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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투의 저주 (1)

last update Data de publicação: 2026-03-15 16:34:58

초봄이기에 바람은 서늘했다. 창문이 덜컹거리는 소리가 났다. 강한 바람이 부는 것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리오나는 빠른 발걸음으로 걸었다. 황제가 집무실에 잠시 들리라는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무슨 일이지?’

최근에 큰일은 없었는데.

클레이가 시비 건 거 빼고 말이다. 하지만 이 일은 굳이 떠들고 다니지 않았기에 황제가 알 리 없었다.

자신이 그에게 딴지를 걸고, 그가 자신을 거슬리게 하고. 가문 간의 사소한 다툼이야 늘 있는 일이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니 지금의 부름이 그 일과 연관되어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리오나가 황제의 집무실에 도착하자, 시종이 문을 열어 주었다.

안에 들어가니 샹들리에가 보였다.벽에는 명화가 걸려 있었고, 창가엔 아직 겨울 커튼이 그대로였다. 화사한 봄보다는 여전히 겨울이 머물러 있는 것 같은 집무실이었다.

안은 고요했다. 황제와 시녀 몇 명만 있었고 아무도 소리를 내지 않았다.

황제는 의자에 앉아 서류를 보고 있었다. 리오나가 들어오자 그는 고개를 들었다. 황제의 청색 머리칼은 단정한 단발의 형태로 정돈되어 있었다. 푸른 콧수염을 밀지 않고 멋스럽게 다듬었다. 턱에는 수염을 남기지 않고 민 것과 달리 말이다.

추위를 잘 타는 황제는 오늘도 두툼한 겨울옷을 입고 있었다. 봄 옷을 입은 리오나와 달리 말이다.

“드높은 황제 폐하를 뵈옵니다.”

리오나는 예법에 어긋남 없이 정중하게 인사했다. 제복을 갖추어 입었기에 그녀의 모습은 동화책에서 나올 법한 기사 그 자체였다. 시녀들은 그녀의 모습을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어릴 적 한 번쯤 검사를 꿈꿨던 귀족들에게 리오나는 우상이나 다름없었다. 시녀들 중에는 오직 리오나를 가까이서 보기 위해 이곳의 일을 자원한 이들도 있었다.

황제 데블렌은 그녀에게 손짓했다.

“가까이 오너라.”

데블렌의 진한 검은 눈동자가 그녀를 향했다. 찬찬히 살핀 그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최근 무슨 일 없었나?”

“없었습니다, 폐하. 그런데 무슨 일이 있습니까?”

그녀의 말에 한숨을 내쉬며 그녀에게 말했다.

“어제 꿈을 꿨다.”

황족은 가끔 이능력을 타고났다. 황제의 경우 주변에서 일어날 일을 미리 꿈으로 보고는 했다. 그가 예지몽을 꾸는 것은 귀족들 대부분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꾸신 꿈은 아무래도 자신과 연관이 있는 것 같았다.

리오나는 긴장하며 황제가 말하기를 기다렸다. 황제는 그녀를 찬찬히 보더니 경고하듯 말했다.

“화를 누르거라. 열 받는다고 결투나 서로에게 해가 될 일은 하지 말고. 무엇보다 셀론 가문과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해라.”

치미는 화를 억눌러야 할 정도로 중대한 일이 터질 것이 분명했다.

안 그래도 신입 기사들과 클레이 때문에 화를 쌓아놓고 사는데. 데블린은 무엇을 보았기에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하는 걸까.

게다가 결투라니?

결투는 귀족 간에 다툼이 일어나면 가끔 일어나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가문의 가주가 수락하지 않으면 할 수 없었다.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셀론 가문과 브릭 가문은 결투를 한 적이 없었다. 결투 결과에 따라 가문 내 후계자로서의 입지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가문에 지는 거야 괜찮다.

하지만 셀론가문과 결투를 해서 진다고?

리오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게 되면 후계자 자리가 위태로웠다. 아버지는 자신을 가문에서 내쫓으려고 할지도 몰랐다.

“제가 셀론 가문의 사람과 결투할 일이 있겠습니까?”

게다가 셀론 가문 사람을 제외한 놈들은 모조리 실력 행사를 하면 되니까.

그러자 황제는 걱정 어린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래도 짐의 말을 꼭 기억하거라.”

아무래도 폐하께서는 한낱 개꿈을 꾸고선 그것을 예지몽이라 착각하시는 모양이었다. 그렇지만 이런 불충한 생각을 올릴 수 없기에 리오나는 고개를 숙였다.

“명심하겠습니다.”

리오나는 고개를 숙였다가 들었다. 격식에 맞춰 정중하게 인사하고 집무실을 나갔다.

‘결투라니.’

아무리 클레이가 싫다 해도 결투는 아니지. 후계자 자리를 걸고 할 수는 없다. 그건 클레이도 마찬가지일 것이었다.

“그나저나 결투라니, 오랜만에 듣는 말이네.”

아주 오래전에 귀족 사이에서 대련을 통한 결투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그렇다 보니 사상자가 속출하고, 가문 간의 전쟁으로 번지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렇기에 과거의 황제는 결투장을 황궁 공터에 만들었다. 검으로 하면 사람이 죽으니 마법으로 만든 총을 쏴서 먼저 맞는 사람이 지는 것으로 결투 룰도 바뀌었다. 거기에 결투가 잦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결투장에 저주를 걸었다.

결투에서 진 사람이 저주를 받게 되는 것이었다. 이 이후로 귀족 사이에서는 결투를 잘 하지 않게 되었다.

“아, 결투해서 클레이 자식을 내 발 아래 꿇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결투는 운이었다. 검술 실력으로 이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리오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복도를 걸었다. 그런데 복도 끝에서 금발을 가진 한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햇살이 닿은 곳에 그의 금발이 빛나고 있었다.

눈부신 실루엣만 봐도 알 수 있다.

‘재수 없는 셀론 가의 후계자.’

리오나는 그를 무시하고 지나치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헤세나가 떠올랐다.

펑펑 울던 친구가 안쓰러웠다.

이건 물어봐야겠군.

왜 그녀를 거절한 걸까.

자신을 무시하고 지나치는 그에게 리오나가 정말로 드물게 말을 걸었다.

“셀론 보좌관님, 이야기 좀 하죠.”

그녀가 부르자 클레이는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무슨 일입니까?”

일단 주변을 살핀 리오나는 그에게 조용히 물었다.

“왜 헤세나를 거절한 거죠?”

그녀의 말에 클레이의 입가에 비웃음이 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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