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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elle
내가 죽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날, 남편은 다른 여자에게 청혼했다. 의사가 내게 암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내린 뒤, 나는 케이크 하나를 사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손이 떨리는 채로 빈센트에게 몇 번이고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단 한 번도 받지 않았다. 병원 복도에 홀로 앉아 전화 연결음이 끊길 때까지 기다렸고, 그 소리가 멈출 때마다 내 마음도 조금씩 산산이 부서졌다. 하지만 오늘은 우리의 결혼기념일이었다. 나는 눈가를 닦고, 붉어진 눈을 애써 감춘 뒤 집으로 향했다. 아직도 어리석은 마음 한구석에서는 그와 함께 오늘을 축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집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바닥에는 장미 꽃잎이 엉성한 하트 모양으로 흩뿌려져 있었고, 식탁 위에는 촛불이 은은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벽을 따라 이어진 작은 황금빛 전구들은 마치 별들이 방 안에 갇혀 반짝이는 것만 같았다. 그 순간만큼은, 정말 단 한순간만큼은 행복했다. 이 모든 것이 나를 위한 것이라고 믿어버렸다. 그리고 나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그를 보았다. "벌써 5년이야." 빈센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5년 동안 내 눈엔 오직 너만 있었어.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 네가 내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말할 날을." 잠시 숨을 고른 그가 반지를 들어 올렸다. "나와 다시 결혼해 줄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나는 분명 승낙했을 것이다. 5년 동안 단 한 번도 내가 바랐던 눈빛으로 나를 바라봐 주지 않았던 남자를 사랑해 왔지만, 그가 마침내 나를 선택했다고 믿는 바보 같은 희망이 아직도 남아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순간. 불이 켜졌다. 그리고 나는 캐시아를 보았다. 양부모님의 친딸. 몸매를 그대로 드러내는 붉은 드레스와 새빨간 하이힐, 짙은 붉은 립스틱까지. 윤기 나는 갈색 머리카락이 어깨 위로 흘러내린 그녀는 빈센트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네. 다시 당신과 결혼할게." 기쁨으로 빛나는 눈동자를 한 채 그녀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빈센트의 품에 안겼다. 그제야 깨달았다. 그가 무릎을 꿇은 상대는 처음부터 내가 아니었다는 것을. 내 손에서 케이크 상자가 미끄러져 바닥으로 떨어졌다. 생크림이 신발 위로 튀었고, 상자는 어딘가로 굴러갔지만 나는 쳐다볼 힘조차 없었다. 캐시아는 5년 전, 자신의 결혼식 당일 흔적도 없이 사라져 나를 대신 신부 자리에 앉게 만들었던 여자였다. 그리고 이제 그녀가 돌아오자, 빈센트는 내가 지난 5년 동안 말없이 애원했던 바로 그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누군가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둘이 정말 잘 어울린다." 속이 뒤틀렸다. 당장이라도 장미 꽃잎 위에 토해 버릴 것만 같았다. 이 방 안에는 내가 그의 아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들에게 나는 아마도 조용히 구석에 서 있는 벙어리 비서일 뿐이었다. 다른 여자가 내 눈앞에서 청혼을 받는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는 그런 존재. 떨리는 입술을 감추기 위해 아랫입술을 세게 깨물었지만, 기억은 막을 수 없었다. 5년 전. 아버지의 사무실에서 말없이 서 있던 내 앞에서 빈센트는 결혼을 거부했다. "벙어리잖아요. 제가 왜 저 여자랑 결혼해야 하죠?" 마치 내가 거기 없는 사람인 양. 내가 모든 말을 듣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은 사람처럼. 아버지는 나를 한 번도 바라보지 않았다. "회사를 위해서다." 차갑게 말했을 뿐이었다. "이 결혼은 반드시 필요해." 그게 전부였다. 나는 두 사람에게 모두 거래 대상일 뿐이었다. 대체품. 목소리도, 선택권도 없는 딸. 결혼 첫날 밤에도 빈센트는 우리의 관계를 분명히 선을 그었다. "내가 필요할 때만 넌 내 아내야." 그는 아무 감정도 없이 넥타이를 풀며 말했다. "섹스 말고는 넌 나한텐 아무 의미도 없어." 그리고 그는 그 약속을 5년 동안 한 번도 어긴 적이 없었다. 오늘 밤도 마찬가지였다. 촛불과 장미 꽃잎, 그리고 내가 그의 입에서 처음 들어본 다정한 목소리에 잠시 모든 걸 잊고 말았지만. 결국 나는 여전히 아무것도 아니었다. 캐시아가 돌아오자마자 그는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렸다. 한참 뒤에서야 빈센트가 나를 발견했다. 놀란 듯 눈썹을 살짝 치켜올린 그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태연하게 내게 걸어왔다. "왔네." 무심한 목소리였다. 그는 바닥에 떨어진 케이크를 힐끗 바라보더니, 죄책감 하나 없이 다시 나를 쳐다봤다. "네 언니가 돌아왔으니까 이제 알겠지." 담담하고도 무심한 말투였다. "곧 이혼 서류 보낼 테니까 도착하면 사인해."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덧붙였다. "나랑 캐시아는 이번 주에 결혼할 거야." 이번 주.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 캐시아는 일부러 과장된 표정을 지으며 빈센트의 팔을 두 손으로 감싸 안았다. "어머, 아직도 말 못 해?" 비웃음이 가득한 목소리. 그녀의 시선이 내 몸을 천천히 훑었다. "아직도 목소리 고치는 수술 안 받았어?" 작게 웃은 그녀는 내 배를 슬며시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무튼 내 남자 잘 맡아줘서 고마워." 입꼬리를 올리며 마지막 한마디를 던졌다. "애도 안 가져서 더 고맙고." 임신. 애초에 그게 가능하기나 했던 것처럼. 빈센트가 나를 안을 때마다 그의 손길은 차갑고 기계적이었다. 해야 할 의무를 서둘러 끝내려는 사람처럼. 절정이 가까워질 때마다 그는 마지막 순간이면 언제나 몸을 빼냈다. "내 아이를 네가 가져선 안 돼." 그 말은 매번 똑같았다. 마치 절대 바뀌지 않는 규칙처럼. 하지만 나는 아이를 누구보다 간절히 원했다. 작은 손이 내 손가락을 꼭 잡아 주는 상상. 작은 발소리가 텅 빈 복도를 뛰어다니는 상상. 처음부터 나를 짐이 아니라 사랑으로 바라봐 줄 단 한 사람. 하지만 그는 내게 그 기회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나는 2년도 채 남지 않은 삶을 선고받았다. 내 손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 순간. 내 안에서 무언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이대로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야 할 이유가 어디 있단 말인가. 숨은 계속 떨렸지만, 나는 등을 곧게 폈다. 떨리는 손으로 아이패드를 들어 올렸다. 초조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빈센트를 마주한 채 빠르게 글자를 입력한 뒤, 화면을 그의 앞으로 내밀었다. "한 달." "단 한 달만, 당신의 아내로 살게 해줘." "진짜 아내로." "그 뒤에는 이혼 서류에 사인할게."빈센트“당신 아들은 이제 위험한 고비를 넘겼습니다.”의사의 말이 고요한 병원 복도에 울려 퍼졌다.“조금 더 안정을 취해야 하지만, 상태는 안정적입니다.”악몽이 시작된 후 처음으로, 다시 숨을 제대로 쉴 수 있는 것 같았다. 가슴을 짓누르던 무거운 압박감이 조금씩 사라지면서 다리에 힘이 풀릴 것만 같았다. 나는 잠시 눈을 감고 속으로 신에게 감사했다.대런은 무사했다.의사는 안심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떠났고, 나와 니엘은 병실 밖에 그대로 서 있었다.하룻밤 사이 너무 많은 일이 벌어졌다.나는 천천히 그녀를 바라봤다. 니엘은 지쳐 보였다. 울어서 눈은 부어 있었고, 머리는 흐트러져 있었으며, 불길을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옷소매에는 희미한 화상 자국까지 남아 있었다.그럼에도 그녀는 내가 본 그 누구보다 아름다웠다.살아 있었으니까.그때 불타는 집 앞에서 그녀가 고백했던 말이 다시 머릿속을 스쳤다.대런이…… 내 아들이었다.아직도 믿기지 않았다.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작게 웃다가 다시 그녀를 바라봤다.“그러니까…… 지금까지…….”목소리가 떨렸다.“정말 내 아들이었던 거야?”니엘은 내 시선을 피한 채 고개를 숙였다.“미안해.”그 짧은 두 마디에는 수년간 쌓여온 죄책감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정말 여러 번 말하고 싶었어.”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하지만 모든 일이 벌어지고…… 우리가 그렇게 끝나고 나서…… 이게 더 나은 방법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했어. 당신에게서 대런을 떼어놓으면, 당신이 나한테 준 상처를 당신도 똑같이 느끼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그녀의 뺨을 따라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하지만 매일…… 후회했어.”나는 몇 초 동안 그녀를 바라보다가 손을 뻗어 그녀의 두 손을 조심스럽게 내 손 안에 감쌌다.니엘이 놀란 듯 나를 올려다봤다.“괜찮아.”나는 눈시울이 따끔거리는 걸 느끼면서도 미소 지으며 그녀의 얼굴에 내려온 머리카락 한 가닥을 쓸어 넘겼다.“내가 받아야 할 벌이
니엘집에 돌아온 뒤에도 뉴스에 나온 카시아의 얼굴이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빈센트가 저녁을 차려주고, 유치한 농담을 늘어놓고, 심지어 “아무 생각도 안 나게 해줄 거야”라며 자신이 고른 영화를 틀어줬는데도, 배 속을 뒤틀어놓는 듯한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다.마치 우리 집 담장 너머 어딘가에 위험이 숨어서, 공격할 완벽한 순간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5분째 같은 곳만 보고 있어.”빈센트가 소파 너머로 손을 뻗어 내 손가락 사이에 자신의 손가락을 끼워 넣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최악의 상황부터 생각하지 마.”나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지금 진심이야?”내가 물었다.“우리가 누구 얘기를 하고 있는지 기억해? 카시아야. 그 여자가 무슨 짓까지 할 수 있는지 당신도 정확히 알잖아.”그의 표정이 부드러워졌다.그는 내 손을 들어 올려 손등을 천천히 쓰다듬었다.“알아.”그가 조용히 인정했다.“무시하자는 게 아니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두려움 때문에 우리의 평온까지 망치게 두지는 말자는 거야.”“분명 무슨 일이 생길 거야.”나는 목소리에 떨림을 감추지 못한 채 속삭였다.“그 여자는 사람을 용서하지 않아, 빈센트. 반드시 되갚아.”빈센트는 반박하지 않았다.대신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다가오더니 나를 품에 끌어안았다.나는 잠시 버텼지만 결국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자…….”그가 내 머리 위에 턱을 살짝 얹으며 낮게 속삭였다.“숨 쉬어.”그의 손이 내 등을 천천히 위아래로 쓸어내렸다.“들이마시고…….”나는 떨리는 숨을 들이마셨다.“그리고 내쉬어.”나는 숨을 내뱉었다.“다시.”나는 그의 말대로 했다.빠르게 뛰던 심장이 그의 일정한 심장 박동 소리를 들으며 조금씩 진정되기 시작했다.“넌 안전해.”그가 속삭였다.“내 곁에 있잖아.”“하지만 대런은…….”“우리 아들도 안전해.”그의 말은 나를 안심시켜야 했다.그런데 오히려 가슴이 더욱 조여 왔다.
니엘결혼식을 올린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매일 아침 같은 기분으로 눈을 떴다.아직도 믿기지 않았다.“좋은 아침, 자기야.”눈을 뜨기도 전에 빈센트의 다정한 목소리가 침실에 울려 퍼졌다. 갓 만든 아침 식사의 풍성한 향기가 뒤따라 방 안을 가득 채웠다.나는 천천히 눈을 깜빡이며 잠에서 깨어났다. 빈센트는 한 손에 쟁반을 든 채 서 있었고, 우리의 시선이 마주치자마자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이제야 일어나기로 마음먹었어?”그가 부드럽게 놀렸다.나는 졸린 신음을 흘리며 이불을 턱 끝까지 끌어올렸다. 어젯밤 그와 나눈 뜨겁고 열정적인 밤 때문에 온몸이 아직도 기분 좋게 나른했다. 전날 밤의 기억이 하나둘 떠오르자 얼굴이 금세 뜨거워졌다.빈센트는 내 얼굴에 번진 홍조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웃음을 터뜨리며 쟁반을 침대 옆 탁자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그 표정, 나 잘 알아.”그의 눈에 장난기가 어렸다.“아무것도 모르면서.”나는 베개에 얼굴을 파묻은 채 중얼거렸다.“그래? 그런데 왜 얼굴이 빨개졌을까?”“안 빨개졌거든.”“완전히 빨개졌는데?”내가 베개를 집어 들어 그를 가볍게 때리자 빈센트가 웃음을 터뜨렸다.지난 몇 주 동안 빈센트는 너무나 많이 변했다. 가끔은 내가 그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할 정도였다.한때 내가 결혼했던 차갑고 무심한 남자는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지금의 빈센트는 매일 아침 직접 아침 식사를 만들겠다고 고집했다. 최근에야 겨우 배운 요리법이 절반이나 되는데도 말이다. 그는 내가 무거운 물건을 드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회사에도 정말 필요한 일이 아니면 거의 나가지 않았다. 회사는 자신이 몇 시간 자리를 비워도 잘 돌아가겠지만, 나와 떨어져 있는 자신은 견딜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우리의 신혼여행은 몇 년 전 처음 결혼했을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침묵 대신 웃음이 있었고, 오해 대신 대화가 있었으며, 우리 사이를 가로막던 벽 대신 입맞춤이 있었다.빈센트는 매일 새로
빈센트니엘의 속눈썹에 매달려 있던 눈물이 마침내 흘러내렸다. 눈물 한 방울이 그녀의 뺨을 타고 조용히 내려갔고, 홀 안의 모든 시선은 여전히 그녀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녀의 입술이 가늘게 떨렸다.그리고 영원처럼 느껴지는 시간이 흘렀지만, 그녀의 입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나는 숨조차 쉴 수 없었다.심장이 갈비뼈를 부술 듯 거칠게 뛰어대며 다른 모든 소리를 집어삼켰다. 살아오면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 앞에 서봤지만, 그 몇 초만큼 나를 두렵게 만든 순간은 없었다.내 미래, 내 결혼, 내 두 번째 기회……그 모든 것이 지금 그녀의 입에서 나올 다음 한마디에 달려 있었다.니엘은 잠시 시선을 내리깔았다. 손에 든 부케를 어찌나 세게 움켜쥐었는지 하얀 장미들이 그녀의 손안에서 파르르 떨렸다.마침내 그녀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눈동자에는 아직 흘러내리지 않은 눈물이 가득 맺혀 있었다.수년 동안 그녀가 품고 있던 모든 감정이 한꺼번에 충돌하는 것 같았다.그녀는 숨 막힐 듯한 침묵을 깨며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나는…… 이 남자를 선택할 거예요.”그녀의 목소리는 숨소리보다 조금 클 뿐이었다.“……수년 동안 나를 기다려줬으니까요. 한 번도 나를 사랑하는 걸 멈추지 않았어요. 오늘이 오기를 바라며 기도하는 것도 멈추지 않았고요.”내 입꼬리가 천천히 내려갔다.누군가 내 가슴속까지 손을 집어넣고 심장을 움켜쥔 것 같았다. 숨이 막힐 정도로 세게 조여 와 심장이 뛰는 것조차 힘겨웠다.주머니 속에서 손가락을 꽉 말아쥐었다. 떨리는 주먹을 숨긴 채 나는 그녀를 바라봤다. 시선을 돌릴 수가 없었다.붙잡고 있던 희망이 하나씩, 하나씩 무너져 내렸다.목이 고통스럽게 조여 왔다.설마…… 니엘이 니코를 선택하는 건가?수천 가지 생각이 한꺼번에 머릿속을 휩쓸었다.그럼 왜 나한테 키스한 거야?어제는 왜 그런 눈으로 나를 바라봤는데?그게…… 작별 인사였던 건가?나는 입술 안쪽을 세게 깨물었다. 모든 본능이 당장이라도 달려 나가라고 소리
빈센트“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니코가 이를 악문 채 물었다. 목소리는 나에게만 들릴 만큼 낮았지만, 눈에 타오르는 분노만으로도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나는 조금의 동요도 없이 그의 시선을 마주하며 태연하게 미소 지었다.“내가 뭘 하려는 것처럼 보여?”니코가 대답하기도 전에 홀 곳곳에서 퍼져나가던 속삭임이 점점 커졌다.사람들은 더 이상 모르는 척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잠깐…… 저 사람 빈센트 헤일 아니야? 신부의 남편?”“무슨 소리야?”“못 들었어? 니엘이 5년 전에 사라졌잖아. 다들 죽은 줄 알았는데 살아 있었대. 그리고 빈센트가 니엘이 보낸 이혼 서류에 아직도 서명하지 않았다는 얘기도 들었어. 법적으로는…… 아직 부부라는 거잖아.”그 사실은 순식간에 홀 전체로 퍼져나갔다.“세상에…….”“그럼 이 결혼식은 대체 뭐야?”“아직 결혼한 상태인데 다른 남자와 약혼한 거야?”“믿을 수가 없네.”“지금 가면 안 되겠다. 어떻게 끝나는지 꼭 봐야겠어.”“대체 누구를 선택할까? 자신의 남편…… 아니면 그동안 그녀 곁을 지켜준 남자?”“이런 건 처음 보는데.”수많은 시선이 나와 니코 사이를 오갔다.테이블 아래에서 몰래 휴대폰을 들어 올리는 사람들도 보였다.심지어 연주자들마저 연주를 멈췄다.지금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건 평범한 결혼식보다 훨씬 더 극적인 일이었으니까.결국 니코의 인내심이 끊어졌다.“당장 여기서 꺼져.”그가 으르렁거리며 위협적으로 한 걸음 다가왔다.“지금.”나는 움직이지 않았다.대신 낮게 웃음을 흘렸다.“왜?”나는 여유롭게 물었다.“그녀가 나를 선택할까 봐 무서워?”니코의 턱 근육이 꿈틀거렸다.“무서워?”그가 차갑게 웃으며 되물었다.“내가 왜 무서워해야 하지? 네가 없는 동안 지난 5년을 내가 그녀 곁에서 보냈어. 그녀가 무너질 때 내가 붙잡아줬고, 대런도 그녀와 함께 키웠어. 난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정확히 알아.”나는 살짝 고개를 기울이며 그를 바라봤다.그
빈센트“결혼식에 참석하겠다고?”로난은 내가 완전히 미쳐버린 사람이라도 된 듯 나를 바라봤다. 입까지 벌어진 채 몇 번이나 눈을 깜빡이며, 내가 농담이라고 말해주기만을 기다리는 눈치였다.하지만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는 답답하다는 듯 두 손을 허공으로 치켜들었다.“보스, 진심이에요? 그건 미친 짓이라고요! 5년 동안 보스는 죽은 사람처럼 살았잖아요. 제대로 잠도 못 자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매일 그녀를 잃은 걸 후회했으면서요.”그가 어이없다는 듯 나를 바라봤다.“그런데 이제 그녀가 돌아왔는데, 그녀를 되찾으려고 싸우기는커녕 웃고 있잖아요? 혼자 앉아서 왜 그렇게 실실 웃고 있는 건데요…… 그리고 왜 자꾸 입술을 만져요?”로난이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훑었다.“보스…… 비 맞고 쓰러졌을 때 머리를 너무 세게 부딪친 거 아니죠?”나는 대답하지 않았다.대답할 수가 없었다.내 정신은 이미 니엘의 집 앞에 세워둔 차 안으로 돌아가 있었다.아직도 그녀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았던 감촉이 생생했다.내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그녀가 입을 맞추며 나를 침묵시켰던 순간도 선명했다.그 기억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았다.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손가락으로 입술을 쓸어보자 또다시 미소가 흘러나왔다.5년이었다.다시는 그녀를 품에 안을 수 없을 거라고 믿었던 시간.그녀를 영원히 잃었다고 스스로에게 수없이 되뇌었던 시간.그런데 그녀가 먼저 내게 입을 맞췄다.그녀가 스스로 나에게 키스하기를 선택했다.그 단 한 번의 순간만으로도 그녀의 죽음과 함께 완전히 꺼져버렸다고 생각했던 내 안의 무언가에 다시 숨이 돌아왔다.로난은 내가 위험한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아니…… 이건 정상이 아니야.”그가 과장되게 얼굴을 쓸어내렸다.“보스, 아무래도 그 열 때문에 뇌가 익어버린 것 같은데요. 의사 불러요? 다시 검사라도 받아보는 게 좋겠어요. 뭔가 확실히 이상해요.”나는 작게 웃었다.“로난.”“네?”“내 제일 좋은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