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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화

작가: 유리구슬
last update 게시일: 2026-06-24 13:46:03
“이미 늦었어, 서지안. 네가 지난달 해외 투자 건이라며 나한테 백지 서명해서 넘긴 법정 대리인 위임장 기억하지? 네 명의로 된 서그룹 핵심 계열사 지분 40%가 이미 어제 날짜로 내 페이퍼 컴퍼니로 완벽하게 넘어갔다. 서 회장이 지금 당장 쓰러진다고 해도, 경영권 방어는커녕 이사회에서 넌 바로 쫓겨날 거다.”

“뭐……? 위임장이라니? 그, 그건 싱가포르 신규 사업 건으로 네가 꼭 필요하다고 해서……”

“그러니까 네가 날 너무 맹신한 게 죄지. 서지안, 넌 밖에서는 얼음 마녀니, 천재 상속녀니 똑똑한 척 다 하면서도, 집 안에서는 나한테 한없이 바보 같았어. 그래서 등쳐먹기 참 편했지. 유라가 위조한 서류들에 네가 직접 도장을 찍어줄 때마다 우리가 뒤에서 얼마나 비웃었는지 넌 평생 모를 거다.”

지안은 전신이 얼음물에 빠진 것처럼 차갑게 식어갔다.

남편이라는 자가 자신을 파멸시키기 위해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철저하게 덫을 놓고 기다려왔다는 사실.

그리고 자신은 그가 던진 거짓된 사랑의 달콤한 말에 속아, 제 발로 눈을 가린 채 덫에 걸어 들어왔다는 사실.

“이 더러운 사기꾼 새끼들…… 내가 가만 둘 것 같아? 법대로 해! 내가 내일 당장 변호사들 동원해서 너희 둘 다 횡령이랑 사기로 감옥에 쳐넣을 거야! 서그룹 정보망이 그렇게 만만한 줄 알아?”

지안이 짐승처럼 악을 쓰며 민우의 뺨을 향해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손이 닿기도 전에 민우의 크고 억센 손이 지안의 뺨을 세차게 내리쳤다.

짝-!!!

고막이 찢어질 듯한 파찰음과 함께 지안이 힘없이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눈앞에 별이 튀었고, 입술이 터져 비릿한 쇳물 같은 피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바닥에 쓰러지는 충격에 손에 꼭 쥐고 있던 가죽 시계 상자가 데굴데굴 굴러갔다.

정성스럽게 포장된 리본이 풀리며,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남편을 위한 선물이 비참하게 바닥에 쏟아졌다.

민우는 바닥에 떨어진 시계를 차가운 눈으로 내려다보더니, 구두 끝으로 그것을 툭 차서 침대 밑으로 굴려버렸다.

“법대로? 네가 무슨 수로? 서지안, 이제 너한테는 아무것도 없어. 회사도, 돈도, 그 잘난 회장 할아버지도. 넌 그냥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껍데기일 뿐이야.”

“오빠, 대충 정리해. 피 보기 전에.”

어느새 가운을 걸쳐 입은 유라가 다가와 민우의 팔을 감싸 안았다.

“이 년이 살아서 내일 아침에 회사에 나타나면 골치 아파지잖아. 어차피 오늘 밤 가평엔 폭우 경보까지 내렸어. 비도 많이 오는데, 빗길에 불행한 사고로 죽은 걸로 깔끔하게 끝내는 게 어때? 아내를 잃고 슬퍼하는 비운의 후계자, 완벽한 시나리오잖아.”

유라의 소름 끼치도록 태연한 음성에 지안은 전신에 한기가 돌았다.

단순한 불륜과 사기가 아니었다.

그들은 완벽한 범죄를 위해, 처음부터 자신을 오늘 이 별장에서 죽일 계획이었다.

민우의 눈빛이 살의(殺意)로 번뜩였다.

강민우의 눈에서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짐승의 굶주린 눈빛이었다.

지안은 본능적으로 죽음의 공포를 감지했다.

여기서 저들에게 잡히면 끝이다. 죽는다.

그녀는 찢어진 원피스 자락을 움켜쥐고 필사적으로 바닥을 기어 방 밖으로 뛰쳐나갔다.

“어딜 도망가!”

뒤에서 민우의 거친 고함과 함께 무거운 발소리가 쫓아왔다.

지안은 맨발로 복도를 내달려 계단을 굴러떨어지듯 내려갔다.

현관문을 걷어차듯 열고 별장 밖으로 뛰쳐나가자,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쏟아지는 장대비가 그녀의 온몸을 때렸다.

차가운 빗물이 눈을 가려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는 미친 사람처럼 달렸다.

주차해 둔 차에 타서 시동을 걸어야 했다.

하지만 너무 당황한 나머지 차 키를 거실 바닥에 떨어뜨리고 온 것이 뒤늦게 떠올랐다.

어쩔 수 없이 산길을 따라 아랫마을로 내려가 구조를 요청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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