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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 오만한 폭군을 굴복시키고 싶은데

Author: silver구슬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04 12:05:15

난 이제 더 이상 피할 수 없었다.

오늘 내가 그와 도달하고자 했던 대화의 방향은, 그가 깔아놓은 이 달콤한 비단길이 아니었다.

어서 정신을 차려야 했다. 마냥 꿈속을 헤매던 이 순간, 냉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현실을 떠올렸다.

“대표님.”

나는 그가 내미는 반지를 향해 손을 뻗는 대신, 반대로 그의 단단한 손을 밀어냈다.

“왜?”

차준호의 짙은 눈썹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반지는 넣어두세요.”

나는 당혹감이 서린 그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내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제주의 차가운 아침 바람이 그와 나 사이를 서늘하게 가로질렀다.

“왜 그러지?”

나는 턱을 슬그머니 치켜들고, 오만한 시선으로 그를 정면에서 꿰뚫었다. 

오늘 새벽 그의 품에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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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249. 제멋대로 여왕님의 반려 탄생

    그날 점심, 세종동 들녘을 뒤흔들던 소음과 마이크 소리는 아득히 멀어져 있었다. 세상은 여전히 만우절의 들뜬 공기로 가득했다.차준호는 나를 데리고 그가 소유한 호텔 레스토랑의 격리된 프라이빗 룸으로 이끌었다.그곳으로 들어서자마자 묵직한 장미 향이 시야를 메웠다. 정갈하게 세팅된 테이블 위로는 우아한 클래식 선율이 나지막하게 흐르고 있었고, 탐스러운 붉은 장미 덤불 사이로 고급스러운 케이크와 작은 케이스가 놓여 있었다.통창 너머로 아득하게 내려다보이는 서울의 전경은 한 편의 탐미적인 영화 속 클라이맥스처럼 비현실적으로 아찔했다.내 인생에 이런 날이 오다니.지난 1월 1일 이후, 나는 줄곧 지독히 깊은 꿈속을 걸어 다니는 기분이었다. 악몽도 길몽도 모두 펼쳐졌던 광경들이 하나같이 주옥같아 현실이자 일상인지 시시각각 되뇌어야만 했다.차준호는 코스 요리가 채 나오기도 전에 테이블 너머로 손을 뻗어왔다. 내 손가락 위로 그의 길고 단단한 손가락이 묵직하게 겹쳐 눌렸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기어이 내 넷째 손가락에 반지를 고쳐 끼워주었다.서늘하면서도 압박스러운 이물감이 나를 자극했다.그는 테이블 위, 고급스러운 봉투 곁에 놓인 서류 한 장을 턱끝으로 가리켰다. 조금 전 구청 접수처를 통과해 나온, 법적으로 그와 내가 완벽한 부부가 되었음을 증명하는 혼인관계증명서였다.내 운명을 송두리째 뒤바꿔 놓을 지독하고도 치명적인 구속.종이 위를 채운 까만 글자들은 내 인생이 정점을 향해 비상하게 될 단 하나의 궤적을 그려놓은 지도처럼 보였다.“신하늘, 별거 아니야. 어차피 우리는 몸도 마음도 은밀하게 맞닿아 있던 사이잖아. 순서는 남들과 똑같지 않아도 목적지는 같을 뿐이지. 난 똑똑히 기억나거든. 12월 24일.”차준호의 나른한 음성이 귓가를 서늘하게 긁고 지나갔다

  •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248. 왕관을 쟁취하려는 희대의 거짓말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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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8. 내가 미쳤지.

    무슨 그런 거짓말을.내 머릿속에선 운명 교향곡이 요동쳤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한 거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수면 부족과 카페인의 부작용일까. 평소 차분함과 다혈질이 공존하던 내 감정은 이미 균형을 잃은 지 오래였다.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화살은 이미 날아갔고 물은 엎질러졌다.“재미있네. 나는 신 비서를 좋아하지도, 사귈 리도 없을 텐데?”차준호는 내 말을 믿지 않았는지 코웃음 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난 목에 닿은 펜던트를 무의식적으로 만지다가, 그의 손길이 닿았던 순간이 떠올라 몸을 떨었다.이걸 그가 크

  •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7. 완벽한 타인의 숨결

    사람들의 입을 통해 끊임없이 유령처럼 떠돌던 이름의 실체.신하늘, 신 비서. 차준호는 누워 있는 내내 의식의 수면 아래에서 울리던 그 이름이 내심 신경 쓰였다.하지만 드디어 눈앞에 나타난 실체를 마주한 순간, 관자놀이가 끊어질 듯 욱신거리며 지독한 두통이 밀려왔다.그녀의 이름 세 글자가 왜 이토록 심장 가장 깊은 곳을 거슬리게 긁어내리는 걸까. 기묘한 일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졸졸 쫓아다녀 철벽만 치기 바빴던 강소희랑 같이 사고가 났다니. 하지만 아무런 감정의 동요도, 한 톨의 아쉬움도 일지 않았다.대신 눈앞의 신하늘

  •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6. 천하의 나쁜 남자

    기자를 상대하는 동안 나 자신도 성장하고 있었다.카메라 앞에서 당당해지고, 브리핑하거나 질문에 응답하는 순간에도 능숙 능란해져 있었다.차분한 척, 완벽한 듯, 긴장감이 첫날보다는 옅어졌다. 사람은 역시 학습의 동물이라고 무슨 아나운서가 된 양 나는 그리 기자들을 상대했다. -차준호 대표님이 대화가 가능하다던데. 확실히 강소희와 사귀는 사이가 맞는지 확인하셨습니까? 답변 부탁드립니다!“차준호 대표님께서는 일체 사생활에 대하여 언급하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회사 측에서도 이번 사건은 아는 바가 없습니다.”-언제 CH에서는 공식

  •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5. 뒤틀린 소유욕: 폭풍 전야

    종일 정신 없다가 이제는 머리가 하얗게 비어버린 것 같았다.커피에 의지해온 탓일까. 카페인의 날카로운 자극이 현기증을 부추겼다.그가 왜 하필 기억을 잃은 걸까.3년치 기억만 사라지다니. 비극 같으면서도 우습게 느껴졌다.빌어먹게도 나는 잊혀진 존재가 되어버린 것 아닌가.카메라 군단이 다시 몰려들었다. 간신히 버티던 나는 기계적인 목소리로 답변했다.그런데 병실 안에서 흘러나오는 고미주와 강진욱의 대화에 일순 어깨가 흠칫거려졌다.[강 박사님, 차 대표는 언제 일반 병동으로 이동하나요?][네, 최종 검사가 끝나는 대로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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