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2화

Penulis: 모연미
다음 날, 서재헌의 말대로 송연화의 친어머니 김서영이 입궁했다.

송연화는 몸단장을 마치고 잠시 기다렸다.

"연화야?"

가느다란 떨림이 밴 목소리가 들렸다.

송연화는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렸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 안으로 들어왔다는 기척만 느낄 수 있었다.

김서영은 송연화를 바라보았다. 감정이 모조리 사라진 듯 공허한 두 눈과 눈에 띄게 야윈 몸, 임신으로 불룩한 배는 가느다란 몸을 아래로 끌어당기는 듯했다. 송연화가 북방 변경으로 떠난 뒤 모녀가 얼굴을 마주한 것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김서영의 마음은 복잡하게 뒤엉켰고, 까닭 없이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이 딸에게 못할 짓을 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품에 안고 기른 아이가 아니었다. 아무리 공평하게 대하려 해도 본능까지 속일 수는 없었다.

"어머니?"

송연화의 목소리는 서늘하고 소원했다.

김서영은 눈물을 훔쳤다.

"눈은 좀 나아졌니?"

입궁하기 전부터 소문은 들었다. 송연화가 궁에서 큰 병을 앓았고, 아이를 가져 쓸 수 없는 약이 많았던 탓에 눈이 멀었다고 했다.

송연화가 입술을 달싹였다.

"그럭저럭입니다. 태의 말로는 아이를 낳고 몸을 잘 돌보면 다시 보게 될 수도 있지만, 영영 보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대수롭지 않은 일을 말하듯 담담한 어조였다.

김서영의 가슴 한구석이 바늘에 찔린 듯 아렸다. 송연화는 송유란과 달리 시골에서 자라 어려서부터 몸이 튼튼했다.

그래서 송씨 가문의 딸이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황자에게 시집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송연화를 골랐다.

훗날 어떤 화를 입더라도 건강한 송연화가 송유란보다 살아남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여겼다.

송연화에게 죄를 지었다는 것은 알았다. 그러나 이해득실을 따지면 그것이 최선인 듯했다.

"다 나을 거야. 어미가 몸에 좋은 것을 잔뜩 가져왔으니 먹고 나면 좀 나아질 게다."

김서영이 달랬다.

송연화는 차갑게 굳은 얼굴로 보약을 받아 두라고만 명했다.

모녀는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방 안에는 냉랭한 기운이 내려앉았다.

김서영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애써도 송유란을 대할 때처럼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다.

한참 입술만 달싹이던 끝에야 입궁한 목적을 꺼냈다.

"연화야, 사실 오늘 온 건 부탁할 일이 있어서란다."

송연화의 눈동자가 희미하게 움직였다.

"무슨 일이십니까?"

김서영은 한참을 망설였다.

그러나 부군의 당부를 떠올리고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네 아버지는 유란이를 입궁시키길 바라신다. 그리고... 네 첫아이를 언니에게 양자로 보내 주면 안 되겠니? 그 아이는 몸이 약해 아마 자식을 품지 못할 게야..."

말끝이 흐려질수록 김서영은 차마 고개조차 들 수 없었다.

자신도 뻔뻔한 부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송유란은 오랫동안 폐하를 기다렸고 몸마저 허약했다. 날로 야위어 가는 아이를 지켜보자니 어미로서 차마 외면할 수 없었다.

한 사람만 바라보다 외롭게 남은 생을 끝내게 둘 수는 없었다.

송연화는 긴 속눈썹을 내려 표정을 감췄다.

그러다 문득 웃으며 물었다.

"어머니, 그날 제게 약을 먹여 폐하의 방에 들여보내신 분이 어머니셨습니까?"

난데없이 벼락이 떨어진 듯했다.

김서영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오랫동안 감히 대답하지 않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했다. 송연화는 모든 것이 사실임을 깨달았다.

"연화야, 나는..."

김서영은 말을 꺼냈다가도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몰라 입을 다물었다.

송연화가 차갑게 물었다.

"폐하께서는 처음부터 이 일을 알고 계셨습니까?"

김서영은 송연화가 이미 진상을 알아 버렸음을 깨달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자신에게 이런 추궁을 할 리 없었다.

손을 꽉 움켜쥔 채 낮게 대답했다.

"처음에는 몰랐단다. 유배를 떠나기 전날 밤, 내가 유란이를 데리고 폐하를 한 번 찾아갔어. 그때 알게 되었지."

그제야 송연화는 유배 뒤부터 서재헌이 송연화에게 조금씩 눈길을 주기 시작한 까닭을 깨달았다.

그는 이미 진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순진했던 송연화는 마침내 자신의 정성이 그를 움직였다고 믿었다. 사랑까지는 감히 바라지도 못하면서, 그것만으로도 더없이 만족했다.

이제 그녀의 가슴은 성한 곳 하나 없이 너덜너덜해진 듯했다.

오랜 세월 쌓인 설움을 생각하면 원망하고 증오해야 마땅했다.

하지만 수많은 말은 결국 한마디로 흩어졌다.

'그만하자.'

송연화가 눈을 내리깔았다.

"태의 말로는 늦어도 한 달 반 뒤면 아이를 낳는다고 했습니다. 언니의 소원을 들어줄 수는 있지만, 대신 제게 물건 하나를 주십시오."

김서영은 송연화의 태도가 왠지 마음에 걸렸다.

그래도 송유란의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말에 저도 모르게 되물었다.

"무엇을 원하니?"

"송씨 가문에 대대로 전해 오는 회혼단을 주십시오. 아이를 낳는 날 죽음을 가장해 황궁을 빠져나가겠습니다."

김서영은 놀라 고개를 들었다. 송연화를 바라보는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송연화는 오래전부터 준비한 말을 꺼냈다.

"그동안 저는 언니 대신 혼인해 온갖 비난과 손가락질을 받았습니다. 이제 아이까지 언니에게 남겨 드리겠습니다. 송씨 가문에서 생명을 받은 은혜는 이로써 갚았으니, 앞으로는 서로 빚진 것 없이 살겠습니다. 저를 보내 주십시오, 어머니."

김서영은 숨을 급히 들이켜고 곧장 고개를 저었다.

"안 된다. 너는 송씨 가문의 딸이야. 어미가 너에게 죄를 지은 건 알지만, 혼자서 어디로 가겠다는 거니?"

"송씨 가문으로 돌아오기 전에도 혼자 잘 살아왔습니다."

송연화의 목소리는 잔잔했다.

김서영은 몸이 굳었다. 송연화를 데려온 뒤에야, 신분이 뒤바뀐 아이가 그대로 버려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행히 어느 시골 아낙이 아이를 주워 길렀지만, 송연화가 대여섯 살이 되었을 무렵 그 아낙마저 세상을 떠났다.

대여섯 살부터 열네 살이 될 때까지 송연화는 홀로 외롭게, 힘겹게 살아남았다.

그 순간 김서영의 가슴에 아픔과 후회가 희미하게 번졌다.

'내가 이 아이에게 너무 잔인했던 걸까?'

그녀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안다. 그래도 이제부터는 어미가 잘해 주고 싶구나, 연화야."

송연화는 죄책감 어린 목소리를 듣고 희미하게 비웃었다.

"그럼 황후 자리도 제게 주시고, 아이도 제 곁에 남겨 주십시오. 어머니께서 그렇게 하실 수 있습니까?"

김서영은 말문이 막혔다. 끝내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송연화는 다시 한번 옅게 비웃었다. 이미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송유란과 비교되는 순간, 자신은 언제나 두 번째였다.

...

김서영을 돌려보낸 뒤 송연화는 잠시 눈을 감고 쉬었다. 산책이라도 나가고 싶어 여러 번 연이를 불렀지만 대답이 없었다.

밖에 있던 궁녀가 소리를 듣고서야 안으로 들어왔다.

"마마."

송연화가 물었다.

"연이는 어디 있느냐?"

궁녀가 고개를 저었다.

"연이 언니가 잠시 밖에 나갔습니다. 아마 볼일이 생긴 듯합니다."

송연화는 살며시 미간을 좁혔다. 그날은 우산을 찾겠다며 자신을 빗속에 버려두더니, 오늘도 종적이 묘연했다.

'이 아이가 대체...'

"됐다. 아무 일도 아니니 물러가거라."

궁녀가 물러났다.

송연화는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생각에 잠겼다.

그 시각, 다른 곳.

송유란은 나른한 얼굴로 손을 내밀어 궁녀가 손톱에 물을 들이게 했다.

"확실히 들은 거야? 정말 회혼단을 달라고 했어?"

무릎을 꿇은 자가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예, 소인이 똑똑히 들었습니다."

송유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도망치겠다는 거야?"

아름다운 두 눈에 섬뜩한 빛이 스쳤다. '그 천한 계집이 그토록 오랫동안 서재헌 오라버니를 차지하고도, 이제 와서 멀쩡히 빠져나갈 생각이라니?'

"됐다. 이번 일은 잘했어. 나가서 상을 받거라."

그자는 황급히 머리를 조아리며 은혜에 감사했다.

사람이 나간 뒤.

송유란의 곁을 지키던 궁녀가 입을 열었다.

"그 천한 계집도 제법 분수를 아는 듯합니다. 아가씨께서 한몫 거들어 주시는 것은 어떠십니까?"

송유란이 가볍게 웃었다.

"물론 도와야지. 아주 황천길까지 친절하게 데려다줄 거야."

궁녀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설마..."

"회혼단을 먹으면 죽은 것처럼 보인다지. 그러니 이번에는 완전히 죽여 없애야 후환이 없을 거야. 어머니 곁의 어멈을 매수해서 그 약을 절명환으로 바꾸게 해."

명령을 내린 송유란이 다시 웃었다.

궁녀는 등골이 서늘해졌지만 감히 거역하지 못했다.

"예..."

송유란은 손톱을 이리저리 살폈다.

고운 손가락 끝에서 칼날처럼 서늘한 빛이 번뜩였다.

그녀는 흡족하게 웃었다.

"가자. 고모님께 갈 시간이야. 참, 가는 길에 그 천한 계집도 불러 와."

Lanjutkan membaca buku ini secara gratis
Pindai kode untuk mengunduh Aplikasi

Bab terbaru

  • 폐하, 황비가 사라졌습니다   제30화

    서상운이 황명을 전한 뒤 송연화는 영휘궁에만 머물렀다. 눈 깜짝할 사이 사흘이 지났다.소식을 들은 송유란은 얼굴이 벌게질 만큼 화가 났다.최근 그토록 많은 일을 꾸민 까닭은 송연화를 곤란하게 만들고, 서재헌의 마음속에 남은 송연화의 비중까지 조금씩 깎아내리기 위해서였다.서재헌은 말하지 않았지만 송유란의 눈에는 보였다.북방 변경에서 지낸 삼 년은 서재헌의 마음에 송연화의 흔적을 남겼다.그 흔적 때문에 송유란은 불안했다.서재헌은 오직 자신의 것이어야 했다.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것도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하지만 송연화의 몸이 그토록 약할 줄은 몰랐다. 두 번 괴롭혔을 뿐인데 벌써 견디지 못했다.'빌어먹을!'송유란은 의자를 세게 걷어찼다.곁에 있던 궁녀 은란은 그 모습을 지켜보다 시중드는 사람들을 모두 물리고 작게 말했다."아가씨, 더는 노여워하지 마십시오. 연빈 마마께서 아무리 총애를 받는다 해도 폐하의 마음속에서 아가씨가 차지한 자리를 넘어서지는 못합니다."송유란은 재빨리 몸을 돌리고 코웃음 쳤다."연화가 나보다 못한 건 당연하지만, 나를 그런 사람과 비교하면 내 격까지 낮아지는 게 아니냐?"송연화의 신분이 밝혀진 뒤부터 송유란은 줄곧 우위에 있었다.'지위를 비교한다고?''송연화가 무슨 수로 나와 비교할 수 있을까?'"송씨 가문에 전갈을 보내거라. 내일 어머니를 만나겠다고 전해.""알겠습니다."송유란이 김서영의 도착을 기다리는 동안 송연화에게는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난희가 깨어났고 상처가 가벼운 연이는 이미 궁 안에서 일을 할 수 있었다.송연화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연이가 자유롭게 움직이게 되자마자 달려와 충성을 맹세했다는 점이었다."도연은 폐하께서 보내신 사람이지만 마마 곁에 온 뒤로 줄곧 좋지 않은 일만 생겼습니다. 분명 마마께 액운을 불러오는 사람입니다.""소인은 다릅니다. 줄곧 마마를 모셔 왔으니 앞으로는 더욱 잘 모시겠습니다."자리를 빼앗길 위기에 놓이자 연이는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내뱉는 말마다 기대

  • 폐하, 황비가 사라졌습니다   제29화

    서재헌은 미간을 누르다가 끝내 한숨만 내쉬었다.'송연화, 짐은 대체 너를 어찌해야 하느냐?'한편 송연화는 마침내 태의를 기다려 냈다.그때 그녀의 얼굴은 이미 새하얗게 질렸고 몸은 바닥에서 웅크린 채였다.곁에 있던 궁인들은 모두 당황했다. 특히 앞서 따져 묻던 상궁은 자신이 죽임당하는 장면까지 머릿속에 떠올렸다."태의는 어디 있느냐? 어째서 아직도 오지 않는 것이냐?"상궁은 몸을 떨며 뒤쪽 궁녀에게 따져 물었다."모르겠습니다. 소인이 당장 가서 재촉하겠습니다."대답한 궁녀가 몸을 돌려 문 앞에 이르자 돌아오는 도연과 마주쳤다."태의가 왔습니다. 태의가 왔습니다."바닥에 쓰러져 있던 송연화가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도연이 정말 태의를 데려온 것을 확인하자 줄곧 악물고 있던 이를 놓았다."마마! 큰일입니다. 마마께서 정신을 잃으셨습니다!"얼마 지나지 않아 송연화가 청안궁에서 들려 나갔다는 소식이 퍼졌다.다만 궁 안에서는 겉으로 그 일을 입에 올릴 사람이 거의 없었다.소식을 들은 서재헌은 영휘궁으로 달려갔다. 문을 들어서자마자 짙은 약 냄새가 풍겨 왔다.안쪽 방에서는 태의 몇 명이 처방을 의논하고 있었다."폐하를 뵙사옵니다."서재헌이 손을 살짝 들었다."예는 됐다. 연빈은 어떠하냐?"태의들의 표정은 복잡했다.곧 그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폐하께 아뢰옵니다. 마마의 뱃속에 있는 아이가... 일찍 태어날 조짐이 있사옵니다."서재헌의 얼굴이 굳었다."어찌 된 일이냐?""앞서 병을 앓은 뒤부터 마마의 태기가 불안했사옵니다. 달이 많이 차서 그동안은 조리할 수 있었으나 근래 다시 여러 일이 생겼고, 몸을 회복하기도 전에..."태의는 거기까지 말하고 침묵했다.서재헌의 표정은 고요했다. 마치 사소한 일을 들은 사람 같았다.주변 태의들은 그 모습을 보고 모두 고개를 숙인 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연빈 마마가 아이를 무사히 낳는다면 사내아이든 계집아이든 새 황제의 첫 아이가 될 터였다.더구나 궁에는 그 아이를 훗날 중궁 황후가

  • 폐하, 황비가 사라졌습니다   제28화

    그 말이 떨어지자 청안궁 정전 안이 죽은 듯 고요해졌다.태후는 얼굴을 굳혔다."연빈이 법도를 모르니 곁에서 시중드는 이들까지 제멋대로구나. 내 생각에는 영휘궁에 사람을 보내 감시하게 해야겠다. 아무리 못해도 법도는 바로잡아야 하지 않겠느냐? 황제는 어찌 생각하느냐?"서재헌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 망설임 없이 받아들였다.한편 도연은 태의를 보내 달라는 말을 다시 외쳤다.서재헌은 짜증이 일어 미간을 문질렀다."상운.""소인이 당장 가서 살펴보겠습니다."서상운은 지체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거의 달리듯 떠났다.얼마 지나지 않아 바깥이 조용해졌다.서재헌은 시선을 거두었다. 몸을 돌리는 순간 송유란과 눈이 마주쳤다.맑은 두 눈은 당황과 연약함으로 가득했다. 맹수의 표적이 된 어린 사슴처럼 어쩔 줄 몰라 했다.그 눈을 한 번 본 것만으로도 가엾은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다."정신이 들었느냐? 지금은 어떠하냐?"송유란이 대답하기도 전에 태후가 침상 가장자리에 앉아 그녀의 손을 잡았다."어디 불편한 곳은 없느냐?"송유란은 서재헌에게 미안한 웃음을 지은 뒤에야 시선을 거두고 공손히 답했다."고모님, 염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괜찮습니다."잠시 멈췄다가 말을 이었다."방금 누군가 태의를 부르는 소리를 들은 듯합니다. 고모님, 밖에 혹시...""밖에는 아무 일도 없다."태후는 송유란의 손을 힘주어 잡았다."너는 먼저 쉬거라. 고모와 황제가 처리할 일이 조금 있으니 잠시 뒤 다시 오마."송유란은 촉촉한 두 눈으로 태후를 바라보았다. 눈빛에는 의지하는 마음이 가득했다."고모님과 재헌 오라버니께서는 가서 일을 보십시오. 저는 얌전히 쉬겠습니다."태후는 송유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마음 깊이 흡족해했다.일 처리가 단정하고 어른에게 순종하며 효성스러웠다. 역시 송씨 가문이 기른 딸다웠다. 송연화처럼 언제나 격이 떨어지고 송유란만 괴롭히는 아이와는 달랐다.태후는 몸을 돌리며 차갑게 표정을 굳혔다. 송연화가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지 따져 물을

  • 폐하, 황비가 사라졌습니다   제27화

    속으로는 억울하면서도 괜찮다고 말하고 송연화를 위해 선처까지 구했다.그런 생각에 서재헌이 송연화를 바라보는 눈에는 불쾌함이 더해졌다."송연화, 짐이 내린 벌이 못마땅한 것이냐?"송연화는 꼬집힌 곳을 만지며 고개를 숙였다."신첩이 어찌 감히 그러겠습니까?""짐이 보기에는 감히 못 할 일이 없는 듯하구나. 무릎을 꿇거라."서재헌의 눈빛에 냉기가 어렸다.송연화는 입술을 달싹이다가 말없이 무릎을 꿇었다.서재헌은 한 손으로 송유란을 부축했다. 송연화의 행동을 보자 영문 모를 분노가 일어 눈빛이 더욱 사나워졌다.송연화는 서재헌의 변화를 알지 못했다. 주변의 죽은 듯한 고요를 느끼며 공손히 무릎을 꿇고 있었다.하지만 송유란은 서재헌의 변화를 지켜보다 속이 불편해졌다. 눈물이 맺힌 눈에 갑자기 악의가 스쳤다."재헌 오라버니."힘없는 부름이 적막을 깨뜨렸다.서재헌은 시선을 돌렸다."왜 그러느냐?"송유란은 가슴을 감싸 쥐고 서재헌에게 힘없이 기댔다."조금... 불편합니다."그 말을 듣자 서재헌은 곧장 태의를 부르라 명했다."정전으로 가자."그는 망설임 없이 떠나고 송연화만 그 자리에 무릎 꿇은 채 쓴웃음을 지었다.그때 상궁 한 명이 들어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마마께서 방금 유란 아가씨에게 손을 대셨다고 들었습니다."묻는 말처럼 들렸지만 어조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송연화는 그 속에 담긴 불손함을 알아차리고 입술을 다물었다.그때 상궁이 말을 이었다."유란 아가씨가 오기 전에 태후 마마께서 반드시 아가씨가 괴롭힘당하지 않도록 지키라 분부하셨습니다. 마마께서 이러셨으니 소인은 태후 마마께 어찌 아뢰어야 합니까?"분위기가 얼어붙었다.송연화는 고개를 조금 들었다."태후께 어찌 아뢸 생각이냐?"물음이 되돌아오자 상궁의 눈에 차가운 웃음이 어렸다."마마께서는 지금 어떤 대가를 치르실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대가라..."송연화는 그 말을 되뇌며 갑자기 손을 들어 둥근 배를 어루만졌다.서재헌이 나타난 뒤부터 배가 쥐어짜듯 아파

  • 폐하, 황비가 사라졌습니다   제26화

    도연의 말에 송연화의 목소리가 뚝 끊겼다.그 자리에 선 채 온몸이 차갑게 식는 듯했다. 그러나 한참 뒤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마마, 어찌..."도연은 말을 멈췄다. 끝맺지 못한 목소리에는 걱정이 가득했다.송연화가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나는 괜찮다. 시간이 늦었으니 어서 가서 쉬거라."그 표정에서는 아무런 변화도 찾아볼 수 없었다.도연은 몇 번이나 말을 꺼내려다 끝내 침묵한 채 정전에서 물러났다.이튿날 아침.송연화는 소란스러운 소리에 잠에서 깼다.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두 손이 그녀를 잡아 일으켰다.세월의 흔적이 묻은 목소리가 귓가에서 울렸다."폐하께서 마마에게 청안궁으로 가서 무릎 꿇고 복을 빌라 명하셨사옵니다. 어서 씻고 옷을 갈아입으시옵소서."송연화는 멍하니 다른 사람들의 손에 이끌렸다. 아침 바람이 정면에서 불어오고서야 놀란 마음을 추슬렀다."너희는..."그 말을 꺼내고도 뒤를 잇지 못했다. 끝내 입가에는 쓴웃음만 남았다.'서재헌은 송유란을 위해서라면 정말 온 힘을 다하는구나.'청안궁.송연화는 편전으로 보내졌다.그곳에는 불당이 마련되어 있었다. 자욱한 백단향에서는 형언하기 어려운 답답함이 느껴졌다."방석이 바로 앞에 있사옵니다. 마마께서는 무릎을 꿇고 태후 마마를 위해 복을 비시옵소서."앞서 들었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미처 대비하지 못한 송연화는 떠밀려 앞으로 비틀거렸다. 그 순간 발밑에 방석이 밟혔다.뒤에서 송연화를 민 상궁이 미간을 찌푸렸다.연빈 마마는 순순히 따를 생각이 없는 듯했다.그렇다면 억지로 눌러 무릎을 꿇려야 했다."소인이 도와드려야겠습니까?"간신히 몸을 세운 송연화는 불손한 말을 듣자 손끝을 힘껏 움켜쥐었다."마마께서...""마마."다른 목소리가 송연화의 말을 끊었다. 도연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그녀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도연은 무슨 뜻이지? 내게 말하지 말라는 건가?'"마마, 이는 폐하께서 내리신 벌입니다."도연은 말하며 다가와 송연화의 팔을 붙들었다.낮춘

  • 폐하, 황비가 사라졌습니다   제25화

    김서영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도연을 바라보기만 했다.도연은 차갑게 코웃음 쳤다."괜찮습니다. 계속 이곳에서 기다리십시오. 어차피 유란 아가씨 쪽은..."도연은 고개를 저으며 몸을 돌려 떠났다.김서영은 도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처음에는 일부러 자신을 혼란스럽게 하려는 것이라 여겼다.하지만 그 자리에 서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마음은 더욱 불안해졌다.'송유란은 몸이 약했다. 만일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안 될 일이었다. 반드시 송유란의 상태를 살펴보아야 했다.'"마마, 부인께서 떠나셨습니다."김서영이 영휘궁을 떠나자마자 도연은 곧바로 송연화에게 그 소식을 알렸다.송연화는 눈을 내리깔았다."송유란 쪽은 어떠하냐?"도연이 답했다."소식을 알아보러 간 사람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송연화는 잠시 넋을 잃었다. '벌써 한 시진이 다 되어 가는데 서재헌은 아직도 송유란을 달래지 못한 걸까?'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다음 순간 서재헌이 문밖에 나타났다."폐하를 뵙사옵니다.""모두 물러가라."송연화는 침상 머리에 기대 앉아 기억 속 방향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한쪽은 얼음처럼 차가운 두 눈, 다른 쪽은 아무것도 볼 수 없는 두 눈이었다.송연화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 두 사람의 시선은 정면으로 마주쳤다.적막 속에서 송연화가 입을 열었다."폐하께서는 영휘궁에 오시고서도 어찌 줄곧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십니까?""유란이가 병이 났다."서재헌은 송연화를 깊이 바라보고 말을 이었다."어려서부터 몸이 약하고 생각도 많았다. 하지만 진심으로 너를 도우려다 좋은 뜻으로 잘못을 저지른 것뿐이다. 사소한 일 하나로 언니와 다투어서는 안 된다."'사소한 일이라니?''그 일은 태후와 관련되어 있었다.''지금 궁에서 가장 존귀한 여인이었다.''송유란은 몸에 꽃향기가 밴 채 병시중을 들러 갔다. 운이 좋아 태후에게 일이 생기지 않았을 뿐이다. 만일 태후가 잘못되었다면 서재헌은 그

Bab Lainnya
Jelajahi dan baca novel bagus secara gratis
Akses gratis ke berbagai novel bagus di aplikasi GoodNovel. Unduh buku yang kamu suka dan baca di mana saja & kapan saja.
Baca buku gratis di Aplikasi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