 들렸다.

“지안아, 일어났어?”

순간, 지안의 전신이 벼락을 맞은 것처럼 굳어버렸다.

욕실 거울을 짚고 있던 두 손에 핏대가 터질 듯 솟아올랐다.

문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한없이 부드럽고, 다정하며, 세상에서 가장 아내를 사랑하는 척 연기했던 그 역겨운 목소리.

강민우였다.

“아직 자? 들어가도 될까?”

이 시기의 강민우는 매일 아침 서 회장의 눈도장을 찍기 위해 한남동 본가로 출근 도장을 찍다시피 했다.

예비 처가에 아침부터 찾아와 예비 신부를 챙기는 다정한 남자.

그것이 강민우가 서 회장과 지안을 속이기 위해 뒤집어쓴 완벽한 가면이었다.

지안은 이를 악물었다.

입술을 너무 세게 깨물어 피가 배어 나왔다.

지금 당장 문을 열고 뛰쳐나가, 저 개만도 못한 자식의 목을 조르고 싶었다.

네가 감히 날 죽여? 네가 감히 내 회사를 뺏고 내 할아버지를 죽이려 들어?

주방으로 달려가 식칼이라도 가져와 저 목구멍에 쑤셔 박고 싶은 살의가 펄펄 끓어올랐다.

하지만 지안은 깊게 심호흡을 했다.

떨리는 손을 꽉 쥐어 주먹을 만들고, 눈을 감았다.

여기서 이성을 잃고 날뛰어봤자 미친 여자 취급만 받을 뿐이다.

강민우는 아직 겉으로는 서그룹 후계자의 마음을 얻은 완벽한 약혼자였고, 자신에게는 그들의 죄를 입증할 아무런 증거도 없었다.

과거의 그녀는 철저하게 속아 죽음을 맞이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들의 진짜 얼굴을, 그들의 추악한 계획을 오직 자신만이 알고 있다.

“……들어와.”

지안은 찬물로 세수를 한 번 더 하고 욕실을 나섰다.

얼굴의 물기를 수건으로 대충 닦아내며 방 한가운데로 걸어 나갔다.

달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강민우가 들어왔다.

“지안아, 좋은 아침.”

지안의 두 눈에 강민우의 모습이 온전히 담겼다.

말끔하게 넘긴 머리, 단정한 네이비색 수트.

그리고 한 손에 들린 예쁜 찻잔 세트까지.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예비 신랑의 모습이었다.

절벽에서 자신을 밀쳐낼 때의 그 짐승 같은 눈빛은 온데간데없고, 꿀이 뚝뚝 떨어질 듯 다정한 눈빛으로 지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안색이 안 좋네. 잠은 잘 잤어?”

민우가 다가와 찻잔을 협탁에 내려놓고, 지안의 뺨을 향해 손을 뻗었다.

“……손대지 마.”

지안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홱 돌리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날 선 목소리였다.

벌레가 닿는 것보다 더 소름이 끼치고 구역질이 났다.

민우의 손이 허공에서 민망하게 멈췄다.

그의 미간이 아주 미세하게 좁혀졌다가 이내 평소의 다정한 미소로 덮였다.

“왜 그래? 어디 아파? 식은땀도 흘리는 것 같은데.”

“그냥…… 피곤해서 그래. 어제 늦게까지 서류를 봤더니.”

지안은 애써 목소리를 가라앉히며 시선을 바닥으로 내렸다.

지금 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면, 도저히 표정 관리를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무리하지 말라니까. 결혼 준비만으로도 바쁘잖아.”

민우가 걱정스럽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내가 타 온 캐모마일 티 좀 마셔. 네가 요즘 스트레스받는 것 같아서, 아침에 샵에 들러서 제일 좋은 잎으로 우려 온 거야. 마음이 좀 진정될 거야.”

캐모마일 티.

과거의 지안은 이 남자의 이런 소소한 배려에 감동하고 사랑을 느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찻잔 안에 독이라도 들어있을 것 같은 강렬한 불신만이 맴돌았다.

자신을 죽일 계획을 짜면서, 앞에서는 미소 지으며 따뜻한 차를 내미는 저 악마 같은 위선.

지안은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간신히 억누르며 찻잔을 쳐다보지도 않고 대꾸했다.

“됐어. 입맛 없어.”

“그래도 한 모금만 해. 나 이거 우리 지안이 먹이려고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서 온 건데. 나 성의를 봐서라도, 응?”

민우가 특유의 애교 섞인 목소리로 지안을 달랬다.

하지만 지안의 귀에는 그 소리가 마치 칠판을 긁는 소리처럼 끔찍하게 들렸다.

“언니! 일어났어?”

그때, 열린 방문 틈으로 또 다른 불청객이 튀어 들어왔다.

실크 잠옷 바람에 부스스한 머리를 한 서유라였다.

유라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지안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민우의 팔짱을 덥석 꼈다.

“어머, 민우 오빠! 아침부터 웬일이야? 어제 회식 있다고 하지 않았어? 피곤하지 않아?”

유라의 콧소리 섞인 목소리.

지안의 시선이 유라의 손과 민우의 팔이 맞닿은 곳으로 향했다.

과거에는 가족이 될 사람이니 친하게 지내는 것이라 여겨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던 행동들이었다.

하지만 모든 진실을 알고 난 지금은 달랐다.

유라가 민우의 팔짱을 낄 때, 민우의 근육이 미세하게 긴장하며 유라의 가슴 쪽으로 밀착하는 것이 보였다.

두 사람이 서로의 눈을 마주칠 때 허공에서 교차하는, 은밀하고도 끈적한 눈빛.

형부와 처제가 아니라, 욕정에 굶주린 한 쌍의 짐승들 같았다.

‘내가 왜 저걸 몰랐을까. 저렇게 노골적이었는데.’

지안은 눈을 감고 헛웃음을 삼켰다.

자신의 멍청함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유라야, 너 머리에 까치집 지었다. 빨리 씻고 와.”

민우가 유라의 헝클어진 머리를 장난스럽게 흩트리며 다정하게 말했다.

그의 손길에는 지안을 대할 때의 의무적인 다정함과는 다른, 진득한 애정이 묻어 있었다.

“치, 오빠는 진짜. 나 못생겼다고 놀리는 거지?”

“네가 못생길 데가 어디 있어. 얼른 씻고 와. 밥 먹자.”

눈앞에서 펼쳐지는 그들만의 삼류 로맨스에 지안은 뱃속부터 역겨움이 치밀어 올랐다.

자신이 뻔히 눈을 시퍼렇게 뜨고 살아있는데도, 제 방 안에서 보란 듯이 희덕거리고 있었다.

서지안이라는 인간을 얼마나 우습게 보고 만만하게 여겼으면 이럴 수 있을까.

“나가.”

지안의 입에서 얼음장처럼 차가운 한마디가 떨어졌다.

민우와 유라의 웃음소리가 뚝 끊겼다.

두 사람의 시선이 일제히 지안에게로 향했다.

“어? 지안아. 왜 그래?”

“언니, 기분 안 좋아?”

유라가 팔짱을 풀며 눈치를 살폈다.

“둘 다 내 방에서 나가라고. 시끄러워.”

지안은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아 그들을 서늘하게 노려보았다.

평소 화를 내는 법이 없고, 늘 온화한 미소로 그들을 대했던 지안이었기에, 이렇게 노골적인 적의를 드러내는 것은 처음이었다.

민우의 얼굴에 찰나의 당황스러움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재빨리 유라를 방 밖으로 밀어내며 부드럽게 상황을 수습하려 했다.

“지안이가 오늘 컨디션이 많이 안 좋은가 봐. 유라야, 너 먼저 내려가 있어. 오빠가 지안이 챙겨서 내려갈게.”

“아…… 응. 알았어. 언니, 이따 봐.”

유라가 입술을 삐죽거리며 방을 나갔다.

문이 닫히자, 민우가 다시 지안에게 다가오려 했다.

“지안아, 혹시 나한테 화난 거 있어? 내가 뭐 실수한……”

“나가라니까.”

지안이 고개를 들어 민우의 두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검고 깊은 눈동자에는 그 어떤 감정도 남아 있지 않았다.

사랑도, 섭섭함도, 기대도 없는, 완전한 무(無)의 눈빛.

오히려 서늘한 살기마저 감도는 지안의 눈빛에 민우는 흠칫하며 걸음을 멈췄다.

“……알았어. 오늘은 네가 너무 예민한 것 같네. 내가 아래층에 있을 테니까, 준비 다 되면 내려와. 이따 오후에 웨딩드레스 가봉하러 가는 거 잊지 않았지? 제일 예쁜 드레스 입어봐야지.”

민우는 애써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방을 나갔다.

달칵.

문이 닫히고, 방 안에는 다시 지안 혼자 남았다.

그녀는 한참 동안 문고리를 응시하다가, 협탁 위에 놓인 민우가 가져온 캐모마일 찻잔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욕실로 걸어가 세면대에 차를 콸콸 쏟아버렸다.

노란색 액체가 배수구를 타고 허무하게 소용돌이치며 사라졌다.

“제일 예쁜 드레스?”

지안의 입가에 비틀린 조소가 떠올랐다.

웨딩드레스.

전생에서 그녀는 그 드레스를 입고, 제 무덤을 파는 줄도 모른 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지었었다.

결혼식장 입장문을 열고 들어갈 때, 옆에 선 민우를 보며 이 남자와 평생을 함께하겠다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이제 그 모든 것이 철저한 기만이자 사기극이었음을 안다.

이 결혼은 축복이 아니라, 서지안이라는 인간의 숨통을 끊어버리기 위한 화려한 도살장일 뿐이었다.

지안은 화장대 서랍을 열었다.

가장 안쪽에 고이 모셔두었던, 다다음 주에 양가 친척들과 지인들에게 돌릴 예정인 최고급 청첩장 샘플이 보였다.

[신랑 강민우, 신부 서지안. 두 사람의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자리에 초대합니다.]

금박으로 새겨진 글씨가 눈부시게 빛났다.

지안은 청첩장을 꺼내 들고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과거의 자신은 이 종이 한 장을 보며 얼마나 가슴 설레었던가.

하지만 지금은 이 종이가 자신에 대한 사형 선고문처럼 느껴졌다.

찌익-!

지안은 망설임 없이 청첩장을 반으로 찢어버렸다.

그리고 다시 한번 겹쳐서 네 조각으로, 여덟 조각으로, 산산이 조각을 내어 휴지통에 처박아버렸다.

“이따위 결혼식은 없어.”

단순히 파혼으로 끝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것은 복수가 아니다.

자신을 속이고, 기만하고, 재산을 빼앗고, 할아버지를 죽음으로 내몰고, 끝내 자신을 벼랑 끝에서 밀어버린 자들이다.

그냥 안 보고 사는 것만으로는 이 끓어오르는 피눈물을 닦아낼 수 없었다.

강민우가 가장 원하는 것.

서유라가 평생을 바쳐 갈망했던 것.

그것들을 눈앞에 던져주고, 가장 행복한 순간에 가장 처참하게 짓밟아 주리라.

그들이 자신에게 했던 것과 똑같이, 아니, 수천 배는 더 고통스럽게 갚아줄 것이다.

서그룹의 후계자라는 지위가, 자신이 가진 돈과 권력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들의 뼈에 사무치도록 똑똑히 보여줄 것이다.

지안은 책상 위에 놓인 만년필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달력의 11월 18일, 결혼식 날짜에 붉은색 펜으로 쳐져 있던 동그라미 위에, 검은색 잉크로 엑스 자를 거칠게 그어버렸다.

종이가 찢어질 정도로 깊고 진한, 파멸의 선언이었다.

“강민우, 서유라.”

창밖에서 들어오는 아침 햇살이 지안의 서늘한 얼굴을 비추었다.

거울 속의 여자는 더 이상 사랑에 속아 넘어가는 순진한 상속녀가 아니었다.

지옥 밑바닥에서 기어 올라와 복수의 칼날을 벼리는, 무자비한 사신이었다.

“너희들의 지옥은, 이제부터 시작이야.”

피를 토하는 듯한 맹세가 방 안을 차갑게 울렸다.

부서져 버린 시계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다시 째깍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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