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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05 10:54:39

“어구구, 힘도 세네. 알았어, 알았어. 집에 가서 씻고 맘마 먹자.”

나는 녀석을 품에 꼭 안았다.

비에 젖은 털에서 비릿한 쇠 냄새가 났지만, 깨끗이 씻기면 비누 향이 날 것이다.

따뜻한 내 체온이 닿자, 격렬하게 저항하던 녀석의 몸이 조금씩 굳어졌다.

‘이제 좀 얌전해졌네.’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저 멀리 보이는 오두막(내 하우징)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품에 안긴 녀석이, 제국 북부를 공포로 몰아넣은 ‘광증의 폭군’ 칼리드 대공이라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칼리드 드 에페르토 시점]

지옥이 있다면 바로 이곳일 것이다.

칼리드는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그렇게 생각했다.

저주받은 피가 폭주했다. 이성을 잃고 마수화가 진행된 상태로 북부의 숲을 며칠이나 헤맸는지 모른다.

몸은 찢어질 듯 아팠고, 뼛속 깊이 박힌 마기의 독성이 전신을 마비시키고 있었다.

‘이대로 죽는 건가.’

차라리 다행이었다. 자신이 완전히 이성을 잃고 괴물이 되어 사람들을 학살하기 전에 죽는 편이 나았다.

기사단도 따돌렸다. 이제 이 숲에서 조용히 숨을 거두면 끝날 일이었다.

그때였다.

안개 속에서 누군가 걸어왔다.

‘……인간?’

아니, 인간일 리가 없다.

이곳은 ‘죽음의 숲’이다. S급 마수들이 우글거리는 이곳에, 호위 하나 없이 제 발로 들어올 인간은 없다.

하지만 다가오는 형체는 분명히 가녀린 여자의 모습이었다.

그녀는 맨발로, 독초가 가득한 숲을 산책하듯 걸어오고 있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그녀의 태도였다.

칼리드는 현재 반쯤 마수화가 진행되어 흉측한 늑대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크기만 조금 줄어들었을 뿐, 뿜어내는 살기와 마기는 여전히 주변의 풀을 말라 죽일 만큼 맹독성이었다.

그런데.

“아가, 괜찮니?”

여자가 눈높이를 맞추며 말을 걸어왔다.

미친 건가?

칼리드는 본능적으로 살기를 뿜으며 경고했다. 목구멍에서 짐승의 포효가 터져 나왔다.

당장 꺼지라고. 내게 가까이 오면 너도 찢어발겨질 거라고.

하지만 여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자, 이거 먹을래? 맘마.”

그녀가 내민 것은 최고급 마수, ‘와이번의 심장’을 말린 육포였다.

저걸 어디서 구했지? 아니, 애초에 저걸 왜 나한테 흔드는 거지?

칼리드는 혼란스러웠다. 이 여자의 정체는 대체 뭐란 말인가.

그녀의 몸에서는 그 어떤 마력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동시에, 숲의 모든 마수들이 그녀를 피해 숨죽이고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위험하다.’

직감이 경고했다. 이 여자는 괴물이다. 나 같은 반쪽짜리 괴물이 아니라, 태생부터 격이 다른 존재.

그녀가 손을 뻗어왔다.

칼리드는 최후의 저항으로 그녀의 손목을 물어뜯었다. 강철도 씹어 부수는 악력으로.

챙-!

이빨이 튕겨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피가 터져 나와야 정상인 상황에서, 그녀의 피부에는 작은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태연하게 내 미간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 갈이 하는구나?”

이 갈이?

지금 내 살의를, 목숨을 건 공격을 고작 젖니 나는 짐승의 투정 취급한 건가?

경악으로 굳어버린 칼리드의 몸이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

그녀가 한 손으로, 너무나 가볍게 80kg에 육박하는(현재는 마수화로 인해 더 무거운) 자신을 들어 올린 것이다.

“어구구, 힘도 세네.”

이건 악몽이다.

저항하려고 발버둥 쳤지만, 그녀가 품에 안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이하고 따뜻한 파장이 칼리드의 날뛰던 마기를 순식간에 짓눌러버렸기 때문이다.

마치 거대한 산이 짓누르는 듯한 압박감. 그러나 동시에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포근함.

‘움직일 수가…… 없어.’

칼리드는 전율했다.

제국의 소드마스터도 감당하지 못하는 내 폭주를, 포옹 한 번으로 제압하다니.

이 여자는 북부의 마녀인가? 아니면 숲이 만들어낸 환영인가?

“집에 가서 씻고 맘마 먹자.”

그녀가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칼리드는 그녀의 품에 갇힌 채, 정체불명의 오두막으로 납치당하고 있었다.

살면서 처음으로, 죽음보다 더한 공포와 알 수 없는 수치심이 밀려왔다.

오두막 안은 밖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아늑했다.

물론 내 눈에만 그렇다는 거다.

벽난로에서는 장작이 타닥타닥 타고 있었고, 푹신한 러그가 깔려 있었다.

나는 녀석을 욕실로 데려갔다.

“자, 목욕하자 뽀삐야.”

나는 내 마음대로 녀석의 이름을 ‘뽀삐’로 정했다. 하얗고 귀여우니까 딱이다.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고, 강아지 전용 입욕제를 풀었다. 라벤더 향 거품이 보글보글 올라왔다.

“들어가자~”

녀석을 물에 넣으려 하자, 뽀삐가 네 발로 욕조 테두리를 잡고 버텼다.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

목욕을 싫어하는 강아지들이 흔히 보이는 반응이다.

“아이, 씻어야지. 지지 묻었잖아.”

나는 뽀삐의 엉덩이를 살짝 밀었다.

풍덩.

결국 뽀삐는 체념한 듯 물속에 잠겼다.

물이 닿자 엉겨 붙어 있던 붉은 페인트(피)가 씻겨 내려가고, 본래의 은색에 가까운 하얀 털이 드러났다.

“어머, 너 털 색깔 진짜 예쁘다.”

나는 감탄하며 뽀삐의 몸을 구석구석 씻겼다.

등을 문지르고, 배를 문지르고, 꼬리까지 꼼꼼하게.

그런데 이상했다.

내가 배를 문질러줄 때마다 뽀삐의 몸이 뻣뻣하게 굳어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꾸만 앞발로 중요 부위(?)를 가리려고 애쓰는 것 같았다.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구나.’

나는 짓궂게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뽀삐야. 누나는 다 봤어.”

그 순간, 뽀삐가 입을 떡 벌리고 나를 쳐다봤다. 얼굴(주둥이)이 묘하게 빨개진 것 같은 건 기분 탓일까?

나는 거품을 헹궈내고 수건으로 녀석을 감쌌다.

물에 젖은 강아지는 왜 이렇게 못생기고 귀여운 걸까?

드라이기(마법 도구)로 털을 말려주자, 뽀삐는 다시 솜사탕처럼 뽀송뽀송해졌다.

“자, 이제 밥 먹자!”

목욕으로 기력을 썼으니 보양식을 먹일 차례였다.

나는 주방으로 가서 냉장고를 열었다.

<마이 리틀 펫샵>의 냉장고는 무한 식량 창고나 다름없다.

나는 그중에서도 ‘대형견용 스테이크 통조림’을 꺼냈다.

접시에 먹음직스러운 고기를 덜어내고, 그 위에 영양제 가루를 솔솔 뿌렸다.

“뽀삐야, 맘마!”

접시를 바닥에 내려놓자, 소파 구석에 찌그러져 있던 뽀삐가 슬금슬금 다가왔다.

녀석은 여전히 경계심 가득한 눈빛이었지만, 코는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고 있었다.

배고픔 앞에서는 장사 없는 법이지.

녀석은 조심스럽게 고기 한 점을 입에 넣었다.

그리고는 눈이 번쩍! 뜨였다.

오물오물, 쩝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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