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차준호의 귓가에는 차진철 회장과 강진욱 박사의 목소리가 더 이상 닿지 않았다.아버지에게 자신의 시한부 비밀이 알려진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었으나, 어차피 언젠가는 드러났을 진실이었다.그보다 그를 자극하는 것은, 제 목숨을 던져서라도 자신을 수술대로 떠밀려는 신하늘의 기특하고도 처연한 간절함이었다.차준호가 여전히 생명에 초연한 채 딴생각에 잠겨 있자, 차진철 회장은 원망과 분노가 섞인 눈빛으로 노려보았다.“당장 이식 수술 날짜부터 잡아! 진아와 고 여사에게는 내가 어떤 수를 써서라도 데려올 테니! 조직적합성까지 맞다는데 이게 기회가 아니면 뭐란 말이냐? 아니면 강소희라도 끌어들이든가! 해준다고 할 때 받아! 받아들이란 말이다!”차준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했다.무엇보다 지금 그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온통 신하늘뿐이었다. 밥은 제때 챙겨 먹었는지, 저 험악하고 어수선한 선거판 한가운데에서 위축되지는 않았는지 걱정되어 미칠 것만 같았다.조급해진 차준호는 말 한마디마다 서늘한 독을 품은 채 차갑게 쏘아붙였다.“아버지, 소희는 배우이고 현재 임신 중입니다. 진아 이야기는 더더욱 듣고 싶지 않고요. 타인의 피를 짜내 연명하느니, 차라리 우아하게 말라죽겠습니다. 사람 목숨, 그리 쉽게 꺼지지 않습니다.”그러자 차진철 회장 역시 벼락같이 일어나 차준호의 어깨를 억세게 움켜잡았다.“네 어미도 그렇게 금방 죽었다! 다들 내 곁을 그리 황망하게 떠나 버렸는데······ 너마저 이러면······ 나는 대체 어쩌라고·····&m
병원 복도에는 하얀 소독약 냄새가 공기 중에 자욱하게 맴돌며, 마치 유령의 숨결처럼 서늘하게 피부를 핥고 지나갔다.차진철 회장의 눈빛에는 칼날처럼 날이 서 있었다. 그것은 듣고 싶지 않은 잔인한 진실을 터뜨려 버린 나를 향한 원망이자, 무너진 자존심이 내뿜는 독기였다.“신 비서, 선거로 바쁜 몸일 텐데 남의 집안일에 유난 떨지 말고 어서 돌아가!”피 끓는 아비의 절박함인 동시에, 무너져 내린 위엄을 지키기 위한 비겁한 화풀이였을지언정 난 반발하지 않았다.오한이 서릴 정도의 무시와 멸시를 해도 차준호만 살릴 수 있다면 천 번이고 만 번이고 고개를 숙일 수 있었다.[차 대표는 절대로 이식을 받지 않겠다고 고집을 피우고 있어. 큰일이야, 신 비서. 제발 살려줘.]고미주를 통해 알게 된 그 잔인한 진실이 귓가를 울렸다.그렇기에 나는 차진철이라는 거대한 권력을 끌어들여 그를 강제로 벼랑 끝에 몰아세울 수밖에 없었다.“제가 무모했습니다, 회장님. 이런 방식으로 알려드리게 되어······ 송구합니다. 이기적인 저를 원망하셔도 좋습니다. 그저······ 대표님을 잘 부탁드립니다.”나의 처연한 사죄에 차진철은 짓눌린 한숨을 내쉬며 차갑게 시선을 돌려 버렸다.몸을 돌려 서늘한 복도 너머로 걸음을 옮기려던 바로 그 순간.“신하늘, 같이 가. 기다려.”거칠고도 단단한 악력이 내 손목을 강하게 잡아챘다.돌아본 곳에는 여전히 오만한 가면을 쓰고 있는 차준호가 서 있었다.늘 모든 것에 초연하고 아득한 거리를 두던 남자의 두 눈동자에는, 마치 길 잃은 아이처럼 사정
차진철 회장의 등장만으로도 로비를 채우고 있던 환자들과 보호자들의 시선이 일시에 그에게 쏠려들었다.나와는 차원이 다른 규모의 수행원들을 빽빽하게 대동하고 나타난 그는, 존재 자체만으로 병원 복도의 공기를 순식간에 다시 겨울로 바꿔 버렸다.구겨진 미간 아래로 굳어진 그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노골적인 멸시와 불쾌함이 그 서늘한 눈빛에 훤히 찍혀 있었다.“신 비서, 선거는 벌써 포기한 건가? 바쁠 텐데 그만 가봐.”감히 이 재계의 거물을 병원으로 불러내다니. 내가 생각해도 스스로 겁이 없긴 했다.차진철의 냉정한 축객령에도 나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자 옆에 서 있던 차준호의 얼굴에도 깊은 불쾌함이 감돌았다.“신하늘, 선 넘지 마.”손끝으로 차가운 오한이 몰려왔지만, 나는 꺾이지 않기 위해 허리를 바짝 세우고 차진철 회장의 눈을 똑바로 직시했다.“제가 아무리 바빠도 회장님을 이 자리에 모실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습니다. 무례를 용서해 주세요.”나의 당돌한 응수에 차진철의 안색이 한층 더 험악하게 일그러졌다.“운 좋게 공천장을 거머쥐어도 현실은 그리 낭만적이지 않아. 사람은 제 분수를 알아야 하는 법이지!”그는 거침없이 날 선 비난을 내던지며 나를 짓눌렀다.정치적 입지가 고공행진을 이어간다 한들, 차진철의 눈에 나는 여전히 감히 차준호의 곁을 탐할 수 없는 미천한 존재에 불과했던 것이다.하지만 오죽했으면 내가 이 서늘한 거물을 직접 병원으로 끌어들였겠는가.“본론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수행원들을 모두 멀리 물려주십시오. 회장님과 대표님, 그리고 저. 이렇게 셋이서만 나누어야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신하늘, 피곤하니까 일 키우지 마
“어르신! 차준호가 아프다니요?”김희주는 충격과 의아함을 감추지 못한 채 휴대전화를 귀에 바짝 대고 크게 외쳤다.수화기 너머에서는 한참 동안 서늘하고 차가운 침묵이 흐르더니, 이내 건조하게 깔린 음성이 들려왔다.― 신하늘이 흔들리기 시작하겠지. 개인적인 감정으로 인해서. 선거운동 따위는 제대로 해내지 못할 수순이야.호재도 이런 대형 호재가 없었다. 차준호라는 거대한 인물의 치명적인 건강 이상이라니.미리 알았더라면 자신이 진작에 그 약점을 낚아채 세상에 터뜨리고, 진흙탕 싸움으로 몰고 갔을 터였다. 이건 예상치 못한 최고의 변수였다.“그렇다면······ 제가 사퇴하지 않아도 되지 않겠습니까?”그때 수화기 너머에서 혀를 쯧쯧 차는 서늘한 소리가 연거푸 들려왔다. 김희주는 순간 마른침을 삼키며 몸을 굳혔다.자신이 대체 무엇을 놓치고 있는 걸까. 묘책이라는 말을 내던졌다는 뜻은, 자신을 구원할 계략을 꾸미고도 남았다는 소리였다.― 그 여자의 발목을 낚아채 흠을 붙잡고 늘어져 보든가. 대중은 김 의원을 향한 관심을 자연스레 잊게 될 것이오. 이번 선거는 몸을 사리고, 다음 지방선거 때 김 의원이 서울시장이나 경기도지사로 나갈 수 있도록 내가 전폭적으로 판을 깔아주겠소.김희주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네? 서울시장이나······ 경기도지사요?”언제 울었냐는 듯 일그러졌던 그녀의 얼굴 위로, 서서히 기괴하고 탐욕스러운 미소가 번져나가기 시작했다.이건 차원이 다른 새로운 도약이었다. 지방자치단체의 수장이라니, 막강한 실권
공항 한복판, 수백 개의 플래시 불빛이 시야를 어지럽게 뒤흔들며 사방에서 터져 나갔다.그 눈이 멀 것 같은 아수라장 속에서도 내 시선은 오롯이 차준호의 눈동자에 닻을 내리고 있었다.이 강인한 남자가 아프다니. 모든 것을 제 발아래 두고 통제하던 이 포식자가 쓰러져 가다니.눈앞의 단단하고 건장한 피지컬을 보고 있노라면 결코 믿기지 않는 사실이었지만, 역설적이게도 그것은 거스를 수 없는 잔혹한 진실이었다.단단했던 차준호의 완벽한 가면이 한순간에 일그러졌다. 경악과 혼란이 어지럽게 교차하는 남자의 시선이 정면에서 내 눈동자와 거칠게 부딪쳐 왔다.“신하늘, 지금 XX당 관계자들부터 만나야지. 무슨 소리야.”억누른 목소리 사이로 낮게 깔린 경고가 묵직하게 얹혀 있었다.주위는 취재진의 고함과 마이크 세례로 도도한 소음의 파도가 몰아치고 있었지만, 이 남자가 풍겨 내는 날카로운 서늘함만큼은 피부를 사정없이 찔러왔다.나는 당황함으로 일렁이는 그 눈빛을 부드럽게 올려다보았다.“아니요. 병원부터요.”입꼬리를 단단하게 고쳐 물고, 마치 고집스러운 어린아이처럼 단호하게 떼를 썼다. 밀려드는 취재진 앞이라는 상황도, 시시각각 생중계로 타전되는 뉴스의 시선도 전부 상관없다는 듯한 내 막무가내 태도에 차준호의 굳은 얼굴 위로 서늘한 냉기가 짙게 내려앉았다.“선거 안 나가?”남자의 턱선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그 나직한 물음 속에는 나를 향한 걱정과, 자신의 치부를 끝까지 감추려는 포식자의 지독한 방어기제가 동시에 얽혀 있었다.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지금 이 순간, 나는 머릿속을 까맣게 비워 낸 채 오직 차준호라는 존재로만 가득 채우고 있다는 것을.내 인생을 지배해 온 비참했던 과거도, 김희주를 구
“음, 뭔지 몰라도 신 비서가 대처한다면 지혜롭게 마무리 짓겠군.”금방이라도 폭주할 듯 사납게 몰아붙이던 주원형의 얼굴에서, 벼락이라도 맞은 듯 순식간에 날카로운 경계심이 거두어졌다. 짓눌렸던 경련이 풀리며 굳었던 표정이 거짓말처럼 활짝 펴졌다.신하늘이라는 유능한 존재가 그 거대한 비밀의 축을 공유하고 있다면, 판 자체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직감한 눈빛이었다.“그래요. 이게 세상에 밝혀지면, 대표님도 절 이해할 수 있으실 거예요.”얄밉도록 단단하고 완벽한 신하늘. 하지만 그 유능함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기에, 강소희의 깊은 절망 속에서도 묘한 안도와 믿음이 싹터 올랐다.그녀는 천천히 대형 TV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한 시대를 풍미하던 여배우의 화려한 왕관이 수면 위의 비누 거품처럼 허망하게 터져 나가고 있었다.강소희는 미세하게 부르르 떨리는 손을 올려 자신의 아랫배 위에 가만히 얹었다. 이 작은 생명이 아니었다면, 자신을 덮친 이 지독한 파국은 또 어떤 절망의 얼굴을 하고 있었을까.그때 주원형이 조용히 다가와 강소희를 품에 가득 안았다. 그의 두꺼운 손길이 등 뒤를 다독이며 묘하게 다정하게 이어졌다.“우리 결혼 이야기나 매듭짓자고. 행복해야 할 신부를 너무 다그쳐서 미안해.”어쩌면 이 남자가 자신을 구원해 줄 마지막 밧줄일지도 몰랐다. 굴지의 엔터사 대표이자 대한민국 탑 배우였던 대단한 재력가와의 정식 결혼.여배우로서의 비참한 몰락이 아닌, 새로운 보호막과 울타리의 시작임을 깨닫자 얼어붙었던 심장에 기묘한 평온이 찾아왔다.거대한 비밀이 세상 밖으로 드러나는 순간, 대한민국은 거친 지진이라도 난 듯 뒤집어질 터였다.“그래요, 우린 행복해질 거예요. 저기 화면에 나오는 신 비서가·&mi
이아준은 통화 도중, 수면 위로 떠오르는 신하늘과 도국과의 옛 기억 속에 깊게 잠겼다.화려한 마천루가 즐비한 강남의 이면, 세종동 서쪽 끝자락에는 시간이 멈춘 듯한 빈민가가 있었다. 그곳에 위치한 ‘하늘 보육원’은 세 사람의 유년이 뿌리내린 곳이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고 나이도 제각각이었지만, 그들은 서로에게 유일한 세계이자 가족이었다.이아준은 태어나자마자 차가운 보육원 앞마당에 버려진 신세였다. 그러나 운명은 잔인하고도 변덕스러웠다. 뒤늦게 그가 국내 최고 재벌가인 L그룹의 잃어버린 혈통임이 드러났고, 하루아침에
[1월 1일, 재벌가 차준호와 톱여배우 강소희! 둘만의 밀월여행이었나· 강원도에서 추락 사고!][CC그룹 후계자 차준호·한류스타 강소희! 과연 현재 상태는?][사고 직후 불거진 비밀 연애 의혹· 관계자들은 어떤 입장을···][과연 차준호와 강소희 사고에 관한 진실은 무엇인가!]새해의 태양이 채 떠오르기도 전, 대한민국은 단 하나의 소식으로 들끓었다. 차준호는 강소희를 자신의 세단에 태운 채 1월 1일 새벽 강원도 산길을 달리던 중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십여 미터 아래 낭떠러지로 추락했다.단순한 교통사고인지, 범죄와 연관된
‘이 나쁜 자식!’지난 3년간 내게 보인 그 모든 다정함은 한낱 유희였을까? 차준호에 대한 배신감에 속이 문드러져 욕지거리가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나는 부서질지언정 굽히지 않는 자존심을 끌어모아, 끝까지 평정심을 유지하며 도도한 어조로 말을 이어 나갔다.“대표님은 그동안 절 어찌 보셨는데요?”나는 유리창 너머로 썰물처럼 번지는 화려한 야경을 사납게 응시하며, 심장에 박힐 날 선 말을 뱉어냈다.“네 주변에 남자가 들끓어 보였거든.”뻔질나게 전화를 걸어오는 남사친 둘을 두고 한 오해였을까. 설령 그렇다 해도, 그동안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의 정적을 깨우는 밤 11시 반 무렵.창밖으로는 하얀 눈꽃이 송이송이 흩날리며 세상의 모든 소음을 집어삼키고 있었지만, 강남 C 호텔 25층 로열 스위트룸 내부는 숨 막힐 듯 팽팽한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조도를 최대한 낮춘 짙은 어둠 속에서 나는 차준호라는 거대한 포식자에게 온전히 잠식당한 채, 밤을 녹여내는 은밀하고도 위태로운 시간을 보냈다.내 몸의 지도를 그보다 더 세밀하게 파악하고 있는 존재는 세상에 없었다. 귓가를 어지럽히는 그의 뜨겁고도 습한 숨결이 예민한 목덜미를 따라 부드럽게 흘러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