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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2화 아이의 아버지

그때에도 그는 이런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았었다. 멍청이를 바라보는 듯한 동정 어린 눈길. 몹시 불편한 그런 눈빛.

“가요, 제발. 저 정말 몸이 불편해서 그래요. 배 속의 아이도 생각 좀 해줘요.”

임시연이 목소리를 낮추며 애걸복걸했다.

변석환이 그녀의 배를 쓰다듬으며 결국 아이를 위해 타협했다.

“그래요. 아버지께 말씀드릴 테니, 돌아가 쉬어요.”

“네. 빨리요.”

임시연이 소매를 잡아당기며 작게 속삭였다.

그러나 이때, 변석환이 몇 발짝 앞으로 나서자 변요석이 먼저 입을 열었다.

“오늘 중요한 얘기할 거니까 아무도 먼저 갈 수 없다.”

그 한마디 말이 변석환을 속수무책으로 만들었다.

임시연은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린 채 입술을 잘근잘근 씹어댔다.

“저 정말 몸이 불편해서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아요. 빨리 돌아오겠다고 약속할게요.”

변요석이 그녀를 유유히 훑어보며 물었다.

“줄곧 석환이랑 결혼하고 싶어 하던 거 아니었어?”

임시연은 변요석이 자신에 대한 편견이 깊고 그 생각이 바뀔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심지안이 이곳에 있으니 분명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이었다.

잠시 생각해 보던 그녀가 창백한 얼굴에 억지스러운 웃음을 띄웠다.

“제가 변석환씨에게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은 잘 압니다만, 우리는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이이기 때문에 저는 재촉하고 싶지 않습니다. 곤란하게 하고 싶지도 않고요.”

아무리 아이를 임신하고 있을지언정 자신의 남자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는 말 잘 듣고 착한 예비 며느리임을 과시하려는 말이었다.

임시연의 말을 확실하게 이해한 심지안이 눈에 냉소를 띄며 변석환을 바라보았다.

임시환은 감동한 듯 살짝 웃었다.

“그래. 석환이 잘 생각해 주고 있구나.”

그가 표정 변화 없이 이어 말했다.

“네 말이 맞지. 넌 석환이와 결혼할 자격이 없어. 왕실에 시집올 자격도.”

하얗게 질렸던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변요석이 이렇게까지 자신을 비하할 줄 몰랐기 때문에 그녀는 한사코 입술을 깨물었다. 눈에서는 눈물이 하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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