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횃불들이 점점 더 가까워지며, 숲 사이로 검은 로브를 두른 인영들의 형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세드릭이 낮게 병사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전열, 유지해." 칼리안은 엘로라를 자신의 등 뒤로 이끌며, 낮게 말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 곁에서 떨어지지 마." 로브를 두른 무리 중 하나가,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왔다. 후드 아래로 드러난 얼굴은, 낯선 중년의 여인이었다. "…이런, 벌써 눈치채고 계셨군요." 여인의 목소리에는, 조롱 섞인 여유가 묻어 있었다. "누구지, 당신들은." 칼리안의 물음에, 여인은 낮게 고개를 저었다. "이름은, 알려드릴 필요 없을 것 같은데요. 저희는 그저, 오래전부터 이곳을 지켜봐 온 이들일 뿐입니다." 아르멜이 낮게 미간을 좁혔다. "…경계 너머에서 온 것을, 노리는 자들인가." 여인의 눈빛이 순간 흥미롭게 빛났다. "어머, 벌써 거기까지 알아내셨나요. 생각보다 빠르시네요." "목적이 뭐지." 칼리안의 서늘한 물음에, 여인은 낮게 웃으며 대답했다. "단순합니다. 저 안에 잠든 것을, 저희 손으로 직접 깨우려는 것뿐이지요." 엘로라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걸 깨워서, 어쩌려는 거예요." "글쎄요. 그건, 저희 윗선에서만 아는 일이라서." 여인은 그렇게 말하며, 손끝으로 낮은
엘로라는 그 말에 옅게 웃었다."…그런 말은 언제 들어도 낯간지러워요.""익숙해질 때까지 계속 말해줄 생각인데.""그럼 저도 계속 낯간지러워하는 걸로."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짧게 웃었다.*그날 오후, 아르멜은 그레이스 대공가의 더 오래된 기록을 찾기 위해 지하 서고로 향했다.몇 대에 걸쳐 쌓인 먼지 낀 문서들 사이에서, 그는 낡은 가죽 표지의 책 한 권을 발견했다.표지에는, 결계석에 새겨진 것과 같은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그는 조심스레 책을 펼쳐, 빛바랜 글자들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한참을 살피던 그의 얼굴이, 점점 심각하게 굳어갔다."…이럴 수가."그는 서둘러 책을 챙겨, 칼리안과 엘로라가 있는 응접실로 향했다."폐하, 대공 전하. 뭔가 중요한 걸 찾은 것 같습니다."칼리안이 낮게 물었다."뭔데."아르멜은 책을 펼쳐, 한 페이지를 가리켰다."이 기록에 따르면, 이 봉인은 원래 그레이스 대공가 한 곳만의 힘으로 세운 게 아니었습니다."엘로라가 조심스레 물었다."그럼, 누구와 함께요?""…황실입니다."칼리안의 눈이 커졌다."황실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기록에 따르면, 봉인 당시 그레이스 대공가와 황실 양쪽의 힘이 함께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서로 다른 두 혈통의 힘이 얽혀야만, 완전한 봉인이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칼리안은 낮게 숨을 골랐다."…그럼, 지금 완전히 재우지 못한 이유도.""아마도, 그레이스의 힘만으로는 부족했기 때문일 겁니다. 원래는, 황
"그건, 아직 말해줄 단계가 아닌 것 같군." 에녹이 옅게 웃으며 대답했다. 칼리안이 서늘한 눈빛으로 그를 몰아붙였다. "이봐, 여기까지 와서 그런 식으로 얼버무릴 거면 애초에 왜 온 거지." "경고하러 왔어." 에녹의 목소리가, 순간 낮고 진지하게 가라앉았다. "경고라니?" "완전히 재우지 못했다는 거, 이미 알고 있겠지. 그 틈을 노리는 게, 나 하나만은 아니야." 엘로라의 눈이 커졌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 "그 안에 잠든 것을 원하는 자들이, 따로 있다는 뜻이야." "누가, 대체 뭘 위해서 그런 걸 원한다는 거지." 칼리안의 물음에, 에녹은 낮게 고개를 저었다. "그것까지 알려주면, 재미가 없잖아." "…장난하는 건가 지금." "장난 아니야. 다만, 아직은 다 말해줄 수 없는 사정이 있다는 것뿐이지." 에녹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낮게 말을 이었다. "당분간, 결계석 주변 경비를 최대한 늘려. 그리고." "그리고, 뭔가." "영애도, 함부로 저 결계석에 다시 손대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그날 밤 노래, 생각보다 위험한 힘을 끌어냈으니까."
“…사흘 전 밤, 아주 미세한 진동이 한 번 감지되었습니다."그 말에 칼리안의 표정이 서늘하게 굳었다."그 얘기는, 왜 나한테 안 했지.""영애께서 회복하시는 데 집중해야 할 시기라 판단해서, 보고를 미뤘습니다. 죄송합니다."칼리안은 낮게 한숨을 내쉬며,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판단은 옳았어. 다만 앞으로는, 작은 것 하나도 바로 알려줘."세드릭이 조심스레 화제를 돌렸다."그나저나, 그 봉인된 존재의 정체에 대해서는 알아낸 게 있으십니까."아르멜은 낮게 고개를 저었다."문헌 어디에도, 정확히 무엇인지에 대한 기록은 없었습니다. 다만.""다만, 뭔가 이상합니다."“그게 뭐지?”“고대 문헌 중 하나에, '경계 너머에서 온 것'이라는 표현이 반복해서 등장합니다. 아마도, 그것을 가리키는 것 같습니다."그 말에 엘로라의 눈이 커졌다."경계 너머라니, 그게 어디예요.""저도, 정확히는 모릅니다. 다만 이 세계의 것이 아니라는 뉘앙스로 읽힙니다."칼리안은 낮게 미간을 좁혔다."…그럼, 헬레네 님이 왜 그런 걸 이 땅에 봉인해두셨는지도 알 수 없다는 건가.""현재로선, 그렇습니다. 다만 그레이스 대공가에, 관련된 더 오래된 기록이 남아 있을 가능성은 있습니다."그때, 천막 밖에서 병사 하나가 다급히 뛰어들어왔다."대공 전하! 저택 정문에, 낯선 손님이 찾아왔습니다!"칼리안이 낮게 물었다."누구지."병사는 잠시 망설이다가, 낮게 대답했다."…본인을, 에녹이라고 소개했습니다."칼리안과 엘로라의 시선이 동시에 서로를 향했다.
아르멜은 조심스레, 그러나 놀란 얼굴로 지켜보고 있었다. "…예상보다 훨씬 효과가 큽니다. 이 정도라면, 정말 완전히 재울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엘로라의 노래가 절정에 다다르는 순간이었다. 그녀의 손목에서, 갑자기 혈통 각인이 강렬한 빛을 뿜어냈다. 그 빛이 결계석과 맞닿는 순간, 주변 전체가 눈부신 섬광에 휩싸였다. "엘로라!" 칼리안이 다급히 그녀를 향해 달려갔다. 섬광이 가라앉자, 결계석은 완전히 원래의 고요한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균열도, 붉은빛도 흔적 없이 사라진 뒤였다. 하지만 정작 엘로라는, 그 자리에 힘없이 쓰러져 있었다. 칼리안이 그녀를 안아 들며 다급히 외쳤다. "의원! 당장 의원을 불러!" 엘로라는 의식을 잃은 채로도, 낮게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아르멜이 그 입술의 움직임을 유심히 살피다가, 문득 표정이 굳었다. "…방금, 뭐라고 하신 겁니까." 칼리안이 다급히 물었다. "뭘 들은 건데." 아르멜은 낮은 목소리로, 그녀가 되뇌던 말을 그대로 전했다. "…'미안해, 완전히는 못 재웠어'라고 하셨습니다." 칼리안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완전히는, 못 재웠다니. 그게 무슨 뜻이야."
엘로라는 그 말에, 낮게 숨을 삼켰다. '…내가, 여기 없어서. 내가, 이곳에 없어서 이렇게 된 거였구나.' 죄책감이 서서히 그녀의 가슴을 짓눌러왔다. 칼리안이 그녀의 손을 굳게 잡으며 말했다. "네 탓이 아니야. 너는, 여기 있고 싶어도 있을 수 없었잖아." "그래도… 결국은, 제가 자리를 비운 사이 이렇게 된 거잖아요." "그럼 지금부터 채우면 돼. 지금, 네가 여기 있잖아." 아르멜이 조심스레 끼어들었다. "다만, 지금 당장 완전히 봉인을 되살릴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봉인 자체가, 상당히 복잡한 고대 마법으로 짜여 있어서요."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라는 거지." "시간을 주시면, 최선을 다해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칼리안은 낮게 고개를 끄덕이며, 결계석을 다시 한번 올려다보았다. 균열 사이로 새어 나오는 붉은빛이, 조금씩 더 짙어지고 있었다. * 그날 오후, 아르멜은 영지 서고에 남아 있던 오래된 마법 문헌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엘로라도 곁에서 그를 돕겠다며 자리를 지켰다. "저도 뭔가 도울 수 있으면 좋겠는데." "영애의 도움이라면, 오히려 이쪽에서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제가요?" "봉인이 그레이스의 혈통을 필요로 한다면, 해제든 강화든 결국 열쇠는 영애께 있을 겁니다. 문헌을 읽는 동안, 그레이스 대공가에 전해지는 이야기가 있다면 뭐든 말씀해주십시오." 엘로라는 낮게 고개를 끄덕이며,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