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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7화

Author: 오월이
그때 도수희는 병색이 짙었다.

입술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고, 온몸에 기운이라고는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아 보였다.

겨우 마흔을 조금 넘긴 나이였는데도, 겉모습은 쉰을 훌쩍 넘긴 사람처럼 보였다. 머리카락도 반백이 되어 있었다.

조수경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대체 자기와 도수희 사이에 무엇이 그렇게 달랐는지.

조수경은 집안도 도수희보다 나았고, 생김새도 더 빼어났고, 받은 교육도 더 좋았다.

자기관리에 들인 시간도 많아서 여전히 젊고 단정한 모습을 유지했다.

조수경과 도수희가 나란히 서 있으면, 마치 서로 다른 시대에서 온 두 사람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런데도 조수경은 그 오랜 세월 동안 차장섭의 마음을 한 번도 얻지 못했다.

조수경이 그 사실을 받아들일 리 없었다.

조수경은 병원에서 크게 소란을 피웠다.

도수희는 병실에 더 머무르지 못하고 급히 퇴원해야 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온 뒤, 차장섭은 조수경과 크게 다퉜다.

차장섭은 조수경이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를 괴롭혔다고 몰아세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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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안은 병원 입원 병동 복도에서 태상이 지도교수와 거칠게 언성을 높이며 다투는 모습을 보았다.실험실은 R국에 있었고, 태상이 쓰는 말도 R국어였다. 지안은 그 말들을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했다. ‘대체 무슨 일이지?’통화를 끊은 뒤, 지안이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무슨 일 있어? 왜 그렇게까지 흥분한 거야?”태상은 원래 누구하고도 잘 지내는 사람이었다. 평소에 화를 내는 일도 거의 없었다. 적어도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지안이 알기로 태상은 누군가와 저렇게 심하게 부딪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별거 아니야.”태상은 더 말하고 싶지 않다는 기색이 뚜렷했다. 머리가 아픈지 미간까지 살짝 찌푸리고 있었다.“지도교수님이랑 의견이 좀 안 맞았어.”지안은 태상이 외국에서 연구를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태상은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곧장 지도교수의 실험실로 들어갔다. 그 자리도 야마모토 교수가 태상을 강력하게 추천해서 성사된 것이었다.지안이 집으로 돌아가려 하자 태상이 말했다.“먼저 가. 난 처리할 일이 좀 있어.”지안이 차에 오르는 걸 끝까지 지켜본 태상은 굳은 표정으로 병원 최상층에 있는 사무실로 향했다. 문 앞에 멈춰 선 태상이 손등으로 문을 두드렸다.“들어와.”서진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태상과 시선이 마주쳤지만, 태상이 찾아올 걸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조금도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서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야마모토 교수님한테 이미 전화는 받았겠지. 난 칩의 각종 데이터를 계속 모니터링할 팀이 필요해.”“듣자 하니 너는 해외에서 원래 그 일만 맡아 왔다며. 그래서 교수님이 이 일을 너한테 넘긴 거야.”서진과 태상은 동갑이었다. 두 사람이 같은 고등학교를 다녔지만, 같은 반은 아니었다. 서로 얼굴만 아는 사이고 가깝다고 할 수는 없는 사이였다.태상은 불과 몇 분 전에서야 서진이 자기 지도교수인 야마모토 교수에게서 거액을 주고 칩을 사들였고, 그 칩을 멀쩡한 사람의 뇌에 이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방금 전 태상이 지도교수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350화

    태겸의 핸드폰이 쉴 새 없이 울렸다.메시지도 계속해서 쏟아졌다.태겸이 화면을 열어 확인해 보니, 대현이 조금 전 병실에서 벌어진 일을 그대로 단톡방에 올려 버린 것이다.해인이 병실까지 찾아와 꽃다발을 내던졌고, 태겸과 완전히 선을 그어 버렸다는 내용이었다.단톡방에는 구경하듯 반응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온갖 이모티콘과 짤이 올라오고 있었다.태겸에게는 그 모든 반응이... 말 없는 조롱처럼 느껴졌다.태겸은 눈을 감은 채 힘이 다 빠진 사람처럼 병상에 축 늘어졌다.마지막 기운마저 모조리 빠져나간 기분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지안이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지안은 며칠 동안 태겸을 보러 올 때마다 계속 문 앞에서 막혔다.아니면 고씨 가문 사람들이 안에 있어서 지안이 모습을 드러내기 곤란한 때도 있었다.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 아무도 지안을 막지 않았다.몇 분 전, 지안도 단톡방에 올라온 내용을 이미 보고 온 참이었다.지안은 무슨 말이든 위로를 건네 보려 입을 떼려 했다.그런데 태겸이 담담한 눈으로 지안을 한번 보더니, 먼저 입을 열었다.“가.”“태겸 씨, 나...”태겸이 바로 말을 끊었다.“나는 처음부터 너를 진지하게 생각한 적 없어. 그냥 네 감정을 가지고 놀았을 뿐이야. 그걸 아직도 모르겠어?”지안의 눈가가 금세 붉어졌다.그런데도 지안은 오히려 태겸을 감쌌다.“내 감정 가지고 논 게 아니야. 그냥 강해인 때문에 너무 흔들려서 길을 잃은 거지. 나도 알아.”“너희가 헤어진 뒤로 네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너희는 워낙 오래됐잖아. 난 그 정도는 이해할 수 있어. 그래도 세상에 여자는 강해인 하나만 있는 건 아니야.”태겸은 어이가 없었다. 저렇게까지 분명하게 말했는데도, 지안은 정말 못 알아듣는 건지, 아니면 일부러 못 알아들은 척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태겸이 지안을 보며 물었다.“나랑 그렇게까지 함께 있고 싶어?”지안은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태겸이 다시 말했다.“그런데 내가 평생 결혼 안 하겠다고 하면? 그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349화

    해인은 태겸에게 이토록 모진 말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이번 일로 두 사람은 완전히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셈이었다.태겸은 단호하게 돌아서는 해인의 뒷모습을 오랫동안 바라봤다.해인이 복도 끝으로 사라질 때까지도 태겸의 시선은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마치 넋이 빠져나간 사람 같았다.승아도 태겸을 매섭게 한 번 노려본 뒤, 해인을 따라 병실 밖으로 나갔다.태겸은 문득 자기 자신이 우스워졌다.자학하듯 매달리고, 자학하듯 내준 마음 끝에 돌아온 건 해인의 차가운 외면뿐이었다.조금 전에는 해인 눈 안에서, 자신을 향한 싸늘한 감정까지 분명히 봤다.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세월이 그렇게 길었는데도, 두 사람은 끝내 여기까지 와 버렸다.해인은 이제 태겸을 미워하고 있었다.태겸은 병상에 누운 채, 껍데기만 남은 송장처럼 천장을 멍하니 올려다봤다.가슴이 너무 아팠다.숨을 들이마시는 일조차 버거울 만큼 답답했다.아직 병실에 남아 있던 대현은 팔짱을 낀 채 구경하듯 혀를 찼다.“쯧, 꼴 좋다.”딱 그 말만 남긴 채, 대현도 병실을 나갔다.병실 안은 깊은 적막 속으로 가라앉았다.고민건과 이소정이 다시 태겸을 보러 들어왔을 때, 눈앞에 있는 건 넋을 놓고 누워 있는 자기 아들이었다.“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왜 침대 시트가 이렇게 다 젖어 있어?”간호사가 시트를 갈아주려고 들어왔었다.그런데 태겸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다가, 오히려 간호사에게 쏘아붙이며 내보냈다고 했다.그 뒤로는 누구도 선뜻 다시 병실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문 앞에 서 있던 경호원 두 명이 머뭇거리며 방금 전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했다.이야기를 다 들은 이소정은 가슴이 들썩거릴 만큼 화가 치밀었다.“우리 집안에서 그래도 해인이를 거둬서 키워 주기까지 했는데, 해인이가 어떻게 태겸한테 저렇게까지 모질게 굴 수 있어? 당신도 좀 말려야 하는 거 아니야?”고민건이 굳은 얼굴로 이소정을 바라봤다.“내가 뭘 말려? 내가 무슨 자격으로 해인이를 나무라?”고민건의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97화

    양쪽의 감정이 더 격해지기 직전, 경찰 한 명이 나서서 상황을 정리했다.그 경찰도 이미 눈치를 챘다. 이 경찰서 안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집안의 자제들이라서, 하나같이 다루기 까다로운 인물들이었다.경찰로서는 하루라도 빨리 이 사람들을 내보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그래서 바로 유호에게 절차를 밟으라고 재촉했다.유호는 서류에 서명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대현을 경찰서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밖으로 나오는 길 내내 대현은 말이 많았다.“와, 오늘 싸움 진짜 시원했어. 제수씨가 알면 분명 잘했다고 할 거야.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96화

    예주는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해인 언니... 지금 오는 중이래요.”태겸은 잠시 멍해졌다.‘해인이... 진짜 오겠다고 했다고?’하루 종일 최악의 연속이었는데, 이상하게도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 한구석이 느슨해졌다.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가면서 상처를 건드렸다.“씨...”짧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예주는 깜짝 놀라 태겸을 바라봤다.“많이 아파요? 조금 있다가 제가 병원에 같이 갈까요?”그 모습을 보고 있던 대현이 코웃음을 쳤다.“아이고, 그럼 빨리 네 오빠한테 ‘후’ 하고 불어 주지 그래? 상처 다 낫겠다. 고태겸,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106화

    해인은 여기까지 읽고 나서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고작 계약식에서 얼굴을 한 번 비췄을 뿐인데, 태겸은 잘생긴 외모와 정돈된 태도 덕분에 금세 팬까지 생긴 모양이었다. 댓글창은 칭찬 일색이었다.‘역시 연기 체질이네. 카메라 앞에서는 틈이 하나도 안 보이네.’‘저 사람들은 아마 모를 거야. 고태겸의 번듯한 겉모습 뒤에 숨겨진 사생활이 얼마나 지저분한지...’해인은 노트북을 덮었다.어젯밤 일을 겪고 나서 확실해졌다. 회사를 파는 일은 더 미룰 수 없었다.YD그룹이 하루라도 더 태겸 손에 남아 있는 한, 사람들은 여전히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102화

    뒤쪽 좌석에서 팝콘이나 먹는 것처럼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며 구경하던 대현은 순간 멍해졌다. 그제야 대현은 뒤늦게 깨달았다. ‘방금 유호가 던진 내리라는 말이... 나에게 한 말이었어?’‘그러니까... 유호가 여자한테 그렇게까지 매너 없는 사람일 리가 없지.’대현은 곧장 차 문을 벌컥 열고 잽싸게 차에서 내렸다.“알겠습니다. 한 대표님! 지금 바로 굴러드리겠습니다!”차 안에 남아 있던 해인은 멍하니 굳어버렸다. 얼굴 위에 맺혀 있던 눈물도 그대로 멈춘 듯했다.‘나한테 한 말이 아니었던 거였어?’그런데 왜 그런지 마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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