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하지만 지금은 살기 위해서라도 자존심을 내려놓아야 했다.송미연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이력서를 고치기 시작했다. 그런 다음 채용 공고를 하나씩 확인하며 지원서를 넣었다.창밖의 밤은 점점 깊어졌으나 그녀는 컴퓨터 앞에 앉아 새벽이 가까워질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지친 몸을 이끌고 침대에 누운 것은 한참 뒤였다.그러나 송미연은 몰랐다. 자신이 이력서를 넣었다는 소식이 곧 육민성의 귀에 들어갔다는 것을.비서가 보고했을 때, 육민성은 회의 중이었다.“송미연 씨가 법무 관련 직무에 이력서를 넣고 있습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육민성의 펜끝이 멈췄다.잉크 한 방울이 서류 위로 떨어져 작은 검은 점처럼 번졌다.회의가 끝나자마자 그는 참지 못하고 휴대폰을 꺼냈다. 송미연의 번호를 찾아 놓고도 한참을 망설이던 그는 결국 통화 버튼을 눌렀다.전화는 신호음이 한참 이어진 뒤에야 연결됐다.“여보세요?”막 잠에서 깬 듯, 살짝 잠긴 송미연의 목소리에서 짜증난 듯한 기색이 조금 느껴졌다.육민성은 순간 움찔 얼어붙어 휴대폰을 쥔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나야.”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는 어딘가 부자연스러웠다.휴대폰 너머로 잠시 침묵이 흘렀으나 이윽고 송미연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일인데요?”거리를 두려는 듯한 그 선명한 태도가 얼음 조각처럼 육민성의 가슴을 찔렀다.그는 목울대를 천천히 움직이다가 바로 본론을 꺼냈다.“일자리 알아보고 있다면서. 돈이 부족한 거야?”송미연은 순간 멈칫했다가 곧 상황을 알아차렸다.분명 천공 쪽 사람이 그녀의 이력서를 보고 육민성에게 알린 것이었다.그래서 입꼬리를 씩 올리며 비웃음을 띠었다.“소식이 참 빠르시네요.”“이혼 합의서에 위자료 조항을 넣을 수 있어.”육민성의 목소리가 한층 부드러워졌다.“얼마가 필요하든 말만 해.”그는 알고 있었다. 송미연은 자존심이 강해 남의 것을 쉽게 받으려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하지만 생계를 위해 여기저기 이력서를 넣고 다니는 그녀를 그냥 두고 볼 수만은
그 말은 힘없는 타협처럼 조용히 허공에 흩어졌다.육민성이라고 송미연이 오해하고 있다는 걸 모를 리 없었다. 설명하고 싶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송미연의 성격을 잘 알았다.그녀는 한 번 마음을 정하면 그 누구도 돌려세울 수 없는 사람이었다.임한결은 쓸쓸함이 내려앉은 육민성의 눈빛을 보고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대신 소파 위에 놓아두었던 악보 가방을 들며 조용히 말했다.“그럼 전 먼저 가볼게요. 오늘 고마웠어요.”육민성은 고개만 끄덕였을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아파트 문이 조용히 닫히고 집 안이 완전히 고요해진 뒤에야, 그는 천천히 송미연의 방 앞으로 걸어갔다.손을 뻗어 문을 밀고보니 책상 위 스탠드의 희미한 불빛이 텅 빈 책장을 비추고 있었다. 옷장 문은 활짝 열린 상태였는데 안에는 얇게 내려앉은 먼지만 남아 있었다.육민성은 침대 옆 협탁 앞으로 다가가 서랍을 열었다. 안은 텅 비어 있었다.‘그 사진도 가져갔나 보네.’육민성은 문틀에 기대섰다. 가슴 한가운데가 무언가에 꽉 막힌 것처럼 답답했다.한편 송미연은 캐리어를 끌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그런데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에는 ‘엄마’라는 글자가 떠 있었다.순식간에 미간을 찌푸리며 몇 초간 망설이던 그녀는 결국 통화 버튼을 눌렀다.“송미연! 너 어디 처박혀 있었어?!”전화 너머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귀가 아플 정도였다.“네 동생 다음 달에 약혼한다. 여자 쪽에서 혼수금으로 16억 달라니까, 당장 돈 보내.”송미연은 차가운 벽에 등을 기댄 채 눈을 감았다. 목소리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돈 없어요.”“돈이 없어?”설희애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었다는 듯 비웃었다.“육민성이랑 그렇게 오래 결혼 생활을 했는데, 그 사람이 돈 한 푼 안 줬다고? 설마 내가 모를 줄 알아? 너 천공연구원 지분도 있잖아. 조금만 팔아도 돈은 바로 나올 텐데?”“그건 제 일이에요. 엄마 아빠의 현금 인출기가 아니고요.”송
멀어지는 송미연의 뒷모습을 바라보자 육민성은 본능적으로 붙잡고 싶었다.하지만 한 걸음 내딛으려는 순간, 그는 그대로 멈춰 섰다.송미연은 문을 열고 일말의 미련도 없이 밖으로 나간 후,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문을 닫았다.캐리어를 끌고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발걸음이 솜을 밟는 것처럼 가벼운 동시에 천근만근 무거웠다.길가에 선 송미연은 휴대폰을 꺼내 택시를 불렀다.그런데 그때, 뒤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뒤를 돌아보니 임한결이 숨을 헐떡이며 뛰어오고 있는 것이었다.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미연 씨, 잠깐만요!”임한결은 송미연의 앞에 멈춰 서서 한숨을 고른 뒤, 미안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혹시 저랑 민성 씨의 관계 때문에... 제가 피아노 가르치는 게 싫어진 거예요? 오해하지 마세요. 저랑 민성 씨는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니까. 저는 민성 씨 어머니와 예전부터 알던 사이고 오늘 만찬 자리도 그분의 초대로 간 거예요. 민성 씨가 제게 미연 씨의 피아노 레슨을 부탁한 것도, 그냥 시간을 보낼 만한 취미가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해서였어요. 다른 뜻은 전혀 없었고요.”임한결은 혹시라도 송미연이 오해할까 봐 급히 손까지 내저었다.“계속 배우고 싶으시면 정말 무료로 가르쳐 드릴게요. 다른 선생님을 원하시는 거면 제가 괜찮은 분으로 소개해 드릴 수도 있고요...”송미연은 진심으로 난처해하는 임한결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러자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던 날 선 감정이 조금씩 가라앉았다.임한결은 아무 잘못이 없다는 걸 송미연도 잘 알고 있었다.처음부터 잘못한 사람은 그녀가 아니었다.이윽고 송미연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오해 안 해요.”잠시 말을 멈춘 그녀는 멀리 번진 가로등 불빛을 바라봤다.“저랑 육 대표님도 이제 아무 사이 아니거든요.”바람결처럼 가벼운 목소리였다.이 말을 끝으로 송미연은 더 이상 임한결을 보지 않고 막 도착한 택시 쪽으로 걸어갔다.임한결은 그 자리에 선 채 송미연이 캐리어
짐을 정리하던 송미연의 시선이 문득 침대 옆 협탁 서랍에 멈췄다.그 안에는 대학 시절, 친구들과 함께 놀러 갔을 때 찍은 사진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사진 속 그녀와 육민성은 나란히 서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육민성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있었고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는 누가 봐도 남달랐다.송미연은 떨리는 손끝으로 서랍을 열어 사진을 꺼냈다.사진 속의 두 사람은 아직 앳된 얼굴로, 아무 걱정도 없는 듯 맑게 웃고 있었다.그때의 그들은 자신들이 훗날 이렇게까지 멀어질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송미연은 한동안 사진을 바라보다 조용히 지갑 안에 넣었다. 그리고 서랍을 닫은 뒤, 다시 짐 정리를 이어갔다.가슴 한쪽이 자꾸만 아려와 눈가가 붉게 달아올랐다. 그래서 그녀는 코끝을 훔치며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고작 짐 좀 챙기는 건데, 울 일까지는 아니잖아.’그 순간, 현관문 쪽에서 열쇠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은 송미연은 그대로 손을 멈칫했다.얼마 안 지나 문이 열리며 육민성이 들어왔다.저녁 만찬 때 입었던 정장 차림 그대로였는데 넥타이는 느슨하게 풀려 있었고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짙게 어려 있었다.그리고 그의 뒤에는 임한결도 함께 서 있었다.뺨에 있던 붉은 자국이 거의 가라앉은 상태로 그녀는 수수한 원피스 차림에 악보 가방을 들고 있었다.두 사람은 거실에 놓인 캐리어와 침실 앞에 서 있는 송미연을 보자 동시에 굳어 버렸다.송미연에게 시선이 닿자 육민성의 눈동자에 순간 당황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술을 달싹였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송미연은 나란히 서 있는 두 사람을 가만히 바라봤다.참 잘 어울리는 것이 누가 봐도 그림 같은 한 쌍이었다.그녀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번졌다.‘이혼 숙려 기간이 끝나기도 전인데 다른 여자를 데리고 우리가 함께 살던 집으로 돌아왔다? 정말 대단하네.’송미연은 고개를 숙인 채 옷가지를 캐리어 안에 차곡차곡 밀어 넣었다.“짐만 챙기고 바로 나갈게요
그 시각.송미연은 아파트 소파에 웅크리고 앉아 휴대폰 화면을 넘기고 있었다.그런데 한 뉴스 기사가 눈에 들어온 순간, 손끝이 멈췄다.[육민성 대표, 만찬장에서 한 여인을 보호하며 ‘아내 없다’ 발언!]송미연은 그 영상을 눌렀다.화면 속 연회장은 샹들리에 불빛으로 눈이 부셨고 육민성은 홀 한가운데 서 있었다. 곧게 선 그의 뒤에는 흰 드레스를 입은 한 여자가 보호받듯 서 있었다.그리고 육민성은 살찐 중년 남자를 향해 차갑게 말했다.“저 아내 없습니다.”카메라가 유난히 가까웠는지라 냉랭한 그의 눈빛까지 선명하게 보였다.송미연은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렸다.가벼운 미소였지만 그 안에는 자조적인 기색이 짙게 배어 있었다.댓글 창은 이미 난리가 나 있었다.역시 육민성은 아직 솔로라는 반응부터, 그가 감싸고 돈 여자가 새 연인 아니냐는 추측까지 쏟아졌다.심지어 누군가는 그 여자가 피아노 선생 임한결이라는 사실까지 찾아냈다. 얼마 전 송미연에게 직접 피아노를 가르치러 왔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아, 그랬구나.’송미연은 휴대폰을 옆으로 던져두고 천장을 올려다보았다.시야가 서서히 흐려졌다.가짜 결혼이었다 해도, 적어도 그들은 친구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지금은, 그 짧은 결혼 생활 하나로 두 사람 사이에 남아 있던 정마저 다 닳아 버린 것 같았다.이제는 친구조차 될 수 없을 만큼 말이다.가슴 한가운데 무언가가 꽉 막힌 듯 답답해 송미연은 눈을 감았다.어쩌면 애초에 육민성이 결혼 제안을 받아들인 건, 그저 친구로서의 도리 때문이었는지도 몰랐다.거절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해 준 일일 수도 있었다.그의 마음속에 송미연이 들어 있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기에 이 결혼은 육민성에게 그저 끝내야만 하는 과제 같은 것이었을지도 몰랐다.두 사람은 곧 이혼을 앞두고 있었다.아직 숙려 기간조차 끝나지 않았는데 육민성은 벌써 사람들 앞에서 자신에게 아내가 없다고 선언했다. 그것도 다른 여자를 지키며 말이다.‘이런 결말이야말로 그 사람이 바라던 결말이 아
육민성은 그 흐름 그대로 임한결을 제 뒤로 끌어당겼다.그녀가 보이지 않을 만큼 완전히 가로막은 뒤에는 칼날 같은 시선으로 안 대표를 내려다보았다.“감히 내 앞에서 내 사람을 건드려요?”목소리가 매우 싸늘했다.손목이 으스러질 듯 아픈 나머지 안 대표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혔다. 그런데도 억울함을 삼키지 못한 듯 목을 빳빳이 세웠다.“육 대표님, 그 말씀은 좀 지나치시네요. 대표님도 아내가 있는 분 아닙니까. 여기서 다른 여자 구하려고 이렇게 나서시는 거, 밖에 알려지면 명성에 좋을 게 없을 텐데요?”이는 일부러 한 말이었다.아무리 육민성이라 해도 유부남인 이상, 여자 하나 때문에 자신과 정면으로 부딪치지는 못할 거라 생각한 것이었다.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술렁이기 시작했다.사람들의 시선은 육민성과 임한결 사이를 오가며 노골적인 호기심과 구경꾼 같은 흥미를 드러냈다.최수빈과 주민혁도 그쪽으로 다가왔다.그러다 임한결의 뺨에 선명하게 남은 손자국을 보고 최수빈은 미간을 찌푸렸다.주민혁은 말없이 싸늘한 눈빛으로 안 대표를 훑어보았다.그렇게 모두가 육민성이 체면 때문에라도 손을 놓을 거라 생각한 순간,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연회장을 쓱 둘러보았다.“저 아내 없습니다.”이 한마디에 연회장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안 대표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다. 뭐라도 말하려 입을 열었지만, 육민성의 차가운 눈빛에 기세가 눌려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제야 그는 얼마 전부터 업계에 떠돌던 소문을 떠올렸다.바로 육민성과 그의 명목상 아내가 이미 이혼 합의서에 서명했다는 이야기였다. 다만 아직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었다.육민성이 손을 놓자 안 대표는 몇 걸음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손목을 감싸 쥔 채 고통에 얼굴을 일그러뜨렸지만 더는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꺼져요.”짧은 한마디였으나 그 냉랭한 목소리는 사람의 숨통을 조일 만큼 서늘했다.안 대표는 기다렸다는 듯 사람들 틈을 비집고 빠져나갔다. 거의 도망치다시피 연회장을 떠나는 뒷모습은
그녀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휴대폰을 접은 뒤, 억지로 마음을 다잡고 다시 일에 집중하려 했다.그 시각, 주민혁은 혼자 호텔 침실에 머물러 있었다.어젯밤 그는 해온시를 떠나지 않고 최수빈의 집에서 멀지 않은 호텔에 묵었다.가까이에 있고 싶으면서도, 다시 그녀를 찾아가 방해할 용기는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침대 머리에 기대 눈을 감자 어느새 그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꿈속에서, 최수빈이 차갑게 굳은 얼굴로 그에게 서류 두 장을 내밀며 서명하라고 했다.그는 늘 그렇듯 그녀를 믿고 내용도 보지 않은 채 그대로 사인했다.그리고
숲속, 이곳은 지질과 기후가 모두 특이한 지역이었다.최수빈은 장비 옆에 쪼그려 앉아 기록판을 들고 무인기가 전송해 오는 온도와 습도 데이터를 하나하나 꼼꼼히 적고 있었다.곁에서는 육강민이 기상 관측 장비를 조정하며 수치를 맞추고 있었고 두 사람은 간간이 수치와 설정값을 확인하며 자연스럽게 호흡을 맞췄다.“마지막 데이터까지 다 받았어요. 이제 마무리해도 되겠네요.”육강민이 손목시계를 확인하며 웃었다.“아침부터 지금까지 계속 움직였더니 해도 거의 지고 있어요. 먼저 텐트부터 치죠. 어두워지면 더 힘들어져요.”최수빈은 고개를
“주 회장님, 정말 다시 한번 생각 안 해보시겠습니까? 그 프로젝트들 잠재력이 엄청납니다. 이번 기회 놓치면 다음에는 이런 조건 다시 오기 힘들 거예요.”“괜찮습니다.”주민혁이 가볍게 웃었다.“관심 있으시면 심 대표님께서 직접 맡으세요. 주상 그룹은 끼지 않겠습니다.”말을 마치고 나서 주민혁은 돌아서려 했다.그런데 심종연이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다시 불렀다.“주 회장님, 정말 후회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지금 주상 그룹은 주선웅 씨의 사건 직후라 내부가 완전히 안정됐다고 보기 어렵죠. 이 기회까지 놓치면 회사의 기반 자체가
너무도 갑작스러운 그의 사과에 최수빈은 잠시 멈칫했다. 목이 무언가에 꽉 막힌 듯 숨이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그러다 그녀는 주민혁의 눈을 바라봤다. 깊고 짙은 그 눈빛 속에서 복잡한 감정들이 겹겹이 뒤엉켜 요동치고 있었다.우울증은 가볍게 넘길 수 있는 병이 아니고 심지어 강지원 같은 전문의가 봐도 ‘상당히 심각한 상태’라고 말할 정도였다.최수빈은 입술을 살짝 움직이다가 깊게 숨을 들이켰다.“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요. 그때 민혁 씨가 어떤 선택을 했든 출발점은 항상 나랑 예린이를 위한 거였잖아요. 민혁 씨는 민혁 씨가 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