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 connecter핸드타월을 한 장 뽑아 들고 손 바닥과 손 등을 톡톡 두드려가며 물기를 제거 했다.
휴지통에 젖은 핸드타월을 버리곤 다시 한 번 한숨을 푹~ 하고 내 쉰다.
“아⋯왜 이렇게 가슴이 답답하지?”
오른손으로 가슴 중앙을 두르리며 천천히 여자 화장실을 빠져 나오는데⋯
순간 저도 모르게 발길이 멈춰 버렸다.
또각, 또각, 또각
일정한 구둣발 소리와 함께 비서 두 명을 대동해 곧은 자세로 복도를 걸어오는 서후의 모습에 숨이 멎는 것만 같았다.
체한 듯 불편한 속을 달래보려 다시 가슴 중앙을 두르려 보지만, 점점 가까워 오는 서후의 모습에 더는 못 견디겠는 듯 다시 뒤돌아 화장실로 들어가 버렸다.
‘토하고 싶은데⋯.’
속으로 생각하다 2번째 칸 안에 들어가 변기를 잡고 쭈그려 앉았지만, 눈을 감고 길게 호흡을 하며 참아냈다.
‘안돼⋯또 습관 되면 안돼⋯’
조금 진정이 된 듯 했을 때 자리에서 일어나 세면대에서 다시 손을 씻었다.
좀 전 처럼 핸드타월 한 장으로 손을 닦으며 복도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았다.
‘이미 지나갔겠지⋯’
더 이상 구둣발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토록 찾고 싶었는데, 그렇게 보고 싶었는데.. 막상 그 애가 눈 앞에 나타나자 본능적으로 피하게 되는 건⋯
그 애가 너무 많이 변한 탓이겠지.. 너무 낯선 탓이겠지..
라임은 여자 화장실을 빠져 나왔다.
그런데⋯.
“오랜만입니다”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 줄만 알았던 서후가 새하얀 벽에 기댄 채 로우한 음성으로 말했다.
기대 있던 몸을 바로 하더니,
또각 또각..
두 발자국 만에 라임의 앞에 섰다.
라임은 아무 말도 못한 채 서후를 바라만 보았다.
10년이 지났지만, 매끈한 피부와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것이 없는 눈 코 입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순간 정신이 들었는지 라임이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부사장님”
라임의 어색한 인사에 서후는 말없이 내려다 보고만 있었다.
원래 말이 없던 그 애는 30살이 되어 더 말을 아끼는 사람이 되어 버린 듯 했다.
그렇게 한참을 말 없이 시선을 떨구고 있는 라임과, 그런 라임을 바라보고 있는 서후⋯
그러고 보니 모두가 업무에 들어갔을 시간이라 화장실에 오가는 이 하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라임이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 듯 침묵을 깨뜨렸다.
“그럼⋯ 저는 이만..”
“여전히.. 소화가 잘 안되나 봅니다”
뒤돌아 서며 발길을 떼는 라임에게 다시 한 번 말을 걸어 오는 서후였다.
“아닙니다. 그럼 이만”
라임은 다시 한 번 꾸벅 인사를 하고 1팀실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라임의 뒷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던 서후는, 이미 문 뒤로 사라져 버린 그녀이지만, 눈에 고이 새겨 두려는 듯 더 오래 그녀가 지나간 자리를 바라보고 서있었다.
“후⋯⋯.”
슬픔이 내려 앉은 눈을 깊은 한숨과 함께 지긋이 접어두고 조금 더 그곳에 서있었다.
이내 천천히 몸을 돌려 걸었다.
또각, 또각, 또각, 또각, 또각, 또각
멀어져 가는 구둣발 소리가 구슬프다.
*
띵..
19층에 멈춘 엘리베이터에서 서후가 내려 부사장실을 향해 걸었다.
마침, 서후를 기다리고 있던 남비서가 서후를 뒤따랐다.
“김비서는요”
“잠시 인사과에 갔습니다”
부사장실 안에 들어선 서후가 자켓을 벗어 깔끔하게 걸어둔 후 책상 앞에 앉았다.
“그분과는 인사 나누셨습니까?”
남비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존대를 하더군요⋯”
“그분이 말씀입니까?”
“저도 마찬가지고요⋯”
런던에서부터 5년을 함께 하고 있는 남비서는 서후가 유일하게 자신의 진짜 이야기를 털어 놓는 사람이다.
서후와 동갑인 까닭도 있겠지만, 유일하게 서후가 눈물을 들킨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너무 그리워서.. 사무치게 그리워서.. 좋아하지 않는 술로 달래려 해도 그 서글픔이 도무지 가시지 않던 어느 날 새벽. 서후는 혼자 머물던 자택 창가에 서서 눈물을 삼키다 삼키다.. 더는 삼켜지지 않을 지경에 이르자 역류하듯 퍼부어버렸다.
얼마나 울었는지 가늠조차 되지 않을 만큼, 서럽고 애달프게 울었다.
그때 그 집안엔 남비서가 있었다.
밤 낮 없이 일만 하던 그때는 남비서도 이른 아침부터 늦은 새벽까지 늘 서후의 곁에 머물렀기 때문에, 서후의 집안엔 남비서가 묵을 방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그 날은, 남비서가 오랜만에 휴가를 받은 날이었다.
집 정리도 하고 짐도 챙겨오겠다며 서후의 집을 나섰지만, 서후가 걱정되어 그 날 밤 다시 서후의 집에 돌아와 있었다.
그것을 몰랐던 서후는, 그만 꽁꽁 숨겨왔던 자신의 연약함을 들켜버린 것이다.
남비서는 조용히 제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서후가 편안히 다 토해낼 수 있도록 두고 싶었다.
그의 배려에 서후도 어느 순간 남비서에게 마음을 열고 있었고, 두 사람은 가장 좋은 파트너이자 친구가 되어 있었다.
“많이 그리워 하셨잖습니까⋯”
“그렇다 한들, 흘려보내 버린 세월 앞엔, 변명도 소용이 없을 듯 싶습니다”
서후는 의자에 몸을 깊이 누이며 눈을 감았다.
남비서는 집무실을 나서며 조용히 문을 닫아 주었다.
좀 전, 여자 화장실에서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나오는 라임의 모습에 서후의 눈빛이 심하게 흔들렸다.
초등학교 때였다.
그 해 봄, 단짝 친구였던 두 사람의 어머니는 단체로 벚꽃 놀이를 가다, 타고 있던 버스가 전복 되며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평소에 말 수가 적었던 진호는, 그 후 더욱 말수가 줄었고, 라임은 그 때부터 소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자주 체하고, 답답해 하는 가슴을 쳐대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위와 장, 소화기관 전체에 문제가 생겨 병원신세를 자주 지곤 했다.
10년 만에 만난 라임은 예전과 똑같은 자세로 답답한 제 가슴을 쳐대고 있었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서후의 마음은 일순 무너지는 듯 했다.
‘두 분 먼저 올라가시죠. 화장실에 좀 들렀다 가겠습니다’
그렇게 얘기 했지만, 남비서는 알고 있었다.
서후를 보고 다시 화장실로 숨어버린 그 사람이, 1팀 이라임 과장이라는 것과,
어제 입국 한 서후가 디자인 팀 인적사항을 확인 하자마자 오늘 부터 출근하겠다 통보한 이유가 그녀 때문이라는 것을.
우선 각자 집으로 흩어졌다.라임은, 아빠가 가게 문도 닫고 어디로 갔는지 몹시 의문스러웠다.한 번도 별 말 없이 가게 문을 닫은 적이 없었기에 무슨 일인가 싶어 집 전화기로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Rrrrrrr Rrrrrrrrr아빠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이번엔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Rrrrrrrr Rrrrrrrrrr엄마도 전화를 받지 않는 건 마찬가지였다.오늘 라임 엄마 서정과, 진호의 엄마 해리는 몇몇 동네 친구들과 함께 벚꽃 놀이를 다녀 온다며 아침부터 들떠있었다분명히 라임과 진호가 학원까지 마치고 올 시간이면 그 전에 돌아와 있을 것이라 말했는데, 집에는 엄마는 커녕 아빠조차 가게 문을 닫아 버리고 사라졌다.쿵쿵쿵쿵누군가 현관문을 급하게 두드리는 소리에 라임이 문을 열었다꼬마슈퍼 아주머니였다아주머니의 얼굴은 잔뜩 상기되어 있었고, 눈물이 맺혀있는 것 같기도 했다“라임아! 진호도 같이 있니?”마침 진호도 집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라임의 집으로 건너오고 있었다진호까지 발견한 아주머니는 둘 다 어서 따라오라며 양쪽으로 아이들 손을 잡으셨다.대기해 있던 꼬마슈퍼아저씨의 경차 뒷쪽에 밀어넣다시피 한 아주머니가 조수석에 올라타며 급기야 흐느끼기 시작했다.“아이고⋯저 불쌍한 것들 어떡해⋯..”그 날 이후 라임도 진호도 더이상 사랑하는 엄마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급하게 마련된 빈소에는 라임의 모친 서정과 진호의 모친 해리의 합동 장례식 준비가 한창이었고, 옆 빈소에는 함께 차에 타고 있던 꽃집 이모의 장례식이 따로 마련되었다.검은 차림의 부친 세훈과 훈종은 상주 완장을 찬 채 장례식장 안으로 어떨떨한 표정을 한 채 들어오는 자신의 자녀들을 꼭 끌어 안았다.본격적으로 손님들을 맞이한 빈소에는 함께 사고를 당했지만, 다행히 목숨을 건지고 입원중에 있는 세 사람의 가족이 찾아와 함께 울었고,6명이 함께 타고 있던 차를 들이받은 50대 트럭운전사는 현재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다는 소식도 전해왔다두 아이는 손을 꼭 잡고 한시도 떨
“캭~아기다~아기”4살 라임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뽀실뽀실한 아기를 신기하게 쳐다보았다“라임아 동생!!”“돈..섄”“아고 잘하네~~~ 동생 이름은 진호래 안진호!”“안찐노”서정은 라임에게 앞으로 진호를 친동생 처럼 잘 돌보아주고 사랑해 주어야 한다고 일러주었다.그러자 라임은 아주 자신있게 알겠다고 대답했다.해리는 그런 서정이 눈물겹게 고마웠고, 라임이 또 그렇게 사랑스러웠다.서정과 해리는 학창시절부터 늘 붙어다니던 단짝 친구였다.고아원에서 자란 해리를 처음으로 아무 선입견 없이 온전히 좋은 친구로 대해준 것이 서정이었다.그런 서정과 중, 고, 대학까지 함께 다니며 한순간도 떨어지지 않았는데, 서정이 먼저 결혼을 하면서 이 곳 양주로 이사를 왔다.몸은 떨어져 있었지만, 두 사람은 언제나 서로를 걱정하고 그리워하여 최대한 시간을 내어 만나러 가거나 오곤 했다.그러던 어느 날.갑자기 해리의 연락이 뚝 끊기고, 일 년 동안 감감 무소식이었다.연락처는 바뀌어 있었고, 해리의 행방에 대해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그런데 일 년 후,예고도 없이 너무도 갑자기, 자신의 남편 세훈과 함께 양주 서정의 바로 옆집으로 이사를 왔다.그날 서정은 해리를 안고 한참을 울었다.해리는 임신 6개월차 임산부였고, 그때부터 둘은 서로의 집을 오가며 예전처럼 다시 붙어 다니기 시작했다.서정에게는 4살 딸이 있었고, 그녀의 남편은 아주 자상했으며 집 옆 건물에서 기사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다.해리의 남편은 늘 아침마다 정장을 입고 회사로 출근을 했다. 작은 중소기업이라 했다.학력과 스펙이 상상 이상인 사람이라 이력서 만으로도 회사에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분위기였다.그렇게 두 가정에서 친남매처럼 나고 자란 라임과 진호는 서로의 집을 제 집 드나들 듯 하며 늘 함께 했다.세상 모든 밝음과 사랑스러움은 죄다 라임에게 갖다 붙여 놓은 듯 라임은 항상 밝았고, 웃었고, 당당했고, 행복했다.가끔 이해 할 수 없는 행동과, 예상치 못한 사고로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벽에 기대 멍하니 천장을 주시하고 있던 서후는 다시 화장실에서 빠져 나오는 라임을 보고 기다렸다는 듯 말을 걸었다.‘오랜만입니다’악수를 할 때 자신을 올려다 보던 라임의 표정과, 지금 자신을 바라보는 라임의 표정은 동일했다.당황스러움이 역력하게 보이는 그녀의 얼굴에서 서후는 처음으로 10년 전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다.‘안녕하십니까 부사장님’서후는 당황했다.어제 잠들기 전까지 서후의 머릿속은 라임과의 재회를 상상하느라 바빴다.10년 전의 그녀라면, 분명히 눈물을 터뜨리고 주먹으로 자신을 마구 벌주며 따지고 들겠지.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왜 돌아오지 않았냐고, 10년 동안 어떻게 소식 하나 없이 숨어 버릴 수 있냐고..지금 이 모습은 무어냐고.. 마구 쏟아내며 자신을 원망할 것이다.그리고 미안해 한마디에 씩씩 대면서도 마음을 열어 주겠지.하나도 빠뜨리지 말고 10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얘기하라고 협박하겠지..그럼, 하나도 빠짐 없이 다 얘기해 주어야겠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그 때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그럼 그녀는 또 그 때처럼 자신을 안아줄 것이다. 억지로 웃겨주려고 기막힌 행동들을 해가며 결국 또 자신을 실없이 웃게 만들어 줄 것이다.그런데⋯.‘그럼⋯ 저는 이만..’10년은 너무 길었고, 그녀는 많이 변해 있었다.‘여전히.. 소화가 잘 안되나 봅니다’그녀를 붙잡고 싶어 다급하게 말을 걸었다.‘아닙니다. 그럼 이만’낯선 그녀의 뒷 모습이 창살이 되어 제 심장에 박혀 왔다.아픈데⋯ 눈을 뗄 수가 없었다.***[그날 저녁]쿵- 짝- 쿵쿵- 짝, 쿵- 짝- 쿵쿵- 짝,연습실 문을 빼꼼 열고 들어간 라임은 환하게 웃으며 쩡이씨를 불렀다“와~~ 우리 쩡이씨 오늘도 일등으로 오셨네”“호호호호~ 우리 라임은 오늘도 이등으로 오셨네?”“야~ 역쉬 우리는 잘 맞아”라임이 쩡이씨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메인 건반으로 가 전원을 켠 후 악보를 세팅했다.“몇 시에 오신거예요?”“음⋯ 한 시간 전?”“와~ 역쉬
핸드타월을 한 장 뽑아 들고 손 바닥과 손 등을 톡톡 두드려가며 물기를 제거 했다.휴지통에 젖은 핸드타월을 버리곤 다시 한 번 한숨을 푹~ 하고 내 쉰다.“아⋯왜 이렇게 가슴이 답답하지?”오른손으로 가슴 중앙을 두르리며 천천히 여자 화장실을 빠져 나오는데⋯순간 저도 모르게 발길이 멈춰 버렸다.또각, 또각, 또각일정한 구둣발 소리와 함께 비서 두 명을 대동해 곧은 자세로 복도를 걸어오는 서후의 모습에 숨이 멎는 것만 같았다.체한 듯 불편한 속을 달래보려 다시 가슴 중앙을 두르려 보지만, 점점 가까워 오는 서후의 모습에 더는 못 견디겠는 듯 다시 뒤돌아 화장실로 들어가 버렸다.‘토하고 싶은데⋯.’속으로 생각하다 2번째 칸 안에 들어가 변기를 잡고 쭈그려 앉았지만, 눈을 감고 길게 호흡을 하며 참아냈다.‘안돼⋯또 습관 되면 안돼⋯’조금 진정이 된 듯 했을 때 자리에서 일어나 세면대에서 다시 손을 씻었다.좀 전 처럼 핸드타월 한 장으로 손을 닦으며 복도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았다.‘이미 지나갔겠지⋯’더 이상 구둣발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그토록 찾고 싶었는데, 그렇게 보고 싶었는데.. 막상 그 애가 눈 앞에 나타나자 본능적으로 피하게 되는 건⋯그 애가 너무 많이 변한 탓이겠지.. 너무 낯선 탓이겠지..라임은 여자 화장실을 빠져 나왔다.그런데⋯.“오랜만입니다”자신의 방으로 돌아간 줄만 알았던 서후가 새하얀 벽에 기댄 채 로우한 음성으로 말했다.기대 있던 몸을 바로 하더니,또각 또각..두 발자국 만에 라임의 앞에 섰다.라임은 아무 말도 못한 채 서후를 바라만 보았다.10년이 지났지만, 매끈한 피부와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것이 없는 눈 코 입은 여전히 아름다웠다.순간 정신이 들었는지 라임이 고개를 숙였다“안녕하십니까 부사장님”라임의 어색한 인사에 서후는 말없이 내려다 보고만 있었다.원래 말이 없던 그 애는 30살이 되어 더 말을 아끼는 사람이 되어 버린 듯 했다.그렇게 한참을 말 없이 시선을 떨구고 있는 라임과, 그런
서부장의 말이 끝나자 마자 부사장과 그 뒤 비서 2명이 함께 1팀 사무실 안으로 들어섰다. 또각, 또각, 또각정갈하면서도 흐트러짐 없는 박자의 구둣발 소리가 심장을 서늘하게 옥죄이는 것만 같다. 최대한 마주치지 않으려는 의지로 6명의 팀원 모두가 눈을 아래로 깔고 있었다. “고개들 드시죠”묵직하고 울림 있는 그의 목소리에 순간 소름이 돋은 라임은 두 손을 교차하여 팔을 비볐댔다‘목소리는 왜 이렇게 좋은건데..’고개를 들라 명하셨으니, 깔고 있는 두 눈은 곧바로 정면을 향해 시선을 옮겨갔다. 끝까지 눈은 마주치치 않으려는 의지가 확고해 보였다.“저희 1팀 팀원들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부사장님”아이스T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흠흠, 이 쪽은 저희 1팀 고운 팀장입니다”“안녕하십니까?”자신의 앞으로 다가와 손을 내미는 아이스T를 보고는 숨을 멈추고 두 손으로 손을 맞잡는 고팀장.곧 먼저 손을 내리는 아이스T가 한 발짝 물러나자 그제야 참아온 숨을 툭 내뱉었다. 하영은, 라임에게만 들릴 작은 소리로 장탄을 쏟아놓았다.“와⋯ 비주얼 미쳤다”하영의 말에 얼굴을 돌려 볼까 했지만, 아까 들은 아이스T가 귀에 자꾸만 맴돌아 곧 포기하고 말았다. 완벽한 F의 라임은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이쪽은 소명호 과장 입니다”“안녕하십니까 부사장님 영광입니다”소과장이 잔뜩 상기된 목소리로 말하자 고팀장과 마찬가지로 말 없이 악수를 청해 오는 아이스T였다.이제 곧 자기 차례임을 인지한 라임이 긴장된 듯 아랫 입술을 살짝 물었다 놓았다.“여기는 1팀 이라임 과장입니다”“안녕하십니까 부사장ㄴ⋯⋯”살짝 몸을 틀고 허리를 굽혔다 일어나며 인사를 하던 라임의 목소리 끝이 힘없이 끊어져 버렸다. 살짝 벌어져 있는 입 그대로, 그에게 시선을 고정하곤 굳어버렸다. “아하..하하⋯ 부사장님이 너무 잘생기셔서 우리 이과장이 당황했나보네요⋯ 이과장!”“안녕하십니까 이라임 과장님”지금껏 아무 말 없이 손만 내밀던 그가 처음으로 악수와 동시에 인사를 건넸다.“
구두는 선호하지 않는다. 공식 석상에서 의상을 갖추어 입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거의 대부분 스니커즈를 신고 발걸음 가볍게 출근 하는 것을 좋아한다. 스니커즈는 무채색, 그 중에서도 깔끔하고 심플한 화이트를 즐겨 신는 편이다. 라임은 지난 달, 회사에서 도보 10분이면 갈 수 있는 작은 오피스텔로 숙소를 옮겨버렸다.이전 집에 비해 2배 이상의 전세값으로 일찌감치 포기하려 했다가, 은행님의 자비로 딱! 전세 값을 맞추고, 기분 좋게 입주까지 완료할 수 있었다.지옥철을 경험하지 않아 좋고,30분 더 잘 수 있어 좋고,무자비하게 밟히던 스니커즈를 지킬 수 있어 좋아, 상당히 만족하는 중이다. 물론, 오늘처럼 아침부터 뙤약볕이 태워버릴 듯 쏘아 대면 10분이 1시간처럼 느껴지긴 하지만, 불평은 접어두기로 했다. 나는 최선의 선택을 한 거니까.드디어 도착한 회사 로비는 천국이 따로 없다“와~ 죽는 줄 알았네~”“과장니임~~~”디자인부 이하영 대리가 쫄쫄쫄 달려와 쓰윽~ 팔짱을 끼며 기대왔다.“하영아~ 오늘 왜 이렇게 덥냐?”“그러게요, 저 요 앞 지하철에서 1분 걸어오는데 숨이 턱 막히더라니까요”“아무리 7월이라도, 아침부터 이러는 건 좀 너무한 듯 싶다”“제 말이요~”아론그룹 아론리빙. 그중에서도 제품 디자인부에 속해 있는 이들은, 오늘부터 들어갈 크리스마스 신제품 기획으로 한동안 정신없이 바빠질 계획이다. 띡, 띡,게이트를 통과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가...“아직 시간 널널한데⋯ 아아 콜?”“아니~ 난 또 왜 그냥 들어가시네 했네~ 빽~!!”다시 왔던 길 그대로 빠져나와 로비에 위치한 커피숍으로 향했다. “아 맞다! 과장님 그거 들었어요?”“못 들었어”“뭔 줄 알고”“뭔데?”이상한 대화법이 익숙한 듯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하영이었다.“그, 아론 어페럴 런던 지사에 부사장님 있잖아요”“어~”“이번에 저희 아론 리빙으로 오신대요”“그래? 오셔서 뭐하시는데?”“허엇⋯. 일하시지 뭐하셔요?”“본사로 안 가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