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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화

Author: 유리구슬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6-24 13:46:03

2화 가장 완벽한 날의 지옥(2)

반면 민우는 찡그렸던 미간을 느릿하게 펴고 서서히 침대에서 일어났다.

당황해서 변명하거나 무릎을 꿇을 줄 알았던 남편은, 오히려 짜증스럽다는 표정으로 바닥에 떨어진 샤워 가운을 여유롭게 걸치며 지안을 차갑게 내려다보았다.

“서지안. 연락도 없이 여긴 왜 왔어? 매너 없게.”

“강민우…… 서유라…… 너희들 지금 내 눈앞에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야?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이게 다 무슨 상황이냐고 묻잖아!”

지안이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질렀지만 민우는 가볍게 콧방귀를 꼈다.

그는 탁자에 놓인 샴페인 잔을 들어 올리며 비아냥거렸다.

“보면 몰라? 네가 멍청하게 회사 일에 미쳐서 야근이나 하고 있을 때, 난 진짜 내 여자를 안고 있었던 거지. 그게 그렇게 이해하기 어려워?”

“진짜 여자? 강민우, 내가 네 아내야! 내가 3년 동안 너한테 어떻게 했는데! 나 아니었으면 넌 아직도 평사원 딱지 떼지도 못했을 텐데!”

“아내?”

민우가 샴페인 잔을 탁자에 소리 나게 내려놓더니 지안의 앞으로 걸어왔다.

그는 지안의 턱을 으스러져라 거칠게 잡아 올렸다.

그의 손길에는 지안이 알던 그 어떤 온기도 없었다.

“서 회장 데릴사위 노릇 하면서 내가 얼마나 속으로 피를 토하며 기어 다녔는지 알아? 네 밑에서 비위 맞추며 개처럼 살았던 이유가 오직 널 사랑해서인 줄 알았어? 착각하지 마, 서지안. 난 네 껍데기와 서그룹이라는 배경이 필요했던 것뿐이야.”

지안은 턱 뼈가 부서질 것 같은 통증보다 가슴 한가운데를 찌르는 배신감이 더 끔찍하게 아팠다.

그녀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시선을 돌려 침대 위의 유라를 보았다.

어릴 적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서자로 들어와 외로워하던 이복동생.

본처의 딸인 지안은 그런 유라가 가여워, 친자매처럼 아끼고 챙겼다.

유라가 갖고 싶다는 것은 다 사주었고, 할아버지에게 혼날 때마다 방패막이가 되어주었다.

“유라 너…… 너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내가 너한테 뭘 잘못했는데? 널 동생이라고 생각해서, 네가 해달라는 건 다 해줬잖아!”

유라는 침대 시트를 몸에 두른 채 자리에서 일어나며 신경질적으로 웃었다.

“바로 그거야, 언니. 언니는 항상 다 가졌잖아! 서그룹의 적통 후계자, 대단하신 할아버지의 사랑, 돈, 명예, 그리고 완벽한 남편까지. 난 언제나 언니가 불쌍하다며 던져주는, 쓰다 남은 찌꺼기만 받아먹는 기분이었어. 그 알량한 동정심이 얼마나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는지 알아?”

“찌꺼기라니…… 내가 널 얼마나 아꼈는데!”

“그 잘난 척하는 위선이 역겨웠다고! 솔직히 말할까? 민우 오빠, 원래 나랑 먼저 사귀던 사이였어. 언니가 중간에서 서그룹 후계자 자리를 굳히려고 번듯한 배경의 남편이 필요하니까, 오빠를 돈으로 뺏어간 거잖아. 우리는 그저 우리의 사랑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언니가 부당하게 훔쳐 간 것들을 되찾는 것뿐이야.”

유라의 목소리에는 깊고 어두운 열등감과 독기가 뚝뚝 묻어나고 있었다.

지안은 비틀거리며 뒤로 두어 걸음 물러섰다.

미친 인간들이다.

단단히 미쳐버린 쓰레기들이었다.

그녀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코트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려 했다.

경찰이든, 할아버지 비서실이든, 이 지옥 같은 상황을 끝내줄 누군가에게 연락해야 했다.

당장 이 두 사람의 추악한 민낯을 만천하에 까발리고, 회사에서 완전히 매장시켜버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민우의 행동이 한 박자 더 빨랐다.

그는 지안의 손목을 강하게 낚아채더니, 스마트폰을 빼앗아 대리석 바닥에 사정없이 내팽개쳤다.

콰직! 하는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최신형 액정이 산산조각 나며 파편이 튀었다.

“어디에 전화를 하려고? 서 회장?”

민우가 비열하게 웃으며 부서진 스마트폰을 구두 굽으로 짓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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