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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불완전

作者: 신도아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6-19 08:00:33

오후 4시. 아직 블루문이 오픈하지 않은 시각. 젊은 남자 바텐더가 한 손엔 장갑을 끼고 얼음 집게로 커다란 얼음을 꺼냈다. 이후 그는 능숙하게 아이스픽을 집어 들고 모서리를 깎아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투박했던 얼음은 완벽한 구형의 스피어 아이스로 변해있었다.

“루루, 벌써 다 끝낸 거야? 이제 나보다 능숙한걸”

제이의 말에 루루가 조용히 웃었다. 순백의 고양이는 온데간데없고, 그 자리에 서 있는 건 이제 스무 살 남짓 되어 보이는 청년이었다. 그가 손짓으로 무언가를 묻자 제이가 웃으며 대답했다.

“아직 완성되려면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아.”

제이는 반쯤 다듬어진 얼음을 들어 올렸다. 투명한 표면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던 제이가 무심코 진열장 쪽 거울을 힐끗 바라보았다.

“급하게 만들면 꼭 어딘가 금이 가더라.”

-

“저번에 말했듯이 이번 앨범 컨셉은 ‘불완전’으로 잡아봤어. 다들 뭐 생각해 온 거 있어?”

J가 서랍장 한구석에서 파일 하나를 꺼내오며 정하와 보라에게 물었다. 이내 가사지 하나하나를 펼쳐놓기 시작했다.

“‘불완전’이면 결핍인 거잖아. 그럼 앨범의 전체적인 트랙은 이별로 잡는 게 낫겠지?”

“그렇다고 모두 그런 식으로 가면 저번 앨범 컨셉이랑 겹쳐요. 오히려 ‘첫사랑’이나 ‘짝사랑’ 같은 주제를 섞는 것도 좋아 보여요.”

“아, 안 그래도 이번에 가사 미리 받아놓은 것 중에 괜찮은 거 있더라. 잠깐만.”

J가 파일철을 이리저리 들춰보곤 종이 한 장을 꺼냈다. ‘도화’라는 제목이 큼지막하게 쓰여있었다.

가사지를 유심히 읽어보던 정하가 무심코 보라를 바라봤다. 순간 보라의 눈빛이 미세하게 떨렸다.

“이거 누구 가사야?”

“몰라, 익명으로 들어왔어.”

정하는 의외라고 생각했다. 블루의 가사가 아닌 다른 가사가 먼저 눈에 들어올 줄은 몰랐다. 작사가의 이름이 적혀있지도 않았지만, 확실히 블루가 평소에 자주 사용하는 소재나 문체가 아니었다. 정하의 시선이 다시 보라에게 스쳤다. 그녀의 표정이 금세 돌아와 있었다.

“괜찮네. 쉽게 읽혀.”

“그치? 특히 난 이 부분, ‘내 마음에 조용히 피어나는 기억 그리고 기대’ 이 파트 마음에 들더라.”

“과하지가 않아서 좋네. 첫사랑 얘기인데도 담백해.”

정하는 가사를 다시 읽으며 내용을 곱씹었다. 보라는 그런 정하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어느새 가방에서 작업 노트를 꺼내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근데 이걸 타이틀로 하려고? 좋긴 한데 형한테 너무 파격적인 거 아니야?”

“솔직히 이제 좀 다른 스타일도 보여줄 때가 됐지. 정하 너 임마, 너도 뭔가를 하려면 나처럼 해야 해. 연애든, 일이든.”

J의 말에 진지하기만 했던 분위기가 조금 풀어졌다.

정하의 휴대전화가 번쩍였다.

“나 전화 좀 받고 올게. 미안.”

-

정하가 웃으며 작업실 밖으로 나왔다. 올해 입시를 준비하는 입시생 부모님의 전화였다.

“여보세..”

“선생님, 우리 다솔이 어떡해요? 성대결절이라는데”

전화를 건 학부모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 정하도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입시까지 반년도 안 남았다. 그런데 이 상황에 성대결절이라니. 정하의 목소리가 저절로 낮아졌다.

“다솔이는 지금 어떤 상태인가요, 어머님?”

한참의 통화를 끝낸 정하가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었다. 입시생 한 명의 꿈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저녁 바람이 제법 차가웠다. 그러나 바로 작업실로 들어갈 수 없었다. 오랜만에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는 담배 필터 속 캡슐을 이로 톡- 터트렸다. 라이터로 불을 붙이려던 순간, 본인도 모르게 하늘을 올려다봤다.

막 떠오른 달이 붉은빛을 머금고 있었다. 정하는 불이 붙지 않은 담배를 입에 문 채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달이, 슬퍼 보였다.

-

“보라야, 정하 어때?”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오빠?”

“내 생각엔 정하가 너 좋아하는 것 같은데, 넌 못 느꼈어?”

J가 입꼬리를 올리며 보라에게 물었다. 그러자 보라는 난처한 듯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저, 연애 안 하는 거 아시잖아요.”

보라가 부러 표정을 숨기는 것처럼 고개를 숙여 노트에 시선을 고정했다. 보라의 반응에 J가 ‘맞지’하며 아쉬운 듯 고개를 끄덕이던 참이었다. 본인 이야기가 오갔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심란한 얼굴의 정하가 작업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 다시 왔니 정하야!”

J가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그러나 정하는 웃지 않았다. 아니,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형, 나 몸이 안 좋아서 먼저 갈게. 미안. 죄송해요, 보라 씨.”

정하는 끝내 보라와 눈을 맞추지 않고 작업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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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셰이커에진 30ml, 블루큐라소 15ml, 엘더플라워 시럽 20ml, 레몬즙 10ml. 라벤더 시럽 5ml, 얼음을 넣고 가볍게 흔든다.미리 칠링해 둔 마티니 글라스에 탄산수 50ml를 천천히 부어 층이 퍼지게 만든다.월진분(月塵粉)을 소량 넣어준다문 플라워로 마무리 “‘문위스퍼’입니다. 조용한 감정을 깨우는 칵테일이죠. 어쩌면 조금 시끄러워질지도 모르겠네요.”크레센도 : 설렘의 울림 “달의 속삭임이라.. 무슨 뜻이죠?” “글쎄요, 받아들이기 나름이죠. 사랑 혹은 저주일수도요.” 칵테일은 정말이지, 아름다웠다. 마치 꽃이 보랏빛과 푸른색이 오묘하게 섞인 바다에 떠다니는 것 같았다. 사랑 또는 저주라는 말이 이해가 될 정도였다. 원래 그런 건 이 칵테일만큼이나 매혹적이니 말이다. “그럼 맛있게 드세요, 신사 숙녀 여러분.” 잔을 건네주곤 사장님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특히 정하를 향해 작게 입 모양을 움직이더니 진열장 안쪽으로 들어갔다. 무언가를 알려주는 것 같기도, 주문을 외우는 것 같기도 했다. “정말.. 예쁘네요.” 정하가 블루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블루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정하는 얼굴이 빨갛게 변했다. 칵테일을 말한 건지, 눈앞의 여자를 말한 건지 본인도 알 수 없었다. “아, 아니. 칵테일이요!” “아, 물론 블루님도 엄청 아름다우시고요..” 고장난 듯 횡설수설하는 정하를 보고 블루가 웃음을 터트렸다. “변명 안 하셔도 돼요. 그리고 저, 보라요. 본명 류보라예요.” “아..” 정하가 홀린 듯 감탄했다. 보라는 그런 정하가 재밌고, 좋은 사람 같았다. “일단 마실까요? 문위스퍼.” 보라가 먼저 잔을 들고 정하를 보며 눈짓했다. 한 모금 들이키니 향긋한 꽃향과 허브향이 입안으로 들어왔다. 생각보다 부드러웠다. 목 끝이 은은하게 뜨거워졌다. 적당히 달고 적당히 더운 어른의 맛이었다. “맛있네요.” “그래요?” 정하도 잔에 입을 가져다 댔다. 순간이었다. 둘은 낯선 기분을 느꼈다. 세상에 단둘만 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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