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009
강바람이 다리 밑의 습한 공기를 훑고 지나갔다. 콘크리트 기둥마다 눌어붙은 이끼 냄새와 비릿한 물비린내가 코끝을 찔렀다. 준우는 운동화로 바닥의 자갈을 의미 없이 짓이기며 어둠 속에 몸을 감췄다. 약속 시간은 이미 5분이나 지나 있었다.
정적이 한계를 몰아붙일 때쯤, 망막을 찢어발기는 듯한 광원이 정면에서 폭발했다.
“으윽!”
준우는 반사적으로 팔을 들어 눈을 가렸다. 손가락 사이로 스며드는 빛이 너무 강해 머릿속까지 하얗게 점멸했다. 신형 전술 라이트, 그것도 민간에서는 구경조차 할 수 없는 고광도 장비였다.
“양손 들어. 손가락 다 펴고.”
고막을 긁는 기계음이 울려 퍼졌다. 성대 변조기를 넘어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기묘하게 일그러져 성별조차 가늠하기 힘들었다. 준우는 눈을 감은 채 뻣뻣하게 두 팔을 들어 올렸다. 보이지 않는 총구가 심장을 겨누고 있다는 감각이 등줄기를 타고 서늘하게 올라왔다.
5초. 영원 같은 시간이 흐른 뒤 불빛이 꺼졌다. 잔상이 남은 시야에 검은 실루엣이 번졌다.
“그래서, 어디까지 알고 여기까지 기어 들어온 거지?”
준우는 눈을 연신 깜박이며 시력을 되찾으려 애썼다. 욱신거리는 미간을 짚으며 입을 뗐다.
“그 물건 이름이 ‘마나’라는 거. 그리고 주성분이 농축된 폭주제와 각성제 덩어리라는 것 정도는 압니다.”
어둠 속에서 '피식' 하는 메마른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겨우 그 정도라고? 목숨 걸고 나온 것치고는 빈약하군.”
“자료를 찾으려고 해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열람하는 족족 관리청 놈들이 검게 칠해버리더군요.”
“관리청…. 그래, 그놈들이라면 그러고도 남지.”
상대방의 그림자가 천천히 벽면에 기대앉았다. 준우는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이 자는 단순히 정보를 흘리는 정보원이 아니라, 이 비극의 설계도 어딘가를 목격한 인물이라는 것을.
“당신은 그 '검은 칠' 너머를 알고 있는 모양이군요.”
“당연하지. 그러니까 널 여기까지 부른 거다.”
다리 위를 지나는 차들의 소음이 둔탁하게 울렸다. 상대는 잠시 대답 대신 담배라도 태우듯 긴 숨을 내뱉었다. 이내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 ‘마나’라는 약. 처음 제작 의도가 뭐였을 것 같나?”
“각성제 함유량을 보면 뻔하죠. 강제로 능력을 끌어올려 인간 병기를 만들려던 거 아닙니까?”
“틀렸어.”
준우의 고개가 옆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졌다. 의아함이 서린 시선이 허공을 향했다.
“원래는 반대였다. 폭주를 억제하고 치료를 돕기 위한 보조제로 시작했지. 처음엔 그랬어. 성분도 꽤나 정상적이었고.”
“성분 배합표를 봤습니다. 그 재료들로는 절대로 치료제가 나올 수 없어요.”
“내 말 안 끝났다. 치료 목적으로 실험을 하던 중에 사고가 터졌지. 각성 성분을 아주 미세하게 높였더니, 억제되어야 할 능력이 오히려 폭죽처럼 터져버린 거야. 평범했던 능력자가 하룻밤 사이에 도시를 날려버릴 괴물이 됐지. 그 순간, 저 위에 계신 분들의 눈빛이 바뀌더군.”
상대는 벽을 툭툭 치며 말을 이었다.
“치료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어진 거야. 억제제가 아닌, 효율적인 ‘폭주 각성제’로 노선을 튼 거지. 하지만 국가가 대놓고 자국민을 대상으로 인체 실험을 할 순 없잖아? 능력자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으니까. 그래서 쓴 방법이 뭐라고 생각하나?”
준우의 사고가 빠르게 회전했다. 최근 유통 경로가 불분명한 마약성 약물이 빈민가와 지하 격투장을 중심으로 퍼졌던 사건들이 떠올랐다.
“설마… 민간에 유통한 겁니까?”
“눈치는 빠르군. 정답이다. 공식 기록은 전부 은폐하고, 뒷골목에 약을 뿌려서 살아있는 데이터를 수집하는 거지. ‘알파’가 나타날 때까지.”
“알파?”
“그 독약 같은 각성제를 처맞고도 이성을 유지하는 개체. 아니, 쓸만한 장기말을 말하는 거다.”
‘개체’라는 단어가 준우의 귓가에 차갑게 박혔다. 생명으로서의 존중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무기질적인 표현. 관리청이 능력자를 사람이 아닌 실험실의 쥐새끼 정도로 여기고 있다는 증거였다. 준우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사고가 깊어지려던 찰나, 발치로 무거운 뭉치가 툭 떨어졌다.
먼지 섞인 서류 더미와 구형 USB 하나가 든 낡은 봉투였다.
“잘 살펴봐. 여전히 절반은 검은 칠투성이겠지만, 그래도 진실에 발가락 하나쯤은 걸칠 수 있을 테니까.”
“잠깐, 질문이….”
준우가 다급히 손을 뻗었으나, 대답 대신 돌아온 것은 다시 한번 고막을 때리는 섬광이었다.
눈앞이 하얗게 점멸하며 비명이 터져 나왔다. 시신경이 타들어 가는 듯한 고통에 눈을 감았다 떴을 때, 다리 밑에는 오직 축축한 강바람과 발치에 놓인 봉투만이 남아있었다. 어둠 속으로 사라진 그림자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
부천의 밤은 짙었지만, 24시간 카페의 형광등은 잔인할 정도로 밝았다. 통창 너머로 드문드문 지나가는 취객들의 그림자가 일렁였다. 테이블 위에는 짙은 갈색의 커피 자국과 함께, 조금 전 준우가 가져온 서류뭉치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현수는 카페 구석, 콘센트가 가까운 자리에 자리를 잡고 노트북에 USB를 밀어 넣었다. 신경질적인 타이핑 소리가 정적을 깼다. 재범과 채은, 혜진은 약속이라도 한 듯 숨을 죽인 채 종이 더미를 넘겼다.
준우는 그 대열에서 살짝 비껴나 있었다. 습관처럼 따라다니는 우울감이 이럴 때면 꼭 두통을 동반해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다. 관자놀이가 맥박에 맞춰 욱신거렸다. 차가운 아이스 연유라떼 컵을 이마에 대고 열을 식히던 준우가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뗐다.
“혹시, 그 검은 칠 된 종이 하나만 주시겠어요?”
세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그에게 꽂혔다. 그제야 준우가 가진 특이한 '복구' 능력이 떠오른 모양이었다. 혜진이 가장 위에 있던, 절반 이상이 먹칠 된 페이지를 건넸다.
준우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종이 결을 따라 느릿하게 움직였다. 지문 끝에서 희미하고 투명한 빛이 배어 나왔다. 빛이 닿는 곳마다 끈적한 어둠이 씻겨 내려가듯 사라지고, 그 아래 숨겨져 있던 날 선 활자들이 고개를 들었다.
“이건… 원본이잖아.”
채은이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다가, 주변 눈치를 보며 급히 입을 틀어막았다. 경이로움보다는 불쾌함에 가까운 표정이었다. 가려진 진실이 드러날수록 테이블 위의 공기는 더 차갑게 식어갔다.
준우가 모든 서류의 복구를 마치고 추가 음료를 주문하러 자리를 비운 사이, 혜진은 이미 빠른 속도로 텍스트를 훑어 내리고 있었다. 준우가 새 컵을 들고 돌아와 앉자마자 혜진이 서류 한 점을 짚으며 말했다.
“이 실험, 단순히 강한 능력자를 뽑으려는 게 아니에요. 발현 방식이 아니라 ‘속성’에 따른 분류를 통해 데이터 값을 산출하고 있어요.”
“그걸 벌써 다 보셨다고요?”
준우의 물음에 혜진은 대답 대신 안경 너머의 눈을 가늘게 떴다. 그녀의 눈동자 속에 아주 미세한 십자 모양의 조준선 마크가 명멸했다.
“저격수는 타깃뿐만 아니라 풍향, 습도, 주변의 미세한 흔들림까지 한 번에 읽어야 하니까요. 이 정도 활자를 읽는 건 어렵지 않죠.”
혜진의 손가락이 서류 하단의 붉은색 도표를 가리켰다.
“독성, 화염, 빙결, 전격…. 속성별로 약물을 일정 수치 이상 투여했을 때의 결과값이 적혀 있는데, 결론은 거의 동일해요. ‘사망’. 그것도 아주 고통스러운 방식의 괴사군요.”
재범이 미간을 찌푸리며 펜을 내려놓았다. 채은 역시 불쾌한 듯 팔짱을 꼈다.
“사망자 명단이 이 정도인데 왜 우린 몰랐던 거지? 능력자 커뮤니티가 이 정도로 조용할 리가 없잖아.”
“철저하게 버려진 사람들만 골랐겠죠. 연고가 없거나, 기록에서 삭제해도 무방한 하위 등급들. 아니면 진실에 근접한 이들을 통째로 지워버렸거나.”
혜진의 냉소적인 분석에 준우는 아까 만났던 그 괴상한 목소리의 남자를 떠올렸다.
“이 서류, 출처가 어디로 되어 있습니까?”
“대전 국립 과학 연구소.”
“거기 출신이 맞나 보네요. 그 남자, 능력자를 사람으로 보지 않았어요. ‘개체’라고 부르더군요. 실험실 비커 속에 담긴 샘플 취급하듯이 말입니다.”
노트북 화면만 응시하던 현수조차 타이핑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2026년에 인권 같은 건 개나 줬나 보네요. 무슨 7, 80년대 생체 실험도 아니고.”
“문제는 그 미친 소리가 지금 이 서류들로 증명되고 있다는 겁니다. 민간에 약을 풀어놓고 반응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국가 단위의 방조 없이는 불가능하니까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영웅이라 칭송받던 능력자들의 이면이, 사실은 경찰견보다 못한 실험용 쥐였다는 사실이 다들 버거웠을 것이다. 혜진이 가라앉은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서류의 다음 장을 넘겼다.
“특이한 점이 하나 있어요. 유난히 낮은 사망률을 보인 집단이 있는데, 바로 정화나 치유 계열 능력자들이에요. 약물에 반응 자체가 없거나, 극심한 통증만 겪고 끝났다고 기록되어 있네요.”
“생체 에너지 수액도 받아들이는 몸인데, 이 약만 안 통한다고요?”
재범의 의문에 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약물을 ‘독’으로 규정하고 몸이 본능적으로 거부하는 것 같아요. 정화 능력이 실시간으로 약물을 분해해버리는 거죠.”
준우는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과연 그들이 치유 계열에게 안 통하는 약을 실수로 만들었을까?' 아니면, 아직 우리가 모르는 '치유 계열 전용' 처방이 따로 있는 걸까.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만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준우는 옆에서 연신 화면을 넘기던 현수에게 다가갔다.
“현수 씨 쪽은 뭐 나오는 거 있나요?”
“있죠. 아주 제대로. 유통 경로가 뚫렸습니다. 수도권 일대의 '마나' 공급 루트가 지도상에 쭉 뜨네요.”
준우의 눈이 커졌다.
“전부 다요?”
“현재 활성화된 루트인지는 현장에 가봐야 알겠지만, 일단 꼬리는 잡았습니다. 이 점들을 연결하다 보면 결국 몸통이 나오겠죠.”
현수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묻어났지만, 준우는 지도 위에 찍힌 수많은 점들을 보며 마음이 무거워졌다. 저 점 하나하나가 누군가의 비명이자, 누군가의 죽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창밖으로 푸르스름한 새벽빛이 번지기 시작했다. 밤은 끝났지만, 그들이 마주해야 할 어둠은 이제 시작이었다.
***
중앙능력자관리청 14층, 국장실의 통유리창 너머로 서울의 마천루가 발치에 깔려 있었다. 정오의 햇살이 들이쳤지만, 두꺼운 암막 커튼에 가로막혀 실내는 서늘한 그늘이 졌다.
등록감시국장 강성재는 책상 앞에 선 직원을 가만히 응시했다. 맞춤 정장 위로 드러나는 견고한 어깨선과 꼿꼿한 자세는 그가 현장을 누비던 무력계 능력자 출신임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나이가 무색할 만큼 절제된 위압감이 공기를 짓눌렀다.
“국장님, 수사관의 동선이 심상치 않습니다. 예상보다 훨씬 깊숙이 파고들고 있습니다.”
직원의 보고에 강성재의 미간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그는 찻잔을 들어 올리려다 말고 가죽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
“유통책 쪽은 깔끔하게 치웠다고 보고받았는데. 꼬리가 남았나?”
“그게… 분명 현장은 정리했습니다만, 어디선가 추가 자료를 확보한 모양입니다. 단순히 감에 의존하는 움직임이 아닙니다. 확신을 가지고 루트를 훑고 있습니다.”
강성재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책상 위에 놓인 태블릿에는 폐기된 실험 문서들의 목록이 떠 있었다.
“도대체 누가 정보를 흘린 거지? 설령 그 종이 쪼가리들을 손에 넣었다 해도 관리청의 검은 먹칠을 뚫는 건 불가능할 텐데. 기밀 해제 권한이 없는 이상 그건 그냥 쓰레기 더미나 다름없어.”
그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규칙적으로 두드렸다. 둔탁한 소리가 고요한 방안을 울렸다. 누군가 '보이지 않는 글자'를 읽어내고 있다는 가정이 머릿속을 스쳤지만, 이내 고개를 저어 떨쳐냈다.
“감시 수위 높여. 쥐새끼가 어디까지 구멍을 팠는지 전부 파악해.”
강성재가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등 뒤로 비치는 그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타깃들 주거지부터 활동 반경 전체에 도청기랑 초소형 카메라 깔아둬. 숨 쉬는 소리 하나까지 놓치지 마라. 만약 선을 넘으려 들면….”
그는 말을 멈추고 창문에 비친 자신의 눈동자를 들여다보았다. 감정이 거세된, 서늘한 눈빛이었다.
“그때는 유통책처럼 처리해. 아니, 이번에는 아예 존재 자체를 소거하는 게 좋겠군.”
직원은 대답 대신 고개를 깊숙이 숙이고는 소리 없이 방을 빠져나갔다. 홀로 남은 강성재는 책상 위에 놓인 수정구를 가볍게 건드렸다. 안에서 소용돌이치는 탁한 기운이 마치 다가올 폭풍을 예고하는 듯했다.
116처음에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과거 성심 통제망의 잔여 오염이었다.준우가 곧바로 단검을 쥐고 나서려 하자, 재범이 그의 어깨를 잡고 멈춰 세웠다.“아까 브리핑한 거 벌써 잊었어?”“아, 맞다. 몸이 먼저 나갔네.”준우는 숨을 가다듬고 차례를 기다렸다.팀은 브리핑대로 민간인 대피부터 시작해 제압과 정화를 순서대로 수행했다.덕분에 폭주자는 이성을 잃지 않은 상태로 멀쩡히 의료진에게 들려갔다.이전과 완전히 다르고 명확해진 제압 절차에 준우는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이렇게 할 수 있었는데도 여태까지 안 했다고? 미치겠군.’준우는 과거의 자신을 떠올렸다.그때 그는 불에 타서 뼈와 근육만 남아 있었다.
115몇 달간은 서로 떨어진 채 바쁜 시간을 보냈다.광고 모델로 일하거나 막노동, 알바로 번 돈을 차근차근 모았다. 그렇게 넷이 모은 자금으로 겨우 리모델링 비용을 마련할 수 있었다.마침내 이들은 컨테이너 박스 정리를 시작했다.우선 준우가 박스를 정화하고 재범이 박스를 모았다. 혜진이 박스 내부 벽을 잘라 큰 공간을 확보했고, 전기와 수도는 기사를 불러서 마련했다.채은은 재빠르게 방들을 꾸몄으며, 각각 장비와 자신들의 물건을 올려둘 곳 역시 마련했다.준우는 자신의 책상 서랍에 카페 쿠폰과 생체에너지 보충제를 넣었다.책장 위에는 책 몇 권과 피규어 몇 개를 대충 놓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다.각자의 책상을 둘러보니 고스란히 취향이 드러났다.재범의 자리는 칼같이 각이 잡혀 있었고, 혜진은 카메라나 렌즈가 많았으며, 채은은 아기자기하고 분홍빛이 돌았다.현수는 경찰 형사 같은 책상이었고, 승아는 이전에 봤던 책상 모습과
1140팀은 카페에서 길드의 조건을 정하기로 했다.다만 이들은 예약실을 따로 잡아야 했다.이전에 일반 테이블에 앉았다가 사람들이 몰려들어 사인과 사진을 요구했기 때문이다.어딘가 비공식 연예인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안 되겠다. 다음번에는 예약실을 잡자.”그렇게 해서 들어온 예약실이었다.카페가 문을 닫을 때까지 대화하고 토론한 끝에, 이들은 다음 조건들을 정리해 냈다.- 비영리 운영- 폭주자 구금 권한 없음- 정화와 구조만 담당- 출동 기록과 회계 공개- 피해자 신병은 의료/복지기관에 인계- 관리청의 부당
113추가적으로 새로운 폭주 대응 체계가 발표되었다.- 관리청과 경찰청의 상층부 교체- 경찰, 소방, 의료진, 능력자 합동 출동 강제- 현장 지휘관에게 긴급 판단 권한 부여- 약물 및 원격 조종 여부 우선 검사- 폭주자를 우선 구조 대상으로 분류- 정화 가능성 확인 전 사살 금지- 대응 기록 외부 감사- 피해자 가족과 의료진의 이의제기 절차 마련현수는 신설된 폭주대응본부의 현장지휘관 자리를 제안받았다.준우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이 정도 변화면 나름 개선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김진서
112며칠 뒤, 국회의사당.성심과 경찰청, 능력자관리청의 결착에 대한 청문회가 시작되었다.증인으로는 현수와 승아, 의료진, 성심 현장대장, 구조된 능력자들이 나와 차례로 증언했다.현수는 차분하지만 단단한 어조로 말했다.“저는 현장 보고를 꾸준히 올렸습니다. 하지만 경찰청은 성심의 자료만 받아들이고 제 보고는 무시했습니다.”승아는 시선을 내리깐 채 말을 이어갔다.“절대로 성심 전체가 알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상층부, 그중에서도 소수만이 알고 있었을 뿐입니다.”구조된 능력자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준우 님 아니었으면 저희는 전부 폭주해서 괴물이 되거나 버려져 죽었을 겁니다.”마지막 순서로 준우가 증언대에 섰다.준우는 제도에 대한 비판 대신 자신이 직접
111김진서의 체포가 확정되자, 정부는 입장을 바꾸기 시작했다.자신들은 다르다는 외침이었다.어찌 보면 손바닥 뒤집기였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자신들은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상징성을 지우기 위함이었다.경찰 특수본은 성심 길드는 물론 능력자관리청과 경찰청을 압수수색했다.특수본에 들어간 현수와 경찰 실무자들 역시 제0관제센터를 공식 압수수색하고 모든 기록을 확보했다.체포된 일부를 제외한 성심 현장대원들은 피해자 구조에 참여했다.그 수가 워낙 많아 성심 전체가 달라붙어도 힘에 부쳤다.준우는 정화의 반동을 이기지 못하고 몸을 휘청였지만, 곁으로 다가온 혜진의 어깨를 빌려 겨우 걸음을 옮겼다.관제센터를 벗어나 바깥으로 나오니 이미 수많은 카메라와 생존자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준우는 시선을 내리깐 채 그냥 지나치려 했지만, 기자 중 하나가 마이크를 밀어 넣으며 급하게 물었다.
019산길을 수 차례 돌아 들어간 끝에야 차가 멈춰 섰다. 사방이 가파른 능선으로 가로막혀 지도상으론 그저 험지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은밀한 은거지나 비밀 시설을 예상했던 것과 달리, 정면에는 'OOO 연구원'이라는 투박한 현판이 대놓고 걸려 있었다. 오히려 너무 당당해서 더 이질적인 광경이었다.차 문을 열고 내리던 채은이 미간을 좁혔다. 건물 외벽은 이미 세월에 깎여 나가 당장 무너져도 이상할 게 없었지만, 그녀의 감각은 전혀 다른 신호를 읽어내고 있었다.“이상해. 왜 아직도 전력이 흐르고 있지?”“전력?”혜진이 되물으며
003경찰차의 날카로운 사이렌 소리가 앞서 달려 나갔다. 준우는 헬멧 실드 너머로 멀어지는 경광등의 궤적을 쫓으며 가속 레버를 당겼다. 아스팔트의 진동이 손목을 타고 고스란히 전해졌다.현장에 도착해 바이크 세우기가 무섭게 준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공기는 이미 미지근하게 식어 있었다. 사건 현장 특유의 팽팽한 긴장감 대신 허탈한 소란함만이 감돌았다. 멀어지는 앰뷸런스의 뒷모습, 그리고 이미 노란 폴리스 라인을 걷어내고 있는 경찰들. 현수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굳은 얼굴로 남아 있는 대원들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들의 대화 소리
002현수의 입술은 쉼 없이 움직였지만, 준우의 고막에 닿은 말들은 의미를 맺지 못하고 흩어졌다.카페 안의 소음이 오히려 더 선명하게 들릴 정도였다. 옆자리에서 달그락거리는 커피잔 소리, 창밖을 지나는 차 바퀴 소리.준우는 초점이 풀린 눈으로 제 앞에 남은 커피 컵만 응시했다.‘도대체 나한테 왜 이런 소리를 하는 거지?’그의 삶은 거창한 대의명분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저 눈을 뜨면 꾸역꾸역 하루를 버티고, 어둠이 내리면 기절하듯 잠드는 일의 반복이었다.그런데 갑자기 들려온 단어들은 생경했다. 촉매, 뒷배. TV 화면 속
001첫 번째 의뢰를 마친 최준우를 맞이한 건 헬멧 스피커를 뚫고 들어오는 날카로운 기계음이었다. 교차로 신호등 앞에서 기어를 중립으로 놓은 준우가 장갑 낀 손으로 헬멧 옆면을 툭툭 쳤다."여보세요.""지금 OO사거리 근처지? 위치 찍어줄 테니까 바로 가. 폭주자다."불쾌할 정도로 익숙한 팀장의 목소리였다. 대답을 듣기도 전에 끊길 것을 알기에, 준우는 짧게 대꾸했다."네, 신호 대기 중입니다."이 일의 장점은 출근 카드를 찍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지만, 단점은 퇴근이라는 개념도 실종되었다는 점이다. 끊긴 화면 위로 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