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2020년 여름.
화장실에서 돌아온 보라는 잠시 걸음을 멈췄다. 그날도 여전히 자리엔 캔커피 하나와 메모지가 놓여 있었다. ‘오늘도 아름다우시네요.’ 벌써 열일곱 번째였다. 내용은 평범했지만 보라에겐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늘 같은 시각, 같은 메모장이 남겨져 있었다. 처음엔 그냥 넘기려고도 해봤으나, 2주가 넘는 기간동안 이어진 쪽지를 무시하기란 쉽지 않았다. 매 순간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는 기분이었다. 누군지 확신할 순 없었다. 다만 짐작은 갔다. 매일 저녁, 자취방으로 향할 때면 보폭을 맞춰 걷는 발소리가 있었으니까. 발자국 소리를 의식하기 시작한 이후에는 두려움이 배로 늘어났다. 친한 남자 동기들에게 자취방 방향으로 같이 돌아가 달라고 애원하는 것도 한두번이었다. 계속 부탁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계속 스토킹을 당할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경찰에 신고를 해봤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확실한 피해를 당한 게 아니라면 도와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내용뿐이었다. 집 밖으로 나가지 않은 적도 있다. 그 때문에 다니던 아르바이트도 그만뒀다. 하지만 그것 역시 소용이 없었다. 결국 보라는 대외활동도, 학업도 포기했다. 바로 다음 학기 휴학계를 내고 본가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학업을 중단하고 본가로 돌아온 자신에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부모님의 반대도 무릅쓰고 진학한 학교였다. 보라는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심한 상실감과 공포가 몰려왔다. 그렇게 은둔 생활을 반 년여간 했다. 그랬던 그녀가 가사를 쓰게 된 건 우연한 계기였다. 가끔 연락만 주고받던 학교 선배가 주선해 준 ‘J 컴퍼니’와의 미팅 덕분이었다. 그렇게 보라는 처음 가사를 써봤다. 그녀의 첫 작품이 바로 J의 정규 2집 타이틀곡 ‘가을이 지면’이었다. - “안녕하세요, 보라 씨.” 보라는 요즘 카페에 들어오기 전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정하가 신경 쓰였다. 꼭 자신에게 건넬 인사를 몇 번이나 연습하는 것처럼 보였다. 같은 학교, 같은 동네. 우연이라기엔 겹치는 것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더욱 두려웠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그것이 정하와의 관계를 더 얄팍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물론, 정하는 좋은 사람이라는 걸 보라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정하와 가까워질수록 6년 전 그 일이 더욱 선명하게 기억났다. 보라가 생각에 잠겨 있는 순간, 카페의 문이 열리고 그가 들어왔다. “저 왔어요, 보라 씨. 이 카페가 원두를 좋은 걸 쓰나 봐요. 너무 맛있어서 계속 생각나더라고요. 하하..” 어색하게 말을 이어가는 정하를 보자 보라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학번 차이가 나긴 하지만 알려면 충분히 서로에 대해 알 수 있는 루트가 많았다. 학교 선후배와 같은 겹지인. 교수님, 같은 음악계통 사람들까지. “아, 네. 아메리카노 드릴까요?” “네, 10잔 포장이요. 학원 쌤들이랑 같이 마시려고..” “금방 준비해드릴게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보라도 알고 있었다. 정하가 자신과 이 몇 마디를 나누기 위해서 평소보다 30분이나 일찍 출근한다는 것을. 카페 안으로 들어오기 전에 휴대전화 카메라로 본인의 상태를 확인한다는 것까지. 정하가 싫은 건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그런데 왜 자꾸 경계하게 될까. 보라가 커피를 내리는 동안 생각했다. 아마도 들키고 싶지 않은 무언가들 때문이겠지. 정하에 대해 알면 알게될수록 보라는 무서워졌다. “아메리카노 10잔 나왔습니다.” 정하에게 무언가 이야기 하고 싶었다. 고맙다, 미안하다, 혹은 오늘도 힘내라. 머릿속에만 맴도는 그 한마디를 오늘도 보라는 삼켰다. 아쉬운 표정으로 출근하는 정하를 바라만 볼 뿐이었다. - “이번 앨범 트랙 구성을 대충 잡아봤어. 이게..” 보라는 회의도 집중이 되지 않았다. 정하의 표정을 살폈다. 평소의 어리숙함은 없고 진지한 프로듀서의 모습이었다. 아침에 인사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한 게 자꾸 떠올랐다. “보라야, 너는 어떻게 생각해?” “네?” “뭐야, 여태 안 듣고 있었어? 너 무슨 일 있니?” J가 걱정스레 보라에게 물었다. 정하의 시선도 보라에게 향했다. 보라도 정하를 돌아보다가 이내 어색하게 고개를 다시 돌렸다. “아, 아니요.. 그냥 좀 피곤해서..” “그래? 그럼 좀 쉬었다가 할까?” 제이가 작업실을 나가고, 보라와 정하만 남았다. 보라는 일부러 헛기침을 몇 번 했다. “보라 씨, 혹시 제가 뭐 잘못했어요?” “네? 아, 아니요.. 프로듀서님이 무슨..” “그럼 내가 불편한 건가.” 보라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아니라고 이야기 하고 싶었지만 그렇다면 본인이 왜 이러는지 설명할 자신이 없었다. “맞구나. 걱정하지 마요. 보라 씨가 싫다고 하면 저도 더 안 다가가요.” 보라의 표정을 살피던 정하가 먼저 대답했다. 어딘가 씁쓸한 눈빛이었다. 말을 마치자 정하가 부러 웃으며 휴대전화를 들어 보였다. “잠시 통화 좀 하고 올게요.” 정하는 보라를 향해 짧게 웃고는 밖으로 나갔다. 보라 혼자만이 작업실에 남았다. 손에 쥔 컵을 괜히 만졌다 놓았다를 반복했다. 그리곤 멍하니 정하가 나간 문 쪽을 바라보았다. - ‘선생님, 우리 다솔이 이번 입시는 아무래도 포기해야 할 거 같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정하가 문자를 확인했다. 한숨이 나왔다. 담배 개비를 물고 라이터를 꺼냈다. “야 임마, 넌 가수랑 작업하면서 담배를 피우냐?” “....” “새끼가 매너가 없어.” J가 정하의 입에 물린 담배를 뺐었다. 정하는 성질을 내볼까 잠시 고만하다가 하는 수 없이 라이터를 주머니에 도로 집어넣었다. “무슨 일 있냐? 혹시 보라 때문에?” “아니야, 그런 거.” “아니긴. 생각 정리 조금만 하고 들어와라.” J가 다시 작업실로 들어가고 정하만 남았다. 정하의 표정과는 다르게 달이 찬란하게 빛났다.8월 중순. 길고도 숨 가빴던 작업이 마침내 끝을 맺었다. 마지막까지 수십 번의 수정과 녹음을 반복한 끝에, 비로소 하나의 앨범이 완성됐다. 모두가 지칠 만큼 긴 시간이었지만 누구 하나 포기하지 않았다.J의 타이틀곡 ‘문플라워’는 예상보다 훨씬 큰 사랑을 받았다. 공개직후 각종 음원차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더니 결국 3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방송국과 잡지사는 물론, 라디오와 유튜브까지 인터뷰 요청을 보내왔고, J의 스케줄 표는 빈칸을 찾기 어려울 만큼 빼곡해졌다.한편 정하와 보라는 조금씩 더 가까워졌다. 예전처럼 괜한 오해로 마음을 숨기지도 않았다. 기쁜 일이 있으면 가장 먼저 서로를 찾았고, 힘든 일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기대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함께 걷는일도, 함께 밥을 먹는 것도 어느새 특별한 약속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이 되었다.-“뭔가 허전하지 않아요, 오빠?”이상한 건 블루문에 대한 기억을 정하만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보라는 블루문에 대한 모든 기억을 잊은 듯 행동했다.손을 잡고 걸어가던 정하와 보라가 어디엔가 멈춰섰다.“왜요 오빠?”정하는 블루문이 있던 자리를 빤히 쳐다보았다. 간판이 걸려있었을 법한 자리에는 빛바랜 별만 남아 있었고, 창문 역시 오래전부터 비어 있었던 것처럼 조용했다. 처음부터 그런 공간이었던 것처럼 블루문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그냥, 익숙한 느낌이 들어서..”정하는 말을 흐렸다.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한 보라가 정하에게 물었다.“J님이 이따 조촐하게라도 1위 기념 파티하자는데, 갈거죠?”“음, 가야지.”보라는 휴대전화를 내려다보며 웃음을 터뜨렸다.“단체방에 아까부터 계속 사진 올라오고 있어요. J님, 벌써 케이크까지 예약했다는데요?”“형 답네.”정하의 대답에 보라가 싱긋 웃었다.“그런데요, 오빠”“응?”“문플라워 있잖아요.”정하의 시선이 보라에게 향했다.“노..래 말하는 거지?”“네. 이상하게 제가 직접 쓴 가사인데도 어떤 마음으로 썼는지가 잘 기억이 안 나요.
급히 집으로 돌아온 정하와 보라는 문플라워부터 찾았다. 문플라워가 시든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지만 그대로 시들게 두면 안 될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제이의 반응이 가장 신경 쓰였다.“다행히 우리 꽃은 시들진 않았네.”정하가 창틀에 올려놓은 문플라워를 보며 안심했다.“그런데 블루문의 문플라워는 왜 다 시들었을까요?”“일단 가봐야지.”둘은 블루문으로 향했다.-“사장님 저희 왔어요.”“아, 오셨어요!”정하와 보라가 블루문 안으로 들어왔다. 제이는 시든 꽃가지들을 정리 중이었다.“저희가 가지고 있는 문플라워는 문제가 없었어요. 왜 이곳의 꽃만 시들게 된 걸까요?”“아무래도 이곳의 시간이 다해가는 모양입니다. 블루문의 영업도 곧 끝을 맞이하니, 문플라워도 함께 생을 마친 것이 아닐까.. 저도 그렇게 짐작만 하고 있습니다.”“그렇군요..”“사실 오늘 두 분을 뵙고 싶었던 이유는, 두 분이 거울 속에서 무엇을 봤는지가 궁금하기 때문입니다.”제이의 물음에 정하와 보라는 입을 다물었다. 제이는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걸까, 어디부터 궁금한 걸까. 알 수가 없었다.“음악 작업은 다행히 잘되고 있는 것 같더군요.”“그걸 어떻게..”“꽃과 거울은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거든요.”“두 분이 무엇을 보셨는지는 몰라도, 무엇을 깨달았는지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습니다.”제이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바 테이블 위에 놓인 빈 잔 하나를 천천히 닦기 시작했다. 늘 그래왔듯 익숙한 손놀림이었다. 잔 표면을 스치는 부드러운 천의 소리만이 조용한 블루문 안을 채웠다.보라는 무심코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치 마지막을 암시하듯 공간은 무언가로 차 있으면서도 공허함을 감추지 못했다.“꽃들도.. 마지막이라는 걸 알고 있었던 걸까요?”보라의 작은 중얼거림에 제이가 방긋 웃었다.“사람은 늘 끝을 두려워하지만, 모든 끝이 불행한 것은 아닙니다.”그는 시든 문플라워 하나를 집어 들었다.“꽃은 필 때를 알고 질 때를 압니다. 억지로 붙잡는다고 다시 피어나는 법은
진행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됐다.“지금 그렇게 부르면 사비랑 벌스랑 차이가 별로 없어요. 다시.”“발음이 계속 씹히네. 자음이 좀 더 들렸으면 좋겠는데.”정하의 디렉팅은 여전히 정확했고,“야, 형 목 나가겠다. 이 정도 했으면 좀 봐줘.”J의 엄살은 심해졌다.-“지금도 충분히 좋은데요?”보라가 조심스럽게 거들자 정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좋은 거랑 완벽한 결과물인 건 달라요.”“들었지 보라야? 저 새끼는 눈물도 없는 새끼야.”J가 마이크 너머로 투덜거리자 정하가 피식 웃었다.“편의 봐주다가 망하는 것보다 낫지 않아? 형 대중들의 무관심 한 번 받아볼래?”“..한다, 해! 말을 저렇게 재수 없게 해요.”녹음실 안에는 웃음이 번졌다. 며칠 전의 무거운 분위기가 무색할 만큼 편안한 공기가 흘렀다.그때 정하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발신인의 이름을 보자 정하의 표정이 아주 잠깐 굳었다.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왔어요. 문플라워.”제이의 미소가 아주 천천히 번졌다.“예상보다 빨리 오셨네요. 이번에는 시들지 않았나 봐요. 다행입니다.”제이의 안도 섞인 말에 정하와 보라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문플라워의 꽃말이 뭔지 아세요?”제이는 그런 둘의 반응을 이해한다는 듯이 태연하게 위스키 글라스의 물기를 닦으며 물었다.“안 그래도 인터넷에 검색해봤어요. 아무 정보도 안 나오던데요.”보라가 대답했다. 보라는 이미 처음 문플라워를 받았을 때부터 그것이 그냥 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제이가 작게 웃었다.“당연합니다. 인간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꽃이니까요.”“....”“그래서 꽃말도 기록되어 있지 않은 겁니다.”잠시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던 제이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하지만 블루문에서는 오래전부터 하나의 의미로 불려왔죠.”“그게..
집 안은 여느 때와 다를 것 없이 평온했다. 은은한 조명이 거실을 비추고 있었고, 식탁 위에는 보라가 마시다 만 차 한 잔이 아직 김을 내뿜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경찰서에서 마주했던 것과는 다른 공기였다. 그러나 이상하게 가벼워져야 할 마음은 쉽게 가벼워지지 않았다. 가사를 훔친 범인이자 오랜 시간 보라를 괴롭힌 스토커가 아주 가까이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녀는 무슨 반응을 할까.아무것도 모르는 보라가 정하를 반겼다. 조금 전에 J와 함께 민석을 경찰서에 넘기고 온 정하가 애써 웃으며 보라 옆에 앉았다.“무슨 일 있어요? 표정이 안 좋은데..”보라의 물음에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잡혔어, 가사 훔친 놈. 그리고, 너를 여태 괴롭힌 스토커까지.”“....”꽤나 놀랄만한 이야기였지만 보라는 의외로 담담했다.“그래요?”그녀의 얼굴이 씁쓸해졌다. 마치 알고 있었던 것처럼 크게 놀라지도 않았다.“알고 있었어?”“대충.. 제가 대학 다닐 때 잃어버린 오르골을 민석 씨가 가지고 있더라고요.”“근데 왜 말 안 했어?”“확실하지 않으니까..”
정하가 긴장이 되는 듯 숨을 골랐다. 미친 짓이라고도 생각했다. 꽃을 들고 거울 앞에 서면 진실을 알게 된다는 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믿기지 않았다.“세상에는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일도 많으니까..”그는 스스로를 다독이는 것처럼 중얼거리며 문플라워를 든 채 화장실 거울 앞에 섰다.“디스토션님이 정말 보라에게 위험한 사람일까?”그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는 순간이었다.꽃잎이 하나둘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마침내 마지막 꽃잎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주변 공기가 무거워졌다. 등줄기를 타고 서늘한 감각이 스쳐 지나갔다.정하는 선뜻 거울을 바라보지 못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만약 제이의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부터 보게 될 건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 보라가 감춰왔을 진실일지도 몰랐다. 손끝에 식은땀이 맺혔다. 그는 마른 침을 삼킨 뒤 천천히 시선을 들어 거울을 바라봤다.순간적으로 거울을 바라본 정하는 믿을 수 없었다.거울 속에는 불안에 떨며 자취방으로 들어가는 보라의 모습이 비쳤다. 익숙한 대학가 골목이었다. 우편함에 꽂힌 편지를 발견한 보라는 잔뜩 굳은 얼굴로 주변을 몇 번이고 살핀 뒤 조심스레 편지를 꺼냈다.정하는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보라는 얼마나 두려웠을까. 편지 한 장을 꺼내는 짧은 순간에도 주변을 몇번이고 살피던 모습이 가슴을 짓눌렀다.장면이 바뀌었다.이번에는 ‘타임캡슐’이라고 적힌 편지를 들고 경찰서를 찾은 보라가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건네는 장면이었다.경찰은 무언가를 적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보라의 표정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정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답답했다.또다시 장면이 바뀌었다.결국 학교를 떠나 본가로 돌아가는 보라. 작은 캐리어 하나를 끌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걸어가는 뒷모습이 유난히 쓸쓸해 보였다.그런데 세 장면에는 모두 보라 말고 또 다른 존재가 있었다.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는 검은 그림자. 모든 장면이 테이프를 거꾸로 되감
오후 4시. 아직 블루문이 오픈하지 않은 시각. 젊은 남자 바텐더가 한 손엔 장갑을 끼고 얼음 집게로 커다란 얼음을 꺼냈다. 이후 그는 능숙하게 아이스픽을 집어 들고 모서리를 깎아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투박했던 얼음은 완벽한 구형의 스피어 아이스로 변해있었다. “루루, 벌써 다 끝낸 거야? 이제 나보다 능숙한걸” 제이의 말에 루루가 조용히 웃었다. 순백의 고양이는 온데간데없고, 그 자리에 서 있는 건 이제 스무 살 남짓 되어 보이는 청년이었다. 그가 손짓
셰이커에진 30ml, 블루큐라소 15ml, 엘더플라워 시럽 20ml, 레몬즙 10ml. 라벤더 시럽 5ml, 얼음을 넣고 가볍게 흔든다.미리 칠링해 둔 마티니 글라스에 탄산수 50ml를 천천히 부어 층이 퍼지게 만든다.월진분(月塵粉)을 소량 넣어준다문 플라워로 마무리 “‘문위스퍼’입니다. 조용한 감정을 깨우는 칵테일이죠. 어쩌면 조금 시끄러워질지도 모르겠네요.”크레센도 : 설렘의 울림 “달의 속삭임이라.. 무슨 뜻이죠?” “글쎄요, 받아들이기 나름이죠. 사랑 혹은 저주일수도요.” 칵테일은 정말이지, 아름다웠다. 마치
“싫어, 안 해. 귀찮아.” J의 정식 제안을 듣기도 전에 정하는 J가 전화를 받자마자 거절 의사부터 밝혔다. 그러나 정하의 그런 반응을 예상한 건지, 전혀 당황하지 않은 J였다. “이번에 블루도 앨범에 참여하기로 했는데?” 순간 ‘블루’라는 이름이 정하의 귓가에 꽂혔다. 볼멘소리를 하려던 기색을 감추고 잠자코 J의 말을 들었다. “너 블루 한 번도 본 적 없다며. 심지어 너 블루가 쓴 가사라면 네가 평소에 극혐하는 아이돌 노래라도 다 찾아 듣잖아.” ‘블루’ 두 글자에 정하의 마음이 뛰기 시작했다. 귀찮기만 했던 J의 프
“안녕하세요, 우정하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짧은 자기소개 후 박수가 이어졌다. 정하는 쑥스러운 듯 머리를 한 번 긁적이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정하 씨, 우리는 여기서 본명 안 써요.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잔 의미에서? 그러니까 우리 플랫님 이름은 잊어줄게요? 콜?” “아, 네!” 낯선 분위기 속 누군가 정하에게 설명했다. “그럼, 우리 이름도 알아야겠죠? 전 디스토션이에요.” “저는 4분의 4박자.” “피아노맨입니다.” 모두가 웃으며 본인의 닉네임을 소개했다. 디스토션, 4분의 4박자, 피아노맨.. 각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