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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05 10:56:00

순식간에 접시를 비운 녀석이 혀로 입맛을 다시며 나를 쳐다봤다. 더 달라는 눈치였다.

“맛있어? 더 줄까?”

나는 웃으며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번에는 피하지 않았다. 내 손길이 닿자 녀석의 귀가 살짝 뒤로 젖혀졌다.

아, 이 보드라운 촉감.

이게 바로 힐링이지.

“우리 여기서 잘 지내보자, 뽀삐야.”

나는 뽀삐를 꼭 껴안고 볼을 비볐다.

내 볼에 닿는 녀석의 털이 따뜻했다.

하지만 나는 몰랐다.

내 품에 안긴 이 귀여운 강아지가, 사실은 ‘와이번의 심장’과 ‘만드라고라의 뿌리(영양제)’를 먹고 기력을 회복해 살기를 번뜩이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 당장 내 목덜미를 물어뜯을지, 아니면 이 기이한 사육에 조금 더 몸을 맡길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는 것을.

나의 착각과, 녀석의 오해가 얽힌 기묘한 동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창밖에는 여전히 폭죽 같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 우리 뽀삐는 집이 필요해

밤이 깊었다.

창밖에는 여전히 빛망울 같은 비가 내리고 있었고, 오두막 안은 평화로운 정적에 잠겨 있었다.

나는 푹신한 침대에 누워 곤히 잠들었다. 낯선 곳에 떨어졌지만, 불면증에 시달리던 현실보다 잠자리가 훨씬 편안했다. 아마도 이 세계의 공기에 섞인 달콤한 향기 덕분인 것 같았다.

내 옆자리, 보들보들한 극세사 이불 위에는 하얀 털뭉치가 웅크리고 있었다.

오늘 주워 온 나의 반려견, 뽀삐였다.

규칙적인 숨소리를 내며 잠든(것으로 보이는) 뽀삐를 보며, 나는 꿈결 속에서도 헤실헤실 웃었다.

아, 따뜻해. 이게 행복이지.

내일 일어나면 뽀삐 집도 만들어주고, 마당에 꽃도 심어야지.

행복한 계획을 세우며 나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그 시각, 나의 품에 안긴 뽀삐, 아니 칼리드 대공은 전혀 다른 밤을 보내고 있었다.

[칼리드 드 에페르토 시점]

칼리드는 숨을 죽이고 여자의 동태를 살폈다.

규칙적인 호흡. 완전히 이완된 근육.

여자는 무방비하게 잠들어 있었다.

‘지금이다.’

칼리드는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마수화된 신체의 본능이 당장 저 여자의 목을 물어뜯으라고 아우성쳤다. 하지만 칼리드는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제국 최고의 전략가이자, 숱한 전장을 헤쳐 온 사냥꾼이었다. 적의 전력을 파악하기 전에는 발톱을 드러내지 않는 법이다.

‘이곳은…… 대체 어디지?’

칼리드는 몸을 일으키려다 흠칫 놀랐다.

여자가 잠결에 팔을 뻗어 자신의 몸통을 꽉 끌어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단순한 포옹이 아니었다. 여자의 팔에서 흘러나오는 기이한 파장이 칼리드의 전신을 구속하고 있었다. 마치 고위 랭크의 ‘구속 마법’인 것 같았다.

빠져나가려고 힘을 줄수록, 그 파장은 더 부드럽고 강력하게 그를 옥죄어왔다.

‘마력을 쓰지 않고 순수 신체 능력만으로 나를 제압하고 있어.’

식은땀이 흘렀다.

그는 시선을 돌려 방 안을 훑어보았다.

낮에는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지금 보니 이 오두막은 평범한 집이 아니었다.

벽난로에서 타고 있는 장작.

저것은 천 년 묵은 ‘세계수’의 가지가 아닌가?

제국 황실 보물로도 구하기 힘든 세계수를 땔감으로 쓰고 있다니.

그리고 자신이 덮고 있는 이 이불.

촉감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러웠다. 미세하게 흐르는 마력의 결을 보아하니, 전설 속의 마수 ‘실크 웜’이 뽑아낸 실로 짠 것이 분명했다. 방어력이 웬만한 판금 갑옷보다 높을 것이다.

‘그리고 저것은…….’

칼리드의 동공이 지진 난 듯 흔들렸다.

침대 머리맡에 놓인 물병.

그 안에 담긴 액체에서 성스러운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엘릭서(Elixir).

죽은 자도 살린다는 전설의 만병통치약이, 마치 동네 약수터 물처럼 투박한 유리병에 담겨 있었다.

‘미쳤어. 이 여자는 미쳤다.’

이곳은 마녀의 은신처가 아니다.

이 정도 수준의 아티팩트와 재료를 일상용품처럼 쓰는 존재라면, 신화 속에나 나오는 ‘초월자’이거나 마신(魔神)의 현신일 것이다.

그때, 여자가 잠꼬대를 하며 칼리드의 귀를 조물거렸다.

“으음…… 뽀삐야…… 손…….”

뽀삐.

그녀가 자신에게 붙인 굴욕적인 이름.

제국의 대공이자 북부의 지배자인 자신을, 고작 시골 똥개 부르듯 부르다니.

하지만 칼리드는 분노보다 공포를 먼저 느꼈다.

그녀가 말하는 ‘손’이라는 명령어가 단순한 애교가 아니라, ‘복종’을 확인하는 절차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칼리드는 얌전히 그녀의 품에 갇혀 있기로 했다.

아까 먹은 ‘와이번 심장 육포’ 덕분에 끓어오르던 마기의 독성이 진정되고 있었다.

일단은 몸을 회복하는 게 우선이다.

이 알 수 없는 초월자가 자신을 ‘애완동물’로 인식하고 있는 동안에는 안전할 테니까.

‘살아남아야 한다. 무슨 짓을 당하더라도.’

칼리드는 비장한 각오로 눈을 감았다.

여자가 잠결에 뿜어내는 입 냄새조차 나지 않는 청량한 숨결이, 칼리드의 콧잔등을 간지럽혔다.

다음 날 아침.

“흐아암! 잘 잤다!”

나는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다.

상쾌했다. 이렇게 개운한 아침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창문을 열자, 비는 그치고 맑은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다.

어제 내린 비 덕분인지 숲은 더욱더 초록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뽀삐야, 일어났어?”

나는 옆을 돌아보았다.

뽀삐는 침대 구석에 앉아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밤새 잠을 설친 걸까? 눈 밑이 좀 퀭해 보이는(강아지한테 다크서클이 있나?) 것 같기도 하고.

“우리 뽀삐, 배고프지? 밥 먹자.”

나는 뽀삐를 안고 주방으로 갔다.

오늘의 메뉴는 ‘유기농 야채죽’과 ‘우유’였다. 아직 환자니까 소화가 잘되는 음식이 좋을 것 같았다.

게임 내 아이템 설명에는 [모든 상태 이상을 회복시키는 성수 한 방울이 첨가된 우유]라고 적혀 있었다.

그릇을 내려놓자 뽀삐는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이내 체념한 표정으로 우유를 할짝거리기 시작했다.

잘 먹네, 내 새끼.

“자, 밥도 먹었으니까 이제 집을 만들어볼까?”

나는 밖으로 나왔다.

<마이 리틀 펫샵>의 가장 큰 재미는 바로 ‘하우징’과 ‘제작’이다.

마당 한쪽, 볕이 잘 드는 곳을 골랐다.

“여기가 좋겠다.”

나는 시스템 메뉴를 열었다.

[제작] 탭에 들어가니 다양한 도면들이 떴다.

‘개집…… 개집이 어디 있더라.’

“어? 재료가 좀 부족하네.”

기본적인 나무와 돌은 인벤토리에 있었지만, 지붕을 덮을 ‘푹신한 지푸라기’가 없었다.

하지만 걱정 없다.

내게는 ‘채집’ 스킬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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