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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화

Autor: 레몬과 향수
송씨는 연달아 거절당하자 체면이 구겨진 듯 어색하게 답했다.

“예, 제가 괜한 걱정을 했네요.”

유지영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가 입을 열었다.

“청운원은 적절하지 않을 것 같네요. 잠시 머무는 거라면 장미원이 더 낫겠어요.”

“거긴 객원이지 않니?”

송씨가 불만스럽게 말했다.

장미원은 외진 곳에 있어 큰댁과는 거리가 꽤 멀었다.

유씨 노부인은 눈살을 찌푸리며 송씨를 바라보았다.

“손님이 객원에 머물지, 그럼 어디에 머물겠느냐?”

계속 큰댁 일에 끼어들려는 송씨의 태도에 유씨 노부인도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눈치도 없는 것 같으니라고.’

서옥혜는 기대 어린 눈으로 유정남을 바라보았다.

그가 나서서 무슨 말이라도 해주길 바랐지만, 유정남은 오히려 흐뭇한 눈으로 유지영을 바라보았다.

“지영이가 다 컸구나. 이제 살림도 꾸릴 줄 알고. 네 말대로 하자.”

그 한마디로 서옥혜가 장미원에 머무는 것으로 정해졌다.

유지영은 홍주에게 분부했다.

“이따가 부관에게 말해서 괜찮은 시녀를 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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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안을 거슬러   제100화

    송씨는 기가 막히고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시어머니까지 유지영의 편을 들고 있으니 더는 반박할 수도 없었다.그렇게 잠시 후 의원이 도착했고, 유정남도 무슨 일인지 모르는 듯한 표정으로 안으로 들어왔다.홍주가 조용히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그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그때 병풍 안쪽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서옥혜가 얼굴을 감싸고 뛰쳐나왔다.그리고 유지영이 예상했던 것처럼 바닥에 풀썩 주저앉아,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유정남을 올려다보았다.“국공 나으리, 저는 그저 기댈 곳이 필요했을 뿐입니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어요. 그런데 군주님께 이런 오해까지 받게 되었으니, 제가 나가겠습니다.”유정남이 그녀를 말리려던 순간, 유씨 노부인이 먼저 눈빛으로 그를 제지했다.“정남아, 지영이가 잘못한 건 없다. 내가 서 낭자 모자에게 따로 머물 곳을 마련해주겠다고 했는데, 서 낭자가 싫다고 한 것이야.”“어머니…….”“나도 서 낭자의 명성을 생각해서 한 말이다. 과부가 아들을 데리고 남의 집에 얹혀 살면 뒤에서 말이 나올 수밖에 없어. 더구나 서 낭자는 남편을 잃은 지 오래되지도 않았지 않느냐. 너도 나중에 동이가 자라 사람들에게 손가락질받는 걸 바라지는 않을 게다.”유씨 노부인은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서옥혜를 내보낼 생각이었다.이처럼 속내가 빤히 보이는 여인을 집안에 두었다가는, 다른 처자들에게까지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었다.역시 오래 산 사람의 눈은 쉽게 속일 수 없었다.전생에는 서옥혜가 동이의 진짜 신분을 끝까지 밝히지 않았다. 그 바람에 노부인은 동이를 제 손자로 오해했고, 서옥혜가 무슨 짓을 해도 눈감아주었다.하지만 이번 생은 달랐다.동이가 유정남의 아들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이상, 노부인이 서옥혜를 감싸줄 이유는 없었다.“경성은 치안도 엄하고, 서 낭자는 우리 국공부의 보호를 받는 사람이다. 누가 감히 저 모자를 함부로 대하겠느냐?”유씨 노부인이 차근차근 말하자, 유정남도 더는 반박하지 못했다.게다가 남편을

  • 피안을 거슬러   제99화

    말을 마친 서옥혜는 고개를 꼿꼿이 들고 덧붙였다.“노부인께서 이렇게까지 저희 모자를 못마땅해 하시니, 저희가 떠나겠습니다.”그 한마디로 유씨 노부인은 순식간에 속 좁은 노인네가 되어버렸다.결국 노부인은 화를 참지 못하고 탁자를 쾅 내려치며 소리쳤다.“무엄하다!”분노에 찬 목소리에 서옥혜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어머니, 진정하세요. 이런 시국에 저 모자를 내쫓으면 사람들이 우리 국공부를 어떻게 보겠어요? 게다가 아주버님께서 이미 두 사람을 보살펴 주겠다고 하셨는데, 중간에 내보내는 건 신의를 저버리는 일 아니겠습니까?”송씨는 노부인의 등을 쓸어주며 말을 이었다.“아마 오해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처음 저택에 왔으니 적응하지 못한 것도 이해해 줘야지요.”그러고는 유지영을 돌아보았다.“지영아, 네가 서 낭자를 오해한 것 같으니 어서 사과드리거라.”그 말을 듣고 유지영은 확신했다.서옥혜는 분명 송씨 쪽 사람이었다.쾅!유씨 노부인이 다시 한번 탁자를 내려치며 분노한 얼굴로 송씨를 노려보았다.“보살피는 것도 방법이 여러 가지다. 꼭 저택 안에 둬야만 보살피는 것이더냐? 송씨, 너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게냐!”계속 선을 넘는 송씨의 태도에 유씨 노부인의 분노도 끝까지 치밀어 올랐다.“너도 집안의 안주인이고, 정혁이 곁에도 첩실을 둔 사람이 아니냐. 그런데도 저 여자가 무슨 생각인지 정말 몰라서 감싸는 것이냐?”이번에는 유씨 노부인도 송씨의 체면을 봐주지 않았다.눈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서옥혜의 속내를 알아볼 수 있었다. 집안 사람이라면 마땅히 경계해야 할 일을, 송씨는 오히려 계속해서 서옥혜를 저택에 붙잡아두려 하고 있었다.큰댁 일에 간섭하려는 속셈이 뻔했다.송씨는 서러운 듯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오해세요, 어머니. 저도 그저 국공부의 명성을 생각해서 드린 말씀입니다. 어제 모자를 집으로 데려왔는데 하루 만에 내쫓으면 사람들이 우리 국공부를 어떻게 보겠습니까?”서옥혜가 담담하게 답했다.“제 처지를 헤아려 주셔

  • 피안을 거슬러   제98화

    유지영은 송씨를 보지도 않고 바로 노부인에게 시선을 돌렸다.“할머니, 제가 어제 춘아와 운심을 서 낭자에게 보내드렸는데, 글쎄 밤중에 춘아가 유수각 문을 두드리지 뭐예요. 의원을 불러야겠다고 하더라고요.”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이었다.“물어보니 동이가 잠자리가 바뀌어서 자지러지게 운다길래 걱정이 돼서 의원을 부르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그때 아버지께서 돌아오셨어요.”말을 마친 유지영은 다시 하품을 했다.“서 낭자도 참 이해하기 어렵네요. 아버지는 술기운에 몸도 제대로 못 가누시던데, 그런 분께 아이를 봐달라고 하면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어요.”그제야 유씨 노부인의 얼굴이 음침하게 굳었다.“네 살이나 된 아이가 그렇게 밤중에 소란을 피웠다고? 어미가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탓이지. 하필 국공이 돌아온 때에 맞춰 울었다는 것도 이상하구나.”송씨는 얼른 노부인을 달래려 했지만, 유지영이 비웃듯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보고는 이내 이를 악물었다.‘처음부터 어머니께 이 얘기를 꺼내려고 했구나!’“가서 서 낭자를 불러오너라!”이미 서옥혜에게 좋지 않은 감정이 생긴 유씨 노부인은 싸늘한 얼굴로 명했다.잠시 후, 불려온 서옥혜가 안으로 들어와 공손히 예를 올렸다.유씨 노부인은 돌려 말하지 않았다.“내 자네가 지낼 곳을 따로 마련해 줄 테니, 아이를 데리고 이만 나가게.”서옥혜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곧바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노부인, 저는 경성에 처음 와서 아는 사람도 없습니다. 아이까지 데리고 대체 어디에서 혼자 살라는 말씀이십니까.”송씨가 유지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아이가 어리면 잠자리가 바뀌어 칭얼댈 수도 있는 일이다. 너무 마음 쓰지 말거라. 연약한 여인이 혼자 동이를 돌보려니 얼마나 힘들었겠니? 네 아버지도 저 모자를 잘 보살피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더냐.”그 말을 들은 서옥혜는 노부인이 왜 자신을 내보내려 하는지 곧바로 알아차렸다. 그녀는 유지영을 향해 몸을 숙였다.“군주님, 어제는 제가 너무

  • 피안을 거슬러   제97화

    그래서 유씨 노부인도 서옥혜 모자를 좋게 보지 못하는 게 당연했다.“저는 아직 혼인도 하지 않은 처자라, 이런 일로 손님을 내보내는 것은 난감한 일입니다.”유지영이 곤란한 얼굴로 말하자, 노부인은 부드럽게 그녀의 손을 다독였다.“그건 할미가 알아서 할 테니, 넌 신경 쓰지 말거라.”유국공부의 명성을 생각해서라도 유씨 노부인이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다.유정남은 궁중 연회에 참석하러 갔고, 유국공부의 다른 사람들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유지영은 침소에서 의서를 읽고 있었는데, 이때 갑자기 임씨 어멈이 안으로 들어왔다.“군주님, 소인이 춘아와 운심을 서 낭자에게 보냈습니다. 국공 나으리의 처소에도 사람을 세워두었고요.”유지영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밤이 깊어지자, 그녀는 어두운 창밖을 바라보다가 홍주에게 말했다.“대문 앞에 사람을 보내 지키고 있다가, 아버지께서 동정원으로 들어가시면 바로 돌아와 보고하라 해.”홍주가 나가자, 옆에 있던 동주가 조심스럽게 물었다.“군주님, 서 낭자라는 사람, 정말 무슨 일을 꾸밀까요?”“아버지만 빤히 바라보던 사람이야. 경계하지 않을 수 없지.”유지영은 절대 서옥혜에게 틈을 주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 그녀는 한 번 기회를 잡으면 절대 놓치지 않을 사람이었다.그러다가 유지영은 순간, ‘계속 막기만 할 게 아니라, 차라리 먼저 손을 쓰는 편이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딱 봐도 송씨네와는 어떤 식으로든 엮여 있어, 자신과 아버지를 건드린 대가를 치르게 해야 했다.“정연은 요즘 일을 잘 배우고 있느냐?”유지영이 물었다.“예. 나이는 어리지만 눈치도 빠르고 똑똑한 아이라, 한 번만 가르쳐도 바로 알아듣습니다.”“그럼 그 아이를 시켜 삼촌네를 잘 살피게 하거라.”“예.”책에 집중하다 보니 어느새 깊은 밤이 되었다. 그때 숨을 헐떡이며 들어온 홍주가 아직 잠들지 않은 유지영을 보고 곧장 아뢰었다.“군주님 예상이 맞았습니다. 국공 나으리께서

  • 피안을 거슬러   제96화

    유정남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경성으로 올라오는 내내 가장 많이 들은 것은 유지영이 파혼을 당했고, 정혼자가 유선주로 바뀌었으며, 부광 비단 사건에 휘말린 뒤 경성에서 외톨이처럼 지내고 있다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그 말을 들은 순간, 그는 당장이라도 경성으로 날아오고 싶은 심정이 들었다.딸을 곁에서 지켜주지 못했다는 사실이 한스러웠다.“아주버님, 정말 오해세요.”송씨가 서럽다는 듯 눈물을 훔쳤다.“아주버님께서 어린 지영이를 두고 떠나신 뒤로 저는 줄곧 그 아이를 친딸처럼 대해왔어요. 가끔 선주가 잘못을 하면 혼내고 다그친 적은 있어도, 지영이는 한 번도 혼낸 적이 없습니다. 그렇게 정성을 들였는데 이런 취급을 받으니 저도 너무 억울해요.”송씨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유선주도 서러운 얼굴로 송씨를 부축하며 유정남에게 말했다.“큰아버지, 밖에서 들리는 소문은 전부 헛소문이에요. 어머니를 오해하신 거예요.”유정남도 아직 확실한 증거를 잡은 것은 아니었기에 더 몰아붙이지 않았다. 부광 비단 사건은 아직 조사 중이었고, 송씨가 일부러 그런 짓을 했다는 증거도 없었다.하지만 진실은 곧 드러날 것이다.그는 길게 숨을 들이마신 뒤, 표정을 누그러뜨리고 유지영을 바라보았다.“지영아.”유지영은 유씨 노부인의 심상치 않은 안색을 보고 전생을 떠올렸다.아버지는 정직하고 고지식한 사람이었다. 가족 간의 정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기도 했다.그래서 집안 여자들 사이의 암투를 알아채지 못해 손해를 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그는 어머니인 유씨 노부인에게도, 동생인 유정혁과 제수인 송씨에게도 경계심이 없었다. 결국 그들의 모함에 당해 평판과 권력을 모두 잃고 말았다.지금 아버지가 송씨에게 불만을 품고 있는 것은 분명했지만, 유씨 노부인에게는 여전히 공경심을 가지고 있었다.유지영은 웃으며 말했다.“아버지, 할머니는 제게 참 잘해주셨어요. 할머니께서 지켜주신 덕분에 저는 서럽지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안 계신 동안 할머니도 아버지를 무

  • 피안을 거슬러   제95화

    송씨는 연달아 거절당하자 체면이 구겨진 듯 어색하게 답했다.“예, 제가 괜한 걱정을 했네요.”유지영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가 입을 열었다.“청운원은 적절하지 않을 것 같네요. 잠시 머무는 거라면 장미원이 더 낫겠어요.”“거긴 객원이지 않니?”송씨가 불만스럽게 말했다.장미원은 외진 곳에 있어 큰댁과는 거리가 꽤 멀었다.유씨 노부인은 눈살을 찌푸리며 송씨를 바라보았다.“손님이 객원에 머물지, 그럼 어디에 머물겠느냐?”계속 큰댁 일에 끼어들려는 송씨의 태도에 유씨 노부인도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눈치도 없는 것 같으니라고.’서옥혜는 기대 어린 눈으로 유정남을 바라보았다.그가 나서서 무슨 말이라도 해주길 바랐지만, 유정남은 오히려 흐뭇한 눈으로 유지영을 바라보았다.“지영이가 다 컸구나. 이제 살림도 꾸릴 줄 알고. 네 말대로 하자.”그 한마디로 서옥혜가 장미원에 머무는 것으로 정해졌다.유지영은 홍주에게 분부했다.“이따가 부관에게 말해서 괜찮은 시녀를 골라 서 낭자 시중을 들게 하거라.”홍주는 곧바로 뜻을 알아들었다.모든 안배를 마친 일행은 대청으로 향했다. 유지영은 유정남의 뒤를 바짝 따라붙는 서옥혜를 보고 입을 열었다.“서 낭자도 먼 길 오느라 피곤하실 테니, 동이를 데리고 객원으로 가서 쉬세요. 아버지는 오랜만에 돌아오셨으니 할머니와 단둘이 나누실 이야기가 많으실 겁니다.”그녀는 앞으로 나서서 서옥혜와 유정남 사이를 자연스럽게 가로막고, 옅게 웃었다.“필요한 게 있으면 시녀를 시켜 저를 찾으세요.”서옥혜는 당황한 눈으로 눈앞의 어린 소녀를 바라보았다. 어여쁜 얼굴에는 담담한 미소가 걸려 있었지만, 눈빛만큼은 차갑고 매서웠다.그 순간 서옥혜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급히 시선을 피했다.오랜 세월 전장을 누빈 유정남보다도 더 사람을 압도하는 분위기였다.대체 저 어린 나이에 어떻게 저런 눈빛을 가질 수 있단 말인가.“지영아…….”서옥혜가 무언가 해명하려 했지만, 유지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끊었다.“서 낭자,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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