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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화

작가: 유리구슬
last update 게시일: 2026-06-27 08:00:59
53화 감정의 자각(1)

수백 발의 플래시 세례가 지나간 자리는 기묘할 정도로 고요했다.

그랜드 서울 호텔의 대연회장을 빠져나와 지하 주차장으로 향하는 전용 엘리베이터 안.

지안과 태경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의 스틸 벽면에 비친 두 사람의 모습은 여전히 완벽한 부부의 형태를 하고 있었지만, 그들을 둘러싼 공기는 이전과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포식자처럼 맹렬하게 지안의 입술을 집어삼켰던 태경은 정면만을 응시한 채 굳은 표정이었고, 지안은 터질 것처럼 요동치는 심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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