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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잃고 싶지 않아, 선(線)도 못 넘고

Author: silver구슬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5-20 13:30:07

강소희는 밤이 늦어 조용한 병원 복도에서 홀로 창가로 향했다. 

유리에 비친 제 맨얼굴이 어쩐지 낯설고 처량해 보여 고개를 돌려버렸다. 

다른 남자와 놀아나다 사고가 났어도 최기범은 늘 똑같았다. 미련할 정도로 한결같이 제자리를 지키며 말이다.

“병문안 왔다며. 나 좀 깨우지.”

-자는데 무슨.

세상 모든 사람이 손가락질하고 등을 돌려도, 언제까지나 이렇게 비빌 언덕이 되어 항상 그 자리에 있어 줬으면 싶었다. 

“너 아직도··· 세종동에서 혼자 살아?”

-왜?

“놀러 가고 싶은데.”

강소희의 손이 갈 곳을 잃고 입술 주변을 맴돌다, 결국 습관처럼 손톱을 잘게 물어뜯기 시작했다. 초조할 때마다 나오는 오랜 버릇이었다.

-마음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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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268. 지옥에서 천국을 엿본 순간

    월요일 밤이 깊어 갈수록, 대한민국 언론과 정치권은 미친 듯이 휘몰아치는 거대한 폭풍 속으로 완전히 파묻혀 갔다.[속보! L그룹 회장실 전격 압수수색······ 총선 단 2일 전, 정재계 매머드급 파장][이왕춘 회장 돌연 쓰러져······ 실권 쥐었던 거물의 행방에 검찰 총력전][L그룹 파문의 진실은? 자택까지 수사관 급파, L그룹은 이아준 회장 대리의 비상 체제 가동]TV 앵커들의 격앙된 목소리와 포털 사이트를 도배하는 광풍 속에서도, 이아준은 냉철하게 중심을 잡았다.쏟아지는 언론의 문의를 차단하고 임원진을 긴급 소집하며 L그룹 내부를 견고하게 다잡고 나서야 VIP 휴게실로 돌아온 그였다.도국은 미리 와서 기다렸다가 이아준이 등장하자 어깨를 다독였다.“수고했다.”“어휴, 진짜 정신없네. 할아버지가 대체 어디서 무슨 죄라도 지으신 건가?”“글쎄.”도국은 지쳐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들어하는 이아준을 깊은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는 달콤한 음료나 술 대신 얼음처럼 차갑고 시원한 생수병을 건넸다.아무리 여야가 운명을 걸고 사생결단을 벌이는 정쟁의 계절이라지만, 총선을 불과 이틀 앞둔 시점에 이토록 무자비한 칼날이 정면으로 들어올 줄은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바로 그때, 도국의 슈트 주머니 속에서 휴대전화가 나지막하게 진동을 울렸다.화면에 찍힌 이름을 확인한 도국의 눈매가 미세하게 찡그려졌다. 평소라면 결코 이 시간에 올 리 없는 연락이었다. 그가 천천히 통화 버튼을 누르며 수화기를 귀에 가져다 대자, 짧은 정적 끝에 익숙하면서도

  •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9. 빌런을 좋아한 건가. 이런 망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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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8. 내가 미쳤지.

    무슨 그런 거짓말을.내 머릿속에선 운명 교향곡이 요동쳤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한 거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수면 부족과 카페인의 부작용일까. 평소 차분함과 다혈질이 공존하던 내 감정은 이미 균형을 잃은 지 오래였다.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화살은 이미 날아갔고 물은 엎질러졌다.“재미있네. 나는 신 비서를 좋아하지도, 사귈 리도 없을 텐데?”차준호는 내 말을 믿지 않았는지 코웃음 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난 목에 닿은 펜던트를 무의식적으로 만지다가, 그의 손길이 닿았던 순간이 떠올라 몸을 떨었다.이걸 그가 크

  •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7. 완벽한 타인의 숨결

    사람들의 입을 통해 끊임없이 유령처럼 떠돌던 이름의 실체.신하늘, 신 비서. 차준호는 누워 있는 내내 의식의 수면 아래에서 울리던 그 이름이 내심 신경 쓰였다.하지만 드디어 눈앞에 나타난 실체를 마주한 순간, 관자놀이가 끊어질 듯 욱신거리며 지독한 두통이 밀려왔다.그녀의 이름 세 글자가 왜 이토록 심장 가장 깊은 곳을 거슬리게 긁어내리는 걸까. 기묘한 일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졸졸 쫓아다녀 철벽만 치기 바빴던 강소희랑 같이 사고가 났다니. 하지만 아무런 감정의 동요도, 한 톨의 아쉬움도 일지 않았다.대신 눈앞의 신하늘

  •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6. 천하의 나쁜 남자

    기자를 상대하는 동안 나 자신도 성장하고 있었다.카메라 앞에서 당당해지고, 브리핑하거나 질문에 응답하는 순간에도 능숙 능란해져 있었다.차분한 척, 완벽한 듯, 긴장감이 첫날보다는 옅어졌다. 사람은 역시 학습의 동물이라고 무슨 아나운서가 된 양 나는 그리 기자들을 상대했다. -차준호 대표님이 대화가 가능하다던데. 확실히 강소희와 사귀는 사이가 맞는지 확인하셨습니까? 답변 부탁드립니다!“차준호 대표님께서는 일체 사생활에 대하여 언급하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회사 측에서도 이번 사건은 아는 바가 없습니다.”-언제 CH에서는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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