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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Author: 리치 사랑
처음으로 그녀는 눈앞의 남자가 잠시 시력을 잃었을 때 자신을 몇 번이고 다독여 주던 그 남자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때 지진이 일어났을 때, 서진우는 그녀를 구하고 계속해서 그녀를 위로하며 구조를 기다렸다. 그래서 그녀는 그를 오랫동안 좋아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어둠 속에서 자신을 위로해 주던 남자가 이렇게 자기중심적이고 냉정할 줄은 몰랐다.

“안다혜 씨, 여자는 자기 자신을 아껴야 해요. 이렇게 매달리는 건 그쪽한테도 좋지 않아요.”

심서아는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마치 남자 친구에게 끈질기게 매달리는 전 여자 친구를 보는 듯한 표정이었다.

안다혜가 오해를 풀려는 순간, 누군가 매니저에게 귓속말로 무언가를 전했다.

매니저의 안색이 변하더니 서진우를 바라보았다.

“죄송합니다, 서진우 씨. 사장님께서 서진우 씨의 회원 자격을 취소하셨습니다. 더 이상 저희 레스토랑의 회원이 아니니 나가 주시기 바랍니다.”

‘취소?’

이 레스토랑은 꽤 유명했고 사장은 신비주의로 베일에 싸여 있었다.

서진우는 표정이 굳어졌지만 꾹 참고 물었다.

“사장님이 무슨 의도로 이러시는 거죠?”

“죄송합니다.”

매니저는 정중하게 손짓했다.

“사장님의 뜻입니다. 두 분 모두 나가 주셔야겠습니다.”

안다혜는 잠시 놀란 듯하더니 가볍게 웃음을 터뜨리며 서진우의 표정을 재미있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서진우는 안다혜를 쏘아보고 이를 악물었지만 결국 소란을 피우지 않고 심서아를 데리고 나갔다.

레스토랑을 나선 심서아는 안다혜의 모습을 떠올리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조심스럽게 말했다.

“진우야, 방금 그 일은 안다혜 씨가 한 짓일까?”

“말도 안 돼.”

서진우는 얼굴이 어두워지고 짜증스럽게 말했다.

“다혜가 무슨 힘이 있다고?”

“이 레스토랑 사장님 엄청 부자라던데. 안다혜 씨가 너한테 원한이 있어서 일부러 사장님한테 접근한 거 아닐까? 안다혜 씨 뭔가 많이 변한 것 같아.”

서진우는 오늘 밤 안다혜의 모습을 떠올리며 미간을 찌푸렸다.

안다혜는 정말 다른 사람 같았다.

분위기까지 강해졌다.

“꿈 깨.”

서진우는 차갑게 말했다.

“걔 같은 애는 다들 그냥 잠깐 만나는 거야. 신경 쓰지 마.”

그제야 심서아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고 순순히 서진우를 따라갔다.

한편, 안다혜는 오늘 맞선을 일찍 끝냈다.

방금 전의 일을 떠올리며 그녀는 레스토랑 사장이 누구인지 궁금해했다.

갑자기 저 멀리 윤해준이 나타나 그녀에게 다가왔다. 안다혜는 깜짝 놀라 말했다.

“어머, 여기서 만나네요. 해준 오빠.”

그녀는 그날 밤의 일은 잊은 듯 얌전히 인사했다.

남자는 그녀를 그윽하게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선봤어?”

안다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맞선을 본다는 것은 이미 세간에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러니 윤해준이 아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아줌마 뜻이야?”

윤해준 눈빛은 깊고 차가워서 무슨 생각하는지 알 수 없었다. 안다혜는 그의 의중을 파악할 수 없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남자가 갑자기 말했다.

“마침 나도 집에서 결혼하라고 난리야.”

그는 안다혜의 눈을 보고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그러니까, 안다혜, 나랑 혼인 신고할래?”

남자의 목소리는 낮고 허스키했고 차갑지만 매혹적이었다.

안다혜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녀는 윤해준이 먼저 이런 제안을 할 줄은 몰랐다.

“이유를 물어봐도 돼요?”

안다혜는 뭔가 생각난 듯 머뭇거리며 말했다.

“그날 밤 일 때문이라면 괜찮아요. 적어도 오빠 능숙하고 저도 좋았으니까요.”

이런 일은 서로 원해서 하는 거였다.

게다가 먼저 시작한 것도 흑심을 품은 것도 그녀였다.

“굳이 이유를 대자면...”

윤해준은 손목의 염주를 만지작거리며 차분하게 말했다.

“서로 필요한 걸 얻는 거, 이 이유 어때? 너는 초연이 친구잖아. 나는 초연의 안목을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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