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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08 09:18:39

‘절대로…… 절대로 이 여자의 심기를 거스르면 안 된다.’

뽀삐는 맹세했다.

앞으로 그녀가 손을 달라고 하면 손을 주고, 구르라고 하면 구르겠다고.

그것만이 이 괴물 같은 여자 곁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길임을, 짐승의 본능이 짖어대고 있었으니까.

“뽀삐야, 들어가자. 저 아저씨 일어나면 가겠지.”

여자가 나를 불렀다.

나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젠장, 꼬리가 제멋대로 움직인다)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그녀의 등 뒤로 따사로운 햇살이 비치고 있었다.

그 평화로운 뒷모습이, 그 어떤 악마보다 거대해 보였다.

* 우리 집 강아지는 농사도 잘 짓지

마당에 쓰러져 있던 ‘수상한 아저씨’는 한참이 지나도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허리에 손을 얹고 곤히 잠든(기절한) 그를 내려다보았다.

“거참, 낮술이라도 드셨나. 남의 집 앞마당에서 이렇게 푹 주무시면 곤란한데.”

[시스템: ‘기절한 흑마법사(Lv.15)’는 상태 이상 [뇌진탕/영구적 마력 회로 손상] 상태입니다.]

시스템 창이 떴지만, 내 눈에는 그저 [상태: 숙취 / 떡실신] 정도로만 보였다.

이대로 두면 미관상 좋지 않다. 우리 집은 힐링 펫샵을 지향하는데, 입구에 취객이 널브러져 있어서야 원.

“뽀삐야, 잠깐 비켜볼래?”

나는 뽀삐를 뒤로 물러나게 한 뒤, 아저씨의 다리 한 짝을 잡았다.

질질질.

아저씨는 생각보다 가벼웠다. 나는 그를 오두막 울타리 밖, ‘퇴비 보관함’이라고 써진 구덩이 근처로 끌고 갔다.

“여기서 주무시다가 정신 드시면 가세요~”

나는 그를 숲의 가장자리에 조심스럽게 뉘어주었다.

물론 내 눈에는 부드러운 풀밭으로 보였지만, 사실 그곳은 ‘식인 개미’들의 이동 경로였다. 뭐, 자연 친화적인 곳이니까 알아서 잘 일어나시겠지.

나는 손을 탁탁 털고 다시 마당으로 돌아왔다.

오늘 할 일은 많았다.

어제 주워 온 씨앗들을 심어 텃밭을 가꿔야 했다. 귀농 라이프의 꽃은 자급자족 아니겠는가.

“자, 뽀삐야! 이제 밥값 하러 가자!”

나는 창고에서 호미와 물뿌리개를 챙겨 들었다.

뽀삐가 꼬리를 살랑거리며 나를 따라왔다. 녀석, 벌써 나랑 노는 게 좋은가 보다.

[칼리드 드 에페르토 시점]

칼리드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여자가 흑마법사를 처리하는 방식은 잔혹함 그 자체였다.

그녀는 제국의 1급 수배자인 흑마법사를 마치 쓰레기봉투처럼 질질 끌고 가더니, ‘아귀(Hungry Ghost)의 늪’ 입구에 던져버렸다.

‘살려 보낼 생각이 없군.’

기절한 흑마법사의 몸 위로 검붉은 개미 떼가 몰려드는 것이 보였다. 놈은 아마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뼈만 남게 될 것이다.

칼리드는 마른침을 삼켰다.

저 여자의 ‘친절’은 오로지 자신의 울타리 안에 있는 존재에게만 적용된다. 울타리 밖의 존재는 그저 ‘배경’이나 ‘거름’ 취급이다.

‘나는…… 울타리 안이라서 다행인 건가.’

안도감과 자괴감이 동시에 밀려왔다.

그때, 여자가 호미를 들고 그를 불렀다.

“자, 뽀삐야! 이제 밥값 하러 가자!”

밥값.

칼리드의 귀가 쫑긋 섰다.

그래,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그녀가 나에게 최고급 마수 고기를 먹이고, 드래곤 가죽 목줄(리본)을 채워준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전투 훈련인가? 아니면 마수 토벌?

제국의 대공으로서 무력에는 자신 있었다. 그녀의 기대에 부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하지만 그녀가 데려간 곳은 마수들의 전장이 아니라, 오두막 옆의 공터였다.

“여기 땅 좀 파줄래? 호미질하기가 힘드네.”

여자가 흙바닥을 가리켰다.

땅을 파라고?

칼리드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깨달았다.

이것도 훈련의 일종이다. 단순한 삽질이 아니라, 오러(Aura)를 이용해 지반을 다지는 정교한 마력 컨트롤 훈련일 것이다.

‘보여주지. 내 능력을.’

칼리드는 앞발에 마나를 집중했다.

은색의 발톱이 날카롭게 빛났다. 바위도 두부처럼 자르는 소드마스터의 검기(Sword Aura)가 발톱 끝에 맺혔다.

콰아앙-!

칼리드가 앞발을 내리꽂자, 땅이 폭발하듯 파헤쳐졌다.

단단한 동토의 땅이 순식간에 갈려 나가며 깊은 구덩이가 생겼다.

완벽하다.

이 정도면 그녀도 나의 힘을 인정하고…….

“어머, 우리 뽀삐 힘도 좋네! 트랙터가 따로 없어!”

여자가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트랙터?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칭찬인 것 같았다.

그녀는 내가 파놓은 구덩이에 무언가를 심기 시작했다.

‘……잠깐. 저건?’

칼리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가 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평범한 씨앗이 아니었다.

보랏빛 독기를 뿜어내는, 사람 얼굴 모양의 뿌리.

비명을 지르면 듣는 사람의 고막을 터뜨려 죽인다는 전설의 마물, ‘만드라고라’였다.

“으에에앵! 꺄아악!”

심지어 그 만드라고라는 살아 있었다. 흙 속에 묻히기 싫어서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 쳤다.

보통 사람이라면 저 소리를 듣자마자 기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여자는 만드라고라의 머리통을 딱밤으로 쥐어박았다.

“쓰읍! 조용히 해. 맘마 먹고 쑥쑥 커야지.”

딱!

만드라고라가 ‘헉’ 하고 숨을 멈추더니 기절했다.

여자는 기절한 만드라고라를 흙 속에 쑤셔 넣고 콧노래를 부르며 흙을 덮었다.

“토마토 심었으니까, 이쪽에는 감자 심어야지.”

그녀가 ‘감자’라고 부른 것은, 폭발성 포자를 품고 있는 ‘봄버 포테이토(Bomber Potato)’였다. 건드리면 터지는 지뢰 같은 식물을 그녀는 맨손으로 조물딱 거리며 심었다.

칼리드는 뒷걸음질 쳤다.

이 밭은 텃밭이 아니다.

이곳은 제국을 멸망시킬 수도 있는 생화학 무기 저장소다.

“뽀삐야, 물 좀 줄래? 저기 물통에 있는 거.”

여자가 가리킨 물통.

그 안에서 출렁이는 액체는 투명한 물이 아니었다.

은은하게 푸른 빛을 내는, 고농축 마나 용액(Mana Liquid).

마법사들이 평생 한 병을 구하기도 힘들다는 그 귀한 것을, 그녀는 농업용수로 쓰고 있었다.

‘이 밭에서 자란 작물들은…… 대체 어떤 괴물이 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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