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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최 내관의 엄지

Author: POTO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09 11:42:41

최 내관이 문 앞에서 버틴 것은 반 각이 채 되지 않았다.

명선의 시종이 세 번째로 이름을 부르자 그는 안으로 들어왔다. 서련은 탁자 위에 빈 잔 하나만 놓았다. 독배로 쓰려던 잔은 봉인된 상자에 있었다. 눈앞의 것은 오늘 아침 물을 마신 평범한 잔이었다.

그런데도 최 내관은 잔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앉아라.”

그가 무릎을 꿇으려 하자 서련은 의자를 가리켰다.

“내 앞에서 벌받는 모습을 만들지 마라. 네가 한 일을 묻겠다.”

방 안에는 명선의 시종과 정온이 있었다. 이현은 문밖에 머물렀다. 황제에게 약속한 대로 병사를 움직이지 않았고, 최 내관을 끌고 온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궁 안의 사람들은 진왕이 근처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말을 함부로 바꾸지 못했다.

서련은 그 힘을 쓰되 자신의 권한으로 착각하지 않으려 했다.

“인장함을 놓은 적이 없다고 했지.”

“잠시 바깥에서 황명을 들은 일은 있사옵니다.”

“오늘은 기억이 났구나.”

최 내관이 마른 입술을 핥았다. 손이 소매로 들어가자 서련이 말했다.

“손을 꺼내라.”

엄지의 손톱 옆이 붉게 벗겨져 있었다. 여섯 해 동안 익숙했던 버릇이었다. 이 작은 버릇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서련에게 뜻밖의 슬픔을 주었다. 그녀는 이 사람의 어머니가 앓을 때 의원을 보냈고, 겨울이면 발이 시리다는 말을 기억해 솜신을 내주었다.

그것들이 아무 계약도 아니었다는 것은 안다. 그래도 죽이러 올 때만큼은 얼굴을 피할 줄 알았다.

“금옥에게 열쇠를 맡겼느냐.”

“물품 확인이 끝나면 함을 닫아 달라 부탁했을 뿐입니다.”

“그러면 함은 열려 있었구나.”

최 내관의 등이 굽었다.

명선의 시종이 문장을 읽어 확인했다. 그는 한참 뒤 고개를 끄덕였다. 서련은 그것만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네가 귀비의 병세를 보고하면서, 위해 약을 먹었다고 처음 썼다. 의원은 그렇게 단정하지 않았는데 왜 썼느냐.”

“상궁이 주문서를 보여 주었습니다. 황후마마의 인장이 있으니…….”

“네가 놓고 나온 바로 그 인장이지.”

최 내관이 의자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무릎을 댔다.

“소인은 몰랐습니다.”

서련은 일으키지 않았다. 방금까지 의자를 내준 것은 굴복을 보고 싶지 않아서였으나, 지금 그의 무릎은 대답을 피하는 도구였다.

“내가 죽어도 좋다고 생각한 까닭은 무엇이냐.”

“폐하의 명이었습니다.”

“그 전에 네가 쓴 보고를 묻는다.”

최 내관의 눈이 흔들렸다. 그는 끝내 장황한 변명을 버렸다.

“틀렸다고 말하면, 처음에 제대로 살피지 않은 제 죄가 되었습니다.”

말이 방 안에 떨어졌다.

서련은 그제야 알았다. 자신을 죽이려면 모두가 깊은 증오를 품을 필요는 없었다. 작은 잘못을 감추려는 마음 하나가 다음 거짓말을 불렀고, 다음 거짓말을 지키려고 사람을 죽이는 명령까지 들고 왔다.

“그래서 내가 죽으면 네 잘못도 없어질 줄 알았느냐.”

그가 이마를 바닥에 댔다.

정온이 시선을 내렸다. 시종은 붓을 멈추지 않았다. 서련은 물잔을 최 내관 앞에 밀었다.

“물이다. 마시고 끝까지 말해라.”

최 내관은 잔을 잡지 못했다. 두 손이 너무 심하게 떨렸다.

그가 추가로 털어놓은 것은 금옥의 말이었다. 황후가 귀비를 미워하는 것은 온 궁이 아는 일이며, 황제도 이미 등을 돌렸으니 불필요하게 시비를 따지지 말라고 했다. 그 대가로 연화전에서 내관의 조카를 쓸 자리가 마련되었다.

서련은 그 자리의 이름과 약속 날짜를 적게 했다. 최 내관은 자신이 약을 주문한 것은 아니라고 끝까지 주장했다. 서련도 그 이상을 자백하라 몰아세우지 않았다. 실제 한 일과 한 것처럼 보이는 일을 구분해야 했다.

“살려 주시겠습니까?”

마지막에 그가 물었다.

“내게 네 형을 정할 권한은 없다.”

“마마께서 한마디만—”

“네가 입을 열었다는 사실도, 처음에는 막았다는 사실도 모두 남길 것이다.”

최 내관은 대답을 얻지 못한 얼굴로 시종을 따라 나갔다. 명선이 심문과 신변 보호를 함께 맡기기로 한 방에 머물게 될 터였다. 자유롭게 궁 안을 돌아다니지는 못했다.

서련은 문이 닫힌 뒤에야 잔을 치웠다. 손이 식어 있었다. 이현이 안으로 들어와 탁자 맞은편에 섰다.

“고마워할 준비를 해 오지 않은 얼굴이오.”

“그 사람이 입을 열면 후련할 줄 알았습니다.”

“아니었소?”

“너무 하찮은 이유여서 더 화가 납니다.”

이현은 바로 위로하지 않았다. 서련은 그 침묵 속에서 한 번 길게 숨을 쉬었다.

“화를 내도 되오.”

그가 말했다.

“다만 그 화를 그대가 견디는 벌로 만들지는 마시오.”

서련은 대꾸하려다 말았다. 그때 문밖에서 급한 발소리가 났다. 서진의 소재를 확인하러 갔던 사람이 빈손으로 돌아왔다는 전갈이었다.

서쪽 별고는 비어 있었다.

그곳에는 이송된 죄인의 숫자만 남아 있었고, 그 숫자 아래 다시 최 내관의 확인 표시가 찍혀 있었다.

서련은 치웠던 잔을 다시 탁자 위에 놓았다. 아직 물어야 할 말이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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