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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화

Author: 유리구슬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6-24 13:46:46
“왜 그렇게 화를 내. 옷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한 것뿐인데. 자격지심 있어?”

“뭐? 자격지심?”

“내가 내 돈 주고, 내 결혼식에 입을 옷 고르러 와서 마음에 안 든다고 말도 못 해? 누가 들으면 네가 내 드레스 값 내주는 줄 알겠네.”

정곡이었다.

이 샵의 드레스 비용부터 결혼식장 대관, 신혼집, 심지어 강민우가 지금 타고 온 벤틀리까지 모조리 서그룹, 즉 지안의 돈에서 나온 것이었다. 빈털터리 개천에서 용 난 강민우에게는 뼈를 때리는 말이었다.

강민우의 입술이 파들파들 떨렸다. 그는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해 입만 뻐끔거렸다.

“원장님.”

지안이 굳어있는 원장을 불렀다.

“네, 네! 본부장님!”

“오늘 피팅 취소할게요. 더 볼 것도 없네요. 샵도 다시 알아봐야겠어요.”

“보, 본부장님! 다시 한번만 기회를 주시면, 원하시는 디자인으로……”

“커튼 닫으세요.”

지안이 단호하게 말하자, 스태프들이 서둘러 무대의 커튼을 닫았다.

옷을 갈아입고 나온 지안은 소파에 넋을 잃고 앉아 있는 두 사람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핸드백을 집어 들었다.

“밥 먹으러 가자며. 안 갈 거야? 난 배고픈데.”

지안이 태연하게 말하자, 강민우는 마른세수를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눈동자에는 혼란과 분노, 그리고 지안을 향한 미세한 두려움이 교차하고 있었다.

자신이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고 생각했던 온순한 양이, 갑자기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자신의 목덜미를 물어뜯고 있었다. 강민우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가자. 예약해 뒀어.”

강민우는 억지로 목소리를 쥐어짜 내며 앞장섰다.

유라는 여전히 훌쩍거리며 지안을 노려보고 있었다.

“언니 진짜 너무해. 나 오늘 밥 안 먹어. 먼저 갈 거야!”

유라가 신경질적으로 가방을 챙겨 들고 샵을 뛰쳐나갔다.

지안은 멀어지는 유라의 뒷모습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저렇게 뛰쳐나가면 강민우가 나중에 달래주러 오겠지. 뻔한 수작이었다.

저녁 7시.

강민우가 예약한 곳은 한남동에 위치한 미슐랭 3스타 프렌치 레스토랑이었다. 평소 지안이 가장 좋아하던 곳이자, 예약이 하늘의 별 따기인 곳.

두 사람은 한강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창가 쪽 프라이빗 룸에 마주 앉았다.

숨 막히는 정적이 흘렀다.

웨이터가 최고급 한우 안심스테이크와 레드 와인을 서빙하고 나간 뒤에도, 두 사람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침묵을 먼저 깬 것은 강민우였다.

그는 어떻게든 이 통제 불능의 상황을 다시 자신의 손아귀에 넣어야 했다.

“지안아.”

강민우가 와인 잔을 만지작거리며, 세상에서 가장 불쌍하고 억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내가 아까는 소리 질러서 미안해. 샵 스태프들도 있고, 유라도 있는데 네가 너무 날 선 말을 하니까 나도 모르게 당황해서 그랬어. 욱하는 성격 고치겠다고 약속해 놓고 또 이랬네. 미안해.”

철저히 계산된 사과.

먼저 몸을 낮춤으로써 상대방의 죄책감을 유발하는 강민우의 주특기였다.

“네가 요새 이사회 준비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거 알아. 내가 더 배려했어야 했는데. 드레스는 네가 원하는 곳으로 다시 예약하자. 응? 나 아직 화 안 풀렸어?”

지안은 말없이 강민우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저 입. 저 매끄러운 혀.

저 혀로 나를 사랑한다 속삭였고, 저 혀로 할아버지의 비자금을 조작했고, 저 혀로 나를 죽이라고 지시했다.

지안의 시선이 천천히 테이블 위로 내려갔다.

강민우가 스테이크를 썰기 위해 나이프를 들었다. 날카로운 칼날이 고기 덩어리를 썰어내자, 미디엄 레어로 구워진 붉은 핏물이 접시 위로 배어 나왔다.

순간, 지안의 뇌리 속에서 끔찍한 환상이 번쩍였다.

자동차 앞 유리를 뚫고 들어온 철근.

할아버지의 피투성이가 된 얼굴.

그리고 절벽 아래로 떨어지며 으스러지던 자신의 팔다리에서 뿜어져 나오던 검붉은 피.

“우욱……!”

지안이 황급히 입을 틀어막았다.

위장이 뒤틀리는 듯한 지독한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다. 눈앞이 빙글빙글 돌았다.

“어? 지안아, 왜 그래? 속 안 좋아?”

강민우가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지안이 한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

“오지 마.”

“너 안색이 너무 창백해. 병원 갈까? 체한 거야?”

지안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테이블 위에 놓인 포크와 나이프를 거칠게 밀어버렸다. 챙그랑-! 은식기가 대리석 바닥으로 떨어지며 날카로운 파열음을 냈다.

지안이 붉게 충혈된 눈으로 강민우를 노려보았다.

“역겨워.”

“……뭐?”

“음식이. 너무 비려서 토할 것 같다고.”

지안이 혐오감에 가득 찬 목소리로 내뱉었다.

강민우의 얼굴이 다시 한번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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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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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실 (사랑이야)
빠른 사이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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