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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1화

Author: 레몬과 향수
허창은 건양제가 왜 그런 어명을 내렸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소식이 전해졌을 때 그는 벗들과 어울려 술자리를 갖고 있었다.

화가 치민 허창은 그 자리에서 소식을 전하러 온 하인을 매질했다.

하지만 함께 있던 벗들의 시종들도 연달아 같은 소식을 전해 오면서 어명이 사실임이 확인되었다.

허창은 벗들이 보내오던 기묘하고도 놀란 눈빛과 시선을 피하던 당황스러운 기색을 잊을 수 없었다.

수치심과 분노에 휩싸인 그는 핑계를 대고 급히 집으로 돌아왔다.

허창은 허씨 노부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마마께서는 이미 회임하셨고 태의도 황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는데, 폐하께서는 정말로 개의치 않으신단 말입니까?"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점은 건양제가 허 귀빈에게 근신 처분을 내리면서 복중의 아이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었다는 것이다.

설마 건양제가 무언가 눈치챈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그 생각이 들자 허창의 분노는 찬물을 뒤집어쓴 듯 순식간에 식어 버렸다.

아직까지 창백한 안색을 하고 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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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안을 거슬러   제832화

    온통 춘향에게만 신경이 쏠린 연씨는 더 이상 본가에서 벌어지는 일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기정혁이 오늘도 본가에 남았다는 전갈을 받고도 알았다는 말만 남긴 채 처소로 돌아갔다.연씨는 밤새 뒤척이며 한숨도 자지 못했다.날이 밝자 서두르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오전까지 기다린 그녀는 하인들을 거느리고 유영의 처소로 향했다.손씨 어멈이 직접 문을 두드렸다.잠시 후 시녀가 문을 열어주었다.손씨 어멈 뒤에 서 있는 연씨를 본 영류는 흠칫 놀랐다.유영이 예상했던 대로 연씨가 직접 찾아온 것이다.손씨 어멈은 영류에게 각별히 예의를 갖추며 말했다."부인께서 군주님이 편찮으시다는 소식을 듣고 문병하러 오셨네."영류는 허리를 숙여 예를 올린 뒤 길을 비키며 말했다."군주님께서는 찬 바람을 쐬어 몸살이 나셨는데, 태의가 지어 준 탕약을 몇 첩 드시고 조금 나아지셨습니다. 부인, 안으로 드십시오."연씨는 고개를 끄덕이고 영류의 안내를 받아 안채로 들어섰다.방 안에 감도는 약 냄새에 연씨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병풍 뒤로 돌아가니 침상에 기운 없이 누워 있는 유영이 보였다.연씨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다가가 물었다."유영아, 어쩌다 이렇게 병이 났느냐? 몸은 좀 어떠냐?"유영은 손수건으로 입가를 가리고 가볍게 기침하며 답했다."어머니, 가벼운 몸살이니 괜찮습니다. 여기까지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곁에 있던 손씨 어멈이 대신 말을 받았다."부인께서 며칠 동안 군주님을 뵙지 못해 걱정이 되셔서 오셨습니다."연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유영의 맞은편에 앉았다.창백한 유영의 얼굴을 본 연씨는 한숨을 내쉬며 춘향의 이야기 대신 본가 소식을 꺼냈다."네 시아버지는 장천이를 해친 범인을 기어이 찾아내겠다며 시녀 몇 명을 잡아들여 심문하고 있단다. 네 셋째 삼촌의 병세도 위중하고, 노부인께서도 다시 자리에 누워 날마다 탕약을 드시고 계신다더구나."연씨의 목소리에는 본가에서 미리 분가하여 그 복잡한 일에 휘말리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은근히 배어 있었다.유영은

  • 피안을 거슬러   제831화

    유영 군주는 그 말을 듣고 입꼬리를 올리며 한결 후련해진 표정으로 말했다."현왕비의 말씀이 꼭 제 마음 같습니다."유영은 이미 결심을 굳힌 듯했다.유지영은 벗을 아끼는 마음에 진심으로 말했다."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시면 언제든 사람을 보내 저를 찾으십시오."유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그렇게 하겠습니다."유지영을 배웅한 뒤, 유영은 의자에 앉아 손끝으로 탁자를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다.잠시 후, 그녀는 곁에 있던 시녀에게 낮게 몇 마디를 지시했다.해 질 무렵, 춘향이 회임했다는 소식이 연씨의 귀에 들어갔다.연씨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춘향이가 아이를 가졌다고?"손씨 어멈은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낮추어 아뢰었다."부인, 춘향은 장공주부에서 데려온 시녀이니 군주님께서도 이미 알고 계실 것입니다."그 말에 연씨의 마음에 피어오르던 기쁨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연씨는 아쉬운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서출이 장남인 것이 안타깝구나. 유영이는 지난번에 배를 찔려 태의가 말을 아끼기는 했으나, 내가 보기에는 앞으로 아이를 갖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장훈이의 대를 끊어지게 둘 수는 없지 않느냐."요 며칠 본가에 사건이 끊이지 않아 지쳐 있던 연씨에게 오늘 들려온 소식은 유일하게 반가운 일이었다.연씨는 나직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춘향이는 유영이가 직접 들여보낸 첩이다. 이미 아이가 생겼으니 낳게 한 뒤 유영이의 슬하에 두고 키우면 될 일이다. 훗날 유영이가 적자를 낳더라도 서출이 앞길을 막지는 못할 테고, 끝내 아이를 갖지 못한다면 이 아이가 유일한 희망이 될 테니 말이다."연씨는 어떻게든 그 아이를 남기고 싶었다.손씨 어멈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장공주 전하께서 가만 있지 않으실까 봐 걱정입니다."조령 장공주의 성정을 떠올린 연씨는 다시금 마음이 무거워졌다.유영이 유산한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첩이 회임을 했으니, 이 아이를 살릴지 말지는 장공주의 말 한마디에 달려 있었다.춘향의 가족들이 모두 장공주의

  • 피안을 거슬러   제830화

    유지영은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말문이 막혔다.기장훈이 그런 짓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유지영은 나직한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같은 여자로서 유영이 무엇 때문에 가장 상처받았는지 잘 알 수 있었다.단순히 부군이 첩을 품어서가 아니라, 유산한 직후 몸과 마음이 다 무너져 내린 시점에 그런 짓을 저질렀기 때문이다.잃어버린 아이는 유영 혼자만의 아이가 아니라 기장훈의 아이이기도 했다.어떤 핑계를 대더라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유영은 쓴웃음을 지으며 자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제 손으로 직접 들여보낸 여자이니 참으로 우습지 않습니까……."기씨 가문 어른들의 성화를 잠재우고 기장훈을 곤란하게 만들지 않으려고 장공주부에서 시녀 하나를 골라 구색만 맞추어 들여보낸 것이다.유영은 부군을 굳게 믿었다.그래서 그 시녀에 대해서는 한 번도 묻지 않았고, 없는 사람 취급하며 처소에 두고 먹을 것 입을 것을 제공해 주기만 했다.얼마 전 기장훈이 먼저 그 시녀를 내보내겠다고 했을 때만 해도 유영은 마음속으로 기뻤다.그러나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그 아이가 추악한 진실을 드러냈다.유영은 씁쓸한 표정으로 과거를 떠올리며 말했다."저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와 어머니가 다정하게 지내시는 모습을 보며 자랐습니다. 아버지는 온화하고 기품 있는 분이셨고, 어머니의 말씀이라면 무엇이든 따르셨지요. 부귀영화도 마다하고 첩도 들이지 않으셨으며, 오직 류씨만 조금 챙겨 주셨을 뿐인데 결국 어떻게 되었나요?"류 부마는 장공주의 눈을 속이고 일찌감치 바깥에 외실을 두어 자식까지 여럿 낳았을뿐더러, 친딸인 유영의 목숨까지 해치려 들었다.유산하던 순간 유영은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만약 잘못되더라도 기씨 가문을 탓하지 말라고 어머니께 전해 달라며 시녀에게 당부했었다.돌이켜 보니 그 모든 진심이 한낱 웃음거리가 되어 버렸다.유지영은 유영의 손을 꼭 잡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군주님, 세상을 살아가는 데 부부

  • 피안을 거슬러   제829화

    유영은 그 핑계로 연씨에게 인사를 건네고 자리를 떴다.문을 나선 유영은 손수건을 꺼내 방금 연씨가 잡았던 손을 닦아 내며 미간을 찌푸렸다.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뒤따르던 시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군주님, 부인께서 나리를 지방으로 보내는 일에 동의하실까요?"유영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답했다."경성에 남아서 날마다 집안의 자질구레한 일에 얽매이는 것보다는 지방으로 내려가는 편이 훨씬 마음 편할 것이다. 어머님께서도 결국에는 깨달으실 것이다."시녀가 기장훈의 이야기를 꺼냈다.유영은 미간을 짚으며 말을 끊었다."그 사람 뜻대로 하게 두어라."요 며칠 기씨 가문의 일로 신경을 쓰느라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유영은 태어날 때부터 귀한 군주였지, 기씨 가문에 들어와 속앓이를 하려고 시집온 몸이 아니었다.화친 공주로 끌려가는 것을 피하려고 서둘러 기장훈과 혼인했고 처음에는 금슬도 좋았으나, 아이를 잃은 뒤로 부부의 정마저 점차 식어 버렸다.유영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경성에 남아서 내 눈에 거슬리지만 않는다면 어디로 가든 상관없다."이틀 뒤, 유영은 몸이 불편하다는 핑계로 외부 손님을 일절 만나지 않고 연회에도 불참한 채 처소에서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했다.시녀가 다가와 귓가에 낮게 아뢰었다."현왕비 마마께서 오셨습니다."유영은 반가운 얼굴로 책을 내려놓으며 말했다."어서 모셔 오거라."잠시 후 유지영이 걸음을 재촉해 들어오며 걱정스럽게 물었다."몸이 편찮으시다기에 놀라서 왔습니다. 의원은 불러 보셨습니까?"유지영은 유영의 안색이 생각보다 괜찮은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유영은 유지영의 손을 끌어 자리에 앉히고 차를 따라 주며 말했다."말하자면 깁니다."유지영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차분하게 말했다."오늘 한가하니 천천히 말씀해 보십시오."유영은 탁자에 턱을 괸 채 유지영을 바라보며 물었다."마마께서는 현왕 전하와 혼인한 뒤로 부부 사이가 어떻습니까?"유지영은 망설임 없이 답

  • 피안을 거슬러   제828화

    허씨 가문이 사죄하면서 기씨 가문도 겉으로는 잠잠해졌다.두 가문은 저마다 대문 앞에 흰 등을 내걸고 장례를 치렀다.연씨는 시녀를 보내 유영을 처소로 불렀다.연씨는 유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일도 다 마무리되었고 분가까지 했으니 본가 일은 더 이상 마음에 두지 말고 몸조리나 잘하거라. 장훈이는 네 시아버지가 직접 가르쳐 키운 아이다. 예전에는 철없이 굴었을지 몰라도 천성은 효심이 깊은 아이란다."유영은 조용히 귀를 기울이며 간간이 고개를 끄덕였다.연씨는 최근 진맥을 받아 본 적이 있는지 물었다.유영은 시선을 아래에 두고 답했다."진맥을 받았는데 의원 말로는 아직 몸조리를 더 해야 한다고 합니다."연씨의 눈빛에 순간 실망스러운 기색이 스쳤으나, 이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조급해할 것 없다. 너는 아직 젊지 않느냐."잠시 이야기를 나눈 뒤, 연씨는 피곤한 기색으로 손을 내저어 유영에게 돌아가 쉬라고 했다.자리에서 일어나던 유영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어머니, 할아버님께서 장천 도련님의 사인을 따로 조사하고 계신다는 게 사실입니까?"연씨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네가 그 일을 어떻게 알았느냐?"유영은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답했다."할아버님께서 노여움이 크셨는지 꽤나 거침없이 움직이고 계십니다. 아버님께서 효심이 깊으신 것은 알지만, 제때 손을 떼지 않으시면 아버님까지 그 일에 휘말리실 것입니다."연씨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요즘따라 기정혁에게 깊은 실망감을 느꼈다.유영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할아버님께서 배후의 진범을 찾아내면 원씨 가문은 물론이고 노부인까지 연루될 것입니다. 앞으로 길어야 일 년 안에 호부상서 자리가 비게 될 텐데 걱정입니다."연씨는 그 말뜻을 알아차렸다.기정혁은 호부상서 자리에 오르기 위해 십수 년을 기다리며 온갖 공을 들여왔고, 이제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었다.만일 기씨 어르신이나 노부인에게 변고가 생기면 기정혁은 삼 년 상을 치르느라 승진에서 물러나야 했다.그렇게 되면 그동안 공들인 모든

  • 피안을 거슬러   제827화

    성씨는 원씨가 왜 그런 짓을 벌였는지까지는 알 수 없었다."분명 누군가 셋째 동서를 협박하여 손을 쓰게 만들었을 것입니다."기정태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성씨의 손을 토닥이며 말했다."서두를 것 없소. 언젠가는 꼬리가 잡힐 것이오."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물었다."형수님도 이 일에 관여하셨소?"오늘 사당에서 기정혁이 끝내 맹세하지 않고 머뭇거리던 모습이 마음에 걸렸다.성씨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그것은 저도 모릅니다."성씨는 연씨와 이 일을 상의한 적은 없었고, 오히려 유영과 뜻을 맞추어 움직였다.그러나 기정태가 묻지 않았으므로 굳이 유영의 이름은 꺼내지 않았다.같은 시각, 집으로 돌아온 기정혁은 연씨에게 낮에 사당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연씨는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경조판사가 이미 사건을 종결했는데,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연씨는 입가에 냉소를 띠며 말을 이었다."정말로 무언가 밝혀지기라도 하면 허씨 가문에는 뭐라고 해명할 셈입니까? 우리 가문에서 직접 장천이를 죽여 허씨 가문에 누명을 씌웠다고 자백할 겁니까? 그것은 허씨 가문에 약점을 갖다 바치는 꼴이나 다름없습니다."연씨가 보기에 기씨 어르신은 공연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있었다.진작 파혼했더라면 오늘 같은 사단은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기정혁은 연씨를 힐끗 바라보며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장천이의 죽음이 부인과도 관련이 있소?"뜻밖의 질문에 연씨는 순간 멍해졌다.그녀는 시선을 내려 실망감을 감추고는 싸늘하게 웃으며 물었다."제가 손을 쓸 생각이었더라면 장천이는 어릴 때 벌써 죽었을 것입니다. 당신 눈에는 제가 그 정도로 형편없는 사람으로 보입니까?"기정혁은 당황하며 손사래를 쳤다."부인도 참, 무슨 말을 그렇게 하오? 그런 뜻이 아니었소."연씨는 더 따질 마음도 들지 않아 다른 질문을 했다."오늘 서방님께서는 뭐라고 하셨습니까?"기정혁은 연씨가 무엇을 물으려는지 눈치채고 얼버무리며 넘겼다.그는 창밖을 한 번

  • 피안을 거슬러   제1화

    7월의 장안 거리는 굉장히 시끌벅적했다.마차 한 대가 성문 입구에서 멈추었다.털썩!유지영은 온몸이 꽁꽁 묶인 채 마대에 담겨 바닥에 내던져졌다. 온몸으로 극심한 통증이 몰려왔다.특히 하반신에서는 찢어질 듯한 고통이 계속되고 있었다.“읍….”지나가던 백성들이 소리를 듣고 마대를 풀어주었다.창백하게 질린 얼굴과 사내의 옷가지를 걸친 여인의 모습이 드러났다.하얗고 가는 목덜미 아래에는 붉은 자국이 가득했다.“이 사람은 정왕 세자비 아닌가?”누군가가 유지영을 알아보고 비명을 질렀다.“옷매무새가 이 모양인 것을 보아 불결

  • 피안을 거슬러   제10화

    동금은 원래 표사의 딸이었으나 부모를 잃은 뒤 전당포에 팔려간 데다가, 전생에서는 실족사로 죽기까지 했다.충성을 맹세한 사람은 아니지만, 적어도 전생에 유지영을 배신하지는 않았다.매일 고된 일을 하는 사람이라 접촉할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송씨에게서 문서를 기어코 받아낸 것을 보면 눈치도 빠르고 수완도 있는 듯했다.나머지는 아직 관찰 대상이었다.“오늘부터 종령각을 배신하는 자는 엄벌에 처할 것이다.”유지영은 근엄한 표정으로 엄명을 내렸다.나머지 사람들은 주향 일당이 내쳐지는 것을 보았기에 황급히 고개를 조아렸다.방으로

  • 피안을 거슬러   제9화

    “선주는 참 복도 많아요. 이 집안의 복덩이라니까요.”이내 셋째 부인이 아부를 떨기 시작하자, 송씨가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지영아, 그동안 경왕 세자의 평판이 어떤지 너도 익히 들어 알고 있을 것이다. 혼인한 뒤에는 조용히 지낼 수 있도록 네가 잘 붙들어야 한다. 어차피 훗날 경왕부 작위를 잇게 되면 먹고사는 걱정은 없을 테니, 제발 사고를 쳐서 우리 집안에 피해가 가는 일만은 없게 하거라.”유지영은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당장 침소로 돌아가 한숨 자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다행히도 노부인이 이제 돌아가도 좋다는 뜻을

  • 피안을 거슬러   제2화

    종령각 이층 누각.유지영은 부스스 눈을 뜨고 사방을 둘러보았는데, 이곳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까지 유난히도 익숙하게 느껴졌다. 회랑 아래에서는 하인들이 정원을 단장하며 내일 있을 성년례가 떠들썩할 거라며 수근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손톱으로 손바닥을 꾹 눌렀다. 아픔이 몰려왔고, 곧바로 이 모든 게 꿈이 아님을 직감했다.그녀는 죽임을 당한 뒤 성년례 하루 전으로 돌아온 것이었다.이때 밖에서 고씨 어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가씨, 부인께서 대전으로 들라 하십니다. 경성에서 사람이 온 듯합니다.”전생의 배준형도 성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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