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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천년을 한결같이

Author: 연월담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20 21:09:17

세 번째 처자는 들어오는 소리부터 달랐다.

쿵. 쿵. 쿵.

대문이 흔들렸다. 마당의 자갈이 튀었다. 월향과 설화가 동시에 고개를 돌리더니, 동시에 털이 곤두섰다. 둘의 치마 아래로 꼬리가 열 개 한꺼번에 삐죽 튀어나왔다.

마당에 처자 하나가 서 있었다.

키가 컸다. 이현과 호준만큼은 아니어도 웬만한 장정보다 머리 하나는 컸다. 어깨가 넓었고, 팔뚝이 단단했다. 노란 저고리에 검은 치마를 입었는데, 저고리 소매에 줄무늬처럼 검은 수가 놓여 있었다. 얼굴은 의외로 순했다. 눈이 동그랗고 컸다. 그런데 그 눈동자가 노르스름했다.

"저, 저어……."

목소리가 작았다. 몸집에 안 어울리게 쭈뼛거렸다.

"방 보고 왔는데요……. 귀신 안 무서워하는 사람 뽑는다고 해서……."

호준이 침을 꿀꺽 삼켰다.

"이, 이름이?"

"호연이요."

"무, 무얼 잘하시오?"

"검무요."

호연이 등 뒤에서 칼 두 자루를 꺼냈다. 칼이 아니었다. 정확히는, 쌍칼이라 하기엔 너무 컸다. 한 자루가 제 키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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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사루에서 기녀를 다시 구함.보수 넉넉함. 숙식 제공. 철마다 비단 한 필.가무, 시조, 악기 중 하나만 능하면 됨.귀신 무서워하는 자도 받음.방이 다시 붙은 날, 한양이 들썩였다."철마다 비단 한 필이래!""귀신 무서워하는 자도 받는대. 지난번엔 안 받는다더니 사람이 없긴 없나 보네.""주인 양반들 얼굴 보러라도 가 봐야겠어."천사루 대문 앞에 처자들이 줄을 섰다. 줄 끝이 청계천 다리를 넘어갔다. 그 옆으로 구경꾼들이 또 한 줄을 섰다. 엿장수가 그 사이를 오가며 대목을 만났다.같은 시각, 진 참판 댁."언니 혼례가 사흘 남았어."가영이 마루에 엎드려 손가락을 꼽았다. 분이는 그 옆에서 혼수 버선 짝을 맞추고 있었다."그러니까 아씨, 얌전히 계셔야 해요. 마님이 요즘 눈에 불을 켜고 계신 거 아시죠? 장터 일 이후로.""알아.""정말요?""응. 그래서 말인데."분이의 손이 멈췄다. 이 아씨가 '그래서 말인데'로 시작하는 말 끝에 좋은 일이 있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너 아까 우물가에서 어멈들이 하던 얘기 들었지? 청계천 건너 천사루.""아씨.""주인이 흰 상투에 키가 아홉 척이래.""아씨, 안 돼요.""그 사람이야. 이현 나리.""그러니까 더 안 돼요!"가영이 벌떡 일어나 앉았다. 눈이 반짝였다."장에서 날 모른다고 했어. 꿈에도 안 와. 그래 놓고 기생집 주인이라니. 나는 따져야겠어.""양반 댁 규수가 기생집을 어떻게 가요! 마님 아시면 아씨는 몰라도 저는 죽어요!""안 걸리면 되잖아."가영이 일어나 장롱 문을 열었다. 맨 아래 칸, 겨울 이불 밑에서 꼬깃꼬깃한 보따리 하나를 꺼냈다.사내 옷이었다. 언니 신랑 염탐하던 날 막동이한테 얻어 오라 했던 옷.분이가 이마를 짚었다.“그거 아직도 갖고 계셨어요?”"언젠가 쓸 데가 있을 줄 알았지."천사루 대청은 사람으로 꽉 차 있었다.마당에는 지원자 처자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담장 위에는 구경꾼들이 다닥다닥 매달려 있었다. 대청 앞에서는 월향과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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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번째 처자는 들어오는 소리부터 달랐다.쿵. 쿵. 쿵.대문이 흔들렸다. 마당의 자갈이 튀었다. 월향과 설화가 동시에 고개를 돌리더니, 동시에 털이 곤두섰다. 둘의 치마 아래로 꼬리가 열 개 한꺼번에 삐죽 튀어나왔다.마당에 처자 하나가 서 있었다.키가 컸다. 이현과 호준만큼은 아니어도 웬만한 장정보다 머리 하나는 컸다. 어깨가 넓었고, 팔뚝이 단단했다. 노란 저고리에 검은 치마를 입었는데, 저고리 소매에 줄무늬처럼 검은 수가 놓여 있었다. 얼굴은 의외로 순했다. 눈이 동그랗고 컸다. 그런데 그 눈동자가 노르스름했다."저, 저어……."목소리가 작았다. 몸집에 안 어울리게 쭈뼛거렸다."방 보고 왔는데요……. 귀신 안 무서워하는 사람 뽑는다고 해서……."호준이 침을 꿀꺽 삼켰다."이, 이름이?""호연이요.""무, 무얼 잘하시오?""검무요."호연이 등 뒤에서 칼 두 자루를 꺼냈다. 칼이 아니었다. 정확히는, 쌍칼이라 하기엔 너무 컸다. 한 자루가 제 키만 했다."이, 이건 어디서 났소?""대장간에서 제일 큰 걸로 달라고 했어요. 작은 건 자꾸 부러져서……."호연이 마당 한가운데 섰다. 칼을 양손에 쥐고, 숨을 한 번 고르더니 춤을 시작했다.아름다웠다. 의외로. 칼끝이 허공에 은빛 원을 그렸고, 치맛자락이 바람을 갈랐다. 몸집에 비해 놀랍도록 가벼운 걸음이었다.그리고 마당의 감나무가 두 동강 났다.춤이 이어졌다. 장독대 뚜껑이 날아갔다. 빨랫줄이 끊어졌다. 담장 기와 세 장이 동시에 떨어졌다. 칼끝이 대청 쪽으로 휙 돌자 호준이 상 밑으로 몸을 던졌다. 월향과 설화가 서로 끌어안고 비명을 질렀다.마지막 동작에서 호연이 두 칼을 하늘로 치켜들며 외쳤다."어흥!"정적.호연이 제 입을 틀어막았다.“죄, 죄송해요. 신나면 자꾸 나와서.”상 밑에서 호준이 기어 나왔다. 상투가 반쯤 풀려 있었다."나리…… 저건?""범이다.""그건 나도 알겠소.""김현이라는 사내를 사랑했던 범 처녀가 있었다. 신라 때."호준이 눈을 끔뻑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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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마몽(天馬夢) -백마가 꿈길을 건너오면   22화 꿈이라서? 요괴라서?

    "이젠 색시 차례요. 내 것도 빨아줘야지.. 응.."호준이 몸을 돌려 그의 남근을 선영의 목구멍까지 쑥 밀어 넣었다. 망설일 틈도 없이 밀려들어 온 탓에 놀라기는 했지만 한번이 어렵지 두 번은 쉬운 법, 그녀는 입안에 가득 찬 남근을 입안 깊숙이 넣었다 빼기도 하고 손으로 쥐어 빠르게 흔들어 보기도 했다. 그의 성기는 커질대로 커져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았다. 울룩불룩 용이 휘어 감듯 힘줄이 튀어나온 것이 그녀의 입안에서 제멋대로 움직였다.그의 입에서는 쉴새없이 음란한 말들이 쏟아져 나와 그녀의 귀를 자극했다.선영도 이제는 참지 않고 온갖 외설스러운 신음을 내 뱉으며 엉덩이를 쳐올렸다.호준이 그녀의 엉덩이를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손가락 두 개를 그녀의 깊은 곳으로 밀어 넣었다. 선영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손가락 두 개만으로도 그녀의 깊은 곳이 꽉 들어 찼다. 그의 손가락은 그녀의 가장 깊은 곳을 탐색하듯 이리저리 안을 휘저어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부위들을 찾아냈다."여기가 좋아? 좋으면 말로 해도 돼.“"응 거기가 좋아요.""옳지 말로 해야 더 해주지..응..."그의 순도 높은 손가락 놀림에 그녀는 엉덩이를 깊숙이 그에게 밀어 절정에 이르렀음을 알렸다."이제 준비 됐지? 나 들어 가오."호준은 선영의 엉덩이를 두 손으로 감싸 쥐고는 안쪽 깊은 곳으로 남근을 서서히 밀어 넣었다. 속을 파고든 그의 두껍고 흉포한 것이 구석구석 느껴졌다.그가 강렬하게 움직일수록 남근을 점점 커졌고 속도도 빨라졌다. 선영의 몸은 절정에 달할 때마다 튕겨져 나가 듯 엉덩이가 쿨렁거렸다. 선영이 신음을 흘리자 그는 두 배는 세게 밀고 들어왔다. 한번의 절정이 끝이 났다. 하지만 호준의 남근은 작아질 줄을 몰랐다.꿈이어서 그랬을까? 아니면... 요괴라서?다시 그녀를 돌려 원앙금침 위에 눕히고는 다시는 못 볼 사람을 아쉬워 하듯 팔을 둘러 가슴 깊이 안았다. 두 사람의 가슴이 밀착되고 선영의 벌리 다리 사이로 제 다리를 밀어 넣었다. 완벽한 하나였다.

  • 천마몽(天馬夢) -백마가 꿈길을 건너오면   21화 신랑 각시

    창호지에는 은은한 달빛이 스며들고 있었고, 천장은 열려 있어 은하수가 걸친 하늘이 한눈에 보였다. 신방 한가운데 놓인 다홍 초 한 쌍이 가느다란 푸른 불꽃을 흔들며 타오르고 있었다. 초의 겉면을 따라 녹아내린 밀랍이 눈물처럼 맺혔고, 촛불 빛은 비단 병풍에 그려진 꽃잎을 물들였다. 병풍 속 매화 가지에서 꽃잎이 한 장, 또 한 장 소리 없이 떨어져 보료 위로 내려앉았다. 나란히 놓인 원앙금침의 수놓은 무늬 위로 은은한 그림자가 드리웠다.선영은 연꽃이 가득 수놓인 활옷을 입고, 얼굴에는 연지곤지를 찍은 신부가 되어 널찍한 황금 보료 위에 수줍게 앉아 있었다.밖에서 발소리가 났다.선영은 숨을 삼켰다. 이 꿈에서 발소리가 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는 늘 물결처럼, 안개처럼, 소리 없이 다가왔다.창호지 문에 그림자 하나가 비쳤다. 키가 커서 문틀 위로 머리가 잘려 보였다. 그림자가 문고리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이윽고 문이 열렸다.사모관대를 갖춘 신랑이 문턱에 서 있었다. 검은 단령 가슴팍에 학이 수놓인 흉배가 달려 있었고, 허리에는 각대가 반듯하게 둘러져 있었다. 사모 양옆으로 뻗은 날개가 문틀에 걸려, 그는 고개를 비스듬히 숙이고서야 겨우 안으로 들어섰다.신랑이 문턱을 넘는 순간, 푸른 촛불이 한 번 크게 일렁이더니 붉은빛으로 바뀌었다.선영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래도 알 수 있었다. 장터 한복판에서 부채를 접던 그 사내였다.“놀라셨소?”목소리가 평소보다 더 음흉하게 들렸다.."오늘은 신방으로 꾸며 보았소. 며칠 뒤면 어차피 치를 밤이니, 미리 연습한다 생각하시오."능청스러운 말투였다. 그런데 선영 앞에 앉는 동작이 이상하게 조심스러웠다. 늘 거침없이 다가와 턱을 들어 올리던 손이, 오늘은 무릎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장에서....."선영이 겨우 입을 열었다."장에서 보았습니다. 생시에서."호준의 눈꼬리가 아주 잠깐 굳었다 하지만 얼굴에는 미소가 흘렀다."꿈이오. 다 꿈이오."그는 손을 뻗어

  • 천마몽(天馬夢) -백마가 꿈길을 건너오면   20화 본업

    충청도 골짜기 어느 초가 마당.한 노파가 막 숨을 거두었다. 혼이 몸에서 일어나 앉아 주위를 둘러보다가, 마당 한가운데 서 있는 백마를 보았다.“아이고, 나 데리러 왔소?”"그렇다.""내가 좀 늦게 죽었소? 많이 기다리게 했소?""아니다."백마는 노파를 등에 태우고 하늘로 솟구쳤다. 구름을 가르고, 별 사이를 지났다. 그런데 오늘따라 백마가 자꾸 고개를 돌려 다른 곳을 쳐다 보았다. 앞이 아니라 뒤로, 그리고 위가 아니라 아래로. 한양 북촌 어디쯤...."말 양반, 길 잃었소?""아니다.""근데 왜 자꾸 뒤를 보오?"“보지 않았다.”"봤소. 내 눈이 늙었어도 그건 보이오." 노파가 백마의 갈기를 쓰다듬으며 혀를 찼다. "누구 기다리는 사람이 있소?"백마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조금 더 빨리 달렸다."그렇구먼." 노파가 등 위에서 껄껄 웃었다. "젊은 게 좋소. 나도 시집가기 전엔 그랬지. 영감이 담 너머 지나갈 시간만 되면 괜히 우물에 물 길러 나가고."“나는 젊지 않다.”"말 양반 올해 몇 살이오?"백마는 그것도 대답하지 않았다. 세어 본 지 너무 오래되었다."누가 됐든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말구려, 살아보니 세월이 참 짧습디다. 그냥 좋으면 냅다 자빠뜨리고 보는거요. 그게 남는 장사요." "흰 말 이백열한 마리. 흰 말 이백열두 마리........"가영은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있었다. 숫자를 세는 목소리에 점점 짜증이 섞여 들었다."흰 말 이백열세 마리. 이백열네 마리. 이백…… 아, 몰라!"이불을 걷어찼다. 등잔불은 이미 꺼진 지 오래였다. 창호지 너머로 달빛이 하얗게 들어왔다."안 오는 거야? 안와요?"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정말 안 오는 거야? 장에서 그렇게 모른 척하더니, 이제 꿈에도 안 오겠다 이거지?"가영은 베개 밑에서 풀잎을 꺼내 달빛에 비춰 보았다. 은빛이 아주 희미하게 반짝였다."거짓말쟁이."그 말을 하고 나니 이상하게 코끝이 찡했다. 가영은 화들짝 놀라 코를 쥐었다. 왜 이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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