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십여 분 후, 룸에서 식사하던 사람들의 귀에 환호 소리가 들려왔다.육민찬과 연우진이 가장 먼저 창가로 달려가고 서은주도 뒤따랐다.육강민은 맞은편에 앉은 하이석을 힐끔 쳐다보았다.그가 나가서 훼방을 놓을 줄 알았는데 그는 정말 5분 후에 룸으로 다시 돌아오더니 육수린과 놀아주고 있었다.호텔 정원에서 떠들썩한 소리가 들리는데도 그는 전혀 관심도 없었다.온씨 가문에서는 여러 번 온유란에게 병원으로 동지철의 문병을 갈 것을 요구했지만 그녀는 끝까지 가지 않았다.그런데 퇴원한 동지철이 직접 집으로 와서 온유란과 함께 밥을 먹고 싶다고 청했던 것이다.온유란은 거절하고 싶었지만 온창섭이 이미 흔쾌히 수락해 버렸다.그는 온유란에게 값진 옷과 액세서리를 사주며 예쁘게 하고 나가라고 다그쳤다.온유란은 밥만 먹고 자리를 벗어날 생각이었다.그런데 호텔 직원은 바로 그녀를 정원으로 안내했다.우아한 바이올렌 연주와 함께 정원 중심에 놓인 하트 모양의 촛불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으로 향하는 길은 온통 꽃잎으로 뒤덮여 있고 하트의 중심에 동지철이 서 있었다.그는 흰색 양복을 입고서 품에 장미꽃 다발을 들고 있었다. 주변은 온통 분홍색 풍선 장식이 가득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핸드폰을 들고 찍고 있었다.온유란은 그저 이 상황이 당황스러울 뿐이었다.동지철이 뭘 하려는지 깨달은 순간, 그녀는 도망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하지만 동지철의 친구들이 그녀를 곱게 보내줄 리 없었다.“온유란 씨, 뭘 멍하니 서 있어요? 어서 가보세요!”“고백해! 고백해!”주변에서 선동하기 시작했다.온유란은 동지철의 친구들에게 끌려서 앞으로 다가갔다.꽃으로 뒤덮인 길을 밟는 순간, 그녀는 숨이 턱 막혔다.‘이 멍청이가 뭘 하려는 거지?’그녀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순간이었다.위층 룸에서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창문을 열고 고개를 기웃거리며 구경하고 있었다.온유란이 사람들에게 떠밀려 하트의 중심에 도착하기도 전에 동지철은 한쪽 무릎을 꿇었다. 현장에서 선동 소리가 커져만 가고 멀리서 봤
잠시 후, 두 아이가 돌아왔다.육민찬의 품에는 인형이 두 개나 들려 있는 반면에 연우진은 빈손이었다.“수린아, 너 줄게.”육민찬은 뽑아온 인형을 모두 육수린에게 건넸다. 기분 좋은 육수린은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뭐 하다 왔는데 이마에 온통 땀이야.”서은주가 육민찬을 옆으로 끌어다가 땀을 닦아주었다.“엄마, 아래층에서 어떤 아저씨가 촛불을 엄청 많이 바닥에 깔았어요.”“어디?”“마당에서요.”육민찬이 말한 마당이란 호텔 정원이었고 그들이 있는 룸에서 마침 내다보이는 자리였다.촛불이라면 공개 프러포즈일까?워낙 남 일에 관심이 많은 방주헌은 창문을 열고 정원 쪽을 내다보았다.그들이 있는 룸은 6층이었기에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고 하트 모양의 촛불과 꽃길을 까는 사람들만 보일 뿐이었다.일부는 옆에서 풍선까지 불고 있었다.자주 있는 일이었기에 방주헌도 심드렁한 얼굴로 창문을 닫으려는 순간, 흰 양복을 입은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오늘 주인공이 누군지 알아?”“네가 아는 얼굴이라고 우리 모두가 안다는 법은 없지.”허경빈이 담담히 대꾸했다.“아니, 우리도 아는 얼굴이야.”“아는 사람?”허경빈은 놀란 듯, 주변을 살폈다.서은주와 연주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게다가 촛불로 공개 프러포즈라니!육강민은 뭔가 떠오른 듯, 하이석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그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육수린과 놀아주고 있었다.소은주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설마 동지철 씨는 아니죠?”“맞아요, 그 팬티남!”방주헌이 웃으며 말했다.“오늘은 만반의 준비를 한 것 같은데요? 촛불도 준비하고 장미빛 풍선도 준비하고, 이번에는 제대로 온유란 씨한테 고백할 건가 봐요.”“온유란 씨는 대체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저런 인간한 테….”“유란 씨가 너무 안타깝네요. 그런 인간 눈에 들다니.”재벌가에 태어나 모두가 자신의 결혼 상대를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가문이 가져다 준 부와 영광을 누렸으면 당연히 책임이 따르는 것이다.다만 온유란은
라미현이 말했다.“나도 손자가 보고 싶어.”육씨 가문에서 연이은 희소식을 전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보니 부럽기만 할 따름이었다.“뭐가 그렇게 급해요? 좀만 더 기다려요.”강희진의 사업도 이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방주헌 본인도 회사에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약혼도 하기 전이기에 아직은 2세 계획을 논할 때가 아니었다.게다가 둘만의 시간이 더 좋다고 그는 생각했다.매일 강희진과 보낼 시간도 부족한데 굳이 방해꾼을 낳아야 하난 싶었다.“왜 안 급해?”라미현은 화가 나서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었다.“엄마, 나랑 희진 씨 아직 어려요. 남혁이 형처럼 나이가 든 게 아니라고요. 남혁이 형 나이면 당연히 빨리 아이를 가져야죠.”라미현은 다시 쿠션을 그에게 집어던졌다.‘내가 어쩌다 저런 뻔뻔한 걸 낳았을까!’현정민 여사는 연주의 임신 소식에 선물까지 사들고 육씨 저택에 방문했다.그러면서 이런 좋은 기운을 아들에게 옮겨주어야 한다고 말했다.하이석은 그저 머리가 지끈거렸다.남자인 그가 임산부에게서 무슨 좋은 기운을 물려받는단 말인가?육수린은 하이석을 보자마자 안아달라고 보챘다.집으로 돌아가는 길, 현정민이 아들에게 물었다.“아까 보니까 강민이 딸, 널 엄청 좋아하는 것 같더라? 너도 걔를 좋아하고.”“귀엽잖아요.”하이석이 말했다.“딴사람 아이를 부러워하지 말고 네가 하나 낳아.”하이석은 다시 입을 다물었다.왕 기사가 헛기침을 하며 조심스레 말했다.“사모님, 결혼이란 건 서두른다고 될 게 아닌 듯해요. 어쩌면 대표님도 따로 생각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어느 날 갑자기 신붓감을 데리고 사모님 앞에 짠 하고 나타날 수도 있잖아요?”“그건 운석 떨어질 확률보다 낮아.”“사모님은 어떤 며느리 좋아하세요?”“아들이 이 모양인데 뭘 더 바래? 살아 있는 여자면 되지.”말을 마친 현정민은 미심쩍은 눈으로 아들을 바라보았다.“이석아, 너 설마 남자 좋아하는 건 아니지?”하이석은 그저 이 순간이 빨리 지나가길 바랄 뿐이었다.연주는
모두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내가 또 아빠가 된다고?”육강민과 서은주는 부부이니 평소에 당연하게 피임조치를 하지 않았다.육남혁은 안경을 치켜올리더니 담담히 말했다.“그건 아니야.”“그럼 무슨 소리야?”“네가 아빠가 되는 건 아니라고.”“그럼 형이야?”육강민이 놀란 듯, 비명을 질렀고 육남혁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나야!”육강민의 시선이 연주에게로 옮겨갔다.“형수님, 임신하셨어요?”연주는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서은주가 본가로 불렀을 때까지만 해도 무슨 안 좋은 결과가 나왔나 싶어 바짝 긴장했는데 도착해 봤더니 유치원에 아이를 데리러 갔던 육남혁도 있었다.그녀는 서은주가 무슨 생각인지 몰라 의아하기만 했는데 도착하자마자 하는 말이 임신이라고 했다.연주는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임신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임신 초기 반응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그런데 지금은 아무런 느낌이 없었던 것이다.육남혁과 연우진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였다. 아이는 엄마가 언제 육수린 같은 사랑스러운 여동생을 낳아주나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반면, 육강민은 한심한 표정을 지었다.‘형수가 임신했는데 엄마는 왜 나한테까지 재촉이야?’서은주는 옆에서 웃음을 터뜨렸다.오늘의 육강민은 평소의 냉철한 모습은 전혀 없고 어딘가 사랑스럽게 느껴졌다.특히나 서은주가 임신한 줄 알고 당황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그런데 괜한 착각이라고 하니 김이 샐 수밖에 없었다.“왜? 네 형수가 임신했는데 안 기뻐?”한미주 여사가 눈살을 찌푸리며 그에게 따졌다.“아니요. 조금 놀라서요.”육남혁도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동생이 괜히 못마땅했다.마치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는 것 같아서 더 불쾌했다.가족들 중에 가장 기쁜 사람은 박미숙이었다.이 나이가 되어 증손주를 또 보게 되었으니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한미주가 말했다.“남혁아, 너 연주랑 집에 와서 살아. 임신 초기에는 조심해야 할 것들이 많은데 너 혼자 제대로 보살피지
병원 복도는 사람들로 북적였다.온유란은 휠체어를 끌고 옆으로 가서 줄을 서서 기다렸다. 손에는 검진 결과가 들려 있었다.대략 5분 정도 기다렸을 때, 진료실 문이 열리고 간호사가 그들을 불렀다. 온유란은 바짝 긴장해서 그런지 옆에 앉아 있는 서은주를 보지 못했다.대략 30분쯤 지나서 그녀는 휠체어를 밀고 나와 엘리베이터로 향했다.곧이어 유주만과 뭇 전문가들이 함께 진료실을 나왔다.“은주 씨.”유주만이 그녀를 불렀다.“점심 시간이니까 같이 밥이나 먹으며 얘기할까요?”서은주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함께 병원 구내식당으로 향했다.유주만은 그녀에게 지금 그녀를 마음에 들어하는 교수가 두 명 있는데, 각자의 연구 방향과 성격에 대해 자세히 말해주었다.박사 과정에서 지도 교수의 선택은 매우 중요했다.“감사해요, 어르신. 덕분에 선택이 수월해질 것 같아요.”물론 어떤 지도 교수에게 배정받을지는 학교측 의사도 따라야 하기에 지금 당장 선택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표정이 왜 그래요? 육 교수 신부 될 사람 검사 결과가 안 좋아요?”유주만의 질문에 서은주는 고개를 저었다.“결과는 아직 안 나왔어요.”“하긴, 대부분 검사결과는 오후가 돼야 나오니까. 그런데 표정이 왜 그렇게 안 좋아요? 설마 강민이 녀석이 또 화나게 했나요?”“아니요, 저희 사이 좋아요.”서은주는 어색하게 헛기침을 하며 물었다.“어르신, 제가 뭐 하나 좀 여쭤봐도 될까요?”“편하게 말해 봐요.”“마지막으로 진료한 그 환자, 암 환자인가요?”유주만은 의외라는 듯,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아는 사람인가요?”“네.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고요.”“은주 양, 업계 룰 알잖아요.”의사는 환자의 정보를 함부로 발설할 수 없었다.서은주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룰을 알기에 계속 미뤄왔던 질문이었다.유주만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 환자, 상태가 매우 안 좋아요.”서은주는 대략적으로 짐작이 갔다. 유주만은 골과 전문의로, 암 전문가는 아니었다. 그런데 유주만을 찾았다
연주는 부동산 서류를 품에 안고서 육남혁에게 말했다.“우리 혼인신고 하러 가요.”그 순간 육남혁은 그녀가 이렇게 혼인신고를 서두르는 것이 사랑이 아닌, 부동산 때문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었다.비록 혼전 검진이 필수는 아니지만, 연주는 결혼 전에 건강검진을 한번 받고 싶었다.하나 그녀가 육남혁에게 말을 안 한 것이 있다면, 사고 당시 그녀 역시 심각한 부상을 당했고 그때 당시 뱃속에 있던 연우진까지 위험할 뻔했다는 것이었다.임신 기간에 약을 복용했기에 그녀는 줄곧 아이가 건강하지 않을까 걱정했다.그래도 연우진이 지금은 건강하게 자라주어서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다만 그때 당시 진단으로는 그녀는 더 이상 임신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했다.연주는 자신의 진료기록을 서은주에게 보여주었다.“지금 형님 몸 상태는 잘 회복하셨어요. 게다가 의학도 나날이 발전하고 그때 그런 진단이 내려졌다고 해서 아예 임신이 불가능한 건 아니에요.”“게다가 아주버님과 형님에게는 우진이도 있잖아요.”연주가 웃으며 말했다.“우진이가 수린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봤잖아요.”“우진이에게 동생 만들어주고 싶은 거예요?”서은주의 질문에 연주는 고개를 끄덕였다.서은주가 물었다.“그럼 차라리 저랑 같이 병원에 가서 검진 좀 받아보실래요?”“그거 괜찮네요.”연주는 검사를 마치고 결과가 안 좋으면 육남혁에게 사실대로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건강검진 날에는 서은주가 대동했다.여러가지 검사를 진행하고 나오는데 서은주는 뜻밖에 이곳에서 유주만과 마주치게 되었다. 이번에 병원에서 몇몇 중환자의 회진을 유주만에게 맡기게 된 것이었다.“검사는 끝나가요?”유주만이 물었다.“아직 두 개 남았어요.”서은주가 웃으며 답했다.“끝나면 나랑 지도 교수에 대해 의논해 보자고요.”“그렇다는 건… 제가 시험에 합격했다는 의미인가요?”서은주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아마도요?”애초에 서은주를 경성의대에 추천한 것도 유주만이었다. 업계 내에서는 탑으로 불리는 유주만이었기에
진백현은 육씨 가문에 방문한다는 말을 듣고 꽤 공을 들여 준비했다.하지만 그곳에서 서은주를 마주치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그는 박명숙에게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넸지만, 표정은 어딘가 부자연스러웠다.“이리 와 앉거라.”박명숙은 담담히 말했다.“요즘 몸은 좀 어떠세요?”육가희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제가 어깨 좀 주물러 드릴게요.”그 말투나 행동은 마치 이 집의 주인인 양 자연스러웠고, 시선은 노골적으로 서은주를 향해 ‘넌 그냥 외부인일 뿐이라며’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서은주는 더 이상, 이 공간에 머물
온라인에는 온통 육강민에 대한 이야기뿐이었다.[육강민때문에 내 심장이 고장 났어!][내가 찾던 이상형이야. 기꺼이 당신의 종이 되어 드리리라!]파티장에 들어서던 서은주는 댓글을 훑어보다가 육강민 사진을 몇 장 발견했다. 그 중 꽤 잘 나온 사진도 있어 자신도 모르게 저장 버튼을 눌렀다. 성세 기념일 파티는 회사 계열의 특급 리조트 호텔에서 열렸고 그 화려함은 실로 압도적이었다.고급진 장식물들이 우아하게 걸려 있어 곳곳에 돈의 향기가 가득 풍겼다.서씨 가문에서 잘 대해주지 않았지만, 이순옥은 선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당신이 선물했다는 거 다 알고 있으니까 이제 좀 그만 연기하시죠?”육가희가 비아냥거렸다.하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정한이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녀를 째려봤다.“육가희 양, 남의 말을 끊는 건 정말 교양 없는 행동이에요.”“저…” 육가희가 다시 입을 열려고 했다.“닥쳐!”하지만 이내 들리는 강정한의 단호한 한마디에, 사람들은 깜짝 놀라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는 마치 사람을 잡아먹을 기세를 보이고 있었다.하지만 그 시선이 서은주에게 향하자, 눈빛은 금세 부드럽고 따뜻하게 변했다.“이 목걸이가 은주 씨 거란
녀석은 늘 아빠가 자기 세뱃돈을 노리고 있다고 의심했다.아주 어릴 적, 육강민은 용돈을 맡아주겠다고 했는데, 그 이후로는 세뱃돈의 존재를 다시는 본 적이 없었다.그 눈빛이 꼭 도둑을 경계하는 것 같았다.육강민은 속이 뒤집혔다.내가 그렇게 못 미더운 아빤가?육민찬은 아버지가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닐까 괜히 경계하며, 육강민이 데려다주겠다는 걸 끝내 거절했다.대신 서은주의 팔을 붙잡고 매달렸다.어린이집 앞에 도착하자, 서은주는 몸을 숙여 아이의 옷매무새를 정리해 주었다.“물병 가방 안에 있으니, 물 꼭 마셔.”“고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