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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 公開日: 2026-07-05 10:58:04

나는 오두막 뒤편의 숲으로 향했다.

커다란 나무들이 울창하게 뻗어 있었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나뭇가지와 덤불을 줍기 시작했다.

우두둑, 뚝.

손을 댈 때마다 아이템이 쑥쑥 들어왔다.

[시스템: ‘저주받은 흑철목’을 획득했습니다.]

[시스템: ‘식인 덩굴의 줄기’를 획득했습니다.]

‘응? 이름이 좀 살벌하네.’

게임 설정인가 보다. 원래 판타지 테마 맵이라 아이템 이름도 좀 유니크한가 보지.

어쨌든 화면상으로는 그냥 튼튼해 보이는 고동색 나무와 질긴 덩굴이었다.

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재료를 모았다.

뒤따라 나온 뽀삐가 그 모습을 보고 입을 딱 벌린 채 굳어 있었다.

아마 주인이 일하는 모습이 신기한가 보다.

“뽀삐야, 기다려! 금방 멋진 집 지어줄게!”

나는 재료를 다 모은 뒤, 마당으로 돌아와 [건설] 버튼을 눌렀다.

팡! 팡!

경쾌한 효과음과 함께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망치질 몇 번 하는 시늉을 하자, 눈앞에 근사한 개집이 뚝딱 완성되었다.

고풍스러운 원목으로 지어진, 붉은 지붕이 예쁜 강아지 집이었다. 입구에는 <POPPY>라고 쓴 명패도 달아주었다.

“완성! 어때, 마음에 들어?”

나는 뿌듯한 마음으로 뽀삐를 바라보았다.

뽀삐는 완성된 집을 보며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감동받아서 말이 안 나오나?

[칼리드 시점]

칼리드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여자가 아침부터 부산을 떨더니, 오두막 뒤편 ‘마수들의 무덤’으로 향했다.

그곳은 강철보다 단단하다는 ‘흑철목’이 자라는 곳이자, 살아있는 생명체는 닥치는 대로 휘감아 말려 죽이는 ‘블러드 바인(식인 덩굴)’ 군락지였다.

그런데 여자는.

맨손으로.

흑철목을 엿가락처럼 툭툭 부러뜨리고 있었다.

도끼도, 톱도 없었다. 그냥 산책하다 떨어진 나뭇가지 줍듯이, 수백 년 묵은 흑철목을 ‘우두둑’ 뜯어냈다.

식인 덩굴이 공격하려고 꿈틀거리자, 여자가 “어머, 잡초가 많네.”라며 덩굴의 숨통을 끊어 가방에 쑤셔 넣었다.

‘괴력…… 아니, 저건 물리 법칙을 무시하는 권능이다.’

공포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녀가 마당으로 돌아와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손짓을 하자, 공간이 뒤틀렸다.

번쩍이는 섬광과 함께 땅이 울리더니, 순식간에 건물이 솟아올랐다.

그녀는 그것을 ‘집’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칼리드의 눈에는 그것이 ‘요새’ 혹은 ‘감옥’으로 보였다.

재료부터가 흑철목과 식인 덩굴이었다. 물리적 충격은 물론 5서클 이하의 마법은 모조리 튕겨낼 절대 방어의 요새.

게다가 입구에 새겨진 <POPPY>라는 글자.

그 글자에서 흘러나오는 붉은 기운은, 맹약을 강제하는 ‘고대 룬 문자’처럼 보였다.

“완성! 어때, 마음에 들어?”

여자가 해맑게 웃으며 물었다.

들어가라고?

저곳에 들어가면 영원히 그녀의 소유물이 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거부할 수 있을까?

흑철목을 맨손으로 꺾는 저 악력으로 내 목덜미를 잡는다면?

칼리드는 생존을 위해 굴욕을 삼키기로 했다.

그는 떨리는 다리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 ‘마굴’을 향해 걸어갔다.

다행히 뽀삐가 집이 마음에 든 모양이다.

안으로 들어가더니 조신하게 엎드렸다.

사이즈도 딱 맞고, 아늑해 보였다.

“좋아, 주거 문제는 해결했고.”

다음은 산책이다.

강아지에게 산책은 필수다. 스트레스도 풀고, 배변 활동도 해야 하니까.

나는 인벤토리 뒤져 ‘리본 끈’을 하나 꺼냈다.

목줄은 너무 답답해 보일 것 같아서, 예쁜 분홍색 리본을 준비했다.

“뽀삐야, 산책 가자~”

내가 리본을 흔들자 뽀삐가 집에서 나왔다.

나는 녀석의 목에 리본을 묶어주었다.

하얀 털에 분홍색 리본이라니. 완벽한 깔맞춤이다.

“너무 귀엽다! 사진 찍고 싶어.”

하지만 아쉽게도 여기는 스마트폰이 없다. 내 눈에만 담아야지.

나는 리본 끝을 잡고 숲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리 와, 숲 구경 시켜줄게.”

뽀삐는 잠시 버티는가 싶더니, 내가 줄을 살짝 당기자 어쩔 수 없다는 듯 따라왔다.

우리는 숲길을 걸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나뭇잎들이 사그락거리는 소리가 듣기 좋았다.

[시스템: ‘산책하기’ 퀘스트 진행 중]

[호감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역시, 산책 나오길 잘했어.

한참을 걷고 있는데, 앞쪽 수풀이 부스럭거렸다.

“어? 친구가 있나 봐.”

나는 뽀삐를 돌아보며 쉿, 하고 손가락을 입에 댔다.

수풀을 헤치고 나온 것은 토끼였다.

그런데 평범한 토끼가 아니었다.

몸집이 불독만큼 컸고, 눈이 빨간색인 아주 유니크한 토끼였다.

이마에는 뿔도 하나 달려 있었다.

‘유니콘 토끼인가? 희귀 몹이다!’

게임 도감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았다.

토끼는 우리를 보더니 쫑긋 귀를 세웠다.

“안녕? 넌 이름이 뭐니?”

내가 손을 내밀며 다가가자, 뽀삐가 갑자기 내 앞을 막아섰다.

크르르르!

뽀삐가 털을 곤두세우며 토끼를 향해 짖었다.

어머, 나를 지켜주려는 거야?

감동이다. 주운 지 하루 만에 충성심이 생기다니.

“괜찮아, 뽀삐야. 친구야, 친구.”

나는 뽀삐를 진정시키고 다시 토끼에게 다가갔다.

토끼가 입을 오물거리며 나에게 깡충 뛰어올랐다. 애교를 부리려나 보다.

(실체: 그것은 ‘킬러 래빗’이었다. 강철도 뚫는 앞니와 뿔을 가진, 곰도 잡아먹는 흉폭한 마수. 킬러 래빗은 에델린의 목을 뚫어버리기 위해 살의를 띠고 도약했다.)

토끼가 내 품으로 달려들었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녀석을 받아주려다가, 녀석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살짝 당황했다.

본능적으로 손을 휘저어 녀석의 이마를 톡, 쳤다.

“아이, 너무 격하게 반기지는 마. 언니 넘어져.”

딱!

경쾌한 소리와 함께, 내 손가락에 튕긴 토끼가 저 멀리 날아갔다.

피유우우웅-

마치 홈런 맞은 야구공처럼, 토끼는 숲의 저편으로 사라져 별이 되었다.

“……어?”

나는 잠시 멍하니 하늘을 쳐다봤다.

내가 너무 세게 밀었나?

아니면 저 토끼가 점프력이 엄청 좋은 건가?

“뭐…… 바쁜 일이 있었나 보네.”

나는 쿨하게 넘기기로 했다. 게임 NPC들이 원래 좀 버그가 많으니까.

나는 뽀삐를 돌아보며 웃었다.

“봤지? 친구가 부끄러워서 도망갔어. 가자, 다른 친구 찾아보자.”

뽀삐는…….

입을 다물지 못한 채, 토끼가 사라진 하늘과 내 손가락을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다.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칼리드 시점]

칼리드는 지금 정신이 혼미했다.

그의 목에 묶인 이 분홍색 리본.

이것은 단순한 천 조각이 아니었다.

리본이 목에 감기는 순간, 칼리드의 체내를 휘젓던 마기가 거짓말처럼 잠잠해졌다. 동시에 그의 신체 능력도 일부분 봉인당했다.

‘마력 제어구(Manacle). 그것도 드래곤의 가죽으로 만든 최상급 아티팩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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