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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화

Author: 유리구슬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6-24 13:46:46

6화 완벽한 가면을 부수는 방법(2)

“와…….”

강민우가 입을 반쯤 벌린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눈동자에 짙은 감탄이 서려 있었다.

“지안아…… 너 정말 천사 같아. 너무 아름답다.”

그는 마치 홀린 사람처럼 무대 앞으로 다가왔다. 완벽한 사랑에 빠진 남자의 얼굴. 저 표정 하나에 지안은 평생을 속았었다.

서유라 역시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대박. 언니 완전 예뻐. 오빠가 고른 드레스 진짜 언니한테 찰떡이다.”

유라의 목소리 끝에는 아주 미세한 질투와 시기가 묻어 있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지금의 지안에게는 그 얄팍한 속내가 투명하게 보였다. 자기가 차지해야 할 남자의 돈으로, 자기가 입어야 할 화려한 옷을 입고 있는 지안을 향한 노골적인 질투심.

지안은 전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쳐다보며, 입꼬리를 비스듬히 끌어올렸다.

“아름답다라…….”

지안의 입에서 나온 건조한 중얼거림에, 강민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마음에 안 들어? 세상에서 네가 제일 예뻐, 지금.”

지안이 천천히 시선을 돌려 강민우를 내려다보았다.

“벗을게요.”

“……어?”

피팅룸 안에 찬물이 끼얹어진 듯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스태프들도, 강민우도, 서유라도 당황한 표정으로 지안을 쳐다보았다.

“원장님. 커튼 닫으세요. 환복할게요.”

지안이 차갑게 명령하자, 원장이 허둥지둥 무대 앞으로 다가왔다.

“본, 본부장님. 혹시 어디 불편하신 부분이…… 치수가 좀 꽉 끼시나요?”

“아니요. 그냥, 옷이 너무 천박해서요.”

천박하다.

이탈리아 장인이 한 땀 한 땀 수작업으로 만든, 강남 아파트 한 채 값에 맞먹는 드레스에 대고 할 소리가 아니었다.

강민우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지안아, 천박하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널 위해서 이탈리아 본사까지 연락해서……”

“강민우 씨.”

지안이 그의 말을 뚝 끊었다.

'오빠'가 아닌 '강민우 씨'라는 호칭에 강민우의 두 눈이 커졌다. 연애를 시작한 이후로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서늘한 호칭이었다.

“강민우 씨 안목, 원래 이렇게 수준 이하였어요? 실크 질감은 무겁기만 하고, 크리스털은 억지로 쑤셔 박아서 싸구려 티가 줄줄 흐르잖아요. 이걸 지금 내 결혼식에 입으라고 고른 거예요? 서그룹 후계자가 수준 떨어지게 이런 걸 입고 입장하길 바란 건가요?”

지안의 가차 없는 독설이 프라이빗 룸에 쩌렁쩌렁 울렸다.

스태프들은 안절부절못하며 서로의 눈치만 보았고, 강민우의 뺨은 수치심으로 붉어졌다 푸르스름해지기를 반복했다.

“서지안…… 너 말이 좀 심한 거 아니야?”

강민우가 애써 목소리를 억누르며 말했다. 겉으로는 평온을 유지하려 했지만, 꽉 쥔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때, 소파에 앉아 있던 유라가 다가와 강민우의 편을 들었다.

“언니! 말이 너무 심하잖아. 민우 오빠가 언니 기쁘게 해주려고 얼마나 고생해서 고른 건데. 내 눈엔 엄청 예쁘기만 하구만! 언니가 오늘 기분 안 좋은 건 알겠는데, 오빠한테 이러는 건 아니지.”

유라는 마치 정의의 사도라도 된 양, 민우의 앞을 막아서며 지안을 쏘아보았다. 강민우는 그런 유라를 기특하다는 듯, 또 불쌍하다는 듯 쳐다보며 어깨를 살짝 감싸 안았다.

지안은 그 구역질 나는 연대를 보며 헛웃음을 터뜨렸다.

“네 눈엔 엄청 예뻐 보여?”

“어! 내가 보기엔 최고급이구만. 언니가 예민한 거야.”

“그래? 그럼 네가 입든가.”

지안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유라의 표정이 멍청하게 굳었다.

“……뭐?”

“네가 입으라고. 강민우 씨 안목이랑 네 취향이랑 아주 딱 떨어지게 맞는 것 같네. 싸구려들끼리.”

“서, 서지안!!”

결국 강민우의 입에서 거친 고함이 터져 나왔다. 그가 항상 쓰고 있던 '다정하고 완벽한 약혼자'의 가면에 쩍, 하고 금이 가는 순간이었다.

“너 오늘 진짜 왜 그래!! 아침부터 사람 무안하게 만들더니, 지금 스태프들 다 있는 데서 동생한테 싸구려가 뭐고 나한테 수준 이하가 뭐야! 내가 무슨 죄졌어?!”

강민우가 핏대를 세우며 소리치자, 유라는 마치 큰 충격을 받은 것처럼 눈물을 글썽이며 강민우의 팔에 매달렸다.

“오, 오빠…… 화내지 마. 언니가 요즘 회사 일 때문에 스트레스받아서 그럴 거야…… 흑.”

지안은 그 난장판을 무대 위에서 차갑게 내려다보았다.

짐승들이 제 본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강민우가 이렇게 언성을 높이면 지안이 먼저 꼬리를 내리고 사과를 했었다. 자신이 예민했다고, 오빠 화풀라고.

하지만 지금의 지안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오히려 그녀의 입가에는 비릿한 미소마저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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