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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오늘부터입니다

Author: 유월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14 08:10:10

똑똑.

노크 소리가 울렸다.

“…”

대답은 없었다.

엘라는 잠시 문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오라는 뜻이네.”

끼익.

문이 열렸다.

“…”

“…”

커다란 집무실 안에는 종이를 넘기는 소리만 조용히 울리고 있었다.

창가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고, 벽 한쪽에는 북부 전역을 그린 지도가 걸려 있었다.

그리고.

책상 앞.

단테 아르젠트는 수북이 쌓인 서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엘라는 한참 동안 그 모습을 바라봤다.

‘생각보다 더 바쁘네.’

훈련이 끝나면 쉬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전쟁 보고.

식량 배분.

마수 토벌.

국경 순찰.

기사단 인사.

결재해야 할 서류가 산더미였다.

그는 잠시도 쉬지 않고 서류를 넘기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단테가 말했다.

“교육하러 왔어요.”

“…돌아가.”

“싫어요.”

“…”

“황명입니다.”

“…”

“거부하실 수는 있지만 전 계속 올 거예요.”

단테는 천천히 펜을 내려놓았다.

은빛 눈동자가 엘라를 향했다.

“포기라는 건 모르나.”

엘라는 활짝 웃었다.

“잘 알아요.”

“…”

“그래서 안 하는 거예요.”

“…”

“포기하면 제가 편해지긴 하는데.”

그녀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전하는 계속 불행하잖아요.”

순간.

집무실 안이 조용해졌다.

단테의 시선이 아주 잠깐 흔들렸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다시 서류를 집어 들었다.

엘라는 그의 맞은편 의자를 끌어당겼다.

드르륵.

“…”

“…”

“앉을게요.”

“허락한 적 없다.”

“안 말리셨잖아요.”

털썩.

엘라는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았다.

잠시 후.

품속에서 작은 수첩 하나를 꺼냈다.

표지에는 금박으로 적혀 있었다.

『흑막 갱생 일지』

사각.

사각.

펜촉이 종이를 스쳤다.

단테는 결국 시선을 들었다.

“…뭘 쓰는 거지.”

엘라는 수첩을 살짝 돌려 보여 주었다.

────────

관찰 기록

✔ 엄청 잘생김

✔ 성격 까칠함

✔ 책임감 매우 강함

✔ 잠을 거의 안 잠

□ 웃음 없음

□ 친구 없음

□ 사람 안 믿음

□ 혼자 해결하려 함

────────

“…”

“…”

“…지워.”

“싫어요.”

“왜.”

“사실이니까.”

엘라는 태연하게 마지막 줄 하나를 더 적었다.

> **생각보다 훨씬 피곤해 보임.**

단테는 자신도 모르게 눈썹을 찌푸렸다.

“…그걸 어떻게 알았지.”

“눈 밑이요.”

“…”

“그리고.”

엘라가 책상 위를 가리켰다.

“커피 다섯 잔.”

“…”

“아침도 안 드셨죠?”

“…”

“점심도.”

“…”

“아직.”

대답 대신 침묵이 돌아왔다.

엘라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예상은 했지만.’

‘심하네.’

그녀는 천천히 창밖을 바라봤다.

기사들이 지나간다.

단테의 창문을 본 순간.

모두 걸음을 늦춘다.

혹시 눈이라도 마주칠까 봐.

고개를 숙인 채 지나간다.

하녀들도 마찬가지였다.

누구 하나 집무실 가까이 오지 않았다.

엘라는 조용히 물었다.

“전하.”

“…”

“저 사람들 보이세요?”

단테는 창밖을 흘끗 바라봤다.

“보인다.”

“왜 저럴까요.”

“…”

“제가 보기엔.”

엘라는 손가락으로 창문을 톡 두드렸다.

“존경해서가 아니에요.”

“…”

“무서워서예요.”

처음이었다.

누군가가 그의 앞에서 그렇게 단정적으로 말한 것은.

단테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원래 그런 줄 알았다.”

엘라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뇨.”

“…”

“원래 그런 사람은 없어요.”

“…”

“그렇게 된 거죠.”

짧은 한마디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말이 쉽게 흘려들어지지 않았다.

집무실에는 다시 침묵이 내려앉았다.

엘라는 수첩을 덮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아요.”

“…”

“진단 끝.”

“…진단?”

“네.”

엘라는 손가락을 하나 들어 올렸다.

“전하에게 필요한 첫 번째 교육은 검술도 아니고.”

둘.

“정치도 아니고.”

셋.

“인내심도 아니에요.”

단테는 팔짱을 낀 채 그녀를 바라봤다.

“그럼.”

엘라가 싱긋 웃었다.

“식사.”

“…”

“오늘은 못 하셨으니까.”

그녀는 수첩을 펼쳐 첫 번째 항목을 가리켰다.

> □ 같이 식사하기

“내일.”

“…”

“저랑 같이 밥 드세요.”

“…싫다.”

대답은 예상대로였다.

엘라는 전혀 실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좋아요.”

“…?”

“첫 번째 목표 확정.”

“…”

“거절은 예상 범위 안이니까.”

단테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도 아닌 숨을 내쉬었다.

“…참 이상한 여자군.”

엘라는 문 앞까지 걸어가다가 뒤를 돌아봤다.

“아.”

“…”

“전하.”

“왜.”

“내일도 아침 안 드시면.”

그녀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교육 방식이 조금 거칠어질 수도 있어요.”

“…협박인가.”

“예고입니다.”

문이 닫혔다.

끼익.

다시 집무실은 조용해졌다.

단테는 한동안 닫힌 문을 바라봤다.

이상한 여자였다.

시끄럽고.

뻔뻔하고.

남의 허락도 기다리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방금 전까지 차갑기만 하던 집무실이 조금은 덜 적막하게 느껴졌다.

그는 무심코 책상 위를 바라봤다.

차가운 커피 다섯 잔.

손도 대지 않은 점심.

끝없이 쌓인 서류.

그리고.

처음으로 누군가가 자신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 “원래 그런 사람은 없어요.”

단테는 말없이 식어 버린 커피를 밀어냈다.

그 시각.

복도를 걸어 나오던 엘라는 혼자 중얼거렸다.

“좋아.”

“첫 번째 목표.”

그녀는 수첩에 큼지막하게 적었다.

> **북부대공 갱생 프로젝트**

> **1단계 : 함께 식사하기.**

그리고 그 아래에 아주 작은 글씨를 덧붙였다.

> **※ 말을 안 들으면… 그때부터 진짜 교육 시작.**

엘라는 씨익 웃었다.

그녀는 아직 몰랐다.

그 첫 번째 식사가 앞으로 북부 전체를 뒤집어 놓을 만큼 소란스러운 사건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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