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사극 로맨스 / 회귀한 대군의 후회 / [127화] 맹독(猛毒)의 역학(疫學)(1)

Share

[127화] 맹독(猛毒)의 역학(疫學)(1)

Author: 유리구슬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16 00:01:50

그러니 내 피로 쓴 이 계약에…… 목숨을 걸어라.”

자신이 피를 토하고 사경을 헤매는 그 지옥 같은 고통 속에서도.

이헌의 시선은 자신의 살길이나 고통에는 단 한 줌도 머물러 있지 않았다.

정치를 장악하고 대신들의 목을 치며 피비린내를 풍겼던 괴물의 모습. 그 이면에 웅크리고 있던 이헌의 본질은, 오직 그녀 하나만을 맹목적으로 살려내려 발버둥 치는 병적인 순애(純愛) 그 자체였다.

“……명심, 또 명심하겠사옵니다.”

흑위대장이 이마에서 피가 나도록 바닥에 찧으며 대답했다.

이헌은 그제야 쥐고 있던 붓을 바닥에 툭 떨어뜨렸다.

그의 핏기 없는 입술 사이로 아주 옅고 서늘한, 텅 빈 미소가 번져갔다.

“다행이군.”

이헌은 베개 밑에 손을 넣어, 피가 묻지 않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회귀한 대군의 후회   [342화] 경이로운 나의 군주, 눈밭의 포옹(2)

    서연의 피 토하듯 다급한 부름이, 피 냄새와 약초 냄새가 진동하는 적막한 막사 안을 갈랐다.그리고.막사 안으로 뛰어 들어온 서연의 움직임이, 마치 벼락을 맞은 사람처럼 그 자리에 꽁꽁 얼어붙어 멈춰 섰다.“……아.”서연은 도무지 믿을 수 없는 기적 같은 광경에, 자신의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헉, 하는 거친 숨을 들이마셨다.며칠 동안 수십 개의 화살 상처와 펄펄 끓는 살인적인 고열에 시달리며, 단 1초도 의식을 찾지 못하고 시체처럼 널브러져 있던 사내.사신이 이미 목을 반쯤 졸라매고 있던 그 사내가.“하아…… 하아…….”두꺼운 피투성이 붕대로 온몸의 상처를 칭칭 감은 채.혼자 힘으로 덜덜 떨리는 두 팔을 짚고, 침상 위에 힘겹고 위태롭게 몸을 일으켜 앉아있는 것이 아닌가.“이헌…… 너…….”서연의 커다란 파란 눈동자에서, 그동안 독하게 억누르고 참아왔던 뜨거운 눈물이 왈칵, 하고 둑이 무너지듯 쏟아져 내렸다.기척을 느낀 이헌이, 짐승처럼 거친 숨을 몰아쉬며 아주 천천히 고개를 돌려 막사 입구에 선 서연을 바라보았다.그의 얼굴은 며칠을 앓은 탓에 뼈의 윤곽이 드러날 정도로 앙상하게 마르고, 시체처럼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온몸의 꿰맨 상처가 터졌는지, 하얀 붕대 위로 다시금 시뻘건 핏물이 징그럽게 배어 나오고 있었다.하지만.그의 퀭하게 파인 핏발 선 두 눈동자만큼은, 서연을 발견하자마자 이 세상 그 무엇보다 찬란하고 눈부신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서연아.”이헌의 메마르고 갈라진 입술 사이로

  • 회귀한 대군의 후회   [341화] 경이로운 나의 군주, 눈밭의 포옹(1)

    “적들이 도망친다! 오랑캐 놈들이 꼬리를 말고 압록강으로 도망친다!”“우리가 이겼다! 우리가 그 수만 명의 괴물 놈들을 다 쓸어버렸다!”태백산맥의 험준한 협곡을 가득 메웠던 지옥의 비명과 살육의 파공음이 서서히 잦아들 무렵.시뻘건 피와 시체로 뒤덮인 시커먼 눈밭 위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조선 토벌군 병사들의 함성이 벼락처럼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승리다! 대승이다!”무기를 내던지고 도망치는 여진족의 비참한 뒷모습을 보며, 굶주림과 추위에 죽어가던 병사들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짐승처럼 엉엉 울부짖었다.불과 몇 시진 전만 해도 뼈를 깎는 공포 속에서 반란을 꾀하고 도망치려 했던 그들이었다.하지만 지금, 그들의 눈동자에는 완벽한 승리의 환희와, 죽음의 문턱에서 자신들을 건져 올린 한 존재를 향한 맹목적인 경외심만이 시퍼르게 불타오르고 있었다.“대장! 놈들이 완전히 산맥 밖으로 패퇴하였사옵니다! 수만의 적들 중 절반 이상이 눈사태와 화공에 타죽어 고깃덩어리가 되었사옵니다!”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흑위대 부장 하나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무영의 앞에 무릎을 꿇고 보고했다.어깨에 창이 꽂히고 눈알이 뽑혔던 애꾸눈의 야차, 무영.그는 시퍼런 대검을 지팡이 삼아 눈밭에 꽂고 거친 숨을 헐떡이면서도, 기어코 남은 왼쪽 눈으로 도망치는 적들의 꽁무니를 끝까지 예리하게 노려보았다.“추격은 하지 않는다. 놈들의 기세는 완벽하게 꺾였다. 당장 부상자들을 수습하고 전열을 가다듬어라!”“예! 대장!”무영이 명령을 내린 뒤, 덜덜 떨리는 다리를 이끌고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그의 시선이 닿은 곳은, 깎아지른 듯한 새카만 절벽 능선 위.

  • 회귀한 대군의 후회   [340화] 사신(死神)의 눈사태, 뒤집힌 전세(2)

    보병들은 당장 숨통을 끊으러 돌격하라!”그때, 피 묻은 붕대를 어깨와 눈에 칭칭 감은 애꾸눈의 야차, 무영이. 자신의 키만 한 시퍼런 대검을 치켜들며 협곡이 떠나가라 사자후를 터뜨렸다.와아아아아-! 죽여라!무영의 신호와 함께, 협곡 양옆의 험준한 사각지대 바위틈과 눈더미 속에 며칠 밤낮을 숨죽여 매복해 있던 조선군 정예 보병 수만 명이. 흡사 피 냄새를 맡고 미쳐 날뛰는 굶주린 늑대 떼처럼, 눈밭을 맹렬히 박차고 일제히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조선의 보병들은 평원에서는 기병에게 밀릴지 몰라도, 이런 험준한 태백산맥 산악 지형에서는 뼈가 굵은 진정한 귀신들이었다.그들은 기동력을 완벽하게 상실하고 좁은 곳에서 불길에 휩싸여 허우적거리는 여진족 기병들의 말 다리를 무자비하게 긴 낫으로 썰어버리고. 땅으로 쿵 하고 굴러떨어진 적병들의 목통과 심장에 시퍼런 창을 사정없이 쑤셔 넣었다.“죽여라! 내 부모형제를 짓밟고 죽인 더러운 오랑캐 놈들이다!”“우리를 위해 피를 흘리신 도원수의 피 값을 이놈들의 목통으로 갚아라! 다 갈기갈기 찢어 죽여라!”수적인 열세? 무기의 열세? 그것은 탁 트인 평원에서나 통하는 비겁한 변명에 불과했다.완벽한 지형지물의 악랄한 이용과, 적의 숨통을 가장 끔찍하게 끊어버리는 서연의 천재적이고 잔혹한 기습 전술 앞에서는. 수만 명을 자랑하던 여진족 대군은 그저 피를 뿜으며 일방적으로 도륙당하는 불쌍하고 비참한 고깃덩어리에 불과했다.전세는 불과 반 시진 만에.정말로 너무도 허무하고, 기괴할 정도로 완벽하게 핏빛으로 뒤집히고 말았다.“이…… 이럴 수가…… 이럴 수는 없다……! 어찌 저 굶주리고 헐벗은 조선의 오합지졸 병졸 놈들이&h

  • 회귀한 대군의 후회   [339화] 사신(死神)의 눈사태, 뒤집힌 전세(1)

    “단 한 놈도 살려두지 마라. 모조리 쓸어 죽여라.”새카만 칠흑 같은 절벽 능선 위에서.서연의 서늘하고 지엄한, 사신의 선고와도 같은 핏빛 명령이 매서운 칼바람을 잔혹하게 가르며 벼랑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그녀의 하얀 손끝이 허공을 긋는 그 핏빛 신호가 떨어지기가 무섭게.미리 거대한 통나무 지렛대를 바위 밑에 걸고 숨죽여 대기하고 있던 흑위대 결사대 수백 명이. 일제히 눈에 시뻘건 핏대를 세우며 악에 받친 짐승 같은 함성을 지르고 지렛대를 있는 힘껏 무자비하게 내리눌렀다.“전부 밀어라아아아! 저 오랑캐 개새끼들을 몽땅 다 생매장시켜라!”우지끈-! 빠지직! 쿠구궁!협곡의 가장 높은 꼭대기. 겨우내 살인적인 강추위에 겹겹이 꽁꽁 얼어붙어 있던 수만 톤의 거대한 눈더미와, 깎아지른 절벽의 육중하고 집채만 한 바위 수백 개가.수백 명의 장정들이 체중을 실어 내리누르는 지렛대의 엄청난 압력을 도무지 견디지 못하고. 지반이 통째로 뒤틀리는 듯한 기괴하고 소름 끼치는 파열음을 내며 끔찍하게 갈라지기 시작했다.“대, 대장! 하늘 위를 보시옵소서! 절벽 꼭대기에서 무언가 기괴한 것이 쏟아져 내리옵니다!”“하, 하늘이…… 태백산맥이 통째로 무너진다! 살려주게!”비좁고 길다란 협곡에 수만 명이 갇혀, 오도 가도 못하고 우왕좌왕 짓밟히던 여진족 선봉대 병사들이.새카만 절벽 위에서 자신들의 머리 위를 완벽하게 뒤덮으며 쏟아지는 거대한 죽음의 그림자를 올려다보며, 사색이 되어 눈알이 뒤집힌 채 처절하게 절규했다.쿠구구구구궁-! 콰아아앙!그것은 한낱 인간의 얄팍한 힘이나 알량한 창칼 따위로 막아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결코 아니었다.거대한 산통을 겪으며 분노

  • 회귀한 대군의 후회   [338화] 짐승의 연회(宴會), 핏빛 반격의 서막(2)

    “섭정 마마께서…… 진안대군 마마께서 살아 돌아오셔야만 하네.”젊은 관료 하나가 창살에 피 묻은 이마를 기대며 간절히, 처절하게 속삭였다.“그 잔혹했던 폭군이 살아 돌아오는 것만이…… 이 미쳐버린 조선의 정치를 바로잡고, 백성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야. 부디…… 부디 하늘이 대군 마마를 보우하시어 무사히 살아서 도성으로 귀환하시기를…….”매일 밤 동료들이 고문으로 끔찍하게 죽어 나가는 비명을 들으면서도.지하 감옥에 갇힌 젊은 관료들은, 북방을 향해 엎드려 오직 이헌이 살아서 돌아오기만을 피눈물로 간절히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조선의 진정한 주인이 누구인지, 이 썩어빠진 놈들의 목을 쳐줄 사신(死神)이 다시 궐문을 부수고 들어오기만을 기다리며.다시, 한양의 경회루.“하하하! 술이 달구나! 참으로 달아!”왕 이도는 기생의 무릎을 베고 누워, 붉은 술을 들이켜며 창밖으로 흩날리는 하얀 눈송이를 바라보았다.“좌상. 지금쯤 북방은 얼어 죽을 만큼 춥겠지?”“예, 전하. 콧물이 얼어붙고 살갗이 찢어지는 추위일 것이옵니다.”“내 아우가 참으로 불쌍하게 되었어.”이도가 입가를 비틀며 기괴하게 낄낄거렸다.“그 잘난 군통수권과 권력을 양손에 쥐고 흔들더니. 결국, 그 험준한 북방의 첩첩산중에서 배를 곯다 뒈질 운명이라니. 필시 시체조차 수습하지 못할 것이다.”이도의 두 눈에 섬뜩하고 비릿한 조소가 맺혔다.“내 그놈을 그토록 미치게 만들었던 그 계집. 그래, 섭정의 정실부인이라는 그 껍

  • 회귀한 대군의 후회   [337화] 짐승의 연회(宴會), 핏빛 반격의 서막(1)

    [정치 교차]그 시각.북방의 험준한 산악 지대에서 서연이 피 말리는 지략전을 펼치며 적들을 죽음의 함정으로 끌어들이고 있던 바로 그 무렵.조선의 심장, 한양의 궐내는 북방의 살인적인 추위와는 전혀 다른 열기로 기괴하게 달아오르고 있었다.이헌과 수만 명의 아군이 혹한과 굶주림에 죽어가고 있는 전쟁 통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경회루에서는 밤을 잊은 화려한 잔치판이 질펀하게 벌어지고 있었다.“자! 마시자꾸나! 오늘 밤은 취해도 좋다! 이 나라 조선의 진정한 태평성대가 마침내 열렸으니!”왕 이도가 붉게 달아오른 취한 얼굴로 술잔을 높이 치켜들며 소리쳤다.그의 곁에는 조선 팔도에서 징발된 가장 아름다운 기생들이 교태를 부리며 술을 따르고 있었고, 수십 개의 거대한 화로가 뿜어내는 열기 덕분에 누각 안은 한여름처럼 훈훈했다.“전하의 하해와 같은 성은에 망극하옵니다!”“전하 만세! 만세! 만만세이옵니다!”경회루의 넓은 연회장을 가득 채운 훈구파 대신들이, 기름진 고기를 뜯고 최고급 청주를 들이켜며 일제히 바닥에 엎드려 환호성을 질렀다.그들은 이헌의 서늘한 칼날 아래 숨죽여 지내던 지난날의 수모를 완벽하게 보상받기라도 하려는 듯, 게걸스럽게 잔칫상을 비워내고 있었다.“좌상. 그래, 북방의 소식은 추가로 들어온 것이 없느냐.”이도가 기생이 건네주는 고기를 받아먹으며, 비릿한 미소와 함께 물었다.훈구파의 영수, 좌의정이 입가에 묻은 기름기를 소매로 쓱 닦아내며 음흉하게 웃었다.“전하, 염려 놓으시옵소서. 호조를 통해 북방으로 향하는 보급로를 완벽하게, 개미 새끼 한 마리 지나가지 못하도록 철저히 끊어버렸사옵니다. 평양성에 묶인 보급 수레만 수백 대가 넘사옵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