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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9화

作者: 금붕어
“부서진 물건은 전부 원가로 배상해. 다른 환자들한테 피해 가지 않게, 그건 네가 처리해.”

전화를 끊은 주민혁은 의자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려운은 지시에 따라 임하은의 병실로 향했다.

바닥에 흩어진 잔해와, 침대에 앉아 울고 있는 임하은을 보자 그는 잠시 숨을 고른 뒤 입을 열었다.

“임하은 씨, 파손된 물품은 원가 기준으로 배상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대표님 말씀으로는, 약혼을 파기하시겠다면 그에 대해 별다른 이견은 없다고 하셨습니다.”

“배상... 약혼 파기?”

임하은은 눈이 퉁퉁 부은 채 고개를 들었다. 려운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믿기 힘들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그 사람이 나한테 이렇게까지 한다고요? 아이를 잃었는데, 걱정은커녕 약혼을 파기한다고요?”

려운은 그 자리에 선 채 감정 하나 섞지 않은 목소리로 답했다.

“임하은 씨, 주 대표님은 요즘 프로젝트 일정이 굉장히 빡빡합니다. 부담도 크고요. 그 점은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배상 건은 회사 규정입니다. 저는 지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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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850화

    육민성은 송미연의 식습관부터 세심하게 살폈다.위장이 약해 맵고 차가운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부드러운 가정식 백반을 즐겨 먹는 그녀였다.육민성은 전담 요리사에게 매일 영양을 고루 갖춘 따뜻한 도시락을 싸게 한 뒤, 직접 송찬 그룹 안내 데스크를 찾아가 꼭 송미연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하곤 했다.처음에 송미연은 안내 데스크 직원에게 돌려보내 달라고 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돌려보내자 안내 데스크 직원들도 난처해하는 기색을 보였고 결국 송미연은 도시락을 받아 든 뒤 야근하는 직원들에게 전부 나누어 주었다.육민성은 도시락이 다른 사람들의 몫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도 화를 내지 않았다.다음 날에도 그는 어김없이 같은 시간에 도시락을 보냈다. 위에 부담이 적은 영양죽부터 정갈한 반찬, 식후 디저트까지 매일 메뉴를 바꿔가며 정성을 들였다.가끔 송미연이 늦은 밤까지 야근하는 날이면 육민성은 따뜻한 차와 핫팩을 차 안에 챙겨둔 채 건물 아래에서 묵묵히 기다렸다.어느 겨울밤 기온이 영하로 곤두박질쳤던 날, 퇴근길에 오른 송미연의 눈에 칼바람을 맞으며 홀로 서 있는 육민성의 모습이 들어왔다.코트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 넣은 채 서 있는 그의 코끝은 추위에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그 순간 송미연의 가슴 한구석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하지만 그 동요는 이내 가라앉았다.그녀는 천천히 다가가 이혼 후 처음으로 그에게 먼저 길게 말을 건넸다.“매일 이렇게 지키고 서 있을 필요 없어요. 우리 이미 이혼했잖아요. 이런다고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육민성은 하얀 입김을 길게 내뿜으며 그녀를 바라봤다.“나한테 아무런 자격이 없다는 거 알아. 그저 뭐라도 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어서 그래. 용서해 주지 않아도 좋아. 그저 네가 무사히 출퇴근하는 것만이라도 지켜보게 해줘.”송미연은 대답 없이 제 차를 향해 곧장 걸어갔고 홀로 남겨진 육민성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멈춰 섰다.하지만 육민성은 포기하지 않았고 어떻게든 송미연의 일상 속에 스며들 방법을 찾아 헤맸다.송미연이 매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849화

    말을 마친 송미연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몸을 돌려 떠나갔다.홀로 벤치에 남겨진 육민성은 그녀의 뒷모습이 점점 멀어져 시야에서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가슴 한가운데가 텅 빈 듯한 허탈감에 휩싸였다.너무 늦어버린 사죄로는 결국 닫혀버린 마음을 되돌릴 수 없었다.한 번 굵직하게 새겨진 상처는 아무리 애써 꿰매려 해도 예전의 흔적 없는 모습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법이니까.그러나 송미연의 명백한 거절에도 불구하고 육민성은 이대로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이 저지른 잘못이 그녀의 마음에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겼는지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하지만 해외에서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던 시간과 그 이후 자신이 그녀에게 보였던 냉대를 떠올릴수록, 이렇게 완전히 남남으로 돌아서는 결말을 선뜻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깊은 죄책감에 짓눌린 그는 가장 투박하고 직접적인 방법으로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하나씩 갚아나가기로 결심했다.그리고 그가 가장 먼저 시작한 행동은, 다름 아닌 그녀의 출퇴근길을 묵묵히 챙기는 일이었다.송미연은 매일 아침 여덟 시 무렵 아파트를 나섰고 저녁 여섯 시면 퇴근길에 올랐다.육민성은 이틀 연속 약속이라도 한 듯 그녀의 아파트 단지 앞에서 미리 대기하고 있었다.첫날, 송미연은 익숙한 그의 차를 발견하자마자 시선을 돌려 지나쳤고 직접 택시를 잡아타고 회사로 향했다.육민성은 굳이 다가가 말을 걸지 않은 채 묵묵히 그 뒤를 따르며 송찬 그룹 건물 앞까지 호위하듯 차를 몰았고 그녀가 로비 안으로 발을 들이는 뒷모습을 확인한 뒤에야 자리를 떴다.둘째 날 아침, 송미연이 로비로 내려왔을 때 그는 이미 조수석 쪽 대시보드에 간단한 아침 식사를 준비해 두고 있었다.부담 없이 넘길 수 있는 담백한 두유와 샌드위치였다.송미연은 힐끗 눈길을 주었을 뿐 받지 않은 채 평소처럼 호출 택시를 불렀다.육민성 역시 강요하지 않고 아침 식사를 치운 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그녀가 탄 택시를 뒤따랐다.그렇게 일주일 동안 육민성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침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848화

    심종연이 징역형을 선고받고 로라 역시 경찰에 연행되어 조사를 받게 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육민성의 마음 한구석에는 내내 무거운 돌덩이가 내려앉아 있었다.냉정을 되찾은 뒤 지나간 일들을 하나하나 되짚어볼수록, 자신이 거짓된 허상에 눈이 멀어 송미연을 번번이 비참한 상황으로 몰아넣었다는 사실이 뼈아프게 다가왔다.배후에서 판을 짠 사람이 누구였든 간에, 그녀에게 직접 상처를 입힌 장본인은 자신이었다. 이는 결코 부인할 수도, 외면할 수도 없는 명백한 사실이었다.며칠 동안 고뇌한 끝에 그는 결국 송미연을 찾아가 얼굴을 마주하고 직접 사과하기로 마음먹었다.해 질 무렵, 육민성은 차를 몰고 송찬 그룹 건물 아래에서 대기했다. 퇴근길에 회사 문을 나서던 송미연은 길가에 서 있는 그를 단박에 알아봤다.송미연은 잠시 발걸음을 멈칫했으나 자리를 피하지도, 먼저 다가서지도 않은 채 조용히 서서 그를 바라보았다.육민성이 천천히 다가오며 평소보다 한층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잠깐 몇 분만 시간 내줄 수 있을까?”송미연은 시계를 흘끗 확인하더니 거절하지 않고 그를 따라 인근 벤치로 가 나란히 앉았다.몇 초간의 무거운 침묵이 흐른 뒤, 육민성이 먼저 입을 열었다.“심종연과 로라에 관한 건 이제 진실이 다 밝혀졌어. 그동안 네가 얼마나 큰 상처와 억울함을 견뎌왔는지 알아. 오늘 찾아온 건, 너에게 정식으로 사과하고 싶어서야.”그는 변명으로 둘러대지 않고, 자신이 과거에 저질렀던 잘못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로라가 회사에서 몇 번이고 널 곤란하게 만들었을 때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그쪽 편만 들었던 일, 연회장에서 누군가 널 희롱했을 때 일부러 못 본 척 외면했던 일, 그리고 법원으로 가던 길에 전화 한 통을 받고 널 혼자 내버려 둔 채 차를 돌렸던 일까지. 전부 내가 못나서 저지른 잘못이야.”“심종연의 덫에 속았고 로라가 꾸며낸 연약한 모습에 눈이 멀었어. 나 혼자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계속 널 상처 입히고 있었던 거야.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847화

    다른 이들의 눈에 로라는 여전히 천공연구원에 확고하게 자리를 잡고 육민성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실세로 보였다.바로 그 시각, 후속 법무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천공을 찾은 송미연은 로비 한쪽에 서서 담당 직원이 서류를 가져오기를 차분히 기다리고 있었다.로라와 그 어떤 말도 섞거나 마주칠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었다.바로 그때, 제복을 입은 경찰관 몇 명이 사무공간으로 들어서더니 망설임 없이 로라가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웅성거리던 로비가 순식간에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경찰은 신분증을 제시한 뒤, 층 전체에 또렷하게 울려 퍼지는 목소리로 말했다.“로라 씨, 체포 영장이 발부됐습니다. 수사에 협조하셔야 하니 경찰서로 동행하시죠.”로라의 얼굴에 걸려 있던 미소가 단번에 굳어버렸으나 그녀는 눈동자에 스친 당혹감을 애써 감추며 태연한 척 말을 받았다.“뭔가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요. 저는 천공의 법무팀장이고 사전에 아무런 통보도 받지 못했습니다.”“심종연의 연쇄 범죄 행각에 가담했는지는 경찰서에 가서 조사해 보면 알게 될 겁니다.”경찰은 더 이상 말을 섞지 않고 체포 관련 서류를 꺼내 들고 로라에게 단호하게 다가갔다.주변 직원들은 충격에 휩싸인 채 하던 일을 멈추고 숨죽여 그 모습을 지켜봤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로라가 송미연을 밀어내고 진짜 육민성의 아내 자리를 꿰찰 거라며, 앞다투어 그녀에게 굽신거리고 비위를 맞추던 직원들이 태반이었다.하지만 그토록 기세등등하던 여자가 눈 깜짝할 새 경찰에 연행될 처지가 되자 사람들은 좀처럼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할 말을 잃었다.로라는 저도 모르게 육민성의 대표실 문을 바라봤다. 하지만 굳게 닫힌 문 너머에서는 그녀를 구해줄 사람은커녕 아무런 기척조차 없었다.불안하게 흔들리던 그녀의 시선이 마침내 로비 한쪽에 서 있던 송미연의 눈동자와 마주쳤다.가까운 거리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송미연의 얼굴에는 비웃음도, 고소해하는 기색도 없었다. 그저 담담하게 이 모든 광경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그러나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846화

    국경을 넘나들며 치밀한 위장과 암투로 얼룩졌던 추격전이 마침내 벼랑 끝에서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결박된 채 산을 내려가는 와중에도 심종연은 발악을 멈추지 않았다.“육민성과 송미연 사이의 갈등은 전부 내가 꾸민 일이야. 그 둘은 평생 서로를 진심으로 용서하지 못할 텐데, 너희가 날 잡았다고 해서 이미 멀어진 두 사람의 마음까지 되돌릴 수 있을 것 같아?”주민혁은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 차가운 눈빛으로 쏘아보다 그대로 묵살했다.베이스캠프 차량으로 돌아온 최수빈은 작전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소식을 육민성과 송미연에게 동시에 전했다.메시지를 확인한 육민성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며칠째 팽팽하게 곤두서 있던 신경이 그제야 조금 풀리는 듯했다.송미연과의 관계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멀어졌지만, 배후에서 모든 일을 꾸민 심종연이 검거되면서 천공을 짓누르던 위기만큼은 완전히 사라진 셈이었다.한편 법무센터에서 화면 너머로 압송되는 심종연을 바라보던 송미연의 마음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복잡했다.가슴을 후벼 파던 서러움과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게 했던 그 모든 고통이, 실은 처음부터 치밀하게 짜인 기만이었다는 사실이 그녀를 한동안 멍하게 만들었다.작전이 무사히 끝난 이른 아침, 주민혁이 여전히 욱신거리는 어깨를 가볍게 주무르자 최수빈이 따뜻한 물 한 병을 건넸다. 두 사람은 말없이 마주 보다가 이내 미소를 지었다.사선을 넘나드는 추격전을 함께 겪은 두 사람은 이제야 깨닫고 있었다. 앞으로 어떤 험난한 길이 닥쳐오더라도 곁에서 나란히 걸어줄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라는 것을....국경 추격전이 막을 내린 지 일주일 뒤, 심종연에 대한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국가 간 경계를 넘나들며 기업 영업비밀을 탈취한 혐의부터 고의로 분란을 일으켜 기업 경영을 방해한 혐의, 불법 밀항을 모의하고 용병을 동원해 체포를 방해한 혐의까지. 이를 입증할 증거는 빈틈없이 확보돼 있었다.법정에 선 심종연은 처음에는 구차한 변명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845화

    국경 순찰대는 주민혁이 미리 공유해 둔 좌표에 따라 이미 건너편 기슭에 매복해 있었고 쾌속정이 수역에 진입하는 순간 기습적으로 포위망을 좁혀 들어갔다.사색이 된 심종연은 급히 배를 돌려 국내 관할 수역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놈은 결코 투항할 기색 없이 쾌속정의 방향을 거칠게 틀어 갈대가 무성한 얕은 갯벌로 돌진하더니, 배를 버리고 우거진 갈대숲으로 몸을 숨기려 했다.빽빽하게 우거진 갈대밭은 한 치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아 한번 숨어들면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격이었다.“두 조로 나뉘어 포위한다. 너무 멀리 벌어지지 말고 무전 유지해.”주민혁이 나직하게 명령을 내렸고 일행은 어둠을 방패 삼아 갈대밭으로 들어가 수색을 시작했다.축축한 물비린내가 코를 찌르는 가운데 발밑의 개펄은 미끄럽기까지 해 한 걸음 내딛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최수빈은 손에 든 소형 위치추적기를 주시하며 신경을 곤두세운 채 주민혁의 곁에 바짝 붙어 따라갔다.한참을 전진하던 그때, 등 뒤에서 희미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갈대 덤불로 몸을 숨기고 있던 괴한 하나가 몽둥이를 치켜들고 최수빈의 뒤를 덮친 것이다.찰나의 순간 번개처럼 반응한 주민혁이 그녀를 자신의 뒤로 거칠게 끌어당기며 온몸으로 그 공격을 받아냈다.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어깨에 찌릿한 통증이 퍼졌다.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최수빈은 즉시 삼단봉을 뽑아 들어 괴한의 급소를 단숨에 찔러 쓰러뜨렸다.곧이어 달려온 특공대원들은 거칠게 바닥을 짓이기며 습격범을 체포했다.“괜찮아요?”최수빈이 다급하게 주민혁의 몸을 부축했다. 어둠 속에서도 그의 어깨에 붉은 멍이 퍼지는 게 어렴풋이 보였다.“별거 아니야, 계속 쫓아가.”주민혁은 손을 가볍게 내저으며 지체 없이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생사를 오가는 순간, 두 사람 사이에는 구구절절한 말이 필요 없었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에게 전해지는 단단한 신뢰가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단순한 프로젝트 파트너로 시작해 사선을 함께 넘나드는 지금까지, 서로의 빈틈을 메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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