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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5화

Author: 오월이
무언가 느낀 듯 희정도 택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두 여자의 눈길이 허공에서 맞부딪쳤다.

희정은 천천히 길가 쪽으로 걸어갔다.

택시 뒤에 고급 세단 한 대가 멈춰 서 있었다.

운전기사가 먼저 내려서 뒷문을 열어 주었다.

“희정 아가씨, 타십시오.”

희정은 턱을 살짝 들어 올린 채, 해인이 타고 있는 택시를 한 번 훑어봤다.

눈길 끝에는 업신여기는 기색이 살짝 묻어 있었다.

‘무슨 처지길래 전담 기사 하나 없지.’

‘유호가 아주 끔찍하게 챙기는 건 아닌가 보네.’

금세 시선을 거둔 희정은 기사에게 웃으며 말했다.

“기사님, 일부러 안 기다리셔도 된다니까요. 너무 늦었는데 저는 택시 타고 가도 돼요.”

기사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밤에 택시는 위험합니다. 회장님이랑 사모님께서 아시면 더 걱정하실 겁니다.”

희정은 일부러 목소리를 조금 높였다.

마치 누가 들으라고 그러는 듯한 말투였다.

“그래요. 엄마 아빠가 저를 제일 아끼잖아요.”

택시는 곧 출발했다.

해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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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74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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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747화

    “나 잘하지? 서진 형이랑 비교하면 어때? 응? 충분히 좋아?”“형수, 소리 좀 내 봐. 참지 말고 좋으면 좋다고 해. 듣고 싶어.”“...”곧 영상 속에서 여자가 억누르듯 흘리는 낮은 신음이 들려왔다.서진은 온몸에 전기가 흐른 사람처럼 굳어졌다. 등줄기를 타고 서늘한 기운이 번졌다.희정의 목소리였다.화면이 크게 흔들리더니 각도가 바뀌었다. 핸드폰 렌즈는 천장을 향했고 영상은 전보다 더 심하게 흔들렸다.둘이 침대로 자리를 옮긴 모양이었다. 화면에는 건훈의 얼굴이 선명하게 잡혔다. 흥분한 웃음을 띤 얼굴과 이마에 맺힌 굵은 땀방울까지 보였다. 땀 한 방울이 마침 핸드폰 위로 떨어졌다.서진은 심장까지 마비된 듯했다. 머릿속은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을 만큼 새하얗게 비었다.영상 소리가 너무 컸던지 길을 오가던 사람들이 서진을 변태 보듯 흘겨봤다.대낮 길거리에서 성인 영상을 틀어 놓고 있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집에 가서 혼자 보면 될 일을 왜 여기서 이러나 싶었을 것이다.서진은 그런 시선을 전혀 느끼지도 못했다. 입술은 일자로 굳었고 얼굴에서는 핏기가 빠졌다. 다리에 힘이 풀려 제대로 서 있기도 어려웠고,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다.서진은 뒤늦게 영상 촬영 날짜를 확인했다. 자신과 희정이 결혼식을 올린 바로 그날이었다.배경은 누가 봐도 건훈의 집이었다.촬영 시각까지 확인하자...그날 서진은 희정을 신혼집에 데려다준 뒤 결혼식장 화재를 수습하러 갔다. 그 사이 희정은 건훈의 집으로 달려가서 기어이 자신을 배신한 것이었다.서진은 비틀거리다 온몸에 힘이 빠져서 그대로 쪼그려 앉았다.희정은 건훈이 자신과 가까운 친척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이런 짓을 한 가야? 대체 왜 이렇게 된 거지?’서진은 자신이 희정에게 부족했던 건지, 자신이 만족시켜 주지 못했던 건지까지 생각하기 시작했다.이제야 건훈이 며칠이 멀다 하고 희정에게 전화를 건 이유도, 친절한 척 고기며 먹을거리를 보내 준 이유도 이해됐다.차장섭이 죽던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746화

    “네 생일!”희정의 하얀 볼에 옅은 홍조가 돌았다. “생일 선물을 좀 준비하고 싶은데, 네가 따라오면 재미없잖아.”‘생일이라니?’도망 다니느라 정신이 없어서 서진은 완전히 잊고 있었다.핸드폰을 꺼내 달력을 확인해 보니 오늘이 정말 자기 생일이었다.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럼 혼자 읍내에 다녀와. 대신 도움이 필요하거나 이상한 낌새가 보이면 바로 빠져나와. 절대 신분을 들키면 안 돼.”아직 두 사람은 수배 중이었다. 이곳이 작은 동네라 세상 돌아가는 소식에 둔할 수는 있어도, 오히려 좁은 곳이라 더 위험할 수도 있었다.희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두 사람의 이야기는 그렇게 정리됐고, 희정은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혼자 병원에 가서 아이만 없애면, 건훈과 있었던 일도 끝까지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아침 식사를 마친 희정은 혼자 읍내 병원으로 향했다....서진은 집에 남아 뜯지도 않은 임신 테스트기를 바라보며 멍하니 앉아 있었다.머릿속은 복잡했지만 직접 확인할 용기는 나지 않았다.정말 희정이 임신한 거라면 왜 시기가 맞지 않는 걸까...서진은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다른 일을 찾아 움직였다.‘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자.’‘요즘 우리 사이가 좋잖아. 그거면 됐어.’그때 침대 위에 놓인 핸드폰이 울렸다.서진이 눈썹을 찌푸렸다. 가까이 가서야 희정의 핸드폰이라는 걸 알아챘다.신분을 감추려고 요즘은 물건도 현금으로만 샀으니 핸드폰을 꼭 들고 다닐 필요도 없었다.희정이 핸드폰을 두고 간 모양이었다.화면에 뜬 발신자를 확인하자 서진의 눈빛이 달라졌다. 또 건훈이었다.서진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이상했다.분명 어딘가 이상했다.‘건훈이 계속 희정을 귀찮게 하는 건가?’‘왜 며칠이 멀다 하고 전화를 해 오는 거지?’서진이 아는 것만 해도 벌써 두 번째였다.서진이 받지 않자, 전화는 끝까지 울리다 자동으로 끊어졌다.서진은 생각에 잠긴 채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그러다 얼마 전 집으로 보내온 닭과 오리, 생선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745화

    서진이 집에 돌아왔을 때 희정은 여전히 깊이 잠들어 있었다. 곁에서 움직이는 소리에 희정이 천천히 눈을 떴다.“응? 밖에 나갔다 왔어? 어디 갔었어?”희정의 가슴께에는 조금 전 서진이 남긴 붉은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 있었다.서진은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잠이 안 와서 좀 걷고 왔어.”희정도 크게 생각하지 않고 나른하게 웃었다. “내가 덜 열심히 했나 봐. 아직 밖에 돌아다닐 힘이 남아 있네.”희정은 서진의 목을 끌어당기면서 먼저 입을 맞췄다.서진의 뜨거운 숨이 희정을 감쌌다. 그때 서진이 갑자기 물었다. “저녁에 읍내 갔었어?”키스에 몰입해 있던 희정은 머리 위로 찬물이 쏟아진 듯 굳어졌다.곧 정신을 차리고 본능적으로 부정했다. “아니. 왜 갑자기 그런 걸 물어?”서진은 태연하게 말했다. “별거 아니야. 여기만 있으면 심심할까 봐. 읍내 가고 싶으면 나한테 말해. 같이 가 줄게.”두 사람 모두 서로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밤은 길었다. 방 안에서는 끊이지 않고 은밀한 소리가 이어졌다. 서진은 전보다 훨씬 더 격렬하게 희정을 안았다. 마치 가슴에 쌓인 모든 감정을 몸으로 쏟아 내고 싶은 사람 같았다.희정 역시 자신의 다정함으로 서진의 뜨거운 감정을 모두 받아 주려고 했다.그날 밤 내내 낡은 침대가 계속 삐걱거렸다....다음 날.서진이 아침을 준비하고 있는데 방 안에서 헛구역질 소리가 들렸다.서진은 입술을 꾹 다문 채 모르는 척 손에 든 일을 계속했다.희정은 바깥의 서진이 들을까 봐 소리를 죽이며 몇 번이나 헛구역질을 했다.하지만 마음은 점점 불안해졌다. 며칠째 같은 증상이 반복됐다. 이 정도면 임신이 아니라는 게 더 이상했다.그런데 읍내 약국에서는 임신을 중단시키는 약은 처방전 없이 팔지 않았다. 결국 시간을 내 병원에 가서 뱃속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 같았다.메스꺼움이 조금 가라앉자, 희정은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밖으로 나와 서진의 허리를 뒤에서 끌어안았다.“또 나 먹으라고 아침 만드는 거야? 우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1화

    달빛이 서늘하게 식어 있었다.버려진 제약 공장 안, 강해인의 몸은 거칠게 꼬인 밧줄에 묶여 있었다.차갑고 단단한 콘크리트 벽에 기댄 채, 여자의 가느다란 손목은 높이 들어 올려진 채 벽에 고정돼 있었다.그리고 뒤에서 다가온 남자가 해인의 허리를 움켜쥐었다. 얇은 여자의 허리가 남자의 손아귀 안에서 움츠러들었고, 남자의 입가에는 음습한 웃음이 걸려 있었다.“강해인 씨. 아무도 몸값을 들고 안 오면, 그땐 미안하지만 말이야.”해인의 뒤쪽에서 벨트를 푸는 소리가 울렸다. 그 소리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차리는 순간, 해인의 심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7화

    해인은 말문이 막혔다.오늘의 유호는 그날의 단정한 군복 차림과는 전혀 다른 인상이었다. 해인 앞에 있는 유호는 검은 셔츠의 단추를 풀어 헤친 상태였고, 언뜻 드러나는 가슴 근육의 선이 거친 생기를 더했다.해인이 앉은 자리에서는 그 모습이 또렷하게 보였다.‘음... 한유호... 몸은 정말 좋네...’유호가 고개를 살짝 돌리며 별생각 없는 듯 물었다.“손은 왜 다쳤어?”해인은 멈칫했다. 고개를 숙이고서야 언제 그랬는지 모를 새, 유리컵에 베인 손바닥에서 선혈이 번져 나온 것을 알아챘다.입술을 살짝 다문 해인은 손등을 위로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6화

    해인은 뒤로 밀리면서 중심을 잃었다.태겸은 뒤쪽에서 급히 끼어들었고, 그때의 반동으로 깨진 유리컵의 날이 해인의 손바닥을 파고들었다.손끝에서 전해지는 통증이 너무나 선명해서 해인은 미간을 찌푸렸다.예주 앞을 가로막고 선 태겸이 난처한 표정으로 해인을 바라봤다.“이게 뭐 하는 거야? 예주는 내가 부른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 있어?”그 말을 듣자 해인은 쥐고 있던 컵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눈가가 젖은 채 태겸을 향해 말했다.“내가 난리야? 고태겸, 하예주가 방금 무슨 말을 했는지 한 번이라도 들어볼 생각은 있어?”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5화

    말을 꺼낸 사람은 윤준이었다.태겸의 오래된 친구였고, 오늘 이 자리를 만든 당사자이기도 했다.윤준이 웃으며 말했다.“무슨 일이 있든 오늘만큼은 잠깐 접어 둬. 오늘은 내 여자친구 생일이잖아. 내 체면 좀 세워줘.”곧바로 맞장구가 이어졌다.“맞아. 태겸이 마음속엔 늘 해인 씨밖에 없는 거 다들 알잖아. 둘 사이가 얼마나 좋은데. 해인 씨랑 조금만 삐걱해도, 나중에 태겸이 술 취하면 친구들 붙잡고 난리 나는 거 다들 봤잖아.”“야, 그런 소리 하지 마. 태겸이 언제 울어. 술병 안고 ‘여보, 사랑해’만 반복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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