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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Author: 모연미
말을 마치자마자 송연화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

"됐다. 역시 찾아가지 말거라."

죽음을 가장해 황궁을 떠날 날만 기다리면 되었다. 지금 송유란과 맞서는 것은 괜한 문제를 만드는 일이었다.

난희가 미간을 좁혔다.

"하지만 황실 주방 일은 어찌하시렵니까?"

눈에는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마마는 아이를 가져 잘 먹어야 할 때였다. 황실 주방이 이토록 함부로 대하게 둘 수는 없었다.

송연화는 침상 가장자리에 기대어 한 손으로 무심코 배를 쓸어내렸다.

한참 뒤 나직이 말했다.

"내일 황실 주방의 책임자를 불러오너라."

괜한 문제를 만들 수 없다면 책임자에게 단단히 경고하면 될 일이었다. 앞으로 몇 달만 견디면 끝이었다.

난희가 입을 열기도 전에 곁에 서 있던 연이가 참지 못하고 나섰다.

"책임자를 불러 봐야 무슨 소용입니까? 마마께서는 폐하를 찾아뵈셔야 합니다. 지금은 아이까지 품고 계시니 절대로..."

송연화가 살짝 고개를 돌렸다. 빛을 잃은 눈동자는 허공을 향했다.

연이를 바라본 것도 아닌데, 그 두 눈을 마주한 연이는 말을 하다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정적 속에서 송연화가 눈을 감았다.

"둘 다 물러가거라."

난희가 예를 올렸다.

"알겠습니다."

연이는 이리저리 눈치를 살피다가 마침내 가볍게 예를 올리고 난희를 따라 나갔다. 끊임없이 구르는 눈동자에는 계산이 가득했다.

다음 날 아침, 창살 사이로 햇빛이 스며들었다. 송연화는 난희의 시중을 받으며 세수를 했다.

그때 내민 손이 허공을 짚었다.

줄곧 물건을 건네주던 난희가 갑자기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난희야?"

이상하게 여긴 송연화가 다시 물었다.

"무슨 일이냐?"

깜짝 놀라 정신을 차린 난희가 난처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마, 연이가... 연이가 황실 주방에 간 뒤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송연화가 잠시 멈췄다.

"얼마나 되었느냐?"

"벌써 반 시진이 다 되어 갑니다."

영휘궁에서 황실 주방까지 거리가 있다 해도 아침상을 가져오는 데 반 시진이나 걸릴 일은 아니었다.

'무슨 일에 붙잡힌 것일까?'

송연화는 손등을 문질렀다. 마치 무슨 일이 벌어질 듯 까닭 모를 불안감이 일었다.

'하지만 지금 내 처지에 무슨 일이 더 생길 수 있을까?'

"마마, 어찌 그러십니까? 어디 편찮으신 것입니까?"

갑작스러운 물음에 정신을 차린 송연화는 불안을 눌러 담고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다. 내가 단장을 마치면 연이를 찾아가 보거라."

그래도 자신의 사람이니 무슨 일인지 확인해야 했다.

난희가 답했다.

"예, 잠시 뒤 소인이 찾아가 보겠습니다."

난희가 나간 뒤 송연화는 침상에 기대어 생각에 잠겼다. 얼마나 지났을까, 바깥에서 갑자기 여러 사람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곧 외침이 이어졌다.

"폐하께서 납시오!"

송연화는 흠칫했다. '서재헌이 어째서 이 시간에 온 것일까?'

"연빈."

서재헌의 목소리에는 냉기가 서려 있었다.

송연화는 몸을 일으켜 앞을 향해 예를 올렸다.

"신첩이 폐하를 뵙사옵니다."

그녀는 서재헌 곁에 송유란도 서 있다는 것을 보지 못했다.

송유란의 두 눈에는 금세라도 흘러내릴 듯 눈물이 고여 있었다. 눈을 내리깔자 온몸에서 억울함이 묻어났다.

송연화가 예를 올릴 때 송유란은 움직이지 않았다. 놀랍게도 서재헌과 함께 그 예를 받았다.

뒤에 선 궁인들은 그 광경을 보고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연빈이 예를 올리며 부른 사람은 분명 폐하였다. 그런데 아직 입궁도 하지 않은 송씨 가문의 아가씨가 어찌 함께 예를 받는단 말인가?'

하지만 그들은 곧 고개를 숙였다. 송유란이 황궁에서 어떤 대우를 받는지는 모두 알고 있었다.

폐하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니 자신들도 못 본 척하면 그만이었다.

송연화는 앞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지 못했다.

예를 올린 자세 그대로 초점 없는 두 눈을 아래로 향했다.

시간이 흐르자 송연화의 몸은 저도 모르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서재헌은 차가운 눈으로 바라볼 뿐, 일어나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송유란의 입꼬리가 순간 가늘게 올라갔다.

곧 서재헌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폐하, 연화를 일으켜 주십시오. 궁녀들의 잘못이지 연화의 잘못은 아닙니다."

송유란은 가느다란 눈썹을 찌푸리며 한없이 여린 표정을 지었다.

서재헌은 그녀를 받쳐 주며 부드러운 눈빛을 보였다.

"제 궁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 하인들이 윗사람을 능멸하게 했는데, 어찌 연화와 무관하단 말이냐?"

이어 송연화를 바라보자 눈빛은 곧 차갑게 변했다.

"송연화, 유란은 줄곧 네 몸을 걱정했다. 연회가 끝난 뒤 일부러 짐과 함께 너를 찾아왔는데, 너는 궁녀를 시켜 유란을 모욕한 것이냐?"

송연화의 몸이 휘청했다.

힘겹게 대답했다.

"폐하, 신첩은 줄곧 영휘궁 안에만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말하려다가 중간에 입을 다물었다.

'서재헌이 송유란을 감싸려고 기세등등하게 찾아왔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한들 소용이 있겠는가?'

그와 동시에 또 다른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 영휘궁에 남은 궁녀는 두 명뿐이었다. 송유란을 모욕했다는 사람은 누구인가?'

'연이인가, 난희인가?'

송연화는 손끝을 꽉 움켜쥐었다. 빛을 잃은 두 눈은 허공을 향했다.

서재헌이 어느 쪽에 있는지 알 수 없어 그대로 물었다.

"폐하께서 말씀하신 궁녀가 누구입니까?"

서재헌은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누구인들 무슨 상관이냐? 어차피 둘 다 벌을 받고 있다."

'둘 다 벌을 받고 있다고?'

송연화는 숨이 턱 막혔다. '연이와 난희가 함께 벌을 받고 있다니!'

'그 이유가 송유란을 모욕했다는 것이라고?'

"감히 여쭙겠습니다. 그 궁녀들이 언니를 어찌 모욕했습니까?"

서재헌의 검은 눈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끝까지 따져 묻는 것은 짐이 그들을 벌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뜻이냐?"

곁에 있던 송유란이 옆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송유란의 곁을 지키던 궁녀 윤채가 조용히 서 있었다.

눈짓을 받은 윤채가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왔다.

"그 두 궁녀는 벌을 받아 마땅하옵니다. 저희 아가씨께서는 연회를 준비하느라 밤낮으로 쉬지도 못하시고 사흘 내내 애쓰신 끝에 대신들과 그 부인들의 찬사를 받으셨사옵니다."

"그런데도 아가씨께서는 연회 자리에서 연빈 마마께서 전폭적으로 도와주신 덕분에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말씀하셨사옵니다. 하지만 영휘궁 궁녀들은 아가씨를 보자마자 삿대질하며 꾸짖었사옵니다."

"아가씨께서 주제넘게 나섰다느니, 분수도 모른다느니..."

"윤채!"

송유란이 갑자기 호통쳤다.

말하는 궁녀를 가리키며 미간을 좁혔다.

"연빈 마마는 내 동생이야. 네가 감히 마마를 꾸짖을 수 있는 사람이더냐? 당장 입 다물어!"

윤채는 무릎을 꿇고도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소인은 연빈 마마를 꾸짖은 것이 아니옵니다. 그저..."

"입 다물어!"

송유란이 다시 한번 호통쳤다.

이어 서재헌을 바라보며 다급하고 애원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폐하, 어린 궁녀가 생각 없이 내뱉은 말입니다. 부디 마음에 담아 두지 마십시오."

서재헌은 이미 윤채의 무례한 언행에 화가 나 있었다. 하지만 송유란의 모습을 보고는 분노를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

"괜찮다. 너를 위해 억울함을 호소한 것뿐이니."

그렇게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윤채라는 궁녀를 내보내기로 마음먹었다.

하인이 주인을 위해 나설 수는 있었다. 하지만 주인의 꾸지람도 듣지 않고 불복한다면 곁에 둘 수 없었다.

서재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송유란은 그 말만 듣고도 윤채에 대한 그의 생각을 눈치챘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궁녀 하나쯤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오늘 찾아온 진짜 목적을 이루는 일이었다.

송유란은 다시 화제를 송연화에게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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