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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폭군 대공이 내게만 말티즈로 보인다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07 10:01:50

여자는 웃으면서 그에게 ‘목줄’을 채웠다.

도망가지 말라는 경고이자, 네 힘 따위는 언제든 제어할 수 있다는 무언의 압박.

칼리드는 굴욕감보다 안도감을 느꼈다. 적어도 이 목줄이 있는 한 마수화가 폭주하여 이성을 잃을 일은 없을 테니까.

하지만 산책, 아니 ‘죽음의 행군’은 공포 그 자체였다.

여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S급 마수들의 영역을 가로질렀다.

그리고 마주친 ‘킬러 래빗’.

저놈은 작아 보여도 북부 기사단의 정예 병사 한 명의 목을 순식간에 따버리는 놈이다.

칼리드는 본능적으로 여자를 보호하기 위해 앞을 막아섰다. 아무리 그녀가 괴물이라도, 일단은 자신의 ‘주인’이니까.

하지만 여자는 그를 밀쳐내고 맨몸으로 킬러 래빗을 맞이했다.

킬러 래빗의 뿔이 그녀의 심장을 노리고 날아든 순간.

딱!

여자가 손가락으로, 마치 모기를 쫓듯이 래빗의 이마를 튕겼다.

그 단순한 동작에서 발생한 충격파가 공기를 찢었다.

킬러 래빗의 머리통이 터져나가는 소리가 들렸다(에델린의 눈에는 그냥 날아간 걸로 보였지만, 실제로는 충격으로 즉사하며 날아갔다).

마수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숲 반대편으로 사출되어 버렸다.

“친구네.”

여자가 웃으며 말했다.

저게 친구라고?

머리통을 날려버리는 게 친구 사이의 인사법인가?

칼리드는 오한을 느꼈다.

이 여자의 ‘상식’은 인간의 범주를 벗어나 있다.

그녀에게 ‘친구’란, 자신의 힘을 견뎌내고 살아남은 강자만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나에게 ‘가족(뽀삐)’이라고 부르는 것은…….

‘설마, 나를 자신과 동급의 괴물로 키우려는 건가?’

대공, 아니 뽀삐는 덜덜 떨리는 다리에 힘을 주었다.

여기서 주저앉으면 그녀가 ‘실망’할지도 모른다.

실망의 대가는 아마도 저 토끼처럼 되는 것일 테지.

“가자, 다른 친구 찾아보자.”

여자가 목줄을 당겼다.

칼리드는 군말 없이 그녀를 따랐다.

이제 그는 확실히 알았다.

이 숲에서 가장 위험한 마수는 킬러 래빗도, 마수화된 자신도 아니다.

바로 저 해맑게 웃으며 산책을 즐기는, 분홍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였다.

산책은 꽤 즐거웠다.

다만 만나는 동물 친구들이 다들 나를 보면 격하게 반기다가(달려들다가), 내가 쓰다듬으려 하면 멀리 도망가 버리는 게 좀 아쉬웠다.

다들 부끄러움이 많은가 봐.

“뽀삐야, 이제 집에 갈까?”

배도 출출해졌다.

우리는 다시 오두막으로 향했다.

돌아오는 길에 텃밭에 심을 씨앗도 좀 주웠다. 반짝이는 보석 같은 열매들이 굴러다니길래 주머니에 챙겼다. (사실은 마수들을 유인하는 맹독성 열매였지만, 에델린에게는 방울토마토로 보였다.)

집에 도착하니, 오두막 앞에 누군가 서 있었다.

검은색 로브를 뒤집어쓴 수상한 차림의 남자.

“……누구세요?”

나는 뽀삐를 뒤로 숨기며 물었다.

손님인가? 아니면 잡상인?

게임에 가끔 등장하는 ‘떠돌이 상인’일 수도 있겠다.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로브 아래로 드러난 얼굴은 창백했고, 눈은 뱀처럼 세로로 찢어져 있었다.

“흐흐흐…… 이곳에 결계를 친 마법사가 있다고 해서 와봤더니. 계집애 하나뿐인가?”

목소리가 긁는 쇠소리처럼 듣기 싫었다.

말투도 비호감이고.

[시스템: ‘수상한 침입자(Lv. 15)’가 등장했습니다!]

[전투 모드로 전환하시겠습니까?]

역시, 몬스터였구나.

인간형 몬스터는 처음 보는데. 약간 좀비나 흑마법사 컨셉인가?

“우리 집에 무슨 볼일이시죠?”

내가 묻자, 남자가 비릿하게 웃으며 손을 들어 올렸다.

그의 손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볼일? 네년의 마력과 그 뒤에 숨긴 마수를 내놓으라면 주겠느냐? 죽어라!”

남자가 검은 불덩이를 나에게 던졌다.

어머, 다짜고짜 공격이라니 매너가 꽝이네.

슈우우욱-!

불덩이가 내 얼굴을 향해 날아왔다.

하지만 내 눈에는 그저 느릿하게 날아오는 ‘검은색 물풍선’으로 보였다.

나는 귀찮다는 듯이 손을 휘저었다.

파앗!

내 손이 허공을 가르자, 날아오던 불덩이가 맥없이 흩어졌다.

마치 촛불을 입으로 끈 것처럼.

“……?!”

남자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나는 허리에 손을 얹고 짐짓 엄한 표정을 지었다.

“남의 집에서 불장난하면 안 돼요! 산불 나면 어쩌려고 그래요?”

“이, 이게 무슨…… 내 ‘헬 파이어’를 맨손으로……?”

남자가 뒷걸음질 쳤다.

나는 교훈을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말썽쟁이 NPC는 따끔하게 혼내줘야 다신 안 오지.

나는 발아래 굴러다니는 작은 돌멩이 하나를 집어 들었다.

“가세요! 안 그러면 경찰(경비병) 부를 거예요!”

나는 돌멩이를 남자에게 가볍게 던졌다.

내 딴에는 위협만 줄 생각이었다.

휙-

돌멩이는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내며 날아갔다.

그리고.

퍼억-!

정확히 남자의 이마에 명중했다.

남자는 “끄악!” 하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그리고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어라?”

기절했나?

나는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다행히 숨은 쉬고 있는 것 같았다. 이마에 혹이 좀 크게 났네.

“엄살은.”

나는 혀를 쯧쯧 찼다.

그때, 내 뒤에 있던 뽀삐가 슬금슬금 다가와 쓰러진 남자의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는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 눈빛에는…… 왠지 모를 경외심(?)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칼리드 시점]

쓰러진 남자는 ‘흑마법사 길드’의 간부였다.

현상금이 수천 골드나 걸린, 악명 높은 살인마.

그가 쏘아 보낸 ‘헬 파이어’는 작은 마을 하나를 통째로 태워버릴 수 있는 위력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그것을 파리 쫓듯 흩어버렸다.

심지어 반격기랍시고 던진 것은, 길가에 굴러다니던 평범한 자갈이었다.

단지 그녀가 던졌다는 이유만으로, 그 자갈은 흑마법사의 ‘마력 보호막(Shield)’을 종잇장처럼 뚫고 두개골을 함몰시켜 버렸다.

일격필살.

압도적인 무력 차이.

칼리드는 쓰러진 흑마법사를 보며 동정심마저 느꼈다.

상대를 잘못 골랐군.

이 숲의 주인은 마녀가 아니다.

재앙이다.

걸어 다니는 자연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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